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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DNA

카카오 UX 디자이너 이진 동문 인터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왜 이렇게 바꿨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신 경험 있으시지요? 이화투데이에서 바로 그 '왜'를 디자인하는 카카오의 이진 동문(시각정보디자인·06년졸)을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디자인 설계 작업부터 시작해서 카카오그룹, 그리고 동문님만의 이야기까지 들어보았는데요, 함께 만나볼까요?

 

이진동문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화인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 시각정보디자인전공을 졸업한 01학번 이진입니다. 졸업 후 그래픽디자이너로 3년 반, 그 후 UX 디자이너로 9년간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카카오 디자인설계팀에서 UX 디자이너를 맡고 있습니다.


Q. 현재 카카오에서 디자인 설계팀에서 UX 디자이너로 근무 중인데요. 구체적으로 카카오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 건가요?
제가 속한 디자인 설계팀에서는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플랫폼을 횡으로 연결해 사용자가 실제로 어떤 시나리오를 통해 사용 경험을 얻게 되는지 분석하고 파악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이 분석을 토대로 사용자들의 불편한 점이나 서비스의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숨은 니즈를 찾아서 새로운 기능을 제안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결과물로 화면 설계안을 그려 기획안을 만들거나, 새로운 경험을 제시할 때 전략 문서를 작성하기도 합니다.


Q. UX라는 분야가 사실 아직도 낯선 분야인데, 동문께서는 약 10년 전부터 UX 리서치 연구를 시작하셨어요! 그 당시에 어떻게 UX 분야를 알게 되고 이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2006년도에 졸업한 뒤 그래픽 디자이너로 계속 일했어요. 그러다가 2009년에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고 인기를 얻으면서 업계에서 UI, UX, GUI 등의 분야가 주목받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점차 스스로 위기감을 느끼고 IT로 전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일반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UX를 고려하고 들어온 것은 아니었는데 이것저것 열심히 하다 보니 SKT UX 랩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UX 디자인을 하면서 ‘디자인’이라는 것은 늘 미학적이라고만 여겼는데, 시나리오를 통해서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이 길로 나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 후에는 자연스럽게 대학원에서 UX 관련 수업을 이수했고 커리어도 쭉 쌓아오게 되었습니다.


Q. 오랜 시간 여러 방면에서 디자인 작업을 해오셔서 다양한 결과물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가 앨범 디자이너로 지낼 때 작업한 결과물인데요. 바로 2009년 빅뱅 라이브 콘서트 DVD입니다. 제가 다니던 디자인 에이전시가 앨범 재킷 등 작업에서 당대 최고 권위자만 모인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많은 음반회사를 비롯하여 사정이 안 좋았습니다. 당시 아직 데뷔 초기였던 그룹의 앨범 재킷이라는 작업물을 맡을 기회를 얻게 됐는데요. 종이 인형이 팝업으로 올라오는 디자인이었는데, 밤새도록 도면을 만들고 자르고 붙이고 하며 보냈어요. 집에 일찍 들어가는 때가 11시였고 보통은 새벽 2시에 들어갈 정도였습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다 하고 나니 목표를 이뤄서 감격스러웠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작업입니다.


Q. 동문님께서는 많은 대학생들이 희망하는 대기업을 많이 거쳐오셨는데, 대기업의 장단점과 현재 일하는 카카오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제가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할 때는 사원이 10명 안팎인 에이전시에서 일했는데요. 이 에이전시와 대기업을 비교해서 장단점을 말하자면 우선 에이전시는 모든 일을 제가 다 해야 했어요. 만약 인쇄물을 만들어야 하면 디자인부터 인쇄 업체 문의, 업체 선정, 견적 서류 작성, 인쇄물 검토 등등 전 과정을 제가 직접 해야 하는 거죠. 이에 반해 대기업에서는 영역을 좁히고 좁혀서 일부분만 맡아서 하게 돼요. 에이전시보다는 일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 힘들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대기업에서 에이전시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에이전시에서 대기업으로 온 것이 업무 습득력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대기업의 장점은 축소된 범위에서의 업무를 하다 보니 한 가지를 깊게 파고들 수 있고 에이전시에 비해 대기업이 다루는 서비스 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에 보고 이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많다는 점이에요. 또한 스스로 모든 걸 해내야 했던 에이전시에 비해 대기업에는 각각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연스레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죠.
현재 제가 일하는 카카오는 수평적인 문화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저희 회사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큰 장점인데요. 영어 이름을 사용하게 되면 서로의 나이와 직책이 드러나지 않아 수평적인 구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대리님, 과장님, 대표님처럼 직책을 부르지만 저희는 대표님에게도 이름으로 부르다 보니 의견을 제시할 때 나이, 직책, 경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같은 목소리의 크기로 제안할 수 있습니다. 또한 3년에 한 번씩 유급으로 안식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데요. 보통 3년에 한 번씩 직장 내에서 위기가 오는데 그럴 때마다 사용하기 좋습니다. 육아휴직도 눈치 보지 않고 다녀올 수 있고, 자율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어 직장 내 시간을 유동적으로 보낼 수 있죠. 일할 때나, 쉴 때나 강압적인 문화가 없기에 자유롭게 내 업무와 시간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Q. 업무를 할 때 아이디어를 얻거나,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책 또는 활동이 있나요?
저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두 가지 일을 하는데요. 첫째, 벤치마킹을 위해 다른 서비스를 찾아보거나 IT 사이트들을 참고합니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들어보는 것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이 가장 많은 도움이 돼요. 현재 내가 연구하고 있는 서비스를 잘 사용하는 사람에게 내가 만든 시나리오가 어떤지 계속해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다각도로 고민해야 하는 UX 디자인에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Q. 개인적으로도 영상, 달력 디자인, 챗봇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즐기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과 직접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행복감을 저에게 줍니다. 콘텐츠 소비는 나쁘게 말하면 '쾌락'(?) 좋게 말하면 '힐링'이라고 생각해요. 콘텐츠 소비는 다양한 콘텐츠를 보면서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는 시간을 통해 행복을 얻는 것이죠. 이와 달리 콘텐츠 제작은 ‘자아 성취’를 통한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따로 일기를 쓰지는 않는데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일종의 일기처럼 기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온전한 내 시간과 생각에 대한 기록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회사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도 그것들은 순전히 나의 의도에 의한 결과물은 아니잖아요? 그렇기에 회사 외의 시간에 자의를 통해 에너지를 쏟아서 만든 결과물들이 저에게는 정말 값집니다. 소소한 성취감을 위한 저의 노력이 콘텐츠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혹은 제작 중인 콘텐츠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지난달에 만든 '엄마의 레시피'라는 챗봇이 있습니다. 챗봇을 만들었다 하면 다들 대단하다고 말해주시는데 사실 챗봇을 만들기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웃음) 카카오 i디벨로퍼스라는 플랫폼으로 만들었고요, 시나리오만 입력하면 짜여진 대화 목록 중에 랜덤하게 저의 응답에 대한 대답이 나오는 알고리즘을 짤 수 있어요. 그 플랫폼이 오픈 플랫폼으로 바뀐다면 누구나 쉽게 해볼 수 있을 거예요.
챗봇 말고도 최근 ‘브이로그’도 시작했어요. 일상이나 직장 내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찍어둔 영상을 엮어서 올리고 있는데요. 사실 저랑 가족들만 보고 있어요. (웃음) 최근엔 영상만 엮으니 재미가 덜해서 자막을 넣는 작업도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Q. 콘텐츠에 대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디자이너 외에 콘텐츠 분야에서의 꿈을 꿔보신 적은 없나요?
사실 요즘은 1인 방송이 커지면서 콘텐츠를 잘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졌잖아요. 그래서 지금 당장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할 순 없겠지만 언젠가는 사람들한테 내가 만든 콘텐츠를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지금 하는 일처럼 사람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물론 그 일로 돈을 벌면 더 좋겠죠. (웃음)
앞서 말했듯이 저는 지금 콘텐츠를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보고 있는데요, 제가 UX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이 분야에 발 딛게 된 것처럼 지금과 같이 다양한 경험하다 보면 저에게 딱 맞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직장 생활이 끝나고 뭔가 시작해 볼 기회를 위해 꾸준히 재미있게 만들어보려고요!

 

이진 동문

Q. 동문님은 이화에서 어떤 학생이었나요?
저는 학부와 석사 시절 모두 이화에서 보냈습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음악 동호회, 게임, 아르바이트 등 교외 활동도 열심히 하는 활동적인 학생이었어요. 특히 재학 시절에는 밤늦게까지 동기들과 같이 시험공부를 종종하곤 했는데요. 도서관과 커피숍을 전전하며 함께 벼락치기 하던 친구들끼리 서로 초췌해진 모습을 보며 크게 웃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ECC에서 헬스하고 나와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하나 사 먹으며 도서관 불이 꺼질 때까지 공부할 때는 정말 ‘오늘 하루 잘 살았다~!’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늦은 밤까지 열심히 공부했던 친구들이 보고 싶네요. (웃음)


Q. 이화에서 학부부터 석사과정까지 거치셨는데요, 이화에서의 경험 중 가장 도움이 되었던 활동은 어떤 것인가요?
우선 저에게는 지금의 일과 맞닿아 있는 석사시절이 더 도움이 되었는데요. 친한 친구와 시간표를 맞춰 수업을 들었던 학부 시절과 달리 대학원을 다닐 때에는 어떤 교수님께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수업을 들었어요. 매 수업마다 저의 포트폴리오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제가 갖고 싶은 포트폴리오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수업을 골라서 들었던 것 같아요. 포트폴리오를 통해 제 꿈과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게 되었고 하나씩 쌓여가는 결과물을 보며 무척이나 뿌듯했어요. 그것들이 하나씩 모여 지금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동문님이 생각하는 이화 DNA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이화 DNA는 '성실함'입니다. 이화 재학 시절에 한번 지각을 했었던 적이 있는데요, 200명 정원인 수업에서 지각한 사람이 고작 3명뿐이었어요. "다른 어떤 학교 학생들보다 성실함으로는 최고"라는 소리를 여러 교수님들에게 듣곤 했는데, 사회에 나온 여러 이화인을 봐도 다들 성실하고 멋졌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이 정도는 느슨해져도 괜찮겠지’, ‘이 정도는 게을러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면 그때 지각하지 않았던 197명을 가끔 떠올리곤 해요. 이화만의 성실함이 저를 열심히 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UX 디자인을 꿈꾸는 이화인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첫째, 진짜 그 일이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세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일이 정말로 좋은지, 왜 좋은지 한번 생각할 시간을 가지세요. 왜 좋은지에 대해 내 스스로 명확하게 알게 되면 공부할 때나 일을 할 때도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집니다.
둘째, 밋업 활동을 찾고 참여해보세요. 밋업(MeetUp) 활동들을 많이 다니다 보면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고 전문가들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옛날과 달리 대기업만이 최고의 길은 아니잖아요? 밋업을 하면 재미있는 일을 하는 회사를 발견할 수 있고 멋있는 사람을 알 수 있어 회사나 직종을 선택할 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깊게 해보세요. 이것저것 경험하다 보면 언제 어떤 서비스를 만나게 될지 몰라요. 수많은 경험 속에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으면 완전 깊게 파고들어가 보는 것도 좋아요. 좋아하는 일이라도 표면적으로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해본 것은 다르니까요. UX 디자인을 할 때, 실제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일(서비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해력이 필요하죠. 그렇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어떤 일에든 덕후가 되어보라고 전하고 싶네요! 나중에 꼭 도움이 되는 날이 올 겁니다!


사용자의 니즈를 이해하고, 사용자의 새로운 경험을 디자인하는 이진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앞으로 동문님만의 새로운 경험과 색다른 도전을 이화투데이도 응원하겠습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0기 윤혜인, 최가인(융합콘텐츠학과·1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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