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 교수팀, 차세대 리튬-산소 전지 성능 저하 원인 해결
일중항 산소 생성 억제 통해 차세대 고에너지 배터리 상용화 청신호
화학·나노과학과 김동하 교수 연구팀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산소(Li–O2) 전지의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전기화학 촉매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연구 성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Nano-Micro Letters(impact factor: 36.3)>에 게재되었다.
리튬–산소 전지는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저장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 전지는 무게 1kg당 약 3.5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이론적으로 10배 이상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차세대 고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전지 작동 중 ’일중항 산소‘라는 활성 산소가 발생해 전해질과 전극 소재를 손상시키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한계가 있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김동하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한 나선형 구조(키랄 구조)를 갖는 산화 코발트 나노시트를 전극 촉매로 설계했다. 이 구조는 산소의 전자 움직임(스핀 상태)을 제어하는 스핀 선택성 효과(chirality-induced spin selectivity)를 활용해 일중항 산소의 생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실험 결과, 새로 개발한 전극은 기존 탄소 전극과 비교했을 때 방전과 충전 과정에서 일중항 산소 발생량이 각각 3.7배, 3.23배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산소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에서도 산소 1분자가 반응할 때 전자가 왕래하는 수가 거의 이론값(2)에 가까운 2.04개(e⁻/O₂)로 나타나, 불필요한 손실 없이 높은 반응 효율을 입증했다.
김동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기화학, 스핀 과학, 그리고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리튬–산소 배터리 설계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지속 가능한 고에너지 밀도 이차전지 개발에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리튬–산소 전지 상용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 드론,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 등 가볍고 오래가는 배터리가 필요한 분야에서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Chirality-Induced Suppression of Singlet Oxygen in Lithium–Oxygen Batteries with Extended Cycle Life」는 한국연구재단 자율운영중점연구소 사업 및 기초과학연구원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연구에는 영국 링컨대학교(University of Lincoln) 필리페 마르케스 모타(Filipe Marques Mota) 교수, 서울대학교 한정우 교수와 강기석 교수 및 연세대학교 문주호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