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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목소리로 만화 그리는 작가, 천계영 동문(법학과 89학번) 인터뷰

  • 등록일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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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인의 서재 
목소리로 만화 그리는 작가 법학과 89학번 천계영 동문 
고정관념을 넘어서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추구해 온 천계영 작가의 힘


출발부터 기존의 틀을 깨며 등장했던 만화가 천계영은 재기발랄한 캐릭터와 화려한 터치, 10대 소녀들의 감성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상상력으로 그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그의 작품 세계 속에는 순정만화를 넘어서는 시대적 서사와 사회적 의미가 녹아 있다. 1996년 데뷔 이후 작품 활동을 쉬지 않았던 천 작가는 종양과 손가락 퇴행성 관절염으로 한동안 만화를 그릴 수 없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개척해 온 천 작가는 목소리로 명령을 수행하는 컴퓨터 기술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의 원작자이자 새로운 길을 만드는 이화인, 천계영 작가를 만났다.


Q. 법대를 졸업하고 만화가가 된 이유는? 
엄마에게 ‘이대에만 들어가면 인생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고 법학과에 입학했는데 학업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어요. 도서관에 가서 좋아하는 책을 많이 보고, 수업은 열심히 듣지 않았지요. 그래도 학교에서 ‘Legal Mind’를 배운 덕분에 사회에 나와서 계약서도 쓰고 법적인 일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하하. 엄마 때문에 억지로 대학을 가긴 했지만,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사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폭의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처음 만화를 시작할 때 문하생으로 출발하지 않은 점, 컴퓨터를 활용하는 점이 화제가 되었었는데 이제는 음성으로 작업하는 것이 화제가 됐다. 그림 그리는 화법을 바꾸는 게 어렵지 않았는지? 
뭔가 정해진 길로 가는 것을 태생적으로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새로운 것이 좋고, ‘남들이 다 하 는 것은 굳이 내가 안 해도 되지 않나, 내가 특별하지는 않지만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좋알람’ 앱을 실제로 만들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것도 다른 작가들이 안 해본 것이어서 하고 싶었고, 목소리로 그림 그리는 것도 손을 사용할 수 없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다가 음성으로 하는 것이 재밌어서 하게 됐어요.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싶은 마음과 원래 하던 방식보다 ‘더 재미있다’는 매력이 합쳐지게 된 것이죠.


 

Q. 만화책 > 웹툰 > 넷플렉스 등으로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데 어떤 플랫폼을  좋아하는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 플랫폼은 유튜브예요. 영상이어서가 아니라 ‘오픈마켓’이라 좋아해요. 누구나 참여해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음에 들어요. 유튜브에는 생각지도 못한, 메인스트림에 들어가기 어려운 콘텐츠들이 등장해요. 아무런 장벽이 없는 생태계에서 나오는 작품들이 신선합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놀라게 되는 것들이 많아요.

 

Q. 이화인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콘텐츠는? 
첫 번째로 은희경 작가의 <빛의 과거>. 너무 재밌어요. 대학 시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 화인들, 특히 기숙사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두 번째로 넷플릭스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성범죄를 당한 여성들과 그 사건들을 수사하는 여성 수사관들의 이야기예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 피해자들이 말하는 것을 정황상 믿을 수 없다고, 오히려 의심받는 것을 의미해요.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피고인>이 있어요. 주인공이 댄스홀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춤추다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데 사람들은 그녀의 품행을 문제 삼아요. 짧은 치마를 입고, 야한 춤을 췄다고 성폭행을 인정하지 않아요. “술에 취했다고, 마리화나를 피웠다고, 옷차림이 야하다고, 성적인 발언을 했다고, 그 어떤 것도 강간당해도 되는 이유가 될 순 없다.” 마음을 울리는 대사지요. 마지막으로 유튜브 <슈앤트리>. 강아지 미용 채널입니다. 비포 앤 애프터를 보여 주고 대사 없이 가위 질하는 소리만 들려요. 저는 주로 밥 먹을 때 틀어 놓는데 굉장히 평화롭고, 보고 있으면 행복해 지는 힐링 콘텐츠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이화인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는? 
건강을 회복해서 연재를 잘 끝내는 것이 목표이고요, 이화인들에게 건강하시라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칼슘이 중요합니다. 하하. 운동도 하고 철분도 먹고 다이어트 같은 건 하지 말라고 당부 하고 싶네요. 누군가 젊었을 때 건강의 중요성을 알려 줬다면 이렇게 막 살진 않았을 텐데, 후회 할 때가 많아요. 아파 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 이지요. ‘내 몸 건강의 스펙을 쌓자! 특히 뼈!’


- 출처 : 이화소식 12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