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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대림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안주휘 동문 인터뷰

  • 등록일20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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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인 여러분, 경복궁 옆 통의동 주택가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에 대해 아시나요? 일상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항상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대림미술관은 전시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고 또 영향력 있는 미술관인데요. 오늘 이화투데이는 대림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로 일하고 계신 안주휘 동문(광고홍보학·09년졸)을 만나고 왔습니다. 큐레이터 라는 직업과 라이프는 어떤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문의 이화 DNA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한 분들은 주목해주세요!

 

Q. 안녕하세요! 이화인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광고홍보학과 04학번 안주휘이고 현재 대림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본교 광고홍보학과 졸업 후 서울대 미술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은 뒤, 대림미술관에서 지금까지 9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Q. 지난 4월 말부터 대림미술관에서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이라는 전시가 진행 중인데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 하이멘아욘의 국내 첫 개인전입니다. 본 전시는 디자인, 가구, 회화, 조각, 스케치부터 특별 제작된 대형 설치작업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이메 아욘 작가를 선택한 이유는 ‘디자인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웃게 해야 한다.’라는 그의 독특한 디자인 철학 때문이었는데요. 대림미술관의 경우 기존의 어려운 추상예술이나 파인아트 쪽보다는 디자인, 사진, 건축 등 좀 더 대중과 친숙한 장르를 다루는 것이 목표이기에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4월 28일 오픈 이후 약 한 달이 지났는데요, 월요일을 제외한 6일 모두 대림미술관에서 전시를 만나볼 수 있으니 많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Q. 전시를 기획하고 설치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수석 큐레이터로서 역할은 무엇인가요?

우선 하나의 전시를 기획하고 설치한 과정은 매우 복잡한데요! (웃음) 이번 전시로 예를 들어보면, 우선 수많은 리서치와 연구를 통해서 1~2년 반 뒤에 있을 다음 전시 주제와 작가를 잡습니다. 2년 후 전시를 미리 기획해야 하기에 무엇보다 미래의 트렌드를 제대로 캐치하는 게 중요한데요. 이렇게 전시 주제에 적합한 작가와 작품을 선택합니다. 그다음 작가와의 메일을 통한 컨택 이후 직접 하이메 아욘을 만나기 위해 스페인으로 갔는데요. 전시 콘셉트, 전시할 작품, 디스플레이 등을 작가와 오랜 시간 상의한 이후 합의가 되면, 작품을 국내 대림미술관으로 들여오고 작품 상태를 체크한 후 디스플레이 계획에 맞춰서 작품을 설치하게 됩니다.
여기서 수석 큐레이터인 저의 역할은 담당 큐레이터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와 함께 전시의 전반적인 진행 과정을 핸들링하는 것입니다. 또한 작가와의 전시에 대한 의견 차이를 조율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해나가는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Q.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여러 능력과 안목을 필요로 하는데요, 동문님께서 생각하시는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을 무엇인가요?
큐레이터에게 필요한 자질은 정말 많습니다! 우선 특정한 주제를 발견하고 현재와 미래의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또한 좋은 주제와 전시를 위하여 끊임없이 주변을 탐색하고 조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능력을 꼽으라면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인데요. 그 이유는 큐레이터는 작가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시를 통해 대중과 작가 사이를 연결해주는 브릿지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작가가 대중들과 전달하고자 하는 자신만의 언어와 관람객들이 관심 있고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이 사이에서 양쪽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큐레이터는 원하는 방향대로 작가를 잘 설득시켜 작가의 최대치 능력을 발휘시킴과 동시에 전시를 대중들의 수준에 알맞게 풀어서 프레젠테이션 해야 합니다.
제가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재작년에 있었던 <토드 셀비: 즐거운 나의 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였는데요. 토드 셀비는 세계적인 유명인들의 집을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려 유명해진 작가인데, 전시 기획 중에 토드 셀비의 방을 직접 꾸며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든 섹션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구, 타일, 벽지의 패턴, 색, 재질 등과 같은 디스플레이 구성을 진행하는데 작가, 대중, 시공업체의 모든 니즈들 반영하고 설득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각자가 할 수 있는 정도, 원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이야기를 잘 듣고 잘 전달하고 설득하는 소통 능력이 정말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대림미술관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Jaime Hayon: Serious Fun)> 설치 과정 사진 

Q. 하나의 전시를 위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사실 요즘은 아이디어를 얻기가 정말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5~6년 전만 해도 전시를 통해 표현할 수 있었던 새로운 콘텐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1인 콘텐츠 등을 통한 이미 시청각에 대한 자극은 충분해졌죠. 새로운 것이 많이 생겨났고, 이 때문에 ‘전시’라는 포맷 자체가 새롭고 흥미롭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는 기존의 ‘전시’라는 형태 안에서 새로운 표현 방식을 연구하고, 늘 존재해 왔던 기존의 콘텐츠를 어떻게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지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많이 듣고 보고 느끼려고 노력하는데요.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보려고 하는데, 며칠 전에는 해외 디자인 페어에 다녀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디스플레이 방식과 현 동향을 살피는 경험도 했습니다. 또한 전시 및 문화예술에 관련된 사람들과 만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정보와 아이디어를 캐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Q.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하셨는데, 큐레이터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또한 현재 대림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에 진학할 때는 대학에 가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사실 광고홍보학과만을 바라보고 들어온 건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광고홍보학과에서 배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살리면서 미술을 할 수 있을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때에 미술사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듣다 보니 정말 흥미로웠고 이 분야로 나가야겠다는 확신이 마음속에 딱 들었어요. 학부 2학년 때인데,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큐레이터’라는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학교를 다니면서 각종 문화예술과 관련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휴학 기간 동안 안산의 경기도미술관에서 전시장 지킴이 아르바이트를 했는데요. 그때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관람객의 반응, 미술관 내 교육 프로그램을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졸업 후에 본격적으로 고양문화재단의 전시사업 팀에서 어시스턴트로 1년 동안 일하게 되었는데, 반년쯤 일하다가 학사 수료라는 제 경력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결국 서울대 미술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고, 스물여섯 살에 대림미술관에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취직한 후 3~4년 동안은 어시스턴트 신분으로 일했고, 전시의 주제나 작가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지만 전시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
학부시절 배웠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홍보와 석사 과정에서 배운 문화예술과 경영마케팅은 향후 대림미술관 전시의 홍보방안을 생각하는데도 좋은 밑거름이 되었어요. 그렇기에 수석 큐레이터가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좋은 큐레이터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큐레이터를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전시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사실 한 전시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억에 남지 않는 건 없어요. (웃음) 그래도 꼽으라면 13년도에 진행한 <슈타이들: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 >인데요. 슈타이틀은 세계적인 출판계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분을 만나기 위해 당시 독일 괴팅엔이라는 작은 도시로 향했어요. 슈타이들이 운영하는 출판사 건물 가장 위층에서 그분을 만나러 들어갔는데, 안에는 이미 수많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4~5시간 동안 기다리는 건 기본일 만큼 그를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요, 저희는 아침부터 7시간의 기다림 끝에 그를 만날 수 있었어요. 그간 슈타이틀은 ‘완벽주의’로 유명한 사람인데요, 그를 만나기 위해 오래 기다린 그 시간이 그의 완벽주의적 성향에서 비로소 완성된 하나의 아트워크로서의 완벽한 책에 대해 몸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요.

 

Q. 큐레이터로서, 또는 전시를 총괄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대중이 저희가 의도한 방향대로 감동할 때, 전시를 이해하고 보면서 행복해할 때, 저희는 뿌듯함을 느껴요. 특히 전시를 어려워했던 젊은 사람들이 같이 공감해주고 전시에 오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는 것을 보면 그간의 고생이 눈 녹듯이 사라진답니다.

 

Q. 9년째 대림미술관과 인연을 맺고 있는데요, 안주휘 동문님에게는 ‘대림미술관’이란 어떤 곳인가요?
처음 ‘대림미술관에 입사해야겠다!’라고 마음먹은 이유는, 그 당시 기존 미술관들은 특정한 홍보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대림미술관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대림미술관은 ‘한 번도 미술관에 오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그들이 미술관에 오는 것을 즐겁게 만들어주자!’라는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는 문화예술이 오직 작가의 일방향 소통이 아닌 대중이 공감할 수 있고 상호 소통이 원활할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이러한 저의 비전과 대림미술관이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하여 의욕을 가지고 입사하게 되었고 그것이 9년째 이어질 만큼 여전히 대림미술관을 애정하고 사랑합니다. (웃음)

 

Q. 동문님은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저는 학부 때 ‘미술관’이라는 원하는 분야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하는 성격은 아니었어요. 그렇기에 좀 더 ‘꿈’에 집중하여 현재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경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학년 때부터 미술관, 전시장 관련 자원봉사, 인턴십, 아르바이트 등등을 꾸준히 해왔어요!

 

Q. 지금 계획하고 계시는 일이나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지금 저의 계획은 ‘어떻게 하면 전시가 가지는 한계를 바꿀 수 있을까?’인데요. 전시는 영화, 뮤지컬 등 다른 여가활동이랑은 달리, 직접 움직이면서 작품을 봐야 하고 작가의 말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복잡한 형태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이러한 한계도 깨고 공연이나 영화가 보여주지 못하는 전시만의 콘텐츠와 힘을 보여주는 것도 제 목표 중 하나에요. 또한 어떻게 하면 영제너레이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새로운 트렌드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뭘까라는 생각도 매일 하고 있답니다.

 

Q. 큐레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멋진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이 다니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이게 당장의 전시와 내 생각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과거 경험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지니고 다니면 언젠가는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 와요.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도 당장은 도움이 안 되더라도 미래의 나의 아이디어를 펼치는데 꼭 도움이 되는 순간이 올 거예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직접 경험해보고 한 우물을 깊게 파다 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이화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화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남성과 경쟁을 해야 하고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합리한 일을 겪는 것이 빈번해요. 하지만 저는 이화인의 능력은 어느 분야에서나 뛰어나고, 인정받고 있다고 느꼈어요. 사실 이화는 ‘여성이라 무언가를 못한다’라는 생각을 심어주지는 않잖아요? 그렇기에 진취적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다는 자긍심이 길러집니다. 요즘은 자신의 분야를 전문적으로 경험하여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뽐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언제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마음에 새기세요!
일에 대한 안주휘 동문의 열정이 느껴지는 인상 깊은 인터뷰였습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혹은 큐레이터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화인 여러분에게 안주휘 동문의 이야기가 힘이 되었기를 바라겠습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0기 윤혜인(융합콘텐츠학·17학번), 11기 유재현(뇌인지과학·18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