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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곽현주 컬렉션' 대표 곽현주 동문(장식미술과 97년졸)을 만나다

  • 등록일2018.04.30
  • 6013

지난달 27일 성수동 성수연방에서 열린 <곽현주 컬렉션(KWAKHYUNJOO COLLECTION) 2018 Fall/Winter Off Show>에 이화투데이 리포터가 초대를 받아 다녀왔습니다. 화학공장에서 복합 식,음료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인 공사 현장의 성수연방에 무대를 설치하여 진행된 쇼는 정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삶이란 무엇일까?(Life is...)’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쇼에서는 사진작가 권영호, 뉴발란스, 슈에무라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트렌디 하면서 젊은 감성을 표현했습니다. 슬로건을 이용한 프린트, 체크 패턴의 포인트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럼 ‘곽현주 컬렉션’을 이끄는 주인공 곽현주 동문의 인터뷰를 지금 만나러 가볼까요?


곽현주동문

곽현주 동문(장식미술과 97년졸)


Q 안녕하세요, 선배님.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대 장식미술과를 97년도에 졸업한 디자이너 곽현주라고 합니다. 2000년도에 대학원 졸업 후 회사 생활을 7 년 정도 했고, 지금까지 18 년 동안 강의를 해왔어요. 제 브랜드를 한지는 15 년 됐네요. 컬렉션을 총 30번 했는데 세 번은 외부에서, 27번은 서울 컬렉션을 진행했어요. SBS 프로그램 <패션왕 2>와 <패션왕 3>에 출연하기도 했죠. 레스토랑 ‘테이블 스타’도 운영한 지 7 년이 됐어요. 그 외에도 중국에 컨설팅도 하고 제 브랜드의 세컨드 라인을 온라인 쪽에 주력하는 등 지금도 하고 있는 일이 다양합니다.


Q 지난 3월 27일 또 한 번의 멋진 쇼를 보여주셨는데요, ‘삶이란 무엇일까(Life is)’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오프쇼에서 특별히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우리가 학교를 다니거나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할 때에는 주어진 일만 하면 되고 계획대로 일처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고비가 온 거죠.

이번 성수 연방에서 쇼를 진행할 때도 공사가 완공된 상태에서 할 줄 알았는데, 석면공사 허가가 늦게 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어요. 조명은 3m 위에서 쏴야 그림자가 안지기 때문에 파이프 비계도 다시 설치하고 모든 공간을 다시 만들게 되었어요. 돈이 예산보다 더 들었죠. 이것 말고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컨디션을 조율해야만 일이 진행 가능한 것처럼 요즘에는 정말 계획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즉, 삶을 멀리서 놓고 바라보니 돈으로도, 시간으로도, 노력으로도 안되는 일이 많은 거죠. 그래서 내 삶이란 무엇일까 하고 객관적으로 돌이켜 보기 위해 이런 주제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쇼를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고통 속에서 꽃이 피어서 그런가.(웃음) 반응은 역대급으로 좋더라고요.


Q 본교 장식미술과를 졸업하셨는데 언제 어떻게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양장점에서 옷을 맞춰 입고 그랬어요. 인형 옷을 어떻게 만들면 좋겠냐고 양장점 언니한테 물어봤는데 원 두 개를 오려서 가운데에서 집어 올리니까 360도 플레어 드레스가 되더라고요. 거기에 뿅 갔죠.(웃음) 옷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원단을 가지고 놀고, 뜨개질도 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미화부장 같은 것도 도맡아 했어요.


미술을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그리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시장에서 직접 원단을 사다가 옷에 꿰매서 입어도 보고 그랬거든요. 숍을 차리게 된 것은, 다니던 회사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때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서 제 논문 주제였던 밀리터리를 가지고 2003년부터 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면서 부터였어요. 그리고 당시 신진 다자이너 컬렉션에 참여해서 2 년 동안 쇼를 하고 서울 컬렉션 데뷔를 했죠.


Q '곽현주 컬렉션’이 지향하는 방향 또는 이미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파워풀하고 매력 있는 것이에요. 이성이 봐서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입었을 때 매력 있는 것이 좋더라고요. 남자들은 저희 옷을 입으면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자기 매력을 표출하고 싶을 때 입으면 좋아요. 또 저는 비현실적인 것을 싫어해요. 너무 아방가르드 한 것이나 화장도 지나치게 과장된 것은 싫거든요. 그래서 현실적이면서도 당당하면서 파워풀한 여성의 이미지를 많이 내세우는 것 같아요.


Q 디자이너로 참여했던 여러 활동(방송 출연, 의상 제작 등)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충격적이었던 일이 있는데, 슈퍼주니어 <미인아> 앨범 활동 때였어요. 한 사람당 3 피스면 10 명만 해도 30 벌인데 일주일에 음악방송이 3차례 있었어요. 총 90 피스가 필요한 것이죠. 그런데 슈퍼주니어 팬들이 굉장히 적극적이어서 (웃음) 멤버가 바지 한 번 끌어올리면 ‘바지 사이즈가 안 맞다’, ‘디자이너는 떠나라’ 이런 식으로 하루에 몇천 명이 악플을 달았어요.


그런가 하면 <패션왕>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남아요. <패션왕 2>에서 광희 씨와 함께했었는데 덕분에 40 년 넘게 서울에 살면서 한 번도 타보지 않은 한강 유람선도 타보고 승마장에서 말도 타고, 초등학교 이후 가보지 않은 동물원에도 갔고 그곳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어요. <패션왕 3>를 함께했던 씨엔블루 정신 씨와도 동해에 가서 회도 먹고, 카누도 탔었는데, 그때의 시간들이 힘든 일상에서 잠깐이나마 힐링이 되었었던 게 너무 기억에 남아요.


Q 여성 디자이너로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희 세대에서 여성 디자이너로서 살아남은 사람이 많지 않아요. 남자 디자이너들이 서로 이끌어주는 부분이 조금 있기 때문에 여자 디자이너는 뭘 해도 관심받기가 힘들더라고요. 실력이 정말 좋아도 눈에 띄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여성복 시장이 더 크잖아요. 희한한 일이죠. (웃음)


좋았던 점으로는 뿌듯함인 것 같아요. 유명한 연예인들에게 옷을 입히면서 느끼는 뿌듯함도 있고, 일반인이더라도 제가 만든 가장 심플한 옷을 입고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김연아 선수 옷도 디자인했었는데, 제 옷을 입고 피겨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제가 디자인한 옷으로 표현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너무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이화에서의 시간들을 떠올려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활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 한 교수님께서 저보고 돌체가바나가 생각난다고 했어요. 호피무늬를 좋아하고, 뷔스티에나 용 재킷 같은 것 입고 다니고, 검정 립스틱에 머리는 또 엉덩이까지 길렀거든요. 교수님은 저보고 열심히는 하는데 욕구불만이 있냐고 하셨어요. (웃음) 그때만 해도 목에 리본 달고 가슴에 이대 배지를 달고 다니는 이대생의 이미지가 존재했었기 때문에 제가 달라 보였나 봐요.


수업 시간에 대한 기억으로는 다른 학생들이 과제를 안 해오고 저 혼자 해갔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저는 예고를 나온 것도 아니어서 간절함이나 목마름이 있던 사람이라 교수님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중요했어요. 일주일 내내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보여드리고 발전해나가는 게 좋은 거예요. 그 뒤로 한 번은 교수님과 사진을 찍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현주야, 넌 뭐가 돼도 될 거야.”라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는데 그 한 마디가 저에게 오래도록 힘이 되었던 기억이 있기도 합니다. 마치 명언처럼 그 말씀 한 마디가 머릿속에 새겨지더라고요.


Q ‘곽현주 컬렉션’의 옷들은 여러 연예인들이 입기도 했습니다. 패션 분야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저는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짧게 짧게 경험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일을 계속하면서 생기는 노하우가 있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발전해 있어요. 패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더라고요.


Q 본인에게 있어 이화 DNA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딜 가나 이화여대에 대한 자신감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단순히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 만나는 이화여대 졸업생들을 보면 대부분 훌륭한 인재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에요. 그 밑바탕에는 각자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이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이화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화인들 간의 교류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물론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화인들 간의 교류의 장이 지금보다 더 넓어지면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것과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아질 것 같아요.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주고, 도움받을 수 있는 것은 받고 하면서 더 많은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노력만으로는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곽현주 동문처럼 가장 자신 있는 일을 통해서 삶을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끝으로, 바쁜 일상과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시간 속에서 언제라도 잠시 멈춰 서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합니다.


이화투데이 리포터 김시완(융합콘텐츠·16), 정희우(국어국문·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