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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운명처럼 살아온 육심원 동문(동양화·96년 졸)

  • 등록일2015.03.24
  • 5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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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드라마의 줄거리만큼 주목받았던 것은 주인공 장나라가 그렸던 그림이었다그림 속 캐릭터들의 사랑스러운 표정과 따뜻한 색채로 시청자의 눈길을 한순간에 사로잡았고방송 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랭크되기도 했다이에 제작진은 극중 그림들이 작가 육심원 동문(동양화96년 졸)의 그림임을 밝혔다소심하고 내성적이던 주인공이 프랑스 유학 후 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성격으로 재탄생한 뒤 그리게 되는 그림으로 육심원 작가의 그림이 적격이었다는 것이다. TV 광고문구 상품으로 익숙한 브랜드 육심원은 2005년을 시작으로 어느덧 10년째 국내외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모든 여자들의 마음속에 내재된 공주를 그린다는 육심원 동문을 The Ewha가 삼청동 갤러리에서 만났다.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브랜드 '육심원'이 색다른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했습니다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4년 전부터 이런 내용의 드라마를 제작하고 싶다고 저희 쪽에 이야기가 왔었는데 드라마 제작이 계속 무산됐었어요그러다가 이번에 제작됐는데단순히 저희 제품들이 간접 광고로만 등장하면 재미가 없었겠지만스토리상 우리 브랜드가 보다 의미 있게 들어가는 설정이다 보니 함께 하게 됐습니다(드라마 인기를 실감하시나요?방영 이후에 전시회에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갤러리 직원들이 밥도 못 먹을 정도였죠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라가기도 했어요새삼 드라마방송이라는 것이 굉장한 위력이라는 걸 느꼈어요.

 

-동양화과를 졸업한 정통 미술학도신데 캐릭터를 만들어 상품화하고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졸업전시를 인사동에서 했는데 그때 한 갤러리의 대표가 찾아와서 다음 전시는 본인과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물었어요그렇게 전속 계약을 했고두 번째 전시를 하게 됐전시를 거의 한 달 정도 길게 했는데 전시회 카탈로그가 완판이 돼서 3번을 다시 찍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한다면 사업으로 시도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죠그리고 카탈로그라는 게 일단은 좋아서 가져가지만, 가져가고 나면 다음날 책꽂이에 꽂혀서 잊히거나 사장되어 버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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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일 년 내내 내 그림을 책상 위에 놓고 항상 그 그림을 보게 하자’는 마음으로 달력을 제작하게 됐어요달력은  한 번 선택하면 1년 내내 보잖아요그렇게 달력을 만들다 보니 다이어리를 만들게 되었고서서히 제품들이 늘어난 거 죠.


-'육심원'의 캐릭터들은 이름은 물론이고 생일별자리,혈액형 등이 구체적으로 설정되어있습니다혹시 실존 인물이 있나요?

 

실존 인물은 아닙니다전 그림을 그릴 뿐이고그걸 마케팅하는 부분에서 이름과 생일, 별자리 등 스토리가 만들어진 거죠제가 구체적으로 설정한 건 아니에요제가 정한 게 딱 하나 있다면무조건 다 공주라는 거예요. (웃음제 공주들제 공주 새끼들이죠(혹시 작가님 본인을 대상으로 한 캐릭터가 있나요?딱히 이건 나고 이건 내가 아니고 그런 게 아니라 얘네들이 다 제 모습인 거 같아요우리 안에는 정말 다양한 모습이 있어요섹시하거나 청순하거나 장난꾸러기 같거나 수줍음을 타거나 등등그런 것들을 캐릭터 하나하나로 표현을 한 것이지 누구 한 사람을 정해놓은 건 아니에요. (육심원 나라의 남자 캐릭터는 왜 루이’ 한 사람뿐인가요?) 저는 제가 느낀 감정들제가 본 것들제 주변에 있는 친구들을 소재로 해서 그림을 그려요근데 남자는남자들이 뭘 느끼는지 제가 알지 못하니까 많이 그릴 수가 없어요루이의 경우엔 제 남편이 좋아하는 모습을 그린 거예요만약에 제가 아들을 낳게 된다면 그 아이의 어떤 모습을 떠올리며 그릴 수도 있겠죠.

 

-사랑스러운 표정을 가진 캐릭터들을 그려내는 선배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어떤 모습을 그리고 싶을 때가 있으면 저도 그런 모습으로 그림을 그려요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은 캐릭터를 그리고 싶으면 저 스스로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거죠차분하고 우수에 젖은 표정으로 그리면 그런 표정을 한 그림들을 그리게 돼요. 그런데 이런 그림을 그리다보면 정말 우울해지는 것 같아서 계속 밝은 모습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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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전공이 '육심원' 캐릭터들을 그리는데 도움 준 것이 있나요?

 

제가 동양화를 전공해서 1)분채라는 재료를 알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입시 준비를 하면서도 분채라는 재료를 몰랐는데동양화를 전공하며 알게 됐죠분채가 주는 느낌은 매우 특별해요분채로 그림을 그리면 은은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또 굉장히 강하게 발색이 돼요분채는 강하지만 유화처럼 터프한 느낌은 아니고맑고 깨끗하지만 수채화처럼 연약한 느낌은 아니죠분채는 굉장히 따뜻하면서도 강해요유화와 수채화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는 재료라고 생각해요그래서 다른 어떤 재료보다도 제 그림의 주제와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

1)분채: 안료의 종류 중 하나로 가루로 되어 있고 아교를 섞어서 물에 개어 사용함.

 

-평소 좋아하는 미술 작가나 영감을 받는 캐릭터가 있다면요그리고 굳이 미술이 아니어도 좋아하는 문화 분야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특별히 누구를 좋아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정말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피카소에요그 외에도 자기 직업을 가지고 평생을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또 제가 인물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인물을 그리는 작가들에게서 배울 점이 참 많은 것 같아요그리고 전 뮤지컬을 참 좋아해요만약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뮤지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을 정도로 좋아했어요뮤지컬을 보며 느끼는 즐겁거나 행복한 감정들이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많이 준답니다.

 

-육심원 아트샵의 제품들은 문구류부터 가정용품까지 정말 다양한데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현재 제품의 80% 이상이 패션 잡화 쪽인데 그 쪽으로 보다 전문적으로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이를테면 지금 의류는 티셔츠밖에 없는데 아우터 등 조금 더 다양한 제품을 시도하고 있어요그리고 가구 쪽에도 조금씩 진출하고 있구요저희는 생활에 쓰이는 모든 것들에 진출하고 싶어요지금 가로수 길에 카페가 오픈될 예정인데카페에 쓰이는 전등이나 가구를 만들면서 그런 것들을 상품화할 계획이에요이렇게 우리 상품을 가지고 카페도 만들고또 더 나중에는 호텔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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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열렸던 전시회의 타이틀이 '치유'인데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요 근래에 정말 암울한 일들이 많았잖아요모든 사람들이 정말 침울했던 거 같아요즐거운 일도 즐거워할 수 없을 정도로 온 국민이 상처를 받았죠그래서 제 그림을 보는 관객분들이 기분을 전환시키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치유'를 콘셉트로 잡게 되었습니다(작가님의 그림과 캐릭터들을 보며 따뜻함과 위로를 얻는 사람들을 보면 어떠신가요?) 그게 바로 저의 보람이죠제가 그림을 통해서 대화를 시도했는데 보는 분들 입장에서 공감해주시면 저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전시를 보려고 먼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뿌듯하고 큰 보람을 느껴요그래서 다음 달에는 부산에서 전시를 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요?

 

저희 매출의 80%가 중국이에요저희 제품들이 조금 튀는 편이라 한국 사람들은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어요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저 사람이 하는 걸 나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반해중국 사람들은 저 사람이 안 하는 걸 내가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그런 면에서 중국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그리고 중국 사람들이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하고요저도 반응이 좋아서 놀랬어요올해 중국에 매장을 하나 오픈했고계속해서 늘려갈 계획입니다.

 

-2005년 교보문고 입점을 시작으로 10여 년간 큰 사랑을 받아오셨는데그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그리고 그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번에 나온 다이어리가 열 번째 다이어리에요참 의미 있는 다이어리이고다이어리를 제작하면서 벌써 10년이 됐나하면서 굉장히 뿌듯했죠근데 생각해보면 딱히 막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고힘든지도 모르고 살아왔어요힘든 것조차도 그냥 그것 자체가 즐거움이었어요정말 일에 푹 빠져서 살았던 것 같아요그래도 힘들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체계적인 기획과 준비가 없었다는 점이에요. 자본금을 만들고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시작한 게 아니라전시를 하다 반응이 좋아서 다음 전시 때 카탈로그 대신에 달력을 팔자’하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힘든 점이 있었죠갑자기 시작한 거니까 처음에는 별도의 직원도 없이 일을 했어요.제가 직접 배송도 하고 CS도 담당하고 인터넷에 글도 올렸어요모든 잡일들을 다 했죠빈 박스 주우러 다니기도 하고… 근데 저는 그런 일들이 참 재미있었어요. ‘내가 그림 그려야 하는데 왜 이런 것들을 주우러 다니나.’ 이런 생각을 안 했어요전혀 힘들지 않았어요성공을 하려면 내가 이런 거까지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달려들어야 해요그러다 보면 아무리 하찮은 일이어도 얻는 게 있거든요하찮은 일을 하찮게 하는 사람은 그것으로 끝나지만하찮은 일을 열심히 해서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어요그게 중요합니다.

 

-학부 때도 풍경화보단 인물화를 많이 그리셨나요?

 

그랬죠근데 그때 그린 그림은 지금 그림과는 달리 조금 얌전했어요그때 동양화과 분위기가 주로 수묵 추상화를 그리는 분위기였거든요. 구상으로 인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눈치 보이는 상황이었죠제가 그린 인물화들을 보며 이게 그림일 수 있는 건가하는 고민을 했어요그렇다고 수묵 추상화를 그리려고 해도 마땅히 그려지지도 않았어요그래서 저는 난 이거밖에 안 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제가 그리고 싶은그리고 잘 그릴 수 있는 그림들을 그렸어요그리고 그게 결국 오늘의 육심원을 만들었죠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 및 대학원 시절이 궁금합니다어떤 학생이셨나요?


이미지5 전 정말 평범했어요제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몰랐고뭘 해야 되는지도 몰랐어요. 고민이 참 많았죠. 20대 때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방황을 했고 꿈도 없었어요근데 매 상황에서 뭐든지 열심히는 했던 거 같아요그리고 소개팅을 정말 많이 했어요.(웃음) 90년대 초반의 학부생들은 그렇게 열심히 살진 않았어요. 제가 졸업하고 90년대 후반부턴 학교가 공부하는 분위기가 됐는데우리 땐 노는 분위기였거든요그렇게 학부 때 열심히 놀다 보니까 졸업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인문계 학생들도 졸업을 앞두고 암담하지만미대생은 더 암담하거든요취직을 하고 싶다고 뜻을 정한 것도 아니고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는데아는 분 소개로 중학교에서 2년 동안 임시 교사를 하게 됐어요일을 하다 보니 '대학원에 가서 그림을 계속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대학원을 조금 늦게 들어갔어요대학원에선 정말 열심히 그림을 그렸어요대학원에선 교양수업도 별로 없으니까 정말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거든요

 화가로 사는 게 이런거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그때가 제 평생 최고로 그림을 열심히 그렸던 것 같아요지금의 내공이 그때 쌓였다고 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이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엔 사회적으로 꿈이 있어야 한다’, ‘목표를 크게 가져야 한다고 강요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근데 그런 것에 너무 압박받을 필요는 없어요나를 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거거든요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특별한 꿈이나 대단한 목표를 가지지 못한다고 반짝거리는 젊은 시절을 우울하게 보낼 필요가 없어요물론 결코 낭비하고 살진 말아야 해요한 시간 한 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해요놀아도 알차게 놀아야 하죠모든 순간에 이걸 하면 안 되는데’, ‘이 시간에 다른 걸 해야 하는데’ 이렇게 굴지 말고 무엇이든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해야 해요만약 전업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면자기가 계속 그림을 그리는 게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스스로를 성찰해봐야 할 것 같아요그리고 작가가 된다면 자기 자신다운 그림을 꾸준히 그리는 게 중요해요그리고 그림 그리는 것도 프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예술가다라는 생각으로 포장하지 말고직업의식을 가지고 그림을 정말 열심히 그려야 해요.


* 출처 : 이화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