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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방송계] 여기자 최초의 중앙일보 정치부 부장 이정민 기자(경제·83 졸)

  • 등록일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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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인식과 지위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여성의 지위는 남성과 동등하지 못하다. 요새는 젊은 여성 언론인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언론인으로서 여성이 소위 ‘승진’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 12월 말, 중앙일보에서 파격적인 인사발표가 있었다. 정치부 18년차 이정민 기자(경제·83년 졸)를 정치부 부장으로 발령한 것. 언론계 우먼파워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중앙일보 정치부 부장 이정민 기자를 The Ewha에서 만났다. 이정민 기자의 성공 스토리에 귀 기울여보자.

 

소위 ‘4대 메이저 신문사’ 중 여기자가 정치부 부장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알고 있다. 소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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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처음 수습기자로 중앙일보에 입사해 쭉 기자생활을 해왔다. 20여 년의 기자 생활 중 보람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기자의 업무라는 것이 아침 9시에 출근해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할 수 있는 고된 일이다. 성실하게 일해 온 경력이 높이 평가된 것 같다.

 

곁에서 나를 도와주고 믿어준 주변 동료들, 선배들께 감사하다는 말도 함께 전하고 싶다. 중앙일보에서 최초로 여성 부장이 나오게 된 것에는 홍석현 회장의 경영철칙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홍석현 회장은 인사고용에 있어서 철저히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을 경영철학으로 삼는다. 여기자에 대한 차별 없이 능력에 따라 모두가 공평히 평가받을 수 있는 사내의 환경이 나를 비롯한 많은 여기자들에게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었다.

 

 

정치부에서 기자생활을 하려면 배짱이 두둑하고 겁이 없어야 한다던데 사실인가?

 

정치부 기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기자라면 기본적으로 배짱이 두둑해야 한다. 그러나 기자를 단순히 ‘배짱이 있고 겁이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기자에게 있어서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훈련시키고 성장하려는 노력이다. 또한 기자의 글은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자기 기사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중앙일보 정치부의 일상이 궁금하다.

 

신문사, 특히 신문사 내에서도 정치부의 일상은 매우 바쁘고 빠르게 돌아간다. 시시각각 정치관련 사건들이 터지고 사건의 국면이 바뀌기 때문에 끊임없이 예의주시해야 한다.

 

우선 기자들은 모두 9시에 출근을 해서 바로 각자의 출입처로 간다. 정치부의 출입처는 청와대, 총리실, 감사원, 국회, 정당 등 정치계 관리들이 있는 곳들이다. 출입처에서 그날 일어난 사건들을 조사한다. 조사된 내용을 바탕으로 편집회의에서 신문에 들어갈 기삿거리를 정한다. 기삿거리들이 정해지면 기자들은 사건을 취재해 기사를 작성한다.

그 후 기사데스킹이 이루어지는데 완성된 기사들은 편집부로 넘어가 조판을 시작한다. 편집부에서는 지면상에서의 기사의 위치, 기사의 제목, 사진 등을 결정한다. 확인 작업을 거쳐 오후 6시 30분 경 1차 마무리를 끝낸다. 그 후로도 일반 용지에 프린트해보는 대장단계와, 면배치 조정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최종판을 신문용지에 인쇄하게 되는데 시간은 보통 밤 11시 30분에서 12시 사이다.

 

그 이후에도 특종기사나 특보가 생기면 ‘돌판’이라고 해서 진행 중이던 인쇄를 멈추고 기사 배치부터 새로 하는 돌판작업을 해, 서울 시내에 돌판된신문을 공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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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중앙일보 정치부는 토요일 하루만 빼고 24시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언론계에서 여기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자로 일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직도 언론계 곳곳에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현재는 국회 출입기자의 절반이 여기자인데 반해 내가 처음 입사할 당시만 해도 언론계에서 여기자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당시에는 메이저 신문사에서도 여기자는 단 한 명씩만 국회에 출입시키기도 했다. 운 좋게 메이저 신문사에 입사하더라도 여기자들은 정치부나 경제, 사회부서가 아닌 문화부에만 배치되던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중앙일보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중앙일보는 다른 언론사보다 먼저 많은 여기자들을 채용하고, 전진 배치했다. 승진에 있어서도 능력을 우선시한다. 현재 중앙일보에 소속된 기자 중 여기자는 무려 25%를 차지한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분명한 것은 여성 언론인에 대한 인식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지금도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여성 정치부 부장이 된 것도 그 깨어진 유리천장 조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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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는지?

 

1998년, 박근혜 대통령, 당시 국회의원을 만나 인터뷰했던 때가 기억난다. 18년간의 칩거 생활을 끝내고 다시 정계로 돌아온 그녀에 대해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던 때였다. 모든 언론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었을 것이다. 나는 당시 한나라당 출입 기자였는데, 여기자여서였는지 가장 처음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다. 지금은 책으로 나와 많이 알려진 이야기들을 처음 들었던 것이 바로 나다. 2004년 당시 야당이었던 한다라당이 천막 당사를 차렸을 때,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이 당대표직으로 있었는데, 마침 나는 야당 반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그렇게 이어오고 있다.

 

88년 처음 기자로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꼭 지키고자 했던 기자로서의 신념 혹은 원칙이 있다면?

보통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일을 하지만 우리는 회사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주로 자기 출입처에 상주한다. 그러다보니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친해져 정치적으로 편향이 되기 쉬운데,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을 유지하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자기가 기자라는 생각, 즉 독자에게 충성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안 된다. 한쪽 면만 계속 보지 않도록,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늘 생각해야 한다. 자기정체성과 사명감을 잃어버리는 순간 기자는 도구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이화에서 공부하며 쌓은 지식이나 경험이 기자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된 점은?

 

이화여대 학생들은 누구나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살 것을 교육받고,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선배들이 롤모델이 되어준다. 나 또한 이화에서 온전히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았다. 학교 안에 있을 때에는 사실 학교가 그런 삶을 살도록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밖에 나와서 보니 여학생에게 그런 교육을 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재미있는 것은 사회에 나와서 일을 하다보면 이화인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의존적이지 않은 사람은 십중팔구 이화 출신이다. 나는 이것이 이화DNA라고 생각한다.

 

언론인을 지망하는 이화인들을 위해 신입기자가 꼭 갖추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조언 부탁드린다.

 

기자에게 필요한 4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취재력이다. 기자는 특종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자에게 취재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은 같은 메시지라도 보다 효과적으로, 세련되게 전달할 수 있는 문장력이다. 인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인데, 특종은 곧 정보이고, 정보는 사람을 통해 흐르기 때문이다. 높은 가치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과 호흡하는 능력이다. 기자라면 독자들에게 필요한 뉴스, 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뉴스가 무엇인가에 대해 항상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뉴스의 가치를 정하는 기자의 판단력이고, 정치부에서는 이것을 정치 감각이라고 부른다.


* 출처 : 이화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