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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 당선자 김세린(미술사학과, 2011년 석사 졸업)

  • 등록일2015.03.23
  • 4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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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으로 접어드는 입춘이 보름이나 지났지만, 아직 어린잎보다 세찬 겨울바람이 더 가까운 2월이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는 우리에게 따뜻한 봄소식은 문예계에서 먼저 날아왔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에 김세린(미술사학과, 2011년 석사졸업) 씨가 당선된 것! 김세린 씨는 소통과 시선이라는 키워드로 한국 공예문화와 역사에 대한 글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두 살 배기 아이의 엄마이며, 자칭 ‘초보’ 미술사학도, 또 신춘문예 등단 평론가, 여전히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진행형 학생’인 반전 매력의 소유자 김세린 씨를 The Ewha에서 만났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 수상을 축하드린다. 수상소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아직도 얼떨떨하다. 석사학위를 딴 지 2년밖에 되지 않았기에 더 배워야한다고 생각했다. 아이까지 출산하고 나니 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더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막혀버린 상황이었다.

 

나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신춘문예 모집 광고를 보고 이 대회나 나를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욕심 없이 지원했는데 상까지 받게 돼 기쁨도 크고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크다. 미술평론에 등단하게 돼 앞으로 현장에서 글을 쓸 일이 많아질 텐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기반을 잘 다져서 앞으로도 내 글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미술사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학문인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린다.

 

흔히 미술사학이라 하면 단순히 오래된 미술품들을 연구하고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미술사학은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작가, 작가의 행적과 정신세계, 시대적 사상과 문화 등 작품과 관련된 총체적인 것들을 추론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사학은 단순히 순수예술로서의 미술이라기보다 역사, 철학 등 다른 학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복합적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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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글은 어떤 주제와 내용을 다루고 있는 내용인지 궁금하다.

 

공예품을 제작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간의 시선과 소통의 변화에 따른 공예문화의 변천사에 대해 썼다. 조선시대의 공예는 현대의 공예와 달랐다. 조선시대의 공예는 실용성을 극대화해 실생활에서 쓰일 수 있는 물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때문에 조선시대의 공예가는 소비자의 요구사항에 맞춰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반면 현대의 공예품은 사람들에게 값 비싸고 귀한 예술품으로 인식된다. 사실 공예품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침투되어 있었는데, 어느새 우리에게서 멀리 동떨어져 버렸다. 바로 이런 점에서 현대 공예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것을 글로 쓰려고 노력했다.


공예품에서 ‘소통’과 ‘시선’이라는 두 가지의 키워드를 발견한 점이 신선하다.

 

2008년에 이화인문과학원에서 조교로 일을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사실 조교 일을 하기 전에는 사서나 유물을 공부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무지했고 관심도 크게 없었다.

 

내가 조교로 일했던 이화인문과학원은 미술사학을 비롯한 다양한 전공 교수님들이 모여 인문학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국내, 국제 학술대회를 통해 발표하는 곳이다. 하나의 주제를 연구하더라도 교수님들은 전공 분야에 따라 시각이 달라서, 여러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구 결과를 도출해냈다. 처음에는 단순히 조교로 일을 시작했다가 점차 다양한 학술대회와 콜로키움을 접하며 이런 연구 방식에 흥미를 갖게 됐고, 나의 연구에도 접목시켜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2009년 이화인문과학원에서 ‘인문학적 시각으로 본 인터페이스’라는 학술대회가 열렸는데, 그 때 사회나 인터넷 세계의 연결을 의미하는 인터페이스를 미술사학에 접목시킨 전혜숙 교수님의 논문은 정말 놀라웠다. 대중문화에 적용되는 인터페이스를 마술사에도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런 아이디어를 대학원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거나 논문을 작성할 때 적용해보기도 했다. 이번 글의 키워드인 시선과 소통 역시 그러한 시도 중의 하나다.

 

또 하나는 존 스토리의 ‘대중문화와 문화이론’이라는 책을 보다가 대중이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과 소통이라는 개념을 공예에 적용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통적인 순수미술은 규범을 상실한다. 다양한 미디어와 미술형식들이 점점 거 상호작용하게 되고 미술적 표현이 더욱 멀티미디어적으로 접근해야 된다는 생각은 너무나 중요하다."라는 앤디워홀의 말이 글을 쓰는 동기가 됐다고 했는데 이 구절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궁금하다.

 

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문제의식이 바로 이 구절에 담겨있다. 앤디워홀이 말하듯, 예술가가 너무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어 순수미술만을 추구하게 되면 그 작품은 규범을 상실하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예술이라는 것은 대중, 즉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며 동시에 제작자 고유의 예술세계를 반영하는 밸런스를 잘 유지할 때 비로소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공예예술은 순수미술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대중과 단절되어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 공예사가 점차 잠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공예라는 예술분야가 멀어지고 사라져가는 것은 내가 공부하고 있는 학문이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현대공예문화에 어떠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공예문화가 다시 활기찬 비상을 하기 위해서는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 노력해야한다. 공예의 본래의 의미는 ‘기능과 장식을 조화시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이다.

 

현대 공예가들은 지나치게 순수예술을 추구하며 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내세우는 경향이 강하다. 계속해서 대중과 가까워지려 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세계만을 고집하게 되면 공예의 본래의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공예가는 장인의 자부심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동시에 소비자는 공예를 너무 고루하고 예술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아름답고 실용적인 우리나라 전통 미술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먼저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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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의 수상비결과 다른 작품과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큰 특징은 실질적인 글이라는 점이다. 개념적인 글보다 자료에 입각한 사실적인 글을 쓰고 싶었다. 현장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사서(史書)를 많이 읽고 참고했으며, 현장을 열심히 다니며 자료를 수집했다.

 

공예라는 다소 독특한 주제도 수상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미술평론은 회화나 설치미술 분야가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공예에 대한 비평은 전무하다. 전공인 한국 공예사를 살려 글을 쓴 것이 심사위원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

 

또 한 가지 비결은 이전 수상작들을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전 수상작들을 살펴보며 심사위원들의 경향을 파악하는데,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이전의 수상작들을 읽으면 비슷한 글을 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자유롭게 내 생각대로 글을 썼다. 그 결과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글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글 잘 쓰는 노하우가 있다면?

 

나만의 습관이 있다. 글을 쓰기 전에 커다란 스케치북을 펴놓고 생각나는 아이디어들을 브레인스토밍 하듯 적는다. 거의 낙서에 가까운 이 짧은 노트들이 나의 글감이 된다. 아이디어들을 거침없이 적다 보면 어느새 아이디어들 간의 연결선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연결선에 맞추어 다시 생각들을 정리하고 추가하다보면 어느 정도 글의 뼈대가 완성된다. 그 후에는 글쓰기가 쉬워진다. 만들어 놓은 뼈대에 살만 붙이면 되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낙서’ 작업을 하고 글을 쓰게 되면 글에 일관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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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에서 공부한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커리큘럼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미술사학이라는 학문이 독립적인 학문이 아니라 다른 학문들과의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다양한 과목을 들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부터 지도교수님이 정해지는 타 대학의 대학원들과 달리 이대 대학원은 3학기 때 지도교수님이 지정되는데, 이런 특징도 한 몫을 했다. 내가 선택한 전공과목만 듣는 것이 아니라 지도교수님이 정해지기 전까지 다른 미술 분야 과목을 다양하게 들었다.

 

미술사학도의 꿈을 가지고 있는 이화인들에게 격려와 조언 부탁드린다.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미술사학이라는 학문을 배우기 시작할 때 열린 마음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사학은 ‘열린 학문’이다. 단순히 예술작품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각도에서 작품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이 미술사학도의 역할이다. 때문에 미술 관련 과목뿐만 아니라 철학, 사학,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흡수하고자 하는 열려있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미술사학도는 끊임없이 필요한 공부를 찾아서 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부지런함을 갖추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아직은 스스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배워야할 것도 많고 이론도 더 쌓아야 한다. 그래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공부를 더 하고 싶다. 내가 공부한 공예사와 이론을 바탕으로 미술평론가로서 공예에 대한 글도 꾸준히 쓸 계획이다. 또, 미술사가로서 전통공예기술에 대한 연구를 하고 현장을 누비며 글과 연구로 전통 공예의 저변확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 출처 : 이화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