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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화인상 수상자 최재명 동문(사회사업학과·66년 졸)

  • 등록일2015.03.23
  • 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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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화인상’은 이화여대 총동창회가 매년 그늘진 곳에서 나눔과 섬김의 이화정신을 실천하는 동창을 발굴해 수여하는 상으로 지금까지 8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2012년의 ‘아름다운 이화인상’ 수상자는 정신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 데 헌신해 온 최재명(사회사업학과·66년 졸업) 경산복지재단 이사장을 선정했다.

 

최재명 경산복지재단 이사장은 아동복지, 가정복지 사업 등의 사회사업 현장에서 정신적 물질적 교육을 지원하며 40여 년 동안 사회복지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1년 경산복지재단을 설립, 만성 정신장애인들의 요양시설의 운영을 시작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귀시설 ‘사랑밭 재활원’을 운영해오고 있다. 그 외에도 소외받고 힘없는 노인들을 위한 ‘다정마을 노인요양시설’, 경기도 저소득층 가정 학생들을 위한 학자금 지원 사업인 ‘애전 장학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아름다운 이화인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수상 소감은?

이미지2 매우 기쁘고 이화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1966년에 사회복지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60년대에는 이대를 나왔다고 하면 굉장한 엘리트 여성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로 일하려고 보니 이대 졸업생에 대한 그런 이미지가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했다. 사회복지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누구보다 더 먼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사람인데, 정작 사람들이 나를 의식하고 예의를 갖추려고 하다 보니 일을 할 때 매우 난감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내가 이대 출신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고 일했다. ‘아름다운 이화인 상’을 받고 보니, 지금껏 내가 살아온 삶을 이화가 칭찬해주는 것 같아 더욱 자부심을 느낀다.

 

1960년대 이화는 어떤 모습이었나?

 

1960년대의 이화는 낭만이 넘치는 캠퍼스였다. 지금의 ECC가 있던 자리에 넓은 운동장이 있었는데, 전교생이 모여서 운동회를 했었다. 나는 달리기를 꽤 잘해서 단대 대표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남학생 한명이 학교에 들어오면 설레는 마음에 얼굴을 붉히던 여학생들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 또 요새처럼 추운 겨울에는 친구들과 학교 앞 우동 가게에 들러 튀김가루를 한 움큼 넣은 우동을 호호 불며 나누어 먹기도 했다.


학창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나? 그때의 꿈을 이루었는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이대 도서관학과(현재의 문헌정보학과)에 진학해 도서관 사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도서관학과의 경쟁률이 높아서 아쉽게 도서관학과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2지망으로 선택한 사회복지학과로 합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회복지학과로 들어가고, 사회복지가가 된 것이 나의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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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도 독서를 좋아한다. 나중에는 사람들과 함께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북카페를 동네 근처에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사회복지학과에서 사회복지가의 꿈을 키운 것인가?

 

물론 전공 수업의 영향도 컸지만, 사회복지학과라는 전공을 선택한 데에는 집안환경의 영향도 컸다. 나의 부친 역시 사회복지가로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셨다. 어렸을 때부터 가까이서 나눔과 봉사의 삶을 실천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라 사회복지가로서의 삶이 낯설지 않았다. 또 슈바이처 박사 같은 위인들이 전기를 읽으며 나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

 

가까이서 본 정신장애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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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들은 마음에 병이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정신분열증, 조현병이라는 병명으로 많이 불리는 병이다. 평범하게 생활하던 사람들도 과도한 스트레스로 조현병을 얻기도 한다. 보통의 일상을 살던 사람들이고, 또 고학력에 손재주와 기술이 좋아서 원래의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편견 없는 시선이다. 조현병은 불치병이 아니며,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병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들을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고 기피하며, 이들에게 또 마음의 상처를 준다. 

우리 시설에 있는 식구들을 비롯한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편견 없는 따뜻한 시선을 원한다. 그들이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돕는다면, 더 많은 조현병 환자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마음의 병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가로서 일하며 보람과 기쁨을 느낄 때가 있다면?

 

다시 말하지만, 조현병은 불치병이 아니다. 열심히 치료받고 노력해서 완치되는 식구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환자가 치료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노력해야 개선되고 완치될 수 있다. 몹쓸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버려지거나 경제적 여건이 열악해 우리 시설에 들어온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회복해 사회로 돌아갈 때 힘들고 어려운 기억들이 눈 녹듯 사라지며 가장 큰 기쁨을 얻는다.

 

반대로 복지재단을 운영하며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조현병 환자들은 보통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생활을 하면서 큰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아 후천적으로 마음에 병이 생겼을 뿐이다. 우리 시설에서 지내는 식구들의 꿈을 이루어 주지 못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 우리 식구들의 꿈은 지극히 평범하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일을 해서 돈을 버는 평범한 일상을 꿈꾼다. 이런 사소한 일상조차 이루어줄 수 없다는 현실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2013년 새해소망이 있다면?

 

우선 지금껏 그래왔듯이 꾸준히 정신장애인들의 사회진출을 위한 업무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와 더불어 영아들을 위한 자원봉사도 시작하고 싶다. 정신장애인 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나눔을 베풀고자 한다. 은퇴 후에도 꾸준히 자원봉사를 하며 여행도 다니고 싶다. 또 일하느라 바빠서 좋아하는 책을 많이 읽지 못했기 때문에 독서도 많이 하고 싶다.

 

사회복지가의 꿈을 가지고 있는 이화 후배들에게 격려와 조언 부탁드린다.

 

사회복지가라는 직업이 그 분야에 대한 지식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지식은 어디까지나 일차적인 자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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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꾸준히 끈기를 가지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남을 돕는 봉사와 희생정신이 필요한 사회복지가에게는 이런 자세가 필수적이다. 나의 이화의 후배들이 그 뒤에 따라오는 후배들의 길을 닦는 훌륭한 선배가 되길 응원한다.


* 출처 : 이화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