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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동문(영문, 75년 졸)

  • 등록일2015.03.23
  • 3914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던 겨울날 종로구 옥인동에서 이주영 동문을 만났다. 옥인동은 그녀가 시댁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추억의 장소이자, 남편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선친 故 허준구 명예회장의 나눔의 뜻을이어 설립한 남촌재단 사옥이 있는 곳이다. 이화에는 남촌재단과 이주영 동문의 후원으로 조성된 ‘남촌장학금’이 있어 매학기 우수한 여성인재들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 거의 매년 잊지 않고 장학금 후원을 이어 온 이주영 동문에게서 나눔에 대한 생각을 비롯해 가족, 이화와의 특별한 인연, 이화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어 모두가 따뜻해지는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이주영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처럼 퍼지는 나눔 

“나눔에 대한 대단한 철학은 없어요. 우리가 조금만 나눔을 실천하면 많은 사람들의 자립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데 그게 나눔의 진실한 뜻이 아닐까요.” 그녀는 제3세계 아이들의 구호에 매진했던 오드리 햅번이 아들에게 들려줬다는 샘 리벤슨의 시 한 구절을 소개했다.

“그 시에 보면 ‘우리가 가진 두 손 중 한 손은 나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나에게 두 손을 주신 게 너무나 감사해요. 내가 조금이나마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면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사랑이 전파되어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주영 동문에게는 자랑스러운 두 아버지가 있다.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나눔의 철학을 강조해 오신 시아버지에게서 자연스럽게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배웠다면, 한없이 자상하시고 유쾌하셨던 친정아버지에게서 큰 사랑을 배웠다. 친정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 이주영 동문의 표정은 유난히 밝고 행복해 보였다.

“굉장히 스위트한 분이셨어요. 언제나 유머가 넘치셨고요. 항상 사람들에게 따뜻한 행복과 웃음을 주시는 아버지의 삶에서 참 많은 것을 느끼죠.” 그렇게 사랑이 많으셨던 아버지는 딸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여성으로서 훌륭한 교육을 받으려면 이대를 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7자매 모두를 이화에 보냈던 것이다.


7자매 모두가 이화 동문, 이화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들

지난 2008년, 이화에서는 ‘다섯 자매 이상 특별이화가족 찾기’라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신문에서 광고를 보고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더니 딸 일곱을 낳은 것 자체가 창피하다며 처음엔 손사래를 치셨어요. 그런데 동생이 어떻게 말을 했는지 결국 승낙을 해 주셨죠. 어머니 돌아가시기 직전에 참 좋은 추억이 됐던 것 같아요.” 7자매 모두가 이화에 다니다 보니, 언니가 나가면 동생이 들어오는 식으로 언제나 함께 학교를 다녔다.

어쩌다 캠퍼스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는 자매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친구였다. 이주영 동문은 입학 당시에도 화제의 인물이었다. 이화여대 전체 수석으로 입학해 여러 매스컴을 탄 것. “수석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제가 굉장히 개구쟁이였거든요. 그때 선데이서울에서 ‘이번에 이대 수석한 학생이 교장실 앞에서 만날 벌서던 학생’이라고 보도를 한 일도 있었어요.” 

그러나 이면에 당찬 꿈이 있었던 그녀는 7자매 중 유일하게 직장생활을 했다. 여성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찾아보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시작한 대학생활이었지만, 개강과 동시에 휴강인 시국, GNP가 400불에 그쳤던 시절이었으므로 현실적으로 좋은 곳에 취직해서 국가의 경제적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쟁쟁한 실력자들이 모여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외국계 은행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결혼 전까지 직장 생활을 했고, 아직도 그때의 직장 선배들과는 만남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나눔을 통해 더 행복해지는 세상을 희망하며

이렇게 늘 열정적으로, 긍정적으로 살아온 그녀가 이화의 후배들에게는 무슨 말을 전했을까. “요즘 혼, 창, 통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거예요. ‘혼’은 열정을, ‘창’은 창의력을, ‘통’은 소통을 말하는 거죠. 혼, 창, 통을 가지고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여성 리더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자기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우리가 함께 따뜻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나눔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사랑의 시선이 이화에 아름다운 울림을 선물하는 것 같다.


* 출처 : 기부자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