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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영화 배급사 찬란 대표 이지혜 동문(사회학·92년졸) N

  • 등록일2025.10.16
  • 33

많은 이화인들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영화계 역시 배우, 감독은 물론 평론, 제작, 배급 등 영화계 전방위에서 열정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동문들이 많은데요. 오늘 만난 이화인은 영화배급사 찬란의 대표, 이지혜 동문(사회학·92년졸)입니다. 찬란은 지난해 개봉해 큰 화제를 모은 <서브스턴스>는 물론이고 <미드소마>, <존 오브 인터레스트>, <악마와의 토크쇼> 등 다양한 예술 영화를 수입해 대중에게 소개한 배급사입니다. ‘핫한’ 예술 영화를 발굴해 대중들에게 알리는 찬란의 대표 이지혜 동문님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영화 배급사 찬란 대표 이지혜 동문

Q. 이화인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92년도에 #사회학과 를 졸업해 지금은 예술영화 수입배급사 #찬란 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이지혜라고 합니다.


Q. 영화 배급사 대표로서 동문님께서 맡고 계신 일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이 극장이나 TV를 통해 영화라는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데요. 저는 주로 외화를 구매해서 국내에 개봉시키고 소개하는 일, 그러니까 영화의 수입과 배급을 맡고 있어요. '수입'이라고 하면 저희가 직접 해외 마켓에 가거나 해외 판매사를 통해 영화를 구매하여 소개하는 것을 말해요. 그리고 극장을 통해 그 영화를 관객분들께 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배급'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직접 수입, 배급을 모두 담당해 개봉시키는 영화도 있는가 하면, 다른 회사에서 수입한 영화인데 저희에게 의뢰해서 배급하기도 하죠. 

또 찬란이 예술 영화나 다양성 영화를 많이 담당하고 있다 보니 한국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일도 맡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찬란이 '배급사'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여름말, 존 오브 인터레스트, 악마와의 토크쇼 포스터

Q. 영화 배급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점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영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가장 신경 쓰고 있어요. 이 업계의 다양한 회사들이 있는데, 영화를 보는 눈은 다 비슷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희가 선택한 영화를 구매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래서 좋은 영화, 가능성 있는 작품을 확보하는 게 1순위예요.

그다음으로 작품이 한국 관객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도록, 관객들이 호감을 느끼고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마케팅과 배급 과정을 신경 쓰고 있어요. 마케팅, 배급 과정이 잘 이루어져야 극장에서도 이 영화를 상영해 줄 것이고, 그래야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특히 저희 회사는 영화를 포지셔닝하는 데 장점이 있어요. 제가 영화 일을 하면서 쌓아온 경험과 영화에 관심이 많고 애정 있는 직원들 덕분에 저희 회사가 성과를 보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영화 관련 진로를 설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동문님께서 찬란의 대표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그냥 평범하게 영화를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했고, 특히 극장에 가서 보는 건 더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그러다 좀 더 영화를 깊이 있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들과 그 당시 유행한 시네마테크 같은 곳에 가서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작품들을 많이 관람했습니다. 또 제가 어릴 때부터 잡지를 좋아했거든요. 정말 다양한 잡지를 읽었는데, 그중 하나가 영화 잡지였어요. 수많은 영화 잡지에서 보던 작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친구들과 시네마테크를 찾아가 열심히 영화를 봤죠. 

같이 영화를 보던 친구들도 저와 관심사가 비슷해 1995년 말에 함께 영화 잡지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당시에 극장을 통해 가져갈 수 있는 잡지였죠. 하지만 20대에 친구들과 시작한 일이다 보니 한계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이후 <월간 스크린>이라는 영화 잡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어요.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영화잡지사였죠. 그곳에서 일하며 편집장까지 했었는데, 어느 순간 마감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어요. 고민하던 차에 지금 저희 회사처럼 영화 수입, 배급을 담당하는 영화사로 이직해 마케팅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회사에서 7년 정도 마케팅 일을 하면서 영화 수입, 배급에 대해 익숙해졌고, 회사를 그만둔 후 지금의 '찬란'을 만들게 됐어요. 처음에는 가격이 비싸지 않은 예술 영화 위주로 시작했고, 현재는 예술 영화에 더해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는 작품도 맡고 있어요. 


Q. 찬란 대표로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작년 겨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서브스턴스>라는 작품이 15년 가까이 찬란을 운영하면서 가장 비싸게 구매한 작품이었거든요. 영화를 구매할 때 확신이 있어서 과감하게 선택했고 그만큼 중요한 상황이었죠. <서브스턴스>가 일반 대중분들이 쉽게 좋아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보니 세심하게 마케팅을 신경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개봉 전주에 계엄이 발생했어요. 작품이 굉장히 충격적인 데다 영화적인 재미도 있었기 때문에 개봉 전에도 반응이 올라오는 상황이었는데, 계엄 발생 후로는 언급이 아예 사라졌어요. 예술 문화에 관한 관심이 한순간, 순식간에 사라진 거죠. 15년 가까이 찬란을 운영하며 수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그때가 특히 힘들었던 시기예요.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도 많이 고민했어요. 개봉을 미뤄야 하나도 고민하다가 개봉을 앞두고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계획에 없던 티켓 프로모션을 비롯해 극장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에 더 집중했어요. 요즘은 현장에서 영화 티켓을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서브스턴스>는 개봉 후 현장 구매 관객들이 많았어요. 이건 흥행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거든요. 그 뒤로도 관객분들이 <서브스턴스>를 더 많이 찾아주셨고, 또 영화가 가진 충격과 재미로 인기가 지속되면서 장기 상영으로 이어졌습니다. 더불어 데미 무어 배우님이 연초에 골든 글러브상을 수상하면서 너무 좋은 수상 소감을 말씀해 주시면서 회자가 되기도 했고요.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타났어요. 그래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연말·연초의 일들이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였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서브스턴스 포스터

Q. 2010년 창설하실 때부터 지금까지 찬란이 끊임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실 그냥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어요. 처음에 기자 일을 하다가 마케팅 일을 시작했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기자 일을 할 때는 내 원고가 활자화된 것에 대한 만족감이 있었어요. 또 책으로 출판돼 대중에게 노출되었을 때의 만족감도 있었죠. 그런데 영화 마케팅은 길게는 두세 달까지 열심히 준비를 하고도 흥행 성적이 안 좋으면 의미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런 부분이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마케팅 일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작품을 만났어요.

그 영화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건 아니지만, 작은 영화로서는 굉장히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그때 CGV에 인디 영화관(현. 아트하우스 관)이 처음 만들어졌는데, 그 인디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개봉한 작품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었어요. 덕분에 영화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4개월 넘게 상영하고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영화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과 관객들이 좋아하는 부분이 맞닿아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 경험이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첫 계기였던 것 같아요. 


Q. 현재 업무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거나, 가장 기억에 남는 이화에서의 경험이 있으신가요?

학교에서는 모든 걸 우리가 해결해야 하잖아요. 저는 여중, 여고도 졸업했지만, 그때는 아무래도 미성년자인 만큼 선생님들의 보호가 있었다면, 대학교에서는 더 자율적으로 일을 하게 되죠. 그러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망설이지 않고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배웠어요. 또 저희가 나서서 일할 때 어딘가에 의지하지 않고 모든 걸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더라도 우리끼리 힘을 모으면 또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고요. 

사실 졸업 후 사회에 나와서 직장에 소속되어 있을 때의 저는 덜 적극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직장을 나오고 찬란이라는 회사를 처음 만들면서 너무 좋았어요. 실패든 성공이든 제가 스스로 결정해서 책임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더라고요. 물론 그에 따른 어려움과 아픔도 있었지만, 그래도 제가 여태까지 찬란과 영화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이화에서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저는 일하는 게 굉장히 즐겁거든요. 그래서 이 일을 좀 더 길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실 요즘 극장이나 OTT 같은 콘텐츠 시장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그러다 보니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공부를 하고, 회사를 운영해 나가는 데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다양하고 좋은 영화를 많이 다루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이화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하나의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지금의 제가 되었어요. 수많은 사람이 같은 업계에서 일을 시작해도 남아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인생의 목표든 꾸준히 하다 보면 시간이 흘러 결국 내 것으로 만들어 가지게 될 거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무엇이든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잡고 나가면서 기다리다 보면 성취하게 될 겁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7기 김서정 [기사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