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장애를 넘는 첨단 기술 미래, 특수교육과 대학원생 팀을 만나다 N
- 등록일2025.06.09
- 82
이화여대 특수교육과는 1971년 창설된 이래 특수교육 지도자를 양성하고, 특수교육에 대한 주요 개념 및 이론 연구를 수행하며,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특수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4단계 두뇌한국(BK) 사업에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FleXpert 특수교육 전문가 양성팀’에 선정되고, 사회과학연구지원(SSK) 사업의 지원을 받아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장애친화적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화DNA 인터뷰의 주인공은 지난해 개최된 <디지털 심화쟁점 공모전>에서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에 관한 논문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본교 특수교육과 대학원생 팀입니다. 디지털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본교 특수교육과 팀이 제시한 정책 방안과 비전은 무엇인지, 그리고 특수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직접 들어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주성: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특수교육공학연구실에서 박사과정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김주성입니다. 세부전공은 자폐성 장애입니다.
김승연: 같은 공학 연구실에서, 석사과정 3학기를 하고 있는 김승연입니다. 임용고시 합격 후 특수교사를 하다가 면직하고 전일제 연구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정아: 저는 학부 때 수학교육과를 주전공으로, 특수교육과를 복수 전공으로 했으며, 석사과정은 특수교육과에서 같은 공학 연구실에 소속된 이정아입니다.
Q. 특수교육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주성: 사실 저는 이화여대 체육과학부로 입학해서 발달장애인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주는 코치 활동을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스포츠에서 경쟁 뿐만 아니라 참여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함께 운동을 즐기고 같이 재미있게 호흡할 수 있다는 걸 느꼈죠. 이 경험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을 만나는 일을 하면 재밌고 즐겁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수능에 도전해 특수교육과에 입학했습니다. 학교 생활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는데, 그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경험이 참 좋았습니다. 이것들이 계기가 되어서 대학원에서 좀 더 체계화된 연구들을 해보고 싶어서 공부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김승연: 저는 원래 교육을 하고 싶었고, 가르치는 게 좋아서 바로 임용시험을 봤어요. 감사하게도 초수에 차석을 하게 되었고 공립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가 되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애들도 좋고 즐겁고 보람도 컸지만, 동시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커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특수학급에서도 계속 발전을 하고 싶어서 교사연구회에서 연구도 하고, 수업 나눔도 했는데 뭔가 해소되지 않는 의문점, 궁금증이 계속되더라고요. 결국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는데, 대학원에 오니까 이런 부분이 해소가 되었어요. 또, 제가 알던 세상이 학교 내에 학급 한 칸의 세상이었다면, 대학원에 오니까 확실히 관점이 넓어지더라고요. 학령기 학생들을 위한 교육뿐만이 아니라 장애인 생애주기 전체의 접근성과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폭넓은 입장과 다양한 기술, 트렌드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 생활의 이런 부분이 너무 만족스럽고 연구도 너무 재밌어서 '이것이 나에게 더 보람을 주고 생동감 있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에 교사를 면직하고 전일제 대학원생으로 랩실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이정아: 저는 수학 선생님을 하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통합교육을 하게되면 만나게 될 장애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라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특수교육과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통합교육이 많이 실시되는 시각장애, 청각장애 학생들 케이스 위주로 강의를 수강했는데, 듣다 보니 다른 장애도 더 공부하고 싶다는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또 특수교육과에서 이과 과목 부·복수전공이 흔하지 않다 보니, 원래 전공하던 수학교육과와 함께 좋은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미래혁신센터 도전학기제로 수학교육과 특수교육을 합쳐,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쉬운 수학 교재 만들기로 연구하고, 특수교육과에서 학부연구생도 경험하면서 석사과정 진학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Q. <디지털 심화 쟁점 공모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셨는데요. 공모전에 나가게 된 계기와 수상하신 논문의 주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주성: 저는 특수교육과 이영선 교수님 연구실에서 SSK(사회과학한국) 연구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장애 친화적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주제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과 이점에 대해 장기적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과제를 진행하면서 발달장애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 대상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마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심화쟁점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공모전을 개최하였고, 교수님께서 해당 소식을 공유해주신 덕분에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승연: 시각장애의 정보접근성을 큰 주제로 해서 AI와 같은 신생 기술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아직 장애인들은 그냥 보조기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AI 등 신기술이 보조기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다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등의 지원 방향을 복지관, 기업, 정부 차원에서 모색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면담이나 자료들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질적연구'라는 방법으로 연구했는데요. 이를 위해 시각장애 보조기기 관련자 분들과, 시각장애인의 접근성 및 정책 관련 전문가 10분을 모셔서 인터뷰했습니다. 그중 7분이 시각장애인 당사자라 시각장애인 사용자이면서 동시에 전문가인 입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4개의 대주제를 도출했고, 이에 대해 논의점들을 작성하였습니다. 논의점 중 하나는 "보조기기의 범위를 재정의해야 한다"였어요.
김주성: 기존에는 보조 공학 기기라고 해서, 점자가 나오는 디스플레이 등 시각장애인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특화된 기기를 중심으로 보급이 되었어요. 요즘에는 기술이 많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범용적인 기기에도 시각장애인이나 장애인 접근성을 위한 기능들이 많이 탑재되고 있기에, 그런 부분까지 보조기기의 경계에 추가하여 폭넓게 봐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Q.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주성: '문제의식과 연구 방법이 잘 연결되었다.',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타당도나 신뢰도 측면에서 노력을 많이 했고, 디지털 접근성에 관한 주제와 잘 부합하였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해당 공모전의 8가지 제시 주제가 있었는데, 그중 저희는 3번 주제인 '디지털 접근성 제고, 대체 수단 확보 방안'을 다뤘습니다. 기존 연구들은 학령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게 많았는데, 저희는 전체 연령대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 그리고 전문가이면서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사람들이 참여한 연구가 많지 않아 참여자 모집 관련해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저희 연구실에 시각장애를 전공하신 박진석 연구교수님께서 인터뷰이를 소개해 주시고, 논문 지도도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Q. 특수교육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할 때 생기는 가장 중요한 변화나 가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승연: 특수교육에서는 개별화 교육이 정말 중요한데요. 개별화 교육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장애 유형이나 특성에 맞춰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디지털 기술, 특히AI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런 맞춤형 교육이 더 정교하게 가능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요즘은 AI를 커스터마이징하는 데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기존에 만들어진 의사소통 도구를 그냥 사용하는 게 아니라 학생의 선호나 필요에 따라 버튼의 크기를 키우거나 간격을 넓힐 수도 있고, 또 요즘 아이폰 같은 경우에는 사용자들이 음성 합성 기능을 통해 원하는 음성을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더 개인화된 사용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정아: 디지털 기술이 없으면 일상생활 자체에서 너무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뒤처지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수교육에서 디지털은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어요. 기술이 특수교육에서의 가능성을 매우 높여줄 것이 확실하지만, 특수교육자 그리고 전문가로서 기술로 인한 격차가 더 심화되지 않는지를 주의해서 보고 있습니다. 기술의 도입으로 차별이 심화될 수 있으니까요. 새로운 기술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것도 접근성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단순히 사용만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학계와 특수교육계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이화여대 특수교육과에서의 학업과 생활은 어떤 점에서 특별했나요?
김주성: 학부 때, 매 학기 현장실습처럼 자원봉사를 나가야 하는데요. 당시에는 어려웠지만 그 경험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자원봉사를 하면서 발달장애인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또래의 비장애인 친구를 만날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러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폭넓게 고민하는 기회가 됐어요. 특수교육이라는 학문이 책에서만 배우는 분야가 아니라, 장애당사자들과 관계 맺고 끊임없이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한 학문이기 때문에 학부생 때 다수의 자원봉사 경험이 지금의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쏙쏙이화라는 장애-비장애 통합배구단을 만들고 운영했는데,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 관계를 이어 나가고, 후배들도 계속 동아리 활동을 해주고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정아: 저는 수학과 교육 중에서 교육에 대한 기대가 더 큰 상태로 수학교육과에 진학했는데, 기대와 달리 전공수업에서 교육과 관련된 부분이 적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특수교육과의 모든 수업은 단순히 장애 유형뿐만 아니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학교 현장에서 어떤 수업을 할지 어떻게 수업할 건지 실질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들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유용한 교수 전략은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 대상으로도 적용할 수 있어,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승연: 저는 장애 학생의 부모를 위한 가족 지원 프로그램인 그루터기 활동을 했습니다. 원래 부모 교육 프로그램 중심이었는데 부모에게 휴식을 주자는 취지로 '1일 돌봄 프로그램'을 했었어요. 강서구 장애인 부모회와 연결해서 그날 뭘 할지 프로그램을 짜고, 장애학생들과 이대 특교 학생들을 일대일 매칭을 해주는 거예요. 그 친구들과 롯데월드, 목장, 겨울캠프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했던 것이 유익했고 기억에 남습니다.
Q. 특수교육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정아: 특수교육과뿐만 아니라 교육 전공 모두 지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꿋꿋하게 할 수 있어야만 버틸 수 있고, 또 그런 마음과 실천이 의미 있는 과라고 생각합니다.
김승연: 특수교육이라는 학문과 우리 학과의 교육과 연구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그저 착한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내가 하는 일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싶고, 도전을 많이 해보고 싶은 분께 추천드립니다.
김주성: 저는 특수교육을 전공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특수교육은 인간의 다양성을 다루는 학문이기에 사람들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폭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거 같아요. 특수교육은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 뿐만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싶은 분들이 오시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특수교육의 디지털 접근에 관한 새로운 관점들을 많이 알 수 있어, 시야가 한층 넓어진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연구와 실천이 지속되길 바라며, 이들의 노력이 더욱 많은 장애인과 교육 현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길 기대합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6기 송민주 [기사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