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방송계] JTBC 국제부 기자 이지은 동문 인터뷰
- 등록일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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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화인 여러분! 방학은 잘 보내고 계시나요? 이번 여름은 예년보다 훨씬 더운 것 같아요. 이런 뜨거운 여름에도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으로 사회 곳곳을 누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기자인데요! 이화투데이 리포터가 JTBC의 기자이자 앵커인 이지은 동문을 만났습니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 보람, 유의할 점 등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조언 또한 아끼지 않았는데요, 이화투데이 리포터와 함께 생생한 이야기 들어보시죠!
JTBC 기자·앵커 이지은 동문
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이지은입니다. 지금은 JTBC에 소속된 11년 차 방송 기자입니다. 처음 기자 생활은 경제산업부에서 시작했고, 사회부를 거쳐 지금은 국제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제부는 외국에서 일어나는 국제뉴스를 다루는 부서인데요. 다른 부서보다 언어적인 능력을 더 요하는 곳이에요. 현재 JTBC 뉴스룸의 주말 앵커를 맡고 있어서 금, 토, 일요일에는 진행을 합니다. 뉴스룸 앵커로 활동을 하게 된 지는 3년 가까이 됐어요. 그런데 앵커는 보직이라, 주중에는 다른 기자들처럼 제 기사를 써요.
2. 기자를 꿈꾸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린 시절 외국에서 7년 정도 살았어요. 자연스럽게 제 말과 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신문방송학과에 갔어요. 단과대 언론 동아리인 ‘시사웹진 DEW’에서 1년, ‘이화TV’에서 2년을 활동했어요. ‘이화TV’에서는 PD 역할을 하며 여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병원선'에 관한 휴먼 다큐를 만들었던 일이에요.
혹시 병원선에 대해 아세요? 외딴섬을 찾아 돌면서 아픈 사람들에게 의료 봉사를 해주는 사람들이 타는 배가 있어요. 저도 이 병원선을 타고 동행하면서 다큐를 찍었는데, 그 다큐로 KBS 영상전에서 대상을 받았어요. 이 상을 받으면서 시사·교양 다큐를 만드는 일로 EBS에서 일을 시작했죠.
그런데 오래 있지는 못했어요. PD는 긴 호흡으로 갑니다. 오랜 촬영과 편집을 통해 한 작품을 만들죠. 기자도 물론 취재를 많이 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호흡으로 가거든요. 그날 주어진 기사에 맞춰서 당일 방송을 위해 움직이는 편이죠. 그때는 데일리 베이스로 뉴스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기자로 다시 지원하게 됐고요.
3. JTBC와 중앙일보에서 사회부, 국제부 기자로 활동하시다 현재 JTBC 뉴스룸 주말 앵커를 맡고 계신데, 그 과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JTBC가 개국할 때 입사해 경찰과 검찰을 출입하는 사회부 기자로 오래 있었어요.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면서는 중계를 유독 많이 탔어요. 하다 보니 중계할 때만의 긴장감이 재미있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생방송 진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이 중앙일보로 1년 순환 근무를 다녀왔고, 다시 JTBC로 올 때는 감사하게도 낮에 하는 시사 토크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어요.
‘뉴스콘서트’, ‘뉴스현장’ 같은 토크쇼를 1년쯤 진행하다가 2014년 9월 주말 뉴스룸이 론칭되면서 바로 투입됐어요. 한동안 진행을 하다가 기자 본업에 충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국제부 기자로 잠시 떠나 있었고요. 2016년에 주말 뉴스룸에 돌아갈 때는 오디션을 거쳤습니다. 방송사 대부분이 거의 오디션을 거쳐서 앵커를 선발해요.
4. 앵커의 일과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앵커의 일과도 기자와 거의 비슷합니다. 굳이 차이라면 현장에 나가지 않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작진들과 그날의 뉴스룸이 어떻게 구성되면 좋을지 여러 번 제작 회의를 합니다. 그렇게 간단히 런다운(rundown: 설명)을 짜고요. 기자들이 취재한 기사를 올리면 저는 앵커 원고를 다듬어요. 프레젠테이션 원고는 직접 쓰고요. 방송을 진행하는 시간만큼은 앵커가 보도국 기자들을 대표해 앉는 거잖아요. 기자보다 전면에 서서 전달하는 것이죠. 제 동료 기자들이 어렵게 취재해온 내용을 잘 전달하고 시청자에게 더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하는 자리 같아요. 그만큼 책임감이 더 큰 보직 같습니다.
주 중에는 제가 잘 취재해서 기사의 틀에 잘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면, 주말에는 다른 기자들이 취재한 기사를 잘 세일즈 해야 한다는 그런 고민을 더 많이 해요. 그래서 호소력 있는 제스처를 보이기 위해 신경 쓰기도 하고요.
5. 기자로서, 앵커로서 활동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일이 있으신가요?
기자 생활은 워낙 다이내믹해요. 살인 피의자의 현장 검증에 따라가는 것,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런 것조차 다 잔상으로 남지요. 어떤 기사도 제 머릿속에 남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최근 가장 제 기억에 남은 일은 세월호 사건입니다. 4년 전 세월호가 가라앉는 과정을 제 눈으로 봤고, 언론들이 오보 내는 과정도 직접 겪었어요. 그 뒤에는 정부의 무책임이 숨어 있었다는 것도 나중에 밝혀졌죠.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졌어요. JTBC가 최순실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었다는 걸 태블릿 PC를 통해 입증했고, 이후 부패의 고리들을 밝혀낼 수 있었어요. 그게 촛불 시위로 이어졌고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됐죠. 이 일련의 사건들을 밝히는 데 있어서 JTBC는 최전방에 있었던 것 같아요. 참담하면서도 뿌듯했습니다. JTBC가, 우리 언론이, 국민들과 하나의 역사를 썼다는 것 뿌듯했습니다.
6. 기자, 앵커로서 보람 있는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온갖 부패와 부조리를 고발하는 동시에 이 세상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껴요. 우리 사회에 아직 존재하는 성역을 허물고 다양성에 보다 열리도록 할 수 있다는 점도 보람차고요.
어려운 점은... 기자나 앵커 모두 항상성이 중요해요. 기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편에 편향되거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만큼 크로스 체킹이 필요해요. 이를테면 우리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보도했는데, 그게 특정 이해 집단에 유리할 수 있는 목소리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니까요. 이 업에 매몰돼 있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게 어려워질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매번 스스로를 점검한다는 것이 어렵죠. 스스로를 많이 돌아봐야 해요. 치우침이 없었는지, 과장을 하지는 않았는지, 취재 과정에 자기반성은 필수입니다.
7. 이지은 선배가 생각하는 '앵커'란 어떤 것일까요?
앵커는 시청자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메신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은 많은 걸 알고 싶어 하는데, 다양한 현상과 목소리를 필터링해서 효과적으로 전해주는 역할을 앵커가 하죠.
8. 그렇다면 이지은 선배에게 '언론'이란 무엇인가요?
언론은 세상의 최전방에 있어요. 기자들은 대개 일반 사람들이 닿기 어려운 곳까지 접근해서 파고들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지요. 그만큼 부패를 고발하거나 성역을 허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거기엔 매우 큰 책임이 뒤따른다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 언론은 게이트키핑(gate keeping: 뉴스 결정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넷만 봐도 정보가 넘쳐납니다.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 제대로 된 언론사라면 올바르게 방향을 열어줘야 할 테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좀 더 올바르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겠지요. 이 세상에 틀린 가치라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합당한 가치라는 것이 있을 수 있고, 우리 언론이 궁극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9. 미래의 기자, 앵커를 꿈꾸는 이화인이 갖추어야 할 소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언어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의 말과 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른 사람이 어떤 말과 글을 썼는지도 관찰해야 해요. 언어라는 틀을 가지고 계속 말하고 글을 쓰니까요. 또 기자는 이 사회를 포용하면서 희망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 같아요.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도 결국은 세상이 부조리를 깨고 나와서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길 바라기 때문이죠. 그 끝엔 다 같이 살만한 세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거고요.
10. 이화에서 선배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나요?
바쁘게 사는 학생이었어요. 동아리도 3년 내내 했고, 그 와중에 학점도 잘 따보겠다고 허덕였어요. 돌아보면 어렸는데 사회에 나가기 전에 완벽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후배들은 언론 고시에 껴 맞춰서 스펙 만들기, 이런 거 안 했으면 좋겠어요. 가장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그 나이에는 가장 중요해 보여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하라는 것만 했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돌아볼 시간이 없잖아요. 대학에서만큼은 나의 내면을 더 들여다봤으면 해요. 가장 나답게 살면 나만의 확신으로 단단하게 설 수 있을 것이에요.
11. 선배가 생각하는 '이화 DNA'란 무엇인가요?
이화는 나만의 길을 찾고 홀로 서는 법을 가르쳐준 것 같아요.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법을 진작에 가르쳐준 것이죠. 어린 나이에 세상에 덜렁 던져진 기분이 들어 힘들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오뚝이처럼 잘 서는 법을 체득할 수 있었어요. 독립심, 그건 이화만의 DNA 같아요.
지금까지 JTBC 기자 이지은 동문 인터뷰였습니다! 기자로서의 삶,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는데요, 앞으로 이지은 기자가 보여줄 행보도 굉장히 기대됩니다. 이지은 동문이 그랬듯 이화인 여러분들께서도 이화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 법을 알아가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