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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주년 창립기념식사 - 이화의 창립기념일은 꺾이지 않는 희망의 원천

  • 작성처
  • 등록일2010.06.01
  • 15930
본교는 5월 31일(월) 대강당에서 '창립 12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배용 총장은 기념식사를 통해 이화124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푸른 하늘에 찬란한 빛이 가득하고 초원에는 꽃의 영광이 눈부신 오월입니다. 기쁨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이 생명의 계절에 이화가 태어났습니다. 바로 124년 전 오늘입니다. 우리는 이화가 이 땅에 태어난 그 귀한 뜻과 사랑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먼저 오늘의 뜻 깊은 날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해주신 정의숙 전 이사장님과 윤후정 이사장님을 비롯한 이화학당 이사님들과 내빈 여러분, 김순영 동창회장님과 국․내외 동창 여러분, 그리고 신인령 전 총장님을 비롯한 이화의 전․현직 교직원과 재학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올해의 이화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되신 오욱환 선생님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불어 이화의 꿈나무들을 지키고 키워 오신 소중한 가족으로서 30년, 20년, 10년간 근속해 오신 교수님들, 직원 선생님들의 헌신과 노고에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이화는 한국과 한국 여성에 대한 하나님의 높은 뜻과 크신 계획 아래 태어났습니다.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없이 우리는 이화의 역사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이화의 시작은 작았으나 현재는 창대하며 미래는 더욱 창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124년 전 오늘 이화의 설립자 메리 F. 스크랜튼 선생님은 첫 학생을 받았습니다. 1885년 6월에 한국에 와서 11개월 동안 백방으로 학생을 구했던 노력의 결실이었습니다. 첫 학생인 김부인은 영어를 배워서 명성왕후의 통역관이 되려는 꿈을 안고 입학했으나, 병으로 결국 석 달 만에 공부를 그만두었습니다. 곧이어 꽃님이, 별단이, 김점동, 집이 가난한 여아들이 들어왔으나 가부장적 인습의 굴레와 내외법으로 인해 여학생을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스크랜튼 부인을 파견했던 미국 북감리교 해외선교부에서는 예산이 자주 끊어졌습니다. 그 때마다 스크랜튼 부인은 수중에 남은 돈을 쪼개어 쓰며 고국의 친지들에게 다급한 편지를 보내 도움을 청해야 했습니다.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환경이 열악했고 정치는 불안했으며 사회는 여성과 외국문화에 대한 완고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이화는 이처럼 어떤 학교보다도 더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했습니다.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사람들과 함께, 태어날 때부터 차별받아 어떤 현실적 출세의 가능성도 없었던 여성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24년 이화는 지금 21세기의 세계를 이끌고 갈 빛나는 리더십의 요람이 되었습니다. 인생에 대한 높은 목표와 포부를 가진 글로벌 여성 리더들을 길러내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너무나 귀하고 아름다운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기적이 갈릴리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한국의 이화에서도 이루어졌습니다.

이화의 창립기념일은 꺾이지 않는 희망의 원천입니다. 오늘이 괴로울 때 우리는 내일의 행복을 믿습니다. 절망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희망이 있음을 믿습니다. 지금처럼 변화의 파도가 높고 세상이 각박해질 때 우리는 하나가 되어 우리의 꿈을 되새기고 우리의 꿈을 믿으며 미래를 향해 힘껏 손을 뻗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입니다.

올해는 병술국치, 한일병합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바로 우리나라가 참담하게 식민지로 전락하는 그 때 이화는 좌절하지 않고 대학과를 설치하여 민족의 지도자를 키우는데 주력하였습니다. 바로 대학과를 졸업한 선배들이 독립 투사가 되고 전문직 여성이 되어 민족의 앞날을 열어왔던 것입니다.

지난 124년 이화의 역사는 하나님을 섬기는 진리의 등대였으며, 여성의 인간화를 위한 위대한 헌신의 기록이었습니다. 이화는 이 땅의 젊은 여성들에게 학문과 신앙을 통해 주체성과 전문성,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저는 이 같은 이화의 가르침을 주전자 정신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주전자에는 물이 담기었고, 그 물은 목마른 사람들에게 사랑과 신뢰, 희망을 건네주게 되었습니다. 이화는 인습과 속박에 억눌려 있던 이 땅의 여성들을 이러한 주전자의 주체로, 당당한 인격체로 육성하여 하나님 역사의 거룩한 소명자가 되게 하였습니다. 이화를 거쳐 간 많은 스승님과 선배님과 은인들이 이 훌륭한 전통을 만들고 계승하고 발전시켰습니다.

이화는 역사의 매 단계마다 다가올 시대의 변화를 예비하고 이를 기회로 삼아 개척과 도전의 정신으로 대응함으로써 한 단계씩 도약하는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오늘날 이화는 세계적인 여성 지성 공동체의 거점으로 세계의 지속 가능성과 평화, 그리고 인류의 공존공영을 지향하는 학문의 요람입니다. 이화는 범 학문 분야를 모두 포괄하는 학부와 대학원,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 체제를 갖춘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여자 대학입니다.

존경하는 이화의 가족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이화의 역사 앞에서 다시 한 번 내일을 믿고 용기를 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게 됩니다. 식민지에서 이화는 해방을 믿었습니다. 전쟁 속에서 이화는 평화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었습니다. 절대 빈곤의 시대에 이화는 우리 사회의 번영을 믿었습니다. 분열이 있을 때 이화는 화합과 상생의 시대를 열어왔습니다. 이화는 새로운 지식을 반겨 수용하여, 연구하고 가르쳤습니다. 그리하여 여성이 없던 분야에서 여성이 일하게 했고 덕행이 봄바람처럼 불고, 진선미 향기가 세상에 널리 퍼저나가라는 교가에 스며있는 이화 정신을 실천하여 왔습니다.

이제 이화는 세계적인 여성 리더를 양성하는 지성공동체로서 모든 학문 분야에서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총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저는 이니셔티브 이화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니셔티브 이화는 누군가를 지배하기 위한 이니셔티브가 아니라 시대가 요청하는 미래를 향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지구촌 빈곤의 퇴치와 다문화의 공존, 녹색 성장과 생태 환경의 보존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21세기 인류 사회의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이화는 이와 같은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확실한 이니셔티브를 발휘해야 합니다.

지난 4년간 우리 이화는 이화 인 뉴욕을 비롯한 세계 21개 핵심 지역에 거점 캠퍼스를 구축하고 전 세계 57개국 759개 대학과 교류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화의 캠퍼스 곳곳에서 세계화를 통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지구촌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여 다양한 민족의 상호 신뢰 속에서 다문화 공존의 평화 시대를 열고자 하는 이화의 희망입니다.

또한 이화학술원을 개원하고 이화가 집중 육성하고자 하는 학문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들을 지속적으로 초빙해 왔습니다. 학문공동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였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왔습니다. 지난해 WCU 사업에서 총 9개의 사업단이 선정되어 국내 대학 중 4위의 선정율을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 건설에 박차를 가하여 올해 마침내 연구비 수주 1000억을 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는 학문의 수월성에서 세계 명문 대학과 경쟁하고 능가하겠다는 이화의 꿈입니다. 올해도 조선일보와 영국 QS 평가에서 전국 종합대학 5위를 기록하여 이화의 위상을 확보하였습니다.

한국 사회는 지금 대학에게 미래의 국가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신 성장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통한 새로운 지식기반산업에의 기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화는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첨단 분야의 석학들을 확보하고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창의적이면서도 융합적인 학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화가 세계 지식의 용광로이자 융합 학문 발전의 주도자로서 이니셔티브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화의 의지입니다.

사랑하는 이화의 가족 여러분,
창립 124주년을 맞는 이화는 이와 같은 성취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화는 또 한 차례 도전하고 분투해야 하며 모든 이화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동의 목표와 꿈을 가져야 합니다.

경기 북부 지역에 설립될 파주 캠퍼스는 바로 그러한 공동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16만평 신촌 캠퍼스는 세계 최고의 여성 교육 기관을 자부하는 이화의 2만 4천 가족에게 충분한 연구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파주는 교육, 연구, 산학 협력, 국제 협력을 통해 이화인들이 다문화적 소양을 기르며 세계로 웅비하는 글로벌 캠퍼스가 될 것이며 세계 마지막 분단의 현장에서 이념과 가치의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평화 캠퍼스가 될 것입니다. 파주 캠퍼스 사업을 위해 이화 동문들을 비롯한 사회 각계 각층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후원을 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이화인 여러분,
이화 124년의 역사는 우리가 과거의 선배들과 미래의 후배들에게 지고 있는 책임을 상기시킵니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삶 속에서 이 책임을 떠맡아야 합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겸손하고 따뜻한 인간성을 가르치고 성취의 윤리를 가르치며, 새로운 글로벌 지식 경제 시스템에서 자기 몫을 하도록 가르치며, 사회에 창의적인 실용 지식의 연구로 기여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제는 우리 이화인들의 담대하고 참된 도전 의식 속에서만 완성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화가 어떠한 미래를 꿈꾸어야 할 것인가, 과거와 현재의 이화가 어떻게 미래로 이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바로 우리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입니다.

첫째, 이를 위해 이화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오늘 날의 대학 교육이 경쟁과 실용을 강조하는 데서도 먼저 인간다움에 대한 가치를 일깨우는 인성 교육으로 대학 고유의 기본 정신을 회복하는 데 정진할 것입니다. 이화는 하나님의 진리를 추구하고 학문적 진실을 소중히 여기는 정신, 선을 추구하며 이웃에 봉사할 줄 아는 덕성을 갖추고, 헤아리고 아우르는 균형과 조화의 아름다움의 진, 선, 미의 교육 이념을 실천해 왔습니다. 경쟁과 갈등을 촉구하는 메마른 시대에 이러한 이화의 창립 이념을 되새겨 진정으로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학교로 거듭나고, ‘기본에 충실한 교육’에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미래의 이화는 교육의 다원성을 추구하면서, 순수 학문과 사회적 요구를 적절히 아우르는 창의적인 주체로서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이화는 세계 여성 지성 공동체의 구심점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한 발 앞서 새로운 선택을 하는 창조적 진화력을 무한히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21세기 여성의 시대를 맞이하여, 여성들은 이 사회와 세계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통합 문명의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여성들은 역사의 주체로서 지성과 덕성을 두루 갖추고, 돌봄과 나눔의 세상,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상생의 세상을 만드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화는 여성의 인간화를 위해 노력해온 위대한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생명의 문화를 이끌어 가는 시대의 파수꾼이 될 것입니다.

셋째, 이화는 인류 공동의 운명에 기여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미래의 이화는 교육과 연구의 학문적 진보를 이루어가는 한편, 열린 사고로 지구촌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화 속에 세계를 담고, 전 인류와 소통하며 지구 공동체 시대를 함께 열어가는, 아름다운 화합의 장으로서 소중한 의미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문화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지켜나갈 때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화가 지니고 있는 따뜻한 포용력과 섬세하고 유연한 조화의 힘은,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여성 정신을 일구며 인류의 평화를 이루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이화인 여러분,
지난 4년간 이화가 수행했던 연구의 혁신, 교육의 혁신, 교류의 혁신은 새로운 인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문명에 주도적 역할을 다 하는 이니셔티브 이화의 과제는 어느 한 사람 개인의 힘으로 이룩될 수 없습니다. 이화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는 이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다 함께 나서야 합니다.

진정으로 인간적이고, 실제로 세계적이며, 본질적으로 창의적인 이화 공동체가 미래를 향해 가는 길에 이화의 모든 교수님들과 교직원 여러분, 학생 여러분, 그리고 동창님들의 땀 흘리는 참여와 열렬한 응원을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지난 124년 간 이화에 주신 하나님의 끊임없는 사랑과 은총에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앞으로 이화인 모두가 함께 걸어갈 미래를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5월 31일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이 배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