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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뉴스

창립 123주년 기념식사 - 창립 정신을 새로운 역사로

  • 작성처
  • 등록일2009.06.03
  • 13813
본교는 5월 30일(토) 대강당에서 '창립 123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배용 총장은 기념식사를 통해 이화123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푸른 하늘과 찬란한 햇빛, 신록이 눈부신 5월, 오늘은 영원한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이화가 123주년의 생일을 맞는 뜻 깊은 창립기념일입니다. 올해도 이 아름다운 날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을 기리기 위해 자리를 함께 해 주신 존경하는 학교법인 이화학당 윤후정 이사장님, 정의숙 전 이사장님, 장상 전 총장님, 신인령 전 총장님과 이화학당의 이사님들, 그리고 국회의원님들, 내외 귀빈 여러분, 김순영 동창회장님을 비롯한 동문님들, 이화의 전 현직 교직원 선생님들과 재학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올해의 이화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되신 김현자 선생님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30년, 20년, 10년간 이화를 위해 헌신하신 근속 교직원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존경하는 이화 가족 여러분

2009년 올해는 우리 이화를 창립하신 메리 F. 스크랜튼 선생님(1832-1909)의 서거 백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23년 전 오늘 선생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당시에는 가장 작고 약한 사람들을 사랑하기 위해 낯설고 물 설은 이 땅에 오셔서 단 한 명의 학생으로 외로운 배움의 등불을 밝히셨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외롭고 작은 것 같았지만 그 밝은 등불은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어서 사랑과 평화의 신념과 사명 의식, 강인한 의지와 희망으로 자라고 또 자라 오늘의 세계 최대 명문 여자 대학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123년 이화의 역사는 스크랜튼 선생님의 고귀한 창립 정신이 영원히 새로운 젊음으로 거듭나는 역사였습니다. 이화는 민족과 세계의 대학이고, 역사의 대학이며, 진리의 대학입니다. 1910년 일제 식민지로 전락하는 암울했던 시절에도 대학과를 창설하여 여성 지도자를 육성하고, 민족을 사랑하고 나라를 되찾으려는 염원으로 독립 투쟁에 앞장선 열사들을 키워내고, 또한 세계 공황의 여파로 모든 것이 위축되어 있던 1930년대에 이화가 이 신촌에 장대한 새 캠퍼스를 완공했던 감격스러운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해방이 되자마자 이화가 이 땅에서 가장 먼저 종합대학교를 설립하고 그 이후 모든 것이 전쟁의 폐허로 변해버렸던 1950년대에 최초의 대학원 석사를 배출했던 놀라운 성취를 잊을 수 없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변기였던 1970년대, 80년대에 국가와 사회에 대한 헌신과 열정으로 착실히 성장하여 여성이 진출하지 않았던 수많은 학문 분야를 개척하고 연구와 교육의 성과를 알차게 거두었습니다. 1990년대 선구적 혜안으로 이화 2세기의 비약을 향해 다른 대학보다 먼저 정보화, 국제화 시대를 미리 예비하여 길을 닦고 초석을 놓아 1996년에는 한국대학종합평가 1위라는 자랑스러운 업적을 잊을 수 없습니다. 21세기에도 이화의 미래지향적인 정신과 업적을 이어오면서 오늘을 맞게 된 것입니다.

123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는 이화의 창립 정신을 소중히 계승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세계 최고의 여성 고등 교육 기관의 면모를 확실히 다져야 합니다. 요즈음 미국의 금융 위기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대학의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이화의 역사를 아는 우리는 이화를 믿고 이화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올해부터 우리 이화는 연구와 교육의 중심에 서서 미래 사회를 주도하는 세계적인 학문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주력하려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힘들고 어렵다고 말하는 지금이 바로 우리가 성취해야 하는 그 때입니다. 이화는 지금처럼 변화의 파도가 높고 세상이 각박하고 사람들의 마음이 흩어져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고귀한 섬김과 나눔의 정신으로 하나가 되어 우리의 꿈을 되새기고 우리의 꿈을 믿으며 힘껏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이화의 창립 정신을 기리는 이유입니다.

이화는 이니셔티브 이화의 비전 아래 시작한 글로벌 이화 2010 프로젝트를 더욱 착실하게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이화는 먼저 세계 대학과의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글로벌화를 추진하여 전체 재학생의 60%가 해외에서 견문을 넓히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연마하고자 합니다.

이화는 또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본교가 유치한 WCU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본교의 연구 개발 부문을 혁신할 것입니다. 이미 2008년과 2009년 WCU 육성 사업에서 총 9개 사업단이 선정되는 우수한 성과를 거두면서, 연구 중심 대학으로서의 역량을 검증받았습니다. 이로써 이화는 올해부터 4분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비롯한 세계적인 석학들과 함께 크고 폭넓은 학문적 연계를 통해서 창의적인 연구 역량을 강화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이화의 학술적 위상도 더욱 높아지고 다각도의 국제 협력을 통해 이화가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의 허브가 되어 세계 학계에서 이화 학파의 바람을 일으키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나아가 이화는 새롭게 조성되는 파주 캠퍼스에 교육 연구 기능과 함께 세계평화센터를 건립하여 글로벌 캠퍼스, 평화의 캠퍼스로서의 위상을 다지려 합니다. 세계의 마지막 분단 현장의 최접근 지역인 파주에 세계 평화와 인류의 공동선을 이룩할 평화센터를 건립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연구 역량을 높이고, 마음이 따뜻한 사랑과 평화의 일꾼을 배출하려는 이화의 노력과 의지를 더욱 아름답게 꽃피워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이화의 노력으로, 이번 조선일보와 영국의 평가 기관 QS가 처음으로 실시한 ‘2009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이화가 국내 종합 대학에서는 순위 4위의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연구의 질적 수준면, 국제화 지수에서 최우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저는 ‘과정 없는 결과는 없고 준비 없는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긴 역사적 안목 속에서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고 아울러 우리 이화의 많은 교수님들이 혼연일체가 되어서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사전에 연구의 인프라를 구축해 왔기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성과들이 쌓여 세계 100대 명문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화의 이니셔티브는 누군가를 지배하기 위한 이니셔티브가 아니라 시대가 요청하는 미래를 향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입니다. 그것은 지구촌의 빈곤 퇴치와 다(多)문화의 공존, 녹색 성장과 환경 생태의 보존을 통해 성취되는 인류 사회의 평화라고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만은 아닙니다. 평화는 사람들이 계급과 인종과 국적과 성별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면서 화합을 향해 나가는 적극적인 내적 외적 조건입니다. 이화는 겸허한 섬김과 나눔의 자세로 이러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지향해 가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이화의 기독교 정신과 진선미 교육 이념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화는 글로벌 지식 경제의 생산적인 시민을 양성하는 첨단 학문의 교육 기관이며 세계 여성 지성 공동체의 중심입니다. 우리는 이화가 세계 속에 존재감을 갖고 인류 공동의 운명에 기여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이화는 더욱 진취적이어야 하고 더욱 개방적이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전통적 가치를 소중하게 지켜가면서 다문화적 소양과 세계적 역량의 배양, 국제적 교류의 노력을 더욱 배가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고귀한 창립 정신을 계승한 이화의 이니셔티브는 물질적이고 계량적인 지표만으로는 이룩되지 않습니다. 진정한 이니셔티브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 높아질수록 낮은 곳을 헤아릴 줄 아는 겸손한 마음, 사람을 신뢰하고, 포용하며, 사랑하는 배려와 소통의 리더십으로부터 나타납니다. 올해부터 우리는 이화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학생들의 인성 교육을 강화하고 폭넓은 품격과 함께 창의성과 리더십을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요즈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다방면의 장학금 확충 사업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화의 이니셔티브는 지금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여자 대학으로서 세계 여성 지성 공동체의 지도자라는 막중한 사명을 의미합니다. 이화인들은 창조적 개척 정신으로 한발 앞서 새로운 선택을 마련하고 21세기의 대학 교육을 선도하기 위해 창조적 능력을 발휘해야 할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화는 올해부터 시대적 요청으로 부각되는 대학 자율화의 모범이 되어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하여 다양하고 개성 있는 인재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새로운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실천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이화 가족 여러분

우리 앞에는 123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3주갑(周甲)의 새로운 역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이화’가 있습니다. 이화의 세계적 도약은 모든 이화 가족 여러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지혜와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해주실 때만 가능합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만이 이화를 세계의 대학으로, 미래를 주도하는 지성 공동체로, 문명과 인류의 가치를 이끌어가는 학문의 전당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화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은 창립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젊어져야 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열고 서로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확인하며 조화와 소통을 통한 화합의 정신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마음으로 일하는 가운데, 보다 창의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보다 혁신적인 교육과 헌신적인 봉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전신, 전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일찍이 하나님의 거룩한 뜻이 있어 세워진 이화는 진정으로 인간적이고, 실질적으로 세계적이며, 본질적으로 창의적인 학문 공동체입니다. 이 아름다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길 위에 이화의 모든 교수님들과 교직원 여러분, 학생 여러분, 그리고 동문님들의 함께 손잡고 가는 진정한 참여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난 123년 간 이화에 주신 하나님의 끊임없는 사랑과 은총에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이화의 앞날을 인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울러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5월 30일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이 배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