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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뉴스

이배용 총장 조선일보 인터뷰

  • 작성처
  • 등록일2007.02.12
  • 16918
[조선인터뷰]
“세종처럼 여성 배려하는 지도자 나와야”
'글로벌 2010 프로젝트' 추진 이화여대 이배용 총장


이화여대는 8일 ‘글로벌 이화(GE) 2010 프로젝트’를 시동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모셔와 강의를 맡기고 해외 거점 캠퍼스를 구축하는 등 야심적인 계획이다. 그 중심에 지난해 7월 취임한 이배용(李培鎔·60) 이화여대 13대 총장이 서 있다. 이 총장은 취임 3개월 만에 경기도 파주에 30만평에 이르는 교육연구복합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 추진력이 이번 ‘글로벌 이화 2010’으로 이어졌다. 취임 이후 보통 밤 10시에 퇴근한다는 이 총장을 8일 만났다.


―총장님은 이대생의 어머니이자 두 아들의 실제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교육현장에서 보실 때 요즘 학생들이 과거와 어떤 점이 다릅니까?
“자기 표현이 당당해졌죠. 과거처럼 쭈뼛쭈뼛한 게 사라졌습니다. 가정에서 귀하게 크다 보니 주목 받는 삶을 살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회성이 약해지고, 입시 중압감 때문인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죠.”

“글로벌 이화(GE) 2010 프로젝트를
통해 2010년까지 세계 100대 명문
대학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이배용 총장. -주완중 기자

―올해로 이화여대가 창립 121주년이 됩니다. 학교도 많이 바뀌었지요?

“환갑을 두 번 넘겼으니 그럴 만도 하죠. 처음 단 1명의 학생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재학생만 2만 명이 넘습니다. 전통적으로 인문사회분야가 강하던 이대가 이제는 나노·바이오·IT 등 첨단과학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재학 중에 결혼을 하면 제적을 당한다는 금혼학칙이 2003년 폐지되자 다시 학교에 나온 할머니 이대생들도 새로운 이대 역사의 한 부분입니다. 한 연세대 학생이 학점 교류로 우리 대학에 포크댄스를 배우러 왔다가 68세 이대생을 만나 당황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요즘 학생들 자기표현 잘하지만 사회성 약해
다른 학문·문화 존중할 줄 아는 인재 길러야
21세기 梨大목표는 전문인 아닌 리더십 양성”


―‘글로벌 이화 2010’은 다른 대학들과 무엇이 다릅니까?
“모든 대학이 세계화를 외치지만 목표가 불분명합니다. 국내외 학생들을 교환하는 차원을 넘어 최신 지식의 교류와 함께 평화, 인본주의와 같은 근본적인 가치를 나누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입니다. 이를 통해 다른 학문과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이화의 목표입니다.”

―지난 1일 설립된 이화학술원은 어떤 교수들로 구성됩니까?
“200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미국의 로버트 그럽스 교수와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 ‘역사의 종말’이란 책으로 유명한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진덕규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을 원장으로 해, 박경서 초대 인권대사, 이어령 명예석좌교수, 국가과학자 1호인 이서구 교수, 신용하 교수 등이 참여합니다. 이러한 석학들이 모여 공동 연구는 물론 일반인들도 참여하는 열린 강의를 할 것입니다.”

―이화여대 교육연구복합단지 부지로 경기도 파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사학자다 보니 전국에 있는 역사 유적지에 답사를 많이 다녀봤는데 경기 지역에 파주만한 곳이 없습니다. 이이나 황희 등 대학자가 이곳에서 터를 닦았죠. 자연 환경도 생생하게 살아 있어 자연의 순리를 배우는 인성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임진각도 있어서 통일 시대 교육의 거점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지에 해외 거점 캠퍼스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해외 대학과 교류를 알차게 하려면 그 지역에 교육 거점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학생들만 보내는 게 아니라 지도 교수를 보내 교육과 인턴십, 장학금 지원도 함께 할 예정입니다. 내년 하반기에 중국 베이징대와 미국 뉴욕 지역의 대학에 첫선을 보일 겁니다.”

―중국의 발전이 놀라운데, 이화여대의 중국 전략은 무엇입니까?
“세계가 중국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야 합니다. 세계인들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한국도 함께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이화여대는 중국과 일본, 인도의 대학과 함께 문화·교육 자원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아시안 다이아몬드(Asian Diamond)’라고 이름 지었는데요, 네 지역 대학이 연계해 우수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자연스레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과 방문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 봅니다.”

―20세기 여성 교육과 21세기 여성 교육은 지향점이 다를 텐데요….
“지금까지 여성 교육은 전문인을 만들자는 것에 초점을 뒀습니다. 여성에게 닫혀진 영역에 뛰어들어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였죠. 지금은 이화여대생들에게 ‘리더’의 가치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전문 실력과 함께 섬세한 포용력을 갖춘 인격적인 리더가 되라는 거죠.”

―이대가 교육기관으로 성공한 비결이 뭡니까.
“우리대학에선 ‘주·전·자’를 강조합니다. ‘주’체성과 ‘전’문성, 그리고 ‘자’신감을 교육에서 실현하겠다는 것이죠. 이 주전자에 사랑과 헌신이라는 단물을 담으라고 학생들에게 말해 왔습니다. 공동체 의식이 없으면 참교육도 없습니다. 오지(奧地)에서 선교사 활동을 하는 동문이 400여 명이 넘습니다. 이화가 이런 동문들을 배출했다는 사실이 더 값지고 보람 있습니다.”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장(2000~2006년)으로도 활동하셨지요.
“평생교육원은 참 특이한 곳입니다. 전직 대학교수·CEO부터 일반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수업을 받습니다. 옛날에는 A학점을 대통(大通)이라고 했습니다. ‘학문과 크게 통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제가 도장을 파서 성적표에 똑같이 찍어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십니다. 앞으로 파주에도 평생교육원을 세워서 내국인은 물론 해외 교포들이나 외국인들도 함께 모여 공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조선사(史)에 정통해 사극(史劇) 자문도 많이 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사극은 역사를 왜곡시키는 게 많아서 망설였지만 일반인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 참여했었습니다. 드라마 ‘여인천하’ 자문을 맡았었는데, 경빈(도지원 역)이 대히트를 치자 역사상 죽을 시점이 됐는데도 계속 살려두는 겁니다. 그래서 PD에게 항의 전화를 여러 번 했었죠.”

―올해는 대선의 해입니다. 사학자로서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최초의 부부 산후 휴가를 실시한 지도자가 세종대왕입니다. 임신한 여자노비가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산전 산후 휴가 100일을 주라고 어명을 내렸죠. 그리고 부인을 보살펴야 한다고 남편노비에게도 추가로 30일을 보장했습니다. 이렇게 섬세한 인본주의 철학과 합리성을 지닌 분이 대통령이 돼야겠죠.”


이배용 총장은
이배용 총장은 이화여중과 이화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석사까지 마쳤다. 박사학위는 서강대에서 받았으나 1985년 이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22년 동안 이화를 떠나본 적이 없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전공한 정상급 사학자 중 한 사람이다. 이화여대 역사관장과 인문대학장을 역임했으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취임 전까지는 이대 평생교육원에서 각계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국의 역사문화를 가르치던 명해설자로도 유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막 교류를 트던 1993년부터 4년 동안 한국여성연구소장을 맡아 중국 북경대와 한·중 여성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돼, 북경대에서 올해 ‘이화의 날’을 선포할 예정이다.

- 2007년 2월 9일 조선일보 인터뷰 강효상 사회부장, 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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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에 분교 캠퍼스를 세운다. 올해에만 50여명의 외국인 교수를 충원해 모든 전공에 한 명 이상의 외국인 교수가 수업을 진행한다. 재학생과 신입생 중 우수학생을 선발해 세계적 석학에게 교육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제대학을 올해 1학기부터 도입한다. 이화여대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이화 201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대학의 3대 축인 교육·연구·행정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2010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주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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