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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뉴스

이배용 총장 후기 학위수여식사(전문)

  • 작성처
  • 등록일2006.08.29
  • 10181
본교는 8월 25일 대강당에서 2005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을 갖고 775명의 학사, 717명의 석사, 72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총장 취임 후 첫 학위수여식을 갖게 된 이배용 총장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에게 “겸손한 지성인으로 진취적인 개척자로서의 삶을 살며, 이화공동체의 한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진정한 전문인으로 살아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래는 이배용 총장의 학위수여식사 전문이다.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오늘 우리는 775명의 학사, 717명의 석사, 그리고 72명의 박사들에게 영예로운 학위를 수여하고 이화 교육의 보람된 결실을 사회에 배출하게 되었습니다.
바쁘신 가운데도 우리 졸업생들을 축하하고 격려해 주시기 위해 함께 자리해주신 내외귀빈 여러분, 여러 교수님들과 동창생, 그리고 학부모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영광의 주인공인 졸업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오늘의 여러분이 있기까지 사랑과 관심으로 뒷바라지해 오신 학부모님과 여러분의 학문적 성취를 이끌어주시고 정성을 다해 지도하신 교수님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지난 수년간 이화는 여러분이 꿈을 키우고, 우정을 나누며, 고뇌하고,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가꾸어 가던 터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은 이화와 함께 인간적으로 성숙하고 지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하나님을 섬기는 대학에서 하나님을 바라보는 삶의 지표와 가치관을 확립하고,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와 겸손이라는 이화 공동체의 정신을 함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이화의 캠퍼스를 떠나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은 이곳에서의 추억과 따스한 느낌들을 간직한 채, 설레임과 희망을 품고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화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가지고 한 사람의 지성인으로, 양식 있는 시민으로, 그리고 전문 능력을 갖춘 직업인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원대한 꿈과 의욕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나기 위해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 있는 여러분에게 무한한 격려를 보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오늘날 우리 시대는 국내외적으로 급격한 변화와 첨예한 가치 대립의 양상 속에서 경쟁과 갈등을 반복해 오고 있습니다. 21세기의 화두가 되고 있는 세계화, 정보화, 개방화는 국가간의 장벽을 허물어뜨리면서 통합과 개방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고, 전 세계적인 차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치열하고 냉엄한 경쟁시대의 도래를 수반하여, 인류의 가치관과 삶의 양상을 크게 달라지게 할 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종교간, 민족간, 인종간의 마찰과 대립으로 인한 분쟁을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도 이념간, 세대간, 계층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전통과 도덕적인 가치관에 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둘러싼 시대적 상황은 여러분의 첫걸음을 힘겹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이며, 오히려 이화의 정신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이화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갈등과 경쟁의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이화 정신, 곧 이화가 하나님의 뜻 안에서 지켜온 고귀한 정신적 자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진리를 추구하고 진실을 소중히 여기는 정신이며, 선을 추구하며 원칙을 지키는 높은 도덕성이며, 고통을 함께 나누며 헌신하는 아름다움입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체득한 이화의 삶을 사회에서 적극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이화는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미국인 선교사 스크랜턴 부인이 황화방에서 작은 배움의 촛불을 밝히며 시작되었습니다. 여성교육을 기피하는 사회 통념 때문에 처음에는 단 한명의 학생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먼 미래를 바라본 이화의 선구자들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여성들을 모아 보살피고 배움을 전파했던 이화는 발전하는 역사와 함께 드높은 꿈을 키워왔습니다. 이제 이화는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의학, 법학, 공학, 예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여성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세계 최고의 여자대학이 되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이화의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힘을 더 넓은 세상에서 발휘할 때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들을 세상으로 내보내면서 저는 이화의 모든 스승님과 선배를 대신하여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는 험한 세상을 향해 씩씩하게 출발하는 여러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간절한 사랑의 마음입니다.

첫째, 여러분은 겸손한 지성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미래의 꿈을 성취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사랑과 섬김을 실천할 수 있는 겸손함입니다. 두 개의 극단 사이에서 항상 중용을 취하고 자신을 낮추되 수줍어하지 말며 항상 넉넉하지만 오만하지 말아야 합니다. 겸손하고 품위 있는 몸가짐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입니다. 정중한 태도와 언행은 세상을 기쁘게 하는 양식입니다.

또한 겸손한 인격은 여러분을 포용력을 갖춘 여성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21세기는 여성의 세기라고 합니다. 이것은 조화와 화해를 통해, 갈등과 혼란과 상처투성이인 시대를 감싸 안을 수 있는 넉넉함을 의미합니다. 여성으로서 살아갈 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많은 난관이 남아 있지만, 여러분은 그것까지 포용하고 극복할 수 있는 관용을 품기 바랍니다.
받는 사람이 아닌 베푸는 사람으로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사랑과 섬김으로써 기쁨을 누린다면, 여러분은 진정으로 보람 있고 행복한 인생을 영위하게 될 것이며 우리 사회는 더 따뜻해지고 더 인간답게 사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둘째로, 여러분은 어디에 있든지 진취적인 개척자로서의 삶을 살기 바랍니다. 무지개가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듯이 상황도 그것에 임하는 사람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이화의 딸들은 변화에 대한 분별력을 갖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진취적으로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개교 이래 이화는 불합리한 사회적 인습에 대항하여 그동안 한 번도 여성들이 진출하지 못한 분야에서 여성의 자리를 개척해왔습니다. 이화에서 배운 여러분들은 여러분이 부딪치게 될 사회적 제약에 절망하거나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전통은 계승하면서도 여러분 자신이 세상의 새로운 틀을 창조하는 선구자이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역사적 과제와 사명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선배들은 희생과 헌신으로, 배움의 기회가 전혀 없는 어두운 시대를 극복하고 여성교육의 길을 개척하였습니다. 또한 사회 변혁과 사회 정의의 실천적 기수가 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 여성들이 오늘과 같이 당당한 인격체로서, 역사의 주체로 설 수 있게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자부심을 일깨워 주기도 하지만, 또한 그만큼 역사적 책임이 무겁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화의 교육을 받은 여러분은 시대와, 소외된 이웃과, 미래 세대에 대해 책무를 지고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셋째로, 여러분은 오늘 이화 캠퍼스를 떠나지만 이화공동체의 한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은 오래도록 간직하기 바랍니다. 이화 공동체는 3세기에 걸쳐 배움을 함께 나누고 서로가 서로의 발전을 도와 세상의 밝은 빛이 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세상 밖, 어느 곳에서나 만나는 이화인은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어야 합니다. 이화인들이 하나 되어 힘을 발휘할 때, 세상 어떤 부조리한 장벽도 뛰어넘을 수 있는 역량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하나된 이화인들이 밝히는 빛은 세상의 어두운 곳을 비추고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는 역동적인 힘입니다. 포용과 융합의 여성성을 바탕으로 사회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신뢰받는 지도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능력 있고 도덕적인 리더가 되기 위한 자질과 자세를 갖추기 바랍니다. 저는 13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취임사에서 앞장서서 주도하는 새 이화 “이니셔티브 이화”를 선언하였습니다. 이화는 21세기 대학의 미래와 새로운 문명을 열어가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능력 있는 리더로서 이화와 발맞추어 함께 가기를 바랍니다.

21세기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경쟁력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전문성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이화에서 심은 씨앗을 지속적인 자기 개발로 끝까지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 분야의 진정한 전문인이 되어야 합니다. 전문인은 자기 일에 전력투구하여 성실함과 책임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전문인은 실력 자체로 평가 받는 사람입니다. 전문인은 자기 일에 독창성을 발휘하는 사람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면, 많은 정보가 양산되지만 그 정보의 수명은 매우 짧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뒤지지 않고 앞장서기 위해서는 평생교육의 정신으로 언제나 새로운 지식에 접근하고 새로운 정보를 흡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탁월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국제적 안목과 미래에 대한 예견과 지혜를 겸비한 인재가 되어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주기를 부탁합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들은 모두 이화의 자랑스런 선택이었음을 영원히 기억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을 선택한 이화는 이화의 불빛을 여러분 모두에게 나눠 드렸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당당히 세상에 나가 이화의 등불을 환하게 비추어 주십시오. 여러분 스스로가 밝은 빛이 되어 세상을 찬란히 밝히기를 소망합니다. 이화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끝없는 자기 개발과 각고의 노력으로 이화의 정신을 더욱 가꾸어 나가며 언제나 든든한 여러분의 후원자로 이 자리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여러분의 앞날에 하나님의 보살핌과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8월 25일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이 배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