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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뉴스

동아일보, 신인령 총장 인터뷰

  • 작성처
  • 등록일2006.03.08
  • 12857
동아일보는 지난 3월 1일자 '초대석'에 본교 신인령 총장을 인터뷰했다.

다음은 "120년 역사깊어도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제목의 인터뷰 내용이다.


과감한 구조개혁 추진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

이화여대는 최근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해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2005년 국가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지난해 말 음대 조형예술대 체육대 생활환경대 간호과학대 사범대의 전공을 조정해 예술대학과 건강과학대로 개편했다. 이를 통해 14개 단과대를 11개로 줄였고 앞으로 5∼7개로 더 줄일 계획이다. 이런 구조개혁의 과정에서 이화여대는 힘겨운 진통을 겪고 있다. 올해 개교 120주년을 맞는 이화여대 신인령(辛仁羚·63) 총장을 만나 최근 이화여대의 현안을 들어 봤다.

신 총장은 “대학이 백화점식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양적 팽창 경쟁을 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미래지향적 고등교육체제를 구축하고 세계화 지식정보화사회에서 경쟁을 하려면 능동적으로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는 갑자기 구조개혁을 한 것이 아니라 10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다른 학교보다 용기 있게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신 총장은 “기초 소양교육을 강화하고 순수예술교육을 심화하기 위해 예술대로 개편하면서 동문들이 일부 전공이 없어지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지만 특성에 맞게 학과를 재배치한 것이고 예술분야 간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한때 일부 동문이 농성하는 등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학부를 줄이는 대신 의학전문대학원 국제대학원 통번역대학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외에 경영전문대학원 전환 신청을 했고 앞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지정되면 명실상부한 전문대학원 체제가 된다는 것.

초미의 관심사인 로스쿨이 화제가 됐다. 신 총장은 “다른 대학은 지금 준비를 하느라 바쁘지만 이화여대는 1995년부터 강의실을 첨단화하고 법학도서관 모의법정을 마련하는 등 모든 준비를 끝냈다”며 “실무 경력 교수 6명을 포함해 전임교수가 28명으로 최고의 교수진을 갖춘 덕분에 지난해에는 52명의 많은 사법시험 합격자를 배출했다”고 자랑했다.

사법개혁추진위원이기도 한 신 총장은 “많은 대학이 로스쿨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만큼 인가 기준부터 빨리 정해야 한다”며 “인가 방식보다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면 허가하는 준칙주의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 총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의 노동법 전문가다. 이화여대 법대 학생회장 시절 한일 굴욕외교 반대시위를 주도하다 정학을 당했고 공장 노동자들에게 노조민주화 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1년 가까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런 신 총장이 요즘은 등록금을 놓고 학생들과 씨름하고 있다. 학교 측은 당초 6.8% 인상안에서 5.8%로 내렸지만 총학생회는 동결을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사립대가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발전하려면 재정 기반이 탄탄해야 합니다. 1970년대 재정난을 겪은 뒤로 이화 공동체는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죠. 직원 모두가 서류봉투를 덧칠해 재활용하고 이면지를 쓰며 절약했습니다. 덕분에 5000억 원의 기금을 모았지만 투자할 곳이 너무 많습니다. 학교 예산 중 등록금 비율이 46%밖에 안 돼요.”

신 총장은 “학생이나 교수들의 요구를 적당히 들어 줄 수도 있지만 학교 발전을 위해 옳다고 결정한 원칙은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신 총장은 ‘이화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EGPP)’을 통해 베트남 네팔 아프가니스탄 케냐 등 14개국의 여학생 30명을 올해 무료로 입학시킨 것을 설명하면서 “이화여대도 창학 이념인 나눔과 여성교육을 실천하고 세계 속의 이화인을 양성하는 등 국제화에 앞장서게 됐다”고 말했다.

남녀공학으로 바꿀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손을 내저었다.

“여대를 유지하느라 불이익이 많지만 우리가 져야 할 십자가라고 봅니다. 독일이 여대 설립을 준비하면서 우리를 벤치마킹해 갔어요. 이화여대는 한국의 자랑거리인 만큼 여대의 강점을 살려 계속 발전할 것입니다.”

신 총장은 이화여대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이화인의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비쳐선 안 된다”며 “지성인이라도 겸손함을 갖추지 않으면 아름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할당제에 대해 “정치 등 특정 분야에서 남녀 간의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되고 법이론적으로도 정당하다”며 “고시나 공무원시험 등에서의 여풍도 여성들이 노력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2006년 3월 1일 동아일보 이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