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이배용 총장 중앙일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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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200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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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 총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중앙일보와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이 총장은 인터뷰를 통해 "우리시대에 필요한 리더는 시대정신을 읽는 통찰력, 인재를 보는 안목, 구성원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설득력과 포용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평화, 화합, 포용의 가치를 가슴에 품은 인재, 양성 평등 시대를 이끌어갈 여성인재을 길러내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배용 총장은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이화여대가 여성교육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며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지의 대학들로 부터 교육 프로그램 수출을 요청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래는 중앙일보 8월 20일자에 실린 이배용 총장 취임 1주년 인터뷰 내용. |
[월요인터뷰] 취임 1주년 맞은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선덕여왕 리더십으로 교육문화 바꾸겠다"
만난 사람=송상훈 정책사회 데스크
8월 2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배용(사진) 이화여대 총장은 '이니셔티브(initiative)', 즉 주도권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주요 대학이 추진 중인 제2캠퍼스 건립 경쟁이나 해외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캠퍼스 글로벌화 등에서 이화여대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인 이 총장이 '시대가 준 역할에 충실한 리더십'에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16일 오후 이 총장을 만나 우리 시대에 필요한 리더의 조건과 대학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이화여대는 지난 121년간 수많은 여성 지도자를 배출했다. 우리 사회에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역사적으로 성공한 리더들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리더는 시대정신을 읽어 내는 통찰력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잘 잡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를 정확히 읽고 역사가 준 교훈을 되새길 수 있는 역사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둘째는 인재를 발굴해 등용하는 안목이다. 나는 최고의 리더로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은 신라의 선덕여왕과 한글을 창제해 오늘날 민족의 자존심과 문화를 높인 조선 세종대왕을 꼽는다. 이들에겐 리더의 균형감각을 살려준 훌륭한 신하들이 있었다. 능력 있는 인재를 좋은 인연으로 엮어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최고의 리더다. 셋째, 사회 구성원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설득력이다. 사회를 통합하는 리더의 능력은 한 시대의 경제적·문화적 생산력을 결정하는 원동력이 된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주장과 의견이 너무 많아 (화합하기가)쉽지 않다. 이를 잘 통합해야 신바람 나는 일을 할 수 있다. '신바람 나는 정치'는 '신뢰의 정치'다. 불신·분열·불안은 무기보다 더 무섭게 사회를 와해시킨다. 마지막으로, 리더에겐 포용력이 필요하다. 자신을 낮추는 리더의 겸손한 자세는 사회적 신뢰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선덕여왕 리더십 얘기를 했다. 그가 부활한다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까. "선덕여왕은 '시대를 풀어가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당시 신라가 처한 대내외 판세를 정확히 읽고, 시대가 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삼국시대의 주도권 싸움에서 신라가 이긴 건 내부 결속력과 유연한 외교력을 보여준 선덕여왕 때문이었다. 그는 김춘추와 김유신을 키워 통일 역량을 길렀다. 리더는 자신의 특출난 자질과 다양한 인재의 역량을 수렴해 하나의 결단으로 보여줘야 한다. 선덕여왕은 무엇보다 성과를 내려고 성급하지 않았다. '내가 씨를 뿌렸으니 열매도 따겠다'고 나서면 안 된다. 밥 지을 때도 뜸을 들여야 하듯 숙성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씨를 뿌리는 리더가 있고, 남이 뿌린 씨를 잘 가꿔 다음 시대에 넘겨줘야 하는 리더도 있다." -현재 한국은 국가 간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 이 총장은 박사학위 논문(구한말 열강의 광산 이권 획득에 관한 연구)에서 근대화 과정에서 경제적 주권을 빼앗기는 과정을 광산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당시의 상황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을 것 같다. "100여 년 전 근대화 과정에서 외교·경제 주권을 잘못 행사했다. 당시 광산을 빼앗기는 과정을 보면 협상 과정에서 명분에만 집착해 치밀한 논리를 세우지 못했다.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확실하고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보가 없으니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근대화는 변화를 지속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 변화가 외세에 의해 끌려가는 것이었다. 그런 실패를 딛고 오늘에 이른 것은 놓치지 않고 지킨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문화·교육·경제·정치가 그것이다. 문화는 정신, 교육은 미래, 경제는 생존, 정치는 정체성을 말한다." -이 총장은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건가. "지금의 시대정신은 평화·화합·포용이다. 나는 그런 가치를 가슴에 품은 인재, 양성 평등 시대를 이끌어갈 여성을 길러 내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민족적 평화뿐 아니라 세계적 평화를 이루려면 대학이 먼저 글로벌화해야 한다. 글로벌한 캠퍼스는 언젠가는 하나로 어우러질 세계에서 공존할 수 있는 질서를 모색하기 위한 조건이다." -입시 문제를 얘기해 보자. 6~7월 2008학년도 대입 내신문제로 교육부와의 갈등이 심했다. "역사적으로도 '선발'은 항상 어려운 문제였다. 조선시대 때 관료를 뽑을 때도 문장 기술력(製術)이 먼저냐, 경전 해석력이 우선이냐를 두고 논란이 심했다. 요즘 상황으로 보면, 기본적으로 공교육이 중요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초·중·고교 교육이 내실화할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대학들도 자율과 권한이 있는 만큼 책임지는 모습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학생들의 여러 우수한 능력을 시험지 한 장으로 평가하느냐, 공부해 온 과정을 살펴보느냐는 참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고민하는 과정에서 공동선이 나올 것이다." -현재 대입 제도 하에서 가능한가. "학생 선발 방법이나 원칙은 항상 변해 왔다. 교육정책도 시기마다 바뀌었다. 대학들도 설립 이념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총장이 된 후 다른 지방대학 총장들과 회의하다 보니 대학 간 입장의 차이도 있겠구나 싶었다. (대학 정책을)획일화하기 어렵겠더라. 현재 대입 제도는 대학 간 공통분모도 있지만 입장에 따라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도 많이 있다." -3불정책(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 금지)에 대한 입장은 뭔가. "3불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개념이 다르다. 대답하려면 교육 철학뿐만 아니라 여론·정치적 철학, 사회적 철학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대학이 3불에 대해 같은 입장일 수 없다. 특히 기여입학제는 사회적 신뢰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어렵다. 무엇이든 한 잣대로 잘라 말하기엔 오해를 일으킬 수 있고 설득력도 부족하다. 각 경우의 장단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지금 대답하는 것은 성급하다." -최근 유명 인사들의 학력 위조가 문제다. "학위는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공인 인증서다. 분야에 따라서는 학위 아닌 능력이 더 중요한 분야도 있다. 선발의 기준을 세우기가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학위는 검증의 중요한 잣대였다. 사회적 공신력이 있는 검증 수단과 함께 분야별 특수성을 고려해 선발 기준을 고려하면 된다." -유명 연극배우의 이대 학력 위조,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영화 대사…이대 학위의 의미가 뭔가. "오늘 꼭 이 질문이 나올 것 같더라(웃음). 이화여대는 여성의 주체성과 자신감·전문성을 배양하는 대학이다. 이대가 배출한 인재들은 이 훈련을 받고 나간다. 또한 기독교 정신에 따른 봉사와 겸허한 자세를 가르친다. 나는 봉사나 겸손의 가치를 전인교육 프로그램 안에 흡수하고 싶다." -지난해 총장 취임 때 4년 임기 동안 기금 1000억원을 모으겠다고 했는데. "우리의 꿈을 실현하려면 그 정도는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총장으로서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모금하는 일이더라. 일단 지난 1년간 전체 목표의 4분의 1을 달성했다." -경기도 파주에 건립 중인 교육·연구 복합단지가 다른 대학들의 제2캠퍼스와 다른 점은 뭔가. "총장이 된 이래 줄곧 우리 대학이 21세기 교육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십 훈련으로 전인교육을 하고 다문화적 소양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덧붙여 우리 대학들의 연구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왜 우리 학생들은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왜 최고의 연구자들은 서양에만 있는가 하는 문제 의식이 있었다. 이런 꿈을 담으려면 캠퍼스 용량이 좀 확보돼야 하겠더라. 자연 속에서 인성교육과 진리 탐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또 기숙사 생활과 외국어 교육에 충실할 것이다.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서울 북쪽 지역에 평생교육과 문화예술적 환경을 조성해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는 양해각서(MOU) 체결 후 법률적·환경적 점검 단계에 있다." -이화여대가 벤치마킹할 만한 세계적인 대학이 있는가. "오히려 우리가 롤모델이 되고 있다. 만나는 세계 대학의 총장마다 우수한 여성 인재를 교육할 프로그램이 없다며 도와달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50%가량으로 높아지면서 이화여대가 쌓아온 성과는 교육 수출상품으로 가치가 높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립대들이 우리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수출해 달라고 하고, 인도 6위권 대학에선 뭄바이에 이화여대 분교를 내달라고도 했다." -남자 교수나 타교 출신이 이화여대 총장이 된 적이 없다. "그동안 이대 총장들은 각자 처한 시대마다 제 역할을 잘해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에 대해 잘 알았기 때문이다. 또 조직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자신을 헌신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대학에서 교육받은 지도자가 총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또 요즘 대학 총장들이 기금 모금이나 경영 논리에 지배되고 있긴 하지만, 대학은 교육기관이라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대학을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처럼 다루면 안 된다. 교육은 신속성보다 장기성이 있어야 한다." 정리=박수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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