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회 교수팀, ‘가을 우기’ 현상 과학적 규명
기후변화로 '가을 우기' 본격화
최근 25년간 강수량 44mm 증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허창회 교수팀이 지난 45년간의 기상 관측자료를 분석해 우리나라에 ‘가을 우기’ 현상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음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의 기후변화가 계절적 강수 패턴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첫 사례로 평가받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이 1979년~2023년까지 전국 61개 기상관측소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9월 10일부터 10월 10일까지의 누적 강수량은 1998년 이후 평균 150mm로 이전보다 42% 증가했다. 특히, 100mm 이상의 집중호우 발생이 두 배 이상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의 주요 원인은 태풍 경로의 서진(西進) 이동이 지목됐다. 태풍이 과거보다 더 서쪽으로 이동해 가을철 한반도에 더 자주 접근하면서 강수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시기에 관측된 강수 증가량의 약 72%는 태풍으로 인한 강수로 분석되었다.
5일 이동평균으로 살펴본 일 강수량의 연중 변화 그래프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태평양 고기압의 후퇴가 늦어지고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동아시아 해역의 해수 온도가 0.5~1.0℃ 상승함에 따라 태풍이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고 북상하며, 가을 태풍이 더 강력해지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1998년 이후에는 단순히 태풍의 접근 일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한 태풍에 의한 최대 일 강수량이 약 2배로 증가(평균 61mm → 130mm)했으며, 영향권에 든 지역의 면적도 10% 이상 확대되었다. 상층 대기의 바람 구조 변화도 태풍의 연직 발달을 촉진해 집중호우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을 태풍으로 인한 집중호우 증가로 피해액이 매년 수천억 원에 이르며, 여름철보다 더 큰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허창회 교수는 “기후변화가 한반도 강수 패턴의 계절성을 재편하고 있다”며 “가을철 집중호우에 대한 예측 및 대비 체계를 긴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향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가을 우기의 미래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왼쪽부터) 김희애 씨, 허창회 교수
본교 허창회 교수(교신저자),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김희애 씨(제1저자)가 연구자로 참여한 연구 논문 「Emergence of autumn rainy season in Korea due to tropical cyclone influence」는 국제 학술지 <Atmospheric Research> 온라인판에 7월 4일(금) 게재되었다.
본교는 금융감독원, 주요 국내기업, 주한 영국대사관과 함께 국제 기후리스크 관리모형 개발에 나서는 등 에너지·기후·환경·ESG 분야 연구를 선도적으로 수행해 왔다. 또한 지난 5월에는 기후환경융합연구원(원장 허창회 교수)을 설립해 기후위험을 선제적으로 예측·관리하고 산업·금융·국토 인프라 부문 회복력 강화를 위한 핵심 융합기술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본교는 올해 ‘THE 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모두를 위한 에너지 보장’ 부문에서 국내 8위를 차지하며 지속가능 사회를 선도하는 교육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