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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롯데벤처스 선임심사역 정한나 동문(섬유예술전공·19년졸)

  • 등록일2024.08.01
  • 2130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다수 배출되며, 청년 창업과 투자에 관심 있는 대학생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화도 창업지원단·기업가센터 등을 통해 다양한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화인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오늘 이투리는 창업과 투자, 경영에 관심 있으신 이화인 여러분들을 위해 롯데벤처스 선임심사역 정한나 동문(섬유예술전공·19년졸)을 만나보았습니다. 정한나 동문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동문님의 이화에서의 대학 생활부터 취업 스토리 그리고 현재 하고 계시는 벤처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롯데벤처스 선임심사역 정한나 동문(섬유예술전공·19년졸)

Q. 안녕하세요, 동문님.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롯데벤처스에서 선임심사역으로 일하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섬유예술학과 14학번 정한나입니다.


Q. 섬유예술학과 벤처경영학을 복수전공하셨는데요. 벤처경영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또한 학부 졸업 후 해당 분야로 진출하시게 된 계기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이 금융 관련 학과를 선택한 거라서 저는 이게 흔치 않은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단한 사업을 꿈꿨던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나만의 패션 브랜드 론칭을 위해서는 디자인과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패션 디자이너가 돼야만 나의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대학 생활을 하면서 브랜드 론칭을 위해서는 경영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 들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서 파는 것에 재미를 느껴서, 플리마켓이나 대동제에서 팔기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저희 전공 교수님께서 한번 #이화52번가 라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거기서 매장을 열어서 운영해 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업이 처음이었던 저는 매장 운영도 플리마켓처럼 운영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때 제가 스스로 경영 분야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고 생각하고 이 부분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경영학과 수업과 벤처경영학과 수업을 들어보았어요. 결국은 저한테 필요한 수업으로 #벤처경영학 을 복수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이화 52번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많이 노력했었어요. 그 과정에서 저의 사업을 심사해 주시는 분들을 만나 뵐 수 있었는데, 그분들이 어떤 일을 하는 분들인지에 막연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평가받는 입장일 때는 모르는 사업의 중요한 부분을 그분들을 알고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업을 정리한 후 #투자심사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롯데벤처스 선임심사역 정한나 동문(섬유예술전공·19년졸)

<2023 이화스타트업포럼>에서 강연하는 정한나 동문


Q. 현재, 롯데벤처스 선임심사역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하고 계신 일에 대한 소개와 어떤 계기로 롯데벤처스 선임심사역으로 일하게 되셨는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초기 단계의 기업을 매니징하는 역할이에요. 초기 단계의 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고, 투자를 해서 그 회사들이 잘 성장하게끔 케어해주는 매니저의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원래는 FI투자(재무적 투자)를 하고 싶어서 ‘KB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에서 일을 했었어요. 하지만 그 일을 하면서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저는 어떤 한 분야에서 일을 오래 한 적도 없었고, 디자인적인 전공 지식은 많지만 특정 산업 하나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회사가 속한 산업 분야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는데 내가 이 회사가 잘 될지를 어떻게 판단하지?’라는 한계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특정 산업군에서 그 산업의 본질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케이옥션 전략기획팀에서 일해보자 결심했어요. 해당 직군으로 자산으로 인정받는 고가의 제품을 사고파는 플랫폼 회사의 사업 구조와 IPO 진행을 경험해 볼 수 있었고, 관련해서 신사업 프로젝트들도 진행하며 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진행하던 신사업이 산업 분위기상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을 많이 만나보고, 좋은 회사에 대해 판단해 보면서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 주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롯데벤처스 선임심사역으로 일하게 되었어요.

* 오픈 이노베이션: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업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


Q.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다른 기업 투자보다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을 텐데요. 동문님은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나요?

저는 기업 투자에 있어서 해당 기업의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사실 제가 투자 심사를 담당하는 기업들이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초기 단계의 기업들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 대해 고려해 볼 수 있는 지표가 정말 별로 없어요. 딱히 매출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영업 이익이 좋은 것도 아니고,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사업 아이디어가 불안정한 상태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사실상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대표의 역량’ 만큼은 신중하게 보는 것 같아요. 물론, 사업 아이디어가 좋으면 너무나 좋겠지만, 초기 단계의 기업들이다 보니 아이디어가 계속 새롭게 바뀌는 경우도 많아요. 초기에 상상했던 사업 아이템이 계속 가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과 '팀'인 것 같아요. 대표님이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계신지, 추진력이 있으신지, 자신의 산업 분야에 애정과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계신지 그리고 팀원들은 그 산업 분야에 맞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봅니다.


Q. 벤처 투자 관련 업무를 하시면서 보람찼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어떤 기업을 크게 성장시켜봤다든가 하는 그런 보람찬 경험은 해보지 못한 것 같아요. 투자의 성과를 판단하려면 짧으면 5년, 길면 10년은 봐야 해요. 저희 회사가 생긴지 아직 7년 정도라 투자한 기업 중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케이스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상당수가 다 잘 성장 중이고, 계열사와의 긴밀한 협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고 생각해요.


Q. 일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 있으셨다면 어떤 점이 어려우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금도 계속 걱정되는 부분도 많고, 어려운 부분도 당연히 많아요. 일적으로도 그렇지만, 그냥 저라는 개인으로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 갈지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심사역은 어떤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기 힘들거든요. 심사 전에 해당 산업 분야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잘 알고 있어야 하죠. 하지만 요즘에는 어떤 한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심사들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서, 저만의 전문 분야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제가 섬유예술을 전공해서인지 패션이나 뷰티, 라이프스타일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 분야에서 나만의 전문성을 어떻게 키워나갈지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Q. 이화에서의 생활도 궁금한데요. 학부 시절 동문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학생의 본분을 다하지 않거나 불성실한 사람은 아니었고요. (웃음) 정도를 지키면서 자유를 추구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전공 교수님, 복수 전공 교수님들과도 굉장히 잘 지냈어요. 또 혼자서 이런저런 재미있는 활동들을 많이 찾아다니고, 일을 벌이면서 지내는 스타일이었어요. 한 번은 다른 학교 친구들과 교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친구들을 모아서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어요. 기존에 있는 동아리들은 입부를 하게 되면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은 편이잖아요. 그런데 교류 과정에서 그런 것들에 얽매이는 게 싫어서 아예 새로 동아리를 만든 거죠. ‘비글러’라는 동아리였는데, 부원들이 하고 싶은 액티비티를 모으고 투표로 하나를 정해서 주기적으로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아리였어요.


Q.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활동은 무엇인가요? 

제가 했던 활동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건 사실 '사업'이었어요. 섬유예술전공 수업을 듣다 보면 염색도 하고, 패턴 디자인이나 프린팅 등 여러 가지를 하는데요. 그때 남는 섬유 샘플들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어쨌든 그 샘플들도 다 작품의 일부인데, 작품으로 내놓기엔 1, 2%가 부족한 것뿐이거든요. 그래서 그걸 액세서리로 만들어 팔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걸 주 상품으로 이화여대 52번가에 매장을 열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도 그때를 떠올리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많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대학생 때 꼭 이런 사업 같은 걸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대학생 때는 실패를 해도 아주 크게 실패할 일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대학생 때가 말 그대로 '시원하게' 말아먹어도 되는 때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종종 저를 뒤돌아보면서 '아… 그때 좀 더 시원하게 말아먹어 볼 걸 그랬나’ 하고요. (웃음) 물론 그 당시에는 조금의 돈도 허투루 쓰기가 두려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정도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Q. 이화에서의 인생 수업은 무엇이었나요?

다시 떠올리느라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웃음) 돌이켜 보면 재미있는 수업 들은 정말 많았어요. 교양 수업도 흥미롭게 들은 것도 많았고요. 그래도 하나 꼽자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많이 됐고, 이쪽 분야로 저를 이끌어준 기업가정신연계전공 수업입니다. ‘벤처 투자 동향 분석’이라는 수업이 있었어요. 그 수업에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과 굉장히 비슷한 과제를 했었어요. 예를 들어, 내가 어떤 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컨설팅을 모의로 하는 거예요. 제가 당시에 선정했던 기업은 쿠팡이었어요. 그때 쿠팡이 거액의 투자를 받은 시점이었는데, 그 자금이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분석을 하고, 이 회사의 부족한 점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스타트업을 제안해 본 거죠. 저는 재고 관리를 DB로 정리해서 자동화할 수 있는 솔루션 등을 찾아서 오픈 이노베이션 제안서를 만들었는데, 되게 힘들었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수업이었어요.


Q. 이화가 동문님께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나이가 들수록, 이화는 다른 학교는 가질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이대생들이 그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강한 여성들이 모여 있는 곳이 이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사회로 나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렇게 삶에의 의지가 강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여성들을 만나기가 쉽지만은 않은데요. 이대에서 그렇게 열정적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공부했던 게 저에게는 되게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또 항상 원동력이 좋은 것 같아요. 대학 친구들, 동기들도 다들 자기 분야에 애정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고 모습을 보면 저에게도 열정이 생기고 원동력이 돼요. 사회에서는 여전히 유리천장 등과 같은 한계나 차별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을 뚫고 나갈 의지가 생기는 것, 이게 이화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Q. 마지막으로, 블로그 독자분들과 동문님과 같은 진로를 꿈꾸고 있는 이화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멘토링을 나가거나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할 때 항상 너무 열심히 살지 말라고 해요. 이대생들은 보면 항상 열심히 하는 게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요.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많고요. 회사에 가서도 ‘이 회사에서 내가 이만큼 해내야지!’라는 마음으로 임하고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계속하면 삶이 조금 힘들어지더라고요. 물론,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본인의 삶의 목표가 회사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삶의 목표는 따로 잘 챙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롱런할 수 있습니다.

또, 저랑 같은 업계를 희망하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것은, 자기가 하고 싶거나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조금 키우고 넘어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 업계에 들어와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이쪽에서 시작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쌓고 시작하는 방법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학부 시절 52번가 창업부터 시작해 벤처 투자 심사역 진로까지, 정한나 동문님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동문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현실적인 조언들이 많은 이화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혹여 실수할까 도전하기를 주저하거나 두려워하고 계시는 이화인분들께 '조금 더 시원하게 망해볼걸' 후회한다는 동문님의 이야기가 더 멋진 내일을 위해 과감한 투자의 첫발을 내딛도록 하는 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4기 안소원, 15기 이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