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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LF 부사장 조보영 동문(철학·87년졸)

  • 등록일2022.08.25
  • 1255

매년 시행되는 100대 기업 내 여성임원 조사에서 이화는 여성 임원 배출 대학 1위를 차지하며 여성 리더의 산실로서 면모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도 모더나코리아 대표 손지영 동문, 글로벌 기업 파이서브코리아 신임 사장 박미령 동문, GS 첫 여성 사외이사 문효은 동문, 삼성엔지니어링 첫 여성 사외이사 최정현 동문 등 연이어 기쁜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오늘 이화투데이는 주식회사 LF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올해 첫 기쁜 소식을 전한 조보영 동문(철학·87년졸)을 만나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1세대 핸드백 디자이너로 유명한 조보영 동문은 액세서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출신 경영인으로, 2014년 LF에 입사해 액세서리 사업부장, 부문장 등을 거치며 헤지스, 닥스, 질스튜어트 등 브랜드 액세서리 분야를 이끌어왔는데요! 인문학도에서 디자이너로, 이제는 경영자로 자신만의 커리어를 일궈온 조보영 동문의 패션, 철학, 비즈니스 스토리, 함께 만나 보시죠!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이화여대 철학과 83학번 조보영입니다. 현재 (주)LF에서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지난 봄 정기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988 올림픽이 개최되던 해 3월 핸드백 디자이너로서 처음 직장인이 되어, 첫 월급을 받고 너무 감격했던 날이 생각납니다. 세월이 지나, 되돌아보니 정말 많은 분들의 신뢰와 도움으로 지금까지 일을 해 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서도 20대의 이화에서의 고민 많고 치열했던 기간은 제 가치관과 사고의 근간이 되어, 뿌리처럼 단단히 저를 붙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Q. 동문님께서 담당하고 계시는 업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상품본부장으로 LF가 사업하는 닥스, 헤지스, 질스튜어트, 바네사브루노 아떼 등 브랜드의 ACCESSORY 상품기획,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각 브랜드의 S/S 와 F/W, 매 시즌 상품과 디자인의 방향성을 디렉팅(DIRECTING) 하고, 마케팅과 연계하여 소비자에게 브랜드 매력도를 높이고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Q.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서 동문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점은 어떠한 것인가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첫 번째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두 번째 "시그니쳐 상품 혹은 시그니쳐 요소”, 그리고 세 번째로는 "트렌드의 접목”이라고 생각합니다.(여기에서의 트렌드는 단순 유행을 넘어서 소비자 환경과 구매 행태의 변화까지 포괄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소비자에게 선택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가 소비자의 뇌리에 남고, 그 상품을 사고 싶어 갈망하게 하고, 그리고 기꺼이 그 가격을 지불하게 만드는 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Q. 지금의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되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아무래도 패션 쪽에서 일을 하다 보니, 경기 흐름에 따라, 업계의 호황과 불황이 갈리기 마련입니다. 불황에는 사라지는 브랜드도 많이 생기고요. 1997년 IMF 시기에 저는 MCM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에 나일론 자카드 백팩 시리즈를 성공시켜 그 이후 MCM이 국내 1위, 나아가 독일 본사를 인수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근간이 되었던 것이 지금도 보람 있게 기억됩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코로나로 인해 저희 쪽 업계에도 샤넬과 에르메스만이 호황을 누리고, 국내 브랜드는 백화점에서 순차적으로 퇴출당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제가 관장하는 브랜드들의 시그니쳐 요소를 발굴하고, 그것으로 원단과 장식 등을 개발하고,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마케팅 작업을 통해 지난해 백화점 로컬잡화 매장당 매출 순위 1, 2, 3위를 모두 우리 브랜드로 커버했을 때 보람 있었습니다. 항상 위기에 기회요소들이 내재되어 있기에 어려운 시장 상황이 왔을 때 저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반전의 기회로 삼도록 챌린지 합니다.


Q. 이화 재학 시절 동문님은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일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입학 전 미대 입시를 준비해왔던 저는 미학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막연히 왠지 매우 아름다운 학문일 거야, 하는 무지함으로 철학과에 입학을 했습니다. 입학한 이후 '과연 이 길이 과연 내가 찾던 길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과를 하고자 다른 계열 학과장님들과 면담을 한다든가, 유학을 알아보려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등 혼자서 조용히 많은 시도를 했어요. 대학 시절의 저는 좌절하고 또다시 시도하고 좌절을 반복하는 등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들이 "너는 뭘 그렇게 고민을 하니?"라고 물어보았고, 부모님께서도 "그냥 학교 잘 다니지 왜 미리 앞길을 걱정하니?" 하고 늘 의아해하셨습니다.

 

중앙도서관(출처 : 이화영상실록, This Ewha)


그 당시의 저만의 위안의 장소는 당시 갓 지어진 #중앙도서관 으로, 인적이 드문 서고 한켠에 틀어박혀 책 냄새를 맡으며 수백 권에 달하는 각국의 <VOGUE>지 등 오래된 잡지 묶음들을 몇 시간씩 통독하는 것이 즐거움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이 또한 돌고도는 패션의 트렌드를 습득하고, 패션 마케팅을 자연스럽게 내재화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Q. 철학을 전공하셨는데, 현재 일을 하시면서 철학이라는 학문이 어떠한 점에서 도움이 되셨나요?

모두들 ‘철학이 모든 학문의 근간이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사실 학창 시절에는 피부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 일을 하다 보니, 비즈니스에 있어 모든 순간에 의사결정과 방향 제시가 반드시 선행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 있어 때론 상대방을 설득하고 논리적으로 이해시켜야 하는 과정이 항상 있습니다. 또한 모든 프로젝트나 상황이 항상 다르기에, 늘 해오던 방식 대로가 아닌 자신만의 관점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 경우, 철학을 전공하며 공부해 온 논리학, 인식론 그리고 많은 철학자들의 다양한 사고의 접근법 등은 함께 일하는 다양한 직종 사람들의 의견을 이해하고, 조율하고, 설득하고 해결하는 것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봅니다. 또한 제가 일한 분야에 당시만 해도 선배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터라 제가 직접 수립한 업무의 방식과 규칙, 양식 등을 공유함으로써 그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업무 방식화, 즉 표준화가 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요. 제가 만일 디자인만 전공했다면 이러한 부분은 결코 할 수 없었던 영역이리라 생각됩니다.


Q. 동문 님의 앞으로의 목표나 삶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는 저희 세대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주로 자신에게 포커스 된 목표를 세우고 치열하게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몇 년 전, 제가 일해온 시간들을 엮어 책 『잇 백』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이라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많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동안 정리해온 플래닝(PLANNING)과 디자인의 방법론에 대한 후배들이나 업계에 도움이 될 만한 전문성을 내포한 책을 집필할까 합니다.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꿈이긴 한데, 고즈넉한 사찰의 외벽 한켠에 연꽃, 물고기, 구름과 선녀가 있는 아름다운 벽화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평온한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동문님께서 바라는 미래, 그리고 이화와 이화인은 어떤 모습인가요?

2000년대 초중반, 독일 회사에서 인수한 MCM을 패션의 중심 밀라노에 안착시키려 동분서주하던 시절, 우리나라를 패션 개발도상국쯤으로 치부하는 콧대 높은 유럽인들과 일하며, 마음속으로 뼈저리게 오기를 키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전 세계의 K-CULTURE에 대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우리 이화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과 국가를 더 아름답고 강하게 성장시키는 주역이 되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이화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생 최고의 뜨겁게 끓어오르는 열정과, 미지에의 가능성으로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는 20대의 시기에 후회 없이 도전하고, 좌절하고, 아픔을 겪으며, 일생을 버티게 할 튼튼한 내면과 체력을 키우시길 바랍니다. 혹시 지금 도전에 대한 실패로 마음 아프신 후배님이 계시다면, 그 상처로 인해 더욱 건강한 삶을 살아가실 것이기에 선배로서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국내 최고의 패션문화기업 LF 신임 부사장 조보영 동문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라는 니체의 말처럼, '상처로 인해 더욱 건강한 삶을 살아가리라'는 조보영 동문 님의 응원에 마음 한편이 더욱 든든해집니다! 오늘 인터뷰가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를 만들어 갈 이화인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3기 기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