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이화여자대학교

통합검색
nav bar
 
Ewha University

People

IBM Research 나명희 석학엔지니어(물리학·93년졸) 인터뷰

  • 등록일2019.07.24
  • 4239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이화투데이는 STEM 시리즈 일곱 번째 인터뷰로 특별한 분을 만나고 왔습니다! 바로 세계적 IT 기업 IBM Reaserch의 석학 엔지니어 나명희 박사(물리학·93년졸)입니다!

이화는 1887년 최초의 여성전용 병원 보구녀관의 설립 이래, 1945년 국내 최초로 여성 의학과 약학과를 설치하고, 1996년 세계 최초 여성 공과대학 설립을 거치며 대한민국 과학기술 분야를 이끌어 왔습니다. 또한 한국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최초의 간호사 이그레이스와 김마르다를 배출하고, 최초의 여성 화학 분야 과학자 장혜원 박사, 한국 최초의 여성 물리학 박사 모혜정 교수 등 최초를 기록한 동문은 물론 NASA 제트추진연구소 오제인 수석책임연구원,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이공주 교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박종애 상무 등 STEM [Sciences(과학), Technology(기술), Engineering(공학), Mathematics(수학)] 분야에서 막강한 여성 파워를 자랑하고 있답니다!

나명희 박사는 IBM 최첨단 반도체 연구 및 개발 분야에서 일하며, high-k 메탈 게이트 기술과 벌크 및 SOI 기술에서의 FinFET 디바이스 아키텍처 도입 등을 주도하며 반도체 연구 개발에 공헌해왔습니다. 그럼 STEM  인터뷰 일곱 번째 주자 나명희 박사님을 만나러 가보실까요?


나명희 박사 (사진 출처 : http://www.semiconkorea.org/ko/speakers/myung-hee-na)


Q. 안녕하세요. 먼저 선배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89학번이고, 물리학과 를 졸업했고요. 졸업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네요.(웃음) 미국 뉴욕에 위치한 IBM Research에서 반도체 연구(semiconductor research)를 하고 있어요.
* IBM Research는 IBM의 연구 개발 부서로, 6개 대륙에 12개의 실험실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연구 조직입니다.

Q. IBM Research에서 석학 엔지니어(Distinguished Engineer)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가 하는 일은 모바일 폰에 들어가 있는 칩을 만드는 것입니다. 거기 있는 작은 소자들을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는지 연구하는 거죠. 즉, 핸드폰을 더 작게 만들고 어떻게 하면 그 안에 더 많은 기능을 넣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이에요.

Q. IBM Research의 석학 엔지니어가 되기까지의 커리어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물리학과를 졸업 후 물리학 박사를 받았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자연대는 공대 쪽으로 커리어를 키워가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기초 베이스(base)가 같거든요. 그리고 그때는 공대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대에서 공대 쪽으로 넘어가는 게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IBM 엔지니어링 팀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정직하게 말하자면, 당시에는 ‘물리’라는 학문으로는 일자리(job)가 별로 없었어요. 자연과학이 통계학적인 부분도 많고, 물리가 모든 과학의 원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엔지니어링이나 월스트리트 쪽으로 많이 넘어갔죠.

Q. IT 엔지니어 분야에 여성들의 진출이 적은데 일을 하시면서 여성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단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많이 느꼈던 점이 회의에 가면 제가 유일한 여자인 경우가 많아요. 미국에는 'Unconscious Bias(무의식적 편견)'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여자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을 때는 주의하지 않다가, 남자가 똑같은 의견을 제시했을 때 갑자기 좋은 의견이라고 추켜세운다거나 하는 경우를 말하죠. 그러면 여자들은 상실감을 느끼고 더 이상 자기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하게 되죠. 그런 것들이 계기가 되어서 저는 '특히 이공계에서는' Technical Representation을 늘려야겠다는 데 초점을 맞춰서 일해왔습니다.

세미콘 코리아(SEMICON KOREA) 기조 연설을 맡은 나명희 박사 기사 보기 ↓↓↓


(사진 출처 : http://en.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173)

Q. 세미콘 코리아 기조 연설에서 양자를 통한 딥러닝이 상용화되면 아날로그 인메모리 컴퓨팅과 함께 AI 진화가 가속화된다고 하셨는데요. 이렇게 점점 발달하다 보면 인간의 뇌와 AI가 동일해지는 날이 올 수 있을지에 대하여 전문가이신 동문 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기술적으로야 가능합니다. Nothing is impossible!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은 아니죠. 인간이 컴퓨터가 될 수 없듯이 컴퓨터도 인간이 될 수 없어요.
기술(Technology)은 항상 인간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하고, 개발(research)을 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책무(Responsibility)는 기술을 위해서 사람을 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AI도 마찬가지고요. AI 도덕성(AI Ethics)나 AI 무의식(Unconscious Bias of AI) 등이 그런 문제들을 Study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예를 들어 AI를 개발할 때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시키잖아요. 그런데 모든 것이 남자들의 상(Picture)이고 여자 상(Picture)이 없으면 한쪽으로 치우친, 즉 Biased 한 데이터가 나오게 되니까 이러한 부분에서 인간인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제 생각은 컴퓨터가 인간과 동일하거나 넘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인간들이 점점 기계의 도움에 익숙해지면서 더 많은 도움을 원하게 되면 결국 인간의 일자리, 즉 인간의 역할 자체를 뺏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법이나 방법을 도입해야 하나요?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발달하면 할수록 법도 같이 발달합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처음에 모든 것을 공유(share) 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프라이버시(privacy) 등이 이슈가 되면서 법이 등장한 거죠.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테크놀로지가 너무 빨리 발전하다 보니까 사회적 구조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Q. 현재 리포터들은 행정학과와 국문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기술과 AI 개발 환경을 이해하고 시대에 발맞춰 가기 위해 문과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배우면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문과든 이과든 상관없이 프로그램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지금은 딥 러닝이 소설을 쓰고, 뮤직도 만드는 시대이니까요. 적을 알아야만 빨리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알면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도 있고, 획기적인 인문학적 문화를 만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분야에 국한되지 말고 좀 더 넓게, 그리고 재미있게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프로그램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 문은 닫힌 게 되거든요. 하지만 사실 프로그램은 어렵지 않습니다.


Q. 동문 님의 학교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이대역에서 8시 30분만 되면 학생들이 구두를 신고 대강당까지 막 달려가요. '모든' 여자들이 하이힐을 신고 계단을 올라가던 그 웃긴 상황이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그때는 여대가 싫었는데, 졸업하고 나니까 여대룰 다닌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이게 아이러니에요. 제가 싫어했던 많은 부분이 저에게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여대이기 때문에 남자 동기나 선배가 없고, 의존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보니 혼자 서는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자기가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서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하기 전까지는 자립심이라는 여대의 장점을 잘 몰라요. 졸업하고 나서야 크게 뼈에 와닿죠.

Q. 마지막으로 이화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화인들이 좀 더 많이 세계로 나갔으면 좋겠어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너무나 많은데, 사회적인 관념이나 개인적인 것에 국한되어 나아가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요.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여성이라서 해야 될 일도 많아요. 그러니까 세계를 크게, 크게 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화인들 덕분에 여성이라는 것이 제한점이 되지 않는 세상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이화투데이 리포터 10기 정희우( 국어국문학과·17), 김서영(행정학과·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