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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상무 박종애 동문 인터뷰

  • 등록일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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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는 이공계 여성인재 양성에 앞장서온 만큼 다양한 여성 리더들을 배출해왔는데요. 오늘은 삼성전자 종합과학기술원 모바일 헬스케어랩 상무 박종애 동문(물리학 87년졸)과 만나 연구개발 분야의 커리어와 삼성전자, 그리고 이화DNA 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박 동문은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 기술을 선도하며 이화여자대학교 총동창회가 선정하는 ‘제2회 빛나는 이화인상’(2017)을 수상하기도 하셨는데요. 사회 곳곳에서 책임을 다하며 이화의 이름을 빛내고 계신 선배님과의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선배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83년도에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에 입학했고, 학부 졸업 후 회사에 다니다가 91년도에 물리학과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직장생활을 병행하다보니 박사과정을 끝낼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고, 2000년도에 물리학과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그 해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 입사를 해서 지금까지 재직 중입니다.

Q.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삼성전자는 휴대폰부터 TV와 가전,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등을 다루는 곳이고, 그 중에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미래기술연구소에요. 앞으로 5년 내지 10년 내에 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조직인데, 저는 폰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같은 것에 헬스센서를 개발하고 거기에서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모바일헬스케어랩 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헬스센서를 처리하는 반도체를 연구·개발했었고, 현재는 실제 기기 안에 들어가는 센서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워치에서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데 이렇게 심박수나 체지방, 혈압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Q. 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통신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4세대 이동통신연구에서 현재 모바일센싱 분야로 넘어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전파천문학 을 전공했는데요. 전자기파를 이용해서 천체에서 오는 신호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수신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높은 주파수 대역의 전자파를 받아들이는 수신기 개발을 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높은 주파수대역에서 신호를 받아들이는 연구 개발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전자기파가 천체에서 오는 신호도 받아들이지만 통신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그러한 통신 쪽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오게 되었고, 높은 주파수 대역의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종합기술원에서는 일정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가 가능해지면 사업부로 이관하게 되는데요, 통신기술 을 사업부로 이관한 후 다음세대 연구 개발로 모바일 헬스케어 분야를 다음 세대 연구 사업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폰이나 워치를 통해 생체에서 받은 신호를 전달하는 통신 기술로 시작하여 전체 시스템을 맡게 되었고, 현재는 직접 센서까지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Q. 연구개발 분야로 커리어를 정하신 이유와 현재 연구 중인 웨어러블 기기 외에 앞으로 연구개발하고 싶은 기술 영역이 있다면요?
제가 이 분야에 오래 남아 있는 이유는 적성이 잘 맞기 때문이에요. 저는 새로운 것을 떠올리고 찾는 것을 좋아하는데, 특히 종합기술원 같은 경우에는 기존 기술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기술을 찾고 개발하는 곳이거든요. 물론,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것은 어려워요. '이런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시도하면서 많은 어려움과 한계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걸 극복해내고 또 새로 만든 것에 대해 검증을 해나가다 보면 그 자체로 뿌듯합니다.
모바일 헬스케어도 전체 산업에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제가 앞으로 더 할 일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체지방이나 혈압 같은 것도 더 개발을 해야 하는데 조금 더 깊이, 그리고 멀리 보자면 개인화된 헬스케어 등의 분야로 더 확장을 했으면 해요. 그래서 이 분야를 계속 연구 개발하고 싶어요.

Q. 많은 기업들 중 삼성전자를 선택하신 이유와 삼성전자의 기업 문화나 업무 환경도 궁금합니다.
삼성전자는 회사는 굉장히 합리적인 회사입니다. 특히 저같이 연구 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도 많고, 또 꾸준히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연구 DS 부문, 핸드폰 IM 사업부도 있고 TV 만드는 곳도 있고 분야가 굉장히 다양해요. 제가 볼 때 삼성전자가 글로벌기업이고 그 중에서 핸드폰이나 반도체 부분에서는 세계 1위이다 보니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자긍심이 강해요. 저 역시 학생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좋은 기업입니다. 자긍심도 있지만 그에 대한 책임감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산업이라는 분야도 하나의 전쟁터거든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다 보면 애국심도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단순히 "내가 1등하겠다."가 아니라 "우리나라, 우리회사가 잘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국제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도 생기구요.

Q.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이나 자질이 궁금합니다.
첫번째로 일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분야 의 경우 대부분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적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그 일을 좋아해야 해요. 연구개발이라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에요. 때문에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좋아해야 꾸준히 해낼 수가 있어요. 세번째는 창의성이 있어야 합니다. 남들과 똑같으면 경쟁에서 밀리게 됩니다. 어떤 것을 제안했을 때 상대보다 우수하고 차별화되어야 채택이 되기 때문에 그럴 때 가장 좋은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봅니다.

Q. 커리어 개발과 진로 결정을 앞두고 있는 이화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본인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봐야겠지요. 만약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은지 대략 정해서 거기에 맞는 지식과 경험을 먼저 한번 쌓아보세요. 인턴도 좋고, 그 분야에 대한 연구도 좋고, 어떤 형태이든지 상관없이 그 분야를 미리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이 일이 나에게 맞는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번째는 거기에 맞는 전문성을 키워야하고, 세번째로 자신의 핵심역량을 파악하고 준비하면, 다른 이들과 차별화된 자신을 어필할 수 있게 됩니다.

Q. 선배님의 대학생 시절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선배님은 이화에서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굉장히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앞에서 튀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웃음) 다만 성적 부분에서는 좋아하는 과목은 점수가 높고 좋아하지 않는 과목은 낮아서 편차가 심한 편이었죠. 그래서 학교 생활은 평범하게 했지만, 후배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게 있어요.
대학교 때 친구들 8명을 지금까지도 2-3개월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만나요. 83학번이니까 35년 이상 되었는데, 졸업하고 직장생활하고 결혼해서 자녀도 생기고 하다보니 바쁜 시기에는 자주 못 만나다가, 요즘에는 자녀들도 다 자랐고 자주 만나는 편이죠. 그 친구들하고 계속 학창시절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얼마 전에 학교에 가보니 캠퍼스가 옛날과 달리 많이 변하기는 했는데, 친구들과 종합과학관 언덕을 우르르 몰려다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그 언덕이 너무 힘들었던 얘기를 해요. 또 당시에 종합과학관에 주변에는 매점이 많지 않아서 내려오기 귀찮으니까 점심은 컵라면 같은 걸로 때우고 수업 끝나면 내려와서 컵라면보다 더 비싼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요즘 학생들은 점심이 비싸다고 하던데, 밖에 나가질 못하니 점심이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웃음) 그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함께 해왔다는 것이 굉장히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이화에서 만난 친구들과 계속 잘 지내고 인생의 친구를 꼭 만났으면 좋겠어요.

Q. 이화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추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은 은퇴하신 양종만 교수님이 저의 지도교수님이셨는데요. 제가 대학원을 양 교수님 연구실로 가게 된 배경이 학부 강의 덕분이었어요. 제가 실험을 좋아해서 교수님 강의를 들었는데, 수업시간에 제 실험 결과 발표 내용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것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결과가 현격히 좋다, 라기 보다도 실험 방법이나 해석하는 방법이 다른 점을 높이 사주셨던 것 같아요. 이런 교수님께 배운다면 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인정받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양 교수님 제자로 석·박사과정을 모두 하게 되었어요. 저도, 친구들도 교수님이 어렵긴 했지만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작은 차이를 발견하고 독려해주신 것이 큰 동기가 되었습니다.

Q. 이화에서의 배움이 선배님의 경력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이화인들이 이 사회에 나와서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책임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일이 주어지거나, 조직 내에서 한 일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면 누가 시키든 시키지 않든 간에 스스로 하고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이 이화에서 몸에 배었어요. 학교 다닐 때는 우리가 갖고 있는 그 책임감이 장점인줄 몰랐는데 사회에서 보니까 그것이 굉장히 큰 장점이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이화 출신 선배들과도 얘기하다 보면 다들 동의하시는 부분이죠. 책임감, 소명의식, 그리고 이에 대해 해결하려고 하는 자세가 이화에서 배운 가장 큰 배움인 것 같습니다.

Q. 선배님께서 생각하시는 이화DNA는 무엇인가요?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이 이화 DNA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책임감을 많이 느끼다 보니까 사회의 불의에 맞서려고 하고 조직에 대해서 개인보다는 그 조직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자세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선배님의 목표나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언제 은퇴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은퇴 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연구개발 분야 관리자로 일하면서 사회의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분야의 시스템에 대해 구축하고 운영해온 경험을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 공공정책이라든지 연구관리 분야에서, 재능기부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온 경험을 사회에 기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