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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삼성전자 수석 디자이너 강수진 동문(영어영문·96학번)

  • 등록일2019.05.20
  • 6852

여러분, 한 번쯤 팀원들과 화이트보드에 아이디어를 쓰면서 열정적으로 회의하는 자신의 모습을 꿈꿔보지 않았나요? 이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닌데요. 바로 작년 삼성전자에서 디지털 화이트보드 ‘삼성 플립(Samsung Flip)’을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소규모 미팅의 혁명을 일으킬 '플립'은 삼성전자 수석 디자이너이신 강수진 동문이 UX리더로 참여한 프로젝트인데요! 이화투데이 리포터가 플립의 주인공, 강수진 동문(영어영문·96학번)을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R/GA, ADOBE와 같은 외국계 기업과 디자이너를 위한 준비와 노력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함께 살펴볼까요?

 


Q. 안녕하세요 선배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어영문학과 96학번 강수진이고 현재 삼성전자 VD 사업부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졸업 직후 뉴욕에 SVA Computer Art 석사 과정 후 R/GA, Digitas, Adobe에서 디자이너/아트디렉터/UX리더로 지냈으며 SVA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한 경험도 있습니다.

 

Q. 2000년에 영문학과를 졸업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디자이너’라는 분야에 도전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는 막연하게 미대생을 꿈꾸다가 외고에 진학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어문계열로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대학교 2학년 말, 잊고 있던 꿈이 다시 생각나게 된 계기로 무작정 조형대학 디자인학과 청강을 시작으로 디자이너라는 꿈을 향해 첫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졸업 직후 저는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실제 현장에서 UI/UX 업계의 변화를 부딪혀 가며 배우고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Q.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니었는데 UX디자인 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0년도 초반에는 UX라는 전공이 미국에서도 공대 쪽에 HCI 정도로 존재했지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였습니다. 그만큼 유명한 분야는 아니였지만, 마침 당시 꿈 꾸던 회사인 RGA 뉴욕에서 나이키 우먼 비주얼/인터렉션 디자이너를 하게 되었고 운 좋게 저는 커리어 초반부터 UX의 초석이 되는 일을 세계 유수의 인력들과 함께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통해 운명적으로 UX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가 시작되었고 이후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계속 커리어 방향을 수정해나갔습니다.

 

Q. 동문 님의 첫 커리어였던 R/GA는 세계 최고 디지털 에이전시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만큼 입사 과정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진로를 결정했을 때부터 디자이너로 세계 곳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대학교 3, 4학년에 이화에서 디자인 수업을 듣고 화실을 다니며 포트폴리오를 준비했고, 졸업 후 바로 뉴욕으로 떠났습니다. School of Visual Arts에서 뉴욕 현업 디자이너, 아티스트, 테크놀로지스트 선생님들의 지도로 생전 처음 코딩, 사운드 디자인, 영상 디자인 등을 배웠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졸업 작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구직을 하거나 아티스트로 커리어를 쌓게 됩니다.

졸업 당시 9.11테러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다양한 디자인 포지션에 지원을 했는데요, 저의 영상 디자인 작업을 보고 R/GA 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막상 인터뷰와 제 졸업 작품을 보더니 NikeGoddess(현 Nike Women) 디지털 광고쪽이 맞겠다고 하여 비주얼 디자이너, 인터렉션 디자이너로 첫 커리어 단추를 끼우게 되었습니다. 정말 꿈만 같았죠. 좋은 클라이언트와 함께 훌륭한 동료들과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던 거 같습니다. 이후 이직을 할 때에는 계속 제 포트폴리오가 여러 방면으로 쌓이게 되면서 선택이 폭이 넓어졌고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쪽으로 계속 배움을 이어갔습니다.

얼마전 제게 UX디자이너로서 커리어 첫 출발에 대해 물어보신 후배님이 계셨는데, 저는 무엇보다 몸소 부딪혀보는게 저는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어요. 단지 책상에 앉아서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직접 경험하면서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그 다음은 무엇을 연결할지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세상이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모든걸 계획하고 움직이기 보다는 우선 마음이 가는 곳으로 첫 걸음을 내딛으세요.

 

Q. 그 후 ADOBE에서도 UX 커리어를 쌓으셨는데, 어떤 일을 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도비는 디자이너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저에게 늘 감사한 회사입니다. 입사 당시 어도비 뉴욕에는 디자이너가 많지 않았는데 제가 다양한 분야의 클라이언트와 함께 비주얼 디자인 및 인터렉션 디자인 등 여러가지 작업을 해온 것이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영국, 프랑스, 폴란드, 캐나다 등지에 10여명 정도의 팀원들과 함께 일을 하였는데, 초반에는 첫 클라이언트 미팅부터 컨셉 딜리버리까지 한 두명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맡기는 구조에서 부담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UX 디자인 리더에 대한 존중과 신뢰 그리고 기대감이 결국은 제가 한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되었습니다.

 

Q. 삼성전자에서 진행하신 프로젝트 플립 기사를 보았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으셨나요?

플립은 제가 삼성전자에 입사하자마자 처음 맡은 과제였습니다. 각 부서에서 전문가 한 명씩 모은 TF(Task Force)에서 시작해, 실제 상품화 작업까지 2년간 제품의 전체 과정을 경험하였습니다. 사실 이게 말처럼 흔하지도 쉽지도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2년이란 시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제품 오너십과 UX 리더십을 가지고 일할 기회가 주어져 정말 감사했고, 한걸음 뗄 때마다 크고 작은 어려움들은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감사함 뿐입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같이 플립을 연구하던 막내 선임이 밤새 코드 수정을 하다가 TF 전용룸에서 잠들었는데, 제가 아침에 오자 너무 놀라서 일어났던 것입니다. 사실 밤새 안 고치고 그 전 버전으로 보고해도 되는데 막내 선임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제품을 선보이고 싶었던 것이죠. 이렇게 한사람 한사람의 열정이 플립의 성공으로 이어졌던 거 같습니다. 또한 현재 개발된 플립 1세대는 B2B 타겟의 제품이라 집에 놓고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부피와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아버지가 만든 제품을 매일 쓰게 하고 싶어 플립을 구매하신 분도 있어요. 현재 플립 2.0 출시 준비중이며, 생활 전면에 플립이 확대되길 바라는 저희 TF의 초기 목표를 이루게 되어서 기쁩니다.


삼성전자 플립

 

Q. 수석 디자이너시면 회사 내에서 많은 일을 하실 것 같은데요. 삼성전자 UX 수석 디자이너로서 지내는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하루 일과는 맡은 업무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나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으나 아무래도 수석 디자이너로서 관리자의 위치에 있다 보니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이 많다 보니, 그 가운데 가능하면 혼자 생각을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 새로운 것을 접하고 창의하는 시간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회사의 문화가 정말 많이 자유롭게 바뀌어서 자율출퇴근제, 유연근무 제도 등이 삼성전자에 도입이 되었고 특히 매주 금요일은 ‘FLY DAY’ 로 전 직원에게 6시 퇴근을 권장하는 날입니다. 이렇게 삼성은 글로벌 리더로서 뛰어난 업무 환경, 디자인 문화, 다양한 지원으로 개개인의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에서 여성으로서 근무하며 특별히 기억나는 힘든 일은 없었나요?

삼성전자에서 여성으로서 특별히 힘든 일은 없었던 거 같고요, 다만 커리어를 키워나가는 여성분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간부나 임원급 여성분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현재 삼성에는 남자들도 쓸 수 있는 출산 육아 휴직제도가 있는데요, 이처럼 사회 전체가 아이를 양육하는 시스템을 함께 잘 구축해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훗날 이화의 후배님들이 ‘여성’이기에 느끼는 크고 작은 무게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서로 힘을 내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Q. 커리어를 쌓는 과정 중, 어떤 계기로 디자이너로서의 직업 소명을 찾고 정체성을 확립하시게 되었나요?

첫 직장이었던 R/GA는 당시 흥미로운 작업을 많이 해 볼 수 있는 곳으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지원해 왔어요. 저 또한 운 좋게 입사하여 Nike 디지털 광고의 여러 작업에 참여를 하였는데, 브라질에서 온 한 동료는 제가 밤늦게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보다 훨씬 참신한 아이디어를 쉽게 만들어 내더라구요. 어느 누구보다 제 작업 퀄리티가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에는 이 반짝이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디자이너의 창의성이라는게 눈 돌아가는 멋진 아웃풋을 만드는 것 뿐이 아니라 생각의 과정 자체가 창의적이라면 그 또한 디자인의 영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직업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가 있었지만, 결국은 어도비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UX 디자인에 대한 존중과 신뢰 그리고 기대감이 제가 한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되었습니다.

 

Q. UX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UX 디자이너로서 디자인 능력뿐만 아니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역량이 있나요?

우선 UX디자이너로서 필요한 능력은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공감능력, 예민한 관찰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스킬, 함께 일하는 능력입니다. 아티스트적인 전문 스킬보다도 이러한 SoftSkill(의사소통, 협상, 팀워크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능력)들이 일하다 보면 매우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UX는 스타 디자이너 한 명의 역할보다는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소통하며 결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Q. 디자이너로서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시나요?

제가 만든 제품이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생활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며 인정 받을 때 제일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팀원들과 함께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최종 제품 또는 서비스를 향해 한 스텝씩 나아가는 과정을 겪을 때 뿌듯합니다.

 

 

Q. 이화에서 많은 추억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동문께서는 재학 당시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이화의 품 안에서 새로운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고 열심히 꿈을 꾸던 학생이었어요. 이화여대 입학 후 첫날, 이대역에서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 아래쪽에서 위를 바라보면 모두 여자였어요. 이렇게 여자가 많은 공간에 속해본 적이 없던 저는 그 광경에 놀랐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또한 매 학기 나가야 했던 채플은 저에게 믿음의 씨앗을 심어주었고 인문관에서 미대 그리고 경영대까지 뛰어다니며 체력도 쌓고 손바닥만 한 200원짜리 김치전 먹던 소소한 기억도 납니다. 이렇게 이화는 저에게 소소한 추억을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저를 강인하고 도전적인 사람으로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Q. 강수진 동문님이 생각하는 이화 DNA는 무엇인가요?

이화는 많은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 저에게 여성의 리더쉽과 독립성을 일깨워주었어요. 이것을 발판 삼아 좋은 이화 친구들과 함께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고 끊임 없이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이 이화의 DNA라고 생각해요. 제 딸이 이제 11살인데, 이화 DNA는 딸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소중한 자산입니다.

 

Q. UX 디자이너를 꿈꾸는 많은 이화인들이 있는데요, 후배님들을 위한 조언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UX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이 많은가요? 정말 기쁘네요. 저는 UX는 AI 시대에도 사람을 연구하고 기계와 인간의 접점을 디자인하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는 직업군인 거 같아요. 결국 외적인 조건은 언제든 변화하니,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싶은지, 가슴에서 벅차오르는 뜨거움이 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필요해요. 왜냐하면 일을 하다 힘이 들 때, 그러한 생각들이 열정이 넘치던 초심으로 돌이킬 수 있는 큰 힘이 되어주거든요.

누군가 무슨 일이 있어도 커리어 초반에 3년만 버티면 된다 했는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3년을 결국 버텼고, 그 과정을 즐겼고 그래서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 같습니다. 이렇게 이화와 후배님들이 모두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고 힘듦조차 즐기는 마음을 가져서 자신만의 특별한 커리어를 쌓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보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나가라!" 

강수진 동문께서 인터뷰하시는 내내 저희에게 강조한 한 마디인데요. 디자인에 대한 열정 하나로 전 세계적인 기업의 커리어를 쌓아온 강수진 동문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가 보는 건 어떤가요? 또한 외국계 기업 진출을 원하는 이화인들도 동문의 팁을 잘 새겨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를 쌓아가기 바랍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0기 윤혜인, 최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