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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학계] 3D 프린팅으로 만드는 맛있는 미래, 이진규 교수를 만나다

  • 등록일2018.08.27
  • 3721

3D 프린터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본다는 것,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3D 프린터를 활용해 개인 취향에 맞는 식감과 체내 흡수를 조절할 수 있는 음식의 미세구조 생성 플랫폼 개발에 성공, 이목을 집중한 연구자들이 있는데요! 바로 이화여자대학교 엘텍공과대학 식품공학과 이진규 교수와 연구팀입니다. 신비로운 식품공학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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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3D 프린터를 활용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식감을 구현해내는 음식의 미세구조 생성 플랫폼 개발에 성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연구 결과가 미국을 비롯한 국내외 유수 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글로벌 기업들의 공동 연구개발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요! 위 기술과 관련하여 교수님의 연구의 의미를 알기 쉽게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식품의 기능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흔히 첫 번째는 먹어서 살아가기 위한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 두 번째는 먹어서 몸에서 필요한 기능을 하도록 하는 신진대사 조절,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식감이라고 불리는 감성적인 요소이지요. 제품은 사람들에 의해서 구매가 되고 이윤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하여 살기 위해 식품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비슷한 종류의 식품이 있다면 맛있었다는 기억을 가진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2000년대에 다이어트와 관련된 기능성 식품들이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사라졌어요. 맛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그룹은 ‘맛있는 식품을 만들자’는 원천적인 요소를 기본적인 목표로 두고 연구와 개발에 집중했어요. 취향에 맞는 식감을 구현해내기 위해서 식품이 갖고 있는 작은 구조물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입의 치아, 혀, 입천장과 같은 구조물에 식품을 집어넣고 치아를 이용해 부셔나가는 과정을 설계함으로써 개인 취향에 맞는 식감을 가진 식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건축 공학적인 요소와 기계적이고 물리학적인 요소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찰스 스펜스가 지은 『왜 맛있을까』(원제 『미식의 물리학(Gastrophysics)』)라는 책에서 이러한 내용을 다룹니다. 식품을 먹는 행위를  기계학적,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것에 초점이 맞추는 것이지요.

입이라는 감각기관에는 우리 몸에서 가장 예민한 조직인 혀가 있습니다. 이러한 혀를 중심으로 이와 입천장 등이 감싸고 있는 구조물에 식품이 들어가 씹히는 과정을 연구하고 표현해내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식품을 섭취하여 삼키게 되면 음식물 덩어리와 구조물이 서로 배열을 하게 되고 이를 통과하게 되면 위액에 의해 분해되거나 장에서 분해 흡수되는 과정이 일어납니다. 이때, 영양분을 얼마나 잘 넘길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저희가 했던 일입니다. 

말씀하셨듯이, 지금 공동연구나 투자 등을 이슈로 연락이 오는 글로벌 컴퍼니들이 있는데요, 이들과 함께 고민해 나가면서 저희의 연구가 그저 한 실험실에서 일어난 연구 결과로 끝나지 않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쓰일 수 있을 것인가를 계속 고려하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3D 프린팅 기술을 식품과 결합하여 개인의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 굉장히 놀랍습니다. 식품 산업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했을 때 어떤 장점이 특히 더 두드러지는지 궁금합니다. 
진화론적으로 사람은 (모두 다는 아니지만) 몸에 나쁜 식품에 대한 탐닉을 하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을 좋아하는 유전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요. 초기에 식품이라는 것이 등장했을 때 원시인들에게는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저장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을 거예요. 결국 이때는 태양에다 말리거나 불을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그 과정에서 탄 맛을 비롯한 다양한 맛들을 좋아하게 된 것이거든요. 이 점에서 연구자로서 생각해볼 만한 건 '굉장히 먹고 싶으면서도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도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순 없을까?'하는 고민입니다. 예를 들어, 아주 먹음직스러운 베이컨이지만 혈압을 올리거나 몸을 나쁘게 만드는 지방 성분들이 없는 식품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들이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이러한 식품을 만드는 시도가 가능할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또 다른 기능은, 인류가 점점 아토피나 알레르기 같은 질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동물의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서 이거든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단백질을 이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지만, 사람들은 (역시 유전적으로) 익숙한 맛을 좋아해요. 따라서 식물이나 다른 종류의 단백질을 보다 친숙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형태의 식감으로 구현하자는 것이지요. 혀가 분간해낼 수 있는 작은 물질의 크기는 머리카락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정도입니다. 다양한 식품재료들을 혀가 분간할 수 없는 그 이하로 작게 만들어 놓고 배열의 방법에 따라 생성된 구조물이 친숙한 맛을 모사한 다른 식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보니 그러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조합을 통해서 개인 특성에 맞도록 조절을 할 수 있는 부분을 프린터를 통해서 구현을 하는 거죠. 사람들의 감성적 요소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3D 프린터를 통해서 식품에 감성적인 요소를 담을 수 있게 되면, 개인의 특성에 맞춘 식품이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Q. 교수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체질이나 연령, 알레르기, 영양조절, 기호성 등을 고려한 소비자 맞춤형 식품 제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연구가 가져오는 큰 의미라고 생각하는데요, 교수님께서 위 연구를 하기로 결심하기까지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할 때 두려움을 가지는데요, 전 그런 부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샌디에이고의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 연구소에서 6년 정도 일할 때 주변에 '올가 노보'라는 회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회사에서는 3D 프린팅을 통해서 인간의 기관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었죠.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관 중 하나가 바로 간인데요, 간은 여러 가지 기관들 중에서 가장 움직이는 부분이 적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많은 독성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죠. 그 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굉장히 스마트한 생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공으로 조직을 만들어내고 3차원으로 배열을 해서 독을 걸러내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요.

한국에 들어오면서 제가 생각하게 된 건 '그렇다면, 결국 길은 같겠구나!'였습니다. 3차원으로 움직이는 기관을 만드는 게 인공 조직이라면 '그걸 구워 먹어보면 어떨까?', '그 안의 성분들을 어떻게 배열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식품에 가깝게 만들 것인가?' 하는 발상을 했었습니다.
 
Q. 식품과 관련한 3D 프린팅 기술이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한 식품 산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시나요?
일단 두 가지 방향이 있는데요, 첫 번째 방향은 3D 프린터라는 것을 집에 놓고 재료가 되는 것을 배달 받아서 뽑아서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제가 연구를 발표하다 보면 대기업 같은 곳에서 우리 같은 곳은 사업이 힘들어지는 것이냐고 여쭤보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죠. 결론적으로 이 기술이 실제로 식품을 가공하고 있는 어느 공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프린터의 특성상 더 복잡하고 만들기 힘들었던 것들을 프린팅 기술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D 프린팅 기술을 식품에 적용했다는 것 때문에 관심을 받고 있지만 여러분이 실제로 드시고 있는 식품들을 생각해보면 아무도 이 식품이 어떤 공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관심이 없을 겁니다. 결국 어떤 종류의 식품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3D 프린팅이라는 것을 도입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것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각자 자신의 집에 놓고 프린팅해서 먹는다는 것은 '레디 투 잇(Ready to eat)'이 아니라 '레디 투 쿡(Ready to cook)'일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사람들의 삶에 색다른 요소로 도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쉽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복잡한 감성이라는 요소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개념은 'Gastrophysics'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Gastro-chemistry', 'Gastrobiology' 등 여러 가지 분야로 식품이라는 것이 닿을 수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현상과 상황을 이 기술로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바램이 있습니다. 막연하고 떠돌고 있는 관념들을 묶어주는 단순화된 생각의 틀로 이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연구를 하시면서 힘들거나 막막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일단 제가 이 연구과제를 시작해 어느새 3년 차가 되었고 학교에 온 지는 4년 차인데, 처음에 제가 이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걸 왜 하느냐’, ‘그게 왜 필요한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프린팅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저도 인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앞서 말씀드린 바에 발맞춰, 저는 이 비효율성이 개인 맞춤화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당시에 이렇게 제가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실험실에서 가장 처음 했던 일은 식품 재료가 도착하면 재료들을 씻고 잘게 다지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저희 실험실이 식품 ‘나눠’ 공학실이 되었죠(웃음). 이렇게 작게 잘라진 재료는 그다음 단계 식품을 만드는 것을 쉽게 해주고 작게 갈려진 재료는 또 저장성이 확대되게 됩니다. 3D 프린트 프로젝트는 원래 나사(NASA)에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였어요. 우주 식품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튜브로 음식을 섭취하고 다음엔 동결건조식품을 이용했고 그다음 세대 우주식품은 3D 프린팅 기술 연구가 진행이 되었던 적이 있었어요.

한국 같은 경우 새로운 기술이나 연구에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보통 지원을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식품은 그 특성상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식품은 안전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고, 식품과 약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식품은 부작용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보수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들어오는 것을 굉장히 꺼리는 분야예요. 그런데 제가 연구를 시작하던 시기에 정부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공고가 되었고 저희가 다른 팀들과 경쟁 끝에 그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었거든요. 덕분에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우리 팀에 속한 연구진들 모두 다 유명하지 않은 분들이었어요. 저희 실험실에는 기계공학,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연구원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쉽지 않았고, 또 대학원생들은 다 식품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모두 3D 프린팅이라는 기술이 생소한 상태기도 했죠. 
 
Q. 교수님은 어떻게 식품공학자의 길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저는 '식품생물공학과'라는 곳을 들어갔는데 그 학과가 갑자기 '생명공학과'로 바뀌었죠(웃음). 석사는 식품생물공학을, 박사는 생명공학으로 마쳤습니다. 그때 대부분의 식품공학과는 농대에 있거나 다른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 식품공학이라는 것을 공학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화여대 식품공학과도 공대에 속하여 공학인의 입장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며 식품을 바라보는 학과거든요. 그리고 제가 이러한 분위기에서 계속 공부를 했던 것이 식품공학의 길을 가게 된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대학원과 미국에서 일을 했을 때 식품공학과 다소 거리가 있는 일들, 일반적으로 생명공학자들이 하는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현재 식품공학 속에서 연구 목표를 만드는 데 좋은 양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이화여대의 식품공학과에서 어떤 연구를 이어 가실지 교수님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이화여대 식품공학과는 다시 말씀드리자면 공과대학에 있는 식품공학과입니다. 공과대학에 위치한 장점은 저희는 식품을 철저히 엔지니어의 마인드로 본다는 것이죠. 제가 닮고 싶은 모델이 있다고 한다면 네덜란드 모델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식품 관련 수출 매출을 비교해봤을 때 2위가 놀랍게도 네덜란드에요. 네덜란드는 1위인 미국에 비해 땅도 1/10밖에 안되고 자원도 없는 나라입니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려는 네덜란드의 학교, 연구소들을 저희가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술 연구를 식품에서 공학인의 마인드로 이화여대에서 실험실에 있는 연구진들, 대학원생들과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현재는 아직까지 많은 일들을 키우지는 못했지만 학교에 계신 다양한 선생님들과도 많을 일들을 함께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 연관 분야에 계신 교수님들께서 관심을 가지고 연락을 주시고 있거든요. 우리 학교에서 식품 분야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행보를 꿈꾸고 있고 또 굉장히 훌륭한 이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분명히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Q. 식품 산업 공학과 관련된 연구직을 꿈꾸는 학생들께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연구직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굉장히 자유롭기도 하고 그만큼 무언가를 해내야만 하는 직업이에요. 연구직에 계신 분들은 약간 과장한다면 심하게 놀다가 미안한 마음에 갑자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학생 중에 한 명이었고요(웃음). 그런데 식품이라는 분야가 보수적인 부분이 많이 있고 학생들 자체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연구하는 부분에 있어서 주저하는 경향이 많이 있어요. 그리고 연구직을 꿈꾸는 이화인뿐만 아니라 모든 이화인들은 사회에서 우리가 해야 될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닦아놓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아니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리더라고 생각하고, 또 그것이 우리 학교의 적합한 인재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보다 그런 방향으로 여러분들이 미래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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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교수님의 식품공학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인터뷰가 평소 식품공학과 3D 프린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이화인들에게 큰 영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항상 식품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이화여대 식품공학과와 이진규 교수님의 행보, 이화투데이가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 이화투데이 9기 리포터 배선우, 백승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