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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학계]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양자나노과학연구소장 인터뷰

  • 등록일2018.07.27
  • 3451

이화의 양자나노과학, 세상을 뒤흔들 미래가 이곳에 있습니다.


"이화에서 과학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저장매체 개발로 양자컴퓨터 시대를 앞당긴 석학이 끊임없이 변모하는 이화의 과학을 주목했다. 2017년 조셉키슬리상, 2018년 파인만상을 수상한 물리학계의 선두 연구자,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석좌교수를 <이화소식>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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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6년 9월 본교 물리학과 교수로 임용된 후 2017년 7월부터 양자나노과학연구소(이하 QNS)를 이끌어 오고 계시는데, 짧은 기간이지만 이화에서 보내신 소감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진심으로 이화여대 교수가 되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이화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끈끈한 유대감이 있는 가족 같은 존재입니다. 특히 이화의 캠퍼스는 오래된 건물들과 새로운 건물들이 탁월하게 조화를 이루는 환상적인 공간입니다. 방문한 손님들이 캠퍼스를 둘러보다 ECC와 그 바로 뒤에 위치한 본관을 보며 감탄을 할 때는 제가 더 기쁘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처음 방문했던 2016년 여름은 이화가 매우 어려운 때여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기 쉽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저보다 학교가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Q. 연구중심 대학을 추구하는 이화여대의 학풍과 학생들에 대한 교수님의 인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자연과학, 특히 물리학과 화학 전공자인 제가 여자대학에 오는 것 자체가 걱정이었습니다.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과학 분야의 학생 수가 다른 분야에 비해 현저히 적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이화여대 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진정한 열정과 과학, 연구 목표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보여줬습니다. 이화 양자나노과학연구소에서는 그간 10여명의 학생들이 하계 및 동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제 연구실 바로 옆에 위치한 학생 실험실에서 웃음소리가 들릴 때면 학생들도 연구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겐 젊은 과학자들이 과학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보다 더 즐거운 것은 없습니다.

연구자에게 가중 중요한 것은 호기심입니다. 그리고 답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도 풀지 못했던 답을 알게 됐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성취감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Q. 오는 2019년 2월 연구협력관이 완공될 예정입니다. QNS, 엘텍공과대학 등이 입주해 글로벌 과학 연구를 선도하는 거점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새로운 보금자리인 연구협력관에서 QNS는 어떠한 활동을 펼치게 될지 향후 일정이 궁금합니다.
연구협력관에는 QNS를 비롯한 최첨단 연구실, 혁신적인 사무 및 공용 공간들이 채워질 예정입니다. 특히 QNS는 이화여대와 IBS의 전폭적인 협력 하에 전 세계 양자나노과학 분야의 최고 연구자들이 연구를 수행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글로벌 허브로 조성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에어 스프링에 떠 있는 80톤의 콘크리트 블록을 지탱하는 아주 두꺼운 콘크리트 기초를 사용하여 무진동 실험실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유리 섬유로 이뤄진 보강용 철근으로 이루어진 콘크리트 블록을 통해 우리는 엄청난 정밀도로 표면상의 원자 및 분자의 자기적 특성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연구협력관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만들어질 글로벌 공동체까지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지난 2017년 3월 홀뮴 원자 1개로 1비트를 안정적으로 읽고 쓰는 데 성공해 이론상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저장매체를 선보였는데요. 여기에 추가적인 연구가 뒷받침된다면 꿈의 컴퓨터인 ‘양자 컴퓨터’를 현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될지 교수님의 연구의 의미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기 데이터 저장에 대한 기본 원리를 연구해왔습니다. 2017년에는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에 자기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컴퓨터의 저장 한계를 극복한 양자컴퓨터(큐비트(Qbit)라는 양자비트가 정보 기본단위임)에 필요한 제반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만약 양자컴퓨팅이 실용화 된다면 현재 하드디스크의 메모리 용량이 1,000배 가까이 늘어 날수 있고, 작은 USB크기의 저장장치에 50만편의 영화를 담을 수도 있습니다.

 

Q. 하인리히 소장께서는 고체 상태의 원자 단위 연구분야에서 세계적 선두주자이며, 2018년에 조셉키슬리상, 파인만상을 수상하는 등 우수한 연구 역량을 인정받고 계십니다. 어린 시절 어떠한 계기로 물리학, 그것도 양자나노과학 분야로 나아가게 되었는지요? 소장님의 학창시절이 궁금합니다. 
저는 항상 어떤 것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흥미를 느껴왔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관심이 제 인생 전체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라디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고 싶어 분해했던 적도 있습니다. 물론 다시 조립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제 어머니는 아직도 그때를 이야기하시곤 합니다. 학창시절에는 일상의 기본 단위, 즉 분자와 고체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원자들이 결합하는가? 우리는 원자를 볼 수 있는가? 등의 질문들에 집중했었습니다. 독일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실험과학의 대가인 돈 아이글러(Don Eigler) 박사 밑에서 수학했습니다. 그분은 이런 기초적인 질문을 분명하게 묻고 답하는 방법을 제게 알려주셨습니다.


Q. 양자나노과학을 비롯한 물리학은 분명 우리 삶에 필수적 요소를 구성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여전히 실생활과 관계없는 어려운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소장님이 생각하시는 물리학(또는 양자나노과학)이란 무엇인가요? 양자나노과학이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 미치게 될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물리학은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학문입니다. 물리학이 없이는 우리 주변의 물질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물리학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를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무지개는 어떻게 나타나는 것인지, 휴대전화는 어떻게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는지, 휴대전화에 어떻게 영화를 저장할 수 있는지, 사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등, 이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은 물리학과 화학으로 연결됩니다. 아쉽게도 아이들은 이러한 흥미로운 것들보다는 지루하고 또 지루하게 과학을 배웁니다. 요즘은 유튜브 등을 통해 과학의 아름다움과 흥미로움을 접할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긴 합니다. 
오히려 기초과학의 영향은 과장하기가 어렵습니다. 탐구는 인간 사고의 핵심인데, 기본적인 탐구가 없었다면 이 모든 현대 기술은 없었을 것입니다. 탐구는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이를 따르기는 쉽지 않죠. 1800년대 빅토리아 영국 여왕이 과학자들에게 어떤 전기가 좋을지에 대해 물었을 때 이들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아직 알지 못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전기에 세금을 매기게 될 것이라는 점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기초과학은 우리가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것이자, 불확실하지만 막대한 혜택을 가져다 줄 수도 있는 분야입니다.


Q. 위 질문에 이어서, 양자나노과학을 보다 쉽게 대중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융복합 학문이 대두되고 있는데, 양자나노과학이 다른 학문들과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QNS는 유튜브 채널, 트위터, 네이버 카페,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수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cience Talk’라는 비디오 시리즈를 시작했고,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 ‘양자나노과학에 대한 예술(Art of Quantum Nanoscience)’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지역 고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등 일반 대중들에게 우리 연구의 흥미로움을 알리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연구협력관이 완성되면, 오픈 하우스 등 여러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초청하고 우리가 진행하는 연구 분야에 대한 설명회도 가질 예정입니다. 연구실의 상당 부분을 외부 교육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Q. 양자나노과학을 비롯한 물리학 분야의 전문 연구자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화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연구원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는 호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답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답이 기존의 지식에서 도출되어도 좋고 스스로가 이끌어낸 지식이면 더 좋을 것입니다. 아무도 풀지 못했던 문제의 답을 알게 됐을 때, 연구자는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 2018 Summer Vol. 122 『이화소식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