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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360도로 넓히는 시각, 앵글북스 대표 조민정 동문을 만나다

  • 등록일2018.07.05
  • 3968

우리는 독서량은 줄어도 책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책은 전달 매체를 넘어서 하나의 자기표현 수단이자, 시각을 넓혀주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 책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출판사, 앵글북스의 대표 조민정(동양화·01학번) 동문을 이화투데이가 만나보았습니다.
 

조민정대표

앵글북스 대표 조민정 동문과 네이버 앵글북스 포스트

  

Q.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01학번 조민정이고요. 졸업한 지가 꽤 돼서 오랜만에 와서 많이 변한 학교가 낯서네요.(웃음) 학부 때는 한국화와 미술사학을 전공했고, 뒤늦게 이대 외국어교육특수대학원에서 TESOL 석사를 했어요. 전공을 여러 번 바꾼 것에서 알 수 있으시겠지만, 저는 딱 하나만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관심사에 따라 전공도, 직업도 바꾸는 스타일이라 어쩌다 보니 지금은 출판을 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출판사 ‘앵글북스(Angle Books)’를 운영하고 계신데요, ‘앵글북스’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출판사 명함 디자인이 신기해요.
앵글(Angle)은 각도를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보는 시선은 볼 수 있는 게 한정되어 있어요. 삶 속에서 사람에 따라서도 볼 수 있는 앵글이 정해져 있는데, 저희는 그 앵글을 360도로 넓혀서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 생각을 볼 수 있었으면 해서 '앵글북스‘라는 이름으로 출판사 이름을 지었습니다. 로고 디자인은 놀랍게도 오 분만에 나오게 된 그림이에요(웃음)
 
Q. 동문께서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대학 때부터 자기 목표가 확실해서 대기업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아직 뭘 할지 모르겠는 분들도 있잖아요. 사실 저는 대학교 때는 영화에 정말 꽂혀서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처음에 입사한 회사에서 영화 일이 녹록지 않다는 걸 깨닫고 퇴사한 뒤, 전공을 살려서 갤러리 큐레이터로 3-4년 일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일하다 보니, 그림도 좋았지만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나, 다른 주제들도 접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주변에 마침 출판사에서 일했던 지인을 통해 출판업에 대해 알게 되었죠. 그렇게 돌고 돌아 나중에 출판의 길로 들어서게 된 케이스에요.

처음 출판업을 시작했던 게 편집자로서는 아니었고, 처음에 외서 기획자로 시작했어요. 해외 쪽 저자들의 동향을 빨리 파악하고 트렌드를 캐치해서 실제로 책의 완성본이 나오기 전에 먼저 제안본 형태로 원작자와 계약을 맺는 일을 했죠. 경매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다가 책을 만드는 일까지도 범주로 넓혀서 회사에 다니며 책을 만들다 보니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렇게 창업을 하게 된 거죠.
 

조민정

 


Q. 지금까지 많은 책을 출판하셨는데요, 펴낸 책 중에 가장 인상 깊거나 애정이 있는 책을 소개해주세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첫 책이죠. 창업하기 전에 이 책 『파이브: 스탠포드는 왜 그들에게 5년 후의 미래를 그리게 했는가?』의 판권을 사 왔었는데, 결과적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만든 이유가 되었어요. 보통은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서 출판사에서 내는 게 보통인데 저희 출판사는 하고 싶은 걸 해 보자 해서 매번 방향이 다른 책을 내고 있어요. 매번 새로운 시장을 뚫어야 해서 힘든 건 사실이에요.

저희 첫 책도 기존의 기성 출판사에서라면 못했을 책이에요. 이 책이 나올 당시에만 해도 액션 북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스스로 참여하게 돼서 완성됐을 때, 자기만의 책이 만들어지는 콘셉트로, 5년 후의 미래를 그려보는 책이었어요. 페이지 번호도 없고 매 장의 디자인이 다 다른 책이에요. 첫 책을 만들면서 ‘이거 안 될 거야’라는 소리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어요. 기존의 공식을 너무 따르지 않으니까.

다행히 tvN에 있었던 ‘비밀 독서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선정된 거예요. 패널들이 실제로 책의 질문에 답을 쓰고 그랬는데, 막상 질문에 답을 쓰려고 하니 아주 쉬운 질문에도 답을 못하는 거예요. 방송 덕분에 첫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어요. 안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갈 생각도 있었는데 운이 좋아서 (웃음) 잘 됐었어요. 첫 책을 시작으로 찬찬히 밟아가면서 아직도 잘 유지가 되고 있어요.
 
Q. 동문께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요?
좋은 책은 어떤 식으로든 독자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앵글북스에서 출판하는 책들은 주제가 다 다르지만 예를 들면 미니멀 라이프를 추천하는 책도 있고, 건강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루는 책도 있어요. 딱딱한 인문학적인 방법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최대한 실용적이고 재밌게 접할 수 있는, 책을 집어 들어서 인생을 변화시킬 수는 있는 책이 좋은 것 같아요. 
 
Q. 앵글북스가 앞으로 어떤 출판사로 나아갔으면 하시나요?
현대는 미래가 너무 빠르게 바뀌어서 먼 미래를 내다볼 상황은 아니잖아요. 지금도 기술이 훅훅 바뀌고 있고. 그렇지만 일단은 조금이라도 다르고 새로운 콘텐츠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조금은 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하나의 주제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해요. 저희는 앞으로도 전부 다른 주제의 책들을 기획하고 있어요. 물론 앵글북스가 종이책을 베이스로 시작한 회사지만 책이 아닌 콘텐츠를 바라보는 방향으로도 진행하려고 해요. 책을 만들고 출판하는 과정이 저라는 인간을 탐색하는 자아 탐색의 과정인 것 같아요.

 

Q. 학창시절, 동문께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학생 때 학교를 열심히 다닌 것 같으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학교를 잘 안 다니는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학교를 잘 다니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대목이, ‘채플’이에요. 저는 7학기 동안 채플을 4번 밖에 이수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마지막 학기인 8학기 때 남은 채플 4번을 전부 이수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게다가 이미 하고 있었던 복수전공, 부전공 공부까지…. 막 학기에는 다들 널널하게 다닌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여차저차 다 잘 해냈고 이렇게 성공적으로 졸업을 했답니다. 여러분, 불가능은 없습니다. 이런 저도 졸업을 했으니까요.(웃음)
 
솔직히 1학년 때는 학교를 잘 다니지 않았고,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영화를 보러 다니거나 영화 수업을 들으러 문화센터에 다니곤 했어요. 그러다가 1학년 때 만난 동기들 8명과 함께 ‘미술사학 스터디 연’이라는 과내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이게 학교에 열심히 다니게 된 계기에요. 동기들이 다들 뭐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어서 자극받으며 학점관리도 하고 학교를 열심히 잘 다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그 8명의 동기들과 연락하고 있어요. 학창시절에도 열심히 살았던 그 친구들은 모두들 자신의 길을 찬찬히 걸어가고 있는 멋있는 친구들이죠. 
 
만약 다시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교환학생을 꼭 가보고 싶어요. 그것도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나라에 교환학생으로 가보고 싶어요. 대학생 때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들을 보면, 20대 때 만난 해외 친구들과 지금까지 쭉 연락하며 지내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그런 걸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어요. 그것 말고는, 학창시절 때 중국어를 배워볼 것 그랬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새 중국어가 대세잖아요.
 
Q. 출판된 책 중에 중국어 관련 책도 있던데요?
맞아요. 아무래도 제 관심사가 출판에 자주 반영되는 것 같아요. 일례로, 대학원 공부와 회사 일을 병행할 때 기획한 책이 『The One Thing』이었어요. ‘하나만 잘하자. 하나만 잘해도 성공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었는데, 그 당시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었던 제게 하고 싶었던 말이 책으로 출판되어 표현된 것 같아요.

 

앵글북스 도서

앵글북스 출판 도서(이미지 출처 : 네이버 북 서비스)

 

Q. 이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나 수업이 있나요?
미술사학 수업을 굉장히 재밌게 들었어요. 역사도 배웠고, 여성으로서 정체성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어주었죠. 그림 하나를 해석하면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사상과 상징과 의미를 읽어낼 수 있어요. 그런 점이 제게 아주 흥미로웠죠.
 
Q. 본인에게 있어 이화 DNA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개척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엔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이상하게 더 하고 싶어요.(웃음) 제 동기들을 봐도 누구 하나 빠짐없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꿋꿋하게 걸어가는 데, 이게 이화의 DNA가 아닐까.
사회생활하면서 주변에서 이대생들을 많이 만나는데, 다들 일을 열심히 그리고 ‘잘’하더라고요. 그런 멋진 동문들을 보면 뿌듯해요. 물론 저도 어디 가서 일 잘한다는 소리 많이 들어요. 우리는 학교에서 기죽지 말라고 배우잖아요? 다들 이를 바탕으로 기죽지 않고 당당히 목소리 내며 길을 개척하는 모습이 뿌듯해요.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동문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제가 에디터로 일할 때, 해외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는 일을 주로 했었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굳이 해외 작가를 소개할 필요 없이 국내에도 훌륭한 많은 작가님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국내의 숨은 작가들을 찾다가 송지혜 작가님을 만나 『시간의 정원』이라는 책을 냈는데, 이게 제가 창업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역시 이화 동문이신 송지혜 작가님과 함께 펴낸 책이 해외 쪽에 판권을 역수출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당시 굉장히 비싼 금액으로 판권이 경매되어서 엄청난 화젯거리가 되었거든요.

그 계기로 우리나라 콘텐츠, 우리나라 작가를 잘 발굴해서 역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 몸을 담고 있었던 회사에서는 해외 쪽 콘텐츠를 국내로 들여오는 일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밖에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좀 더 성장해서, 국내 작가를 발굴해 해외 쪽으로 수출하는 탄탄한 출판사가 되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요.

 

Q. 출판업에 종사하길 꿈꾸는 이화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출판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시도해봤으면 좋겠어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자기랑 잘 맞는지 알 수 없거든요. 안 해보면 일에 대한 미련도 남고, 그 일에 대해 끝까지 잘 모른 채 지낼 수도 있어요. 저는 갤러리 미술 쪽에도 있었다가, 해외 관리 팀에도 있었고, 또 에디터의 경력도 있잖아요. 이것저것 해보니까 뭐든 과감히 해보면, 경험도 쌓이고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아직 대학생이니까 과감히 시도해볼 수 있는 ‘개척정신’을 발휘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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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앵글북스 조민정 대표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이화인 여러분들도 특정한 시야에 국한되어 세상을 바라보기보다, 보다 넓은 각도로 시야를 확장시켜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개척자가 되어보면 어떨까요? 이화투데이는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김수빈(독어독문학과·16), 최혜민(커뮤니케이션미디어전공·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