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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오너쉐프, 조은빛 동문 인터뷰

  • 등록일2018.03.08
  • 5608

몇년 전부터 방송가를 장악한 잇아이템 '셰프'. TVN의 '집밥 백선생',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쿡가대표' OLIVE채널의 '마이셰프코리아','한식대첩' 최근 SBS의 '골목식당'과 NAVER TVcast의 '셰프끼리'까지 셰프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줄을 이었다. 

방송가는 물론 광고계까지 장악한 스타 셰프을 바라보며 드는 씁쓸한 생각 하나. "그 많은 요리하는 여자들은 어디로 갔나?" 그나마 얼마 전 한 프로그램에서 최초의 여성 셰프의 등장을 예고했지만,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요식업계에서 여자가 살아남기 얼마나 어려운지. 비단 우리나라의 얘기만은 아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상위 15개 레스토랑 그룹에서 일하는 헤드 셰프 160명 중 여성은 6.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라고. 원한다면 도전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서래마을에 위치한 뉴아메리칸 레스토랑 '플라워차일드'의 오너 셰프 조은빛 동문(국제학·09년졸)이 그 주인공.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한 경험을 살려 '요리'라는 코드와 결합해 자신의 꿈을 성취해가고 있는 조은빛 동문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자유와 평화’를 뜻하는 플라워 차일드의 조은빛 셰프는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인지 

장르나 조리 기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요리한다. 

깔끔한 빈티지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시크한 이곳에선 문고리 같은 소품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 쓴 셰프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 2018 미쉐린 가이드 서울 中 


조은빛

플라워차일드 오너셰프 조은빛 동문(국제학·09년졸)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05학번 국제학전공 조은빛입니다. 현재는 서래마을에 있는 ‘플라워 차일드’라는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전공과 다른 셰프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요리는 누구에게나 해당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배경과 출신에 국한되지 않고 모두가 식사를 하고 음식을 섭취하죠. 제가 전공한 국제학도 비슷해요. 어렸을 때 해외에서 살았던 경험도 있었는데, 다양한 인종을 만나서 그 사람들의 문화나 먹는 음식에 대해서 항상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국제학부하고는 완전히 다른 분야이기는 한데 그런 부분들을 다 통합을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요리'라고 생각했습니다.  


Q. 가장 처음 만드셨던 요리와 관련해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서요? 

A. 제 첫 요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뉴욕에서 요리학교를 다닐 때, 마지막 과정 중 하나가 직접 학교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일반 손님들을 대상으로 요리를 하는 것이었어요. 그 기회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메뉴를 플래닝(planning) 하고 제가 만든 요리를 처음으로 냈었습니다. 그때 했던 요리가 굴을 사용한 요리였어요. 요리를 드신 손님이 저를 찾으셔서 나가 보았더니 굴을 생전 한번도안 드셔봤고 처음 시도를 해보셨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해주셨어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줘서 너무 고맙고 굴에 대한 편견을 없애줌으로써 자기에게 좋은 경험을 해줬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칭찬을 굉장히 많이 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굉장히 뿌듯하고 진짜 요리사로서 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확연하게 한 것 같아요. 


조은빛

꾸준히 메뉴 개발에 힘쓰는 조은빛 셰프


Q. 셰프라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이화에서의 경험이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그리고 이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활동에 대해 알려주세요. 

A. 이화여자대학교를 다닐 때, 제가 다양한 활동을 했었는데요. 1학년 때는 치어 리딩 오디션을 봐서 합격한 적도 있고, 캠퍼스 투어 리더로 활동을 한 적도 있고, 굉장하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업 외에도 동아리 활동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수업은 굉장히 많은데요, Heather Wiloughby 교수님의 American Culture이라는 수업입니다. 제가 아무래도 현재 요리사로 일을 하고 있다 보니까 당시에 American Cuisine 이 진짜 실제로 존재를 하는지에 대해 열띠게 토론을 했던 것이 인상에 남아서 그때 진지하게 음식과 문화, 사람이 생각하는 것의 연결고리에 대해 많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Q. 플라워 차일드라는 이름을 선정하신 이유와 추구하시는 요리 철학이나 목표에 대해 알려주세요.  

A. 플라워 차일드라는 이름은 1960년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건전한 행복을 추구했던 히피를 일컫는 명칭인데요. 이게 제 철학하고 연결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맥락에서 제 음식을 드시거나 레스토랑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제 요리를 드시고 행복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조은빛

서래마을에 위치한 플라워차일드


Q. 여성 셰프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잖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솔직히 말하자면 여성 셰프가 한국뿐만이 아니라, 제가 뉴욕에서 일할 때도 되게 드물었어요. 요리 학교에 다닐 때 여자 동문들이 많았는데, 졸업을 하고 나서 현직으로 활동하는 수는 급격히 줄더라고요. 미국에서도, 통틀어서 2-미슐랭 스타를 가진 여성 셰프가 딱 한 명이 있어요. 굉장히 안타깝다고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사회에서도 아직까지는 좀 여성이 셰프로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잘 되어 있는 못한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그래도 주변 여성분들이 셰프를 하고 싶다고 하시면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희생하는 부분은 많지만 보람도 엄청 많이 느낍니다.  


조은빛

조은빛 대표와 플라워차일드 가족들


Q. 요리명들이 인상 깊었는데, 이름을 선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저희 레스토랑 슬로건이 Seasons, Stories, Served에요. 단순하게 음식만을 손님들 앞에 내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즉 계절별로 제철 식자재를 이용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담아서 손님께 드리는 것이 저의 요리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제가 요리 이름을 지을 때도 모네의 정원이라던지, 어렸을 때 가족과 갔던 곳이나 기억, 추억을 바탕으로 이름을 선정하곤 해요. 


Q. 앞으로의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A. 제 목표는 저희 레스토랑이 미슐랭 원 스타를 받는 것입니다. 또, 장기적인 목표로는 요리사로서 손님들이 오셨을 때, 그분들께 큰 기쁨과 유익한 경험을 드리고 싶어요. 저희 레스토랑에 오시는 모든 분들께서 특별한 날에 오시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오신 동안 모든 면에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시고 가셨으면 합니다. 


Q. 학부 때로 돌아가시면 다시 하고 싶으신 게 있을까요? 

A. 학부 때로 돌아가면 제가 합격했었던 응원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고 싶어요. 당시에 오디션까지 합격을 했었는데 선배님들이 무섭다고 들어서 결국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응원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Q. 조은빛 동문이 생각하는 이화 DNA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이화 DNA는 실제 우리 신체의 DNA 같이 굳이 말을 안 해도, 이화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아도 되게 뭔가 든든한 힘이 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보이지 않는 힘과 에너지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학교생활할 때는 체감하기 어려웠어는데 졸업 후 시간이 꽤 지나 돌아보니 제 속에도 그런 이화 DNA가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Q. 마지막으로 미래의 셰프를 꿈꾸는 이화인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많이 꿈꾸셨으면 좋겠어요. 여자 셰프가 많이 생기면 좋겠고, 정말로 본인이 이 분야에 관심과 열정이 있고  또 그걸 바쳐주는 끈기가 있다면 도전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화 투데이 리포터 9기 박소현(행정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