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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나를 치유하는 지혜를 찾다, 강경희 동문

  • 등록일2017.03.28
  • 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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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1988년 봄,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학생으로 교정에 발을 들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에서 학사, 석사를 마친 후에는 중국문학을 전공했으니 중국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중국 남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지금까지 본교에서 10년째 학생들을 만나며 제가 보고, 듣고, 배우며 느낀 것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 때의 경험을 토대로 저술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Q. 저자 소개에 ‘중국 유학길에 올라 생각보다 먼 여행 끝에 박사학위를 받으셨다’고 되어 있는데 그간의 특별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제가 중국 유학을 결심했던 것은 중국이라는 더 넓은 세상에서 지식을 더 쌓는 것을 넘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늦은 나이에 외국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것은 쉽지 않았죠. 외롭기도 했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버텼던 기억이 납니다. 귀국 후 그 시절을 뒤돌아보니, 힘들다는 생각에 그 공간, 그 시간이 주는 기쁨을 알아보지 못했던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Q. 선생님께서는 고전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보듬는 책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를 집필하셨는데요. 실제로 선생님께서 고전을 통해 위로를 받으신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 질문을 놓지 않고 붙잡고 있으면서 만났던 고전에서 얻은 내 나름의 답이지요. 그러니 이 책에 적힌 모든 것이 제가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것에서 나온 것이에요. 귀국 후 강의를 시작하면서 저는 제 삶을 자주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일은 늘었는데 그것들이 너무 버겁게 느껴졌고, 자존감에 상처를 많이 입었습니다. 그때 소동파, 장자, 공자, 사마천, 관중 등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며 많은 위로를 받았지요. 그리고 지금의 나는 작고 부족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더 큰 내가 존재한다는 것, 더 넓은 마음과 깊은 이해력과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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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고통의 불행한 면에만 온 신경을 쏟곤 하지만, 소동파의 글을 읽으며 고통 뒤에는 기쁨, 평화,즐거움과 같이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리 힘들어도 이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고 성장한 나를 발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살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되자 고통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지더군요. 또 하나 더 예를 들자면, 오랜 시간 동안 온 에너지를 쏟아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때 그간의 노력이 무의미해 보이고 좌절감에 빠지잖아요. 그러나 공자의 삶을 들여다 보며 내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알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력하는 것까지이고 결과는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 바깥에 있는 것이므로 수용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러자 허무와 좌절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죠.


Q.‘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의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사람들은 불완전함으로 인해 실수하고, 상처 받고, 후회도 하면서 완전함을 꿈꾸지만 사실 불완전함이야말로 자기 성장의 시작이고 디딤돌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크게 성장할 나를 향한 문을 열 열쇠가 바로 불완전함에 있기 때문에 고마운 거지요.

 

Q.‘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는 어떤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불완전함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위로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 알 수 없는 불안으로 초조한 사람, 경쟁에 지친 사람, 삶이 버거운 사람, 상처로 인한 아픔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힘든 사람, 자신의 삶이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인다고 느끼는 사ㄹ. 이 책을 읽으면, 내 안에 훨씬 큰 잠재력을 가진 또 하나의 내가 당당히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많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현재 우리사회에는 많은 학생들이 고전보다는 실용적인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읽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고전은 어떤 중요성을 가질지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진리는 오래된 것이고 오류만이 새롭다'고 말했던 철학자 윌 듀런트의 말이 생각나네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건 식상하니까 늘 새로운 것을 찾는 경향이 있죠. 특히 고전 같은 경우는 언어적인 장벽이 크기 때문에 더욱 보기 어렵고요. 하지만 고전 안에는 많은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고전을 쉽게 다룬 책을 지식적인 측면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읽으면 반드시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어요. 요즘 많이 읽는 자기계발서가 환영 받는 이유는 사회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사회는 경쟁에서 맨 앞줄에 서기를 요구하고 그 뒤로는 전부 ‘루저’가 되어버리는 구조에요. 이런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맨 앞줄에 서기 위해서 자신을 더욱 몰아붙이게 되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소위‘스펙’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자기계발서는 노력과 열정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부추기며 이른바 희망고문을 하고 있어요. 

그러나 과연 자신의 능력이 결과를 결정하는 단 하나의 요인일까요? 하나의 결과에는 보이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하는 것이 진짜 현실이지요. 저는 현대인들이 이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최선을 다 하고,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부분은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요. 또한 이런 점을 제대로 알아야 불합리한 자기 비하에 빠지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내 길을 당당히 갈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요. 고전은 이런 것을 굉장히 명확하게 가르쳐줍니다. 예를 들면, 공자께서 “부가 추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채찍잡이라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고 선언하셨지요. 누구나 부, 명예, 권력을 가지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과연 내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인가를 면밀히 관찰해보니 그것은 내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는 이야기죠. 자신의 노력 외에 다른 요인들이 너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자신이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 즉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고전은 이렇게 자기와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잘못된 관점을 알아차리고 우리 삶의 진면목을 면밀하게 관찰할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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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최근 다양한 학내이슈로 상처받은 학생들이 있습니다. 무엇이 이화인들의 상처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저도 뉴스에 보도된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상처를 받았다는 그 사실은 바꿀 수 없어요. 하지만 상처받은 자기를 바라보는 태도는 바꿀 수 있어요. 상처가 치유된다는 것은 바로 상처를 바라보는 자기 관점을 바꾸는 것입니다. 관점 바꾸기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시 치료가 있어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의 6장, 7장에서 시 치료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는지를 다루고 있어요. 이 방법은 제가 강의를 할 때도 학생들에게 과제로 내주곤 했는데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의 상처를 글로 적으면서 새로운 자기 인식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했어요. 트라우마가 심한 학생들은 그것을 바로 글로 적기는 어려울 테지만 비교적 다루기 쉬운 감정들부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써나가다 보면 자신의 상처를 맞대면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리라 믿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상처를 잊어버리고 묻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으로 가만히 안아주는 거에요. 시 쓰기가 효과적인 도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20대 젊은 대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고전이 있으신가요?

일단 제 책을 읽어보시고 각자 마음이 끌리는 고전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큰 대학생들에게는 특별히 '장자'를 추천하고 싶네요.

 

Q.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요?

모든 사람들은 다 상처를 받고 살아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상처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에요. 아픈 것을 아프다고 해야 하는 거지요. 그래야 치유가 가능합니다. 아파하는 자기를 알아주고 위로하고 힐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요. 대부분의 힐링은 여기서 그치지요.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우리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또 똑같이 실수하고 똑같이 아파합니다. 진정한 치유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바꾸는 것이에요. 과거의 내가 죽고 새롭게 태어나는 자기 성장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새로운 자기로 성장하는 기쁨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읽는 이화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책을 읽고 무언가에 대해서 이해를 한다는 것, 원하던 문제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은 여행을 할 때 지도를 얻는 것과 똑같아요. 어디로 가면 된다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하지만 지도가 여행 자체는 아니지요. 지도를 가지고 한 발 한 발 걷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을 하지 않아요. 나의 삶 바꾸기, 자기 초월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앎을 자기 삶으로 바꿀 때 그것이 정말로 내 삶이 되는 것이에요. 책을 읽었다는 것을 자랑하지 말고 그 책을 읽고 어떻게 자신의 삶이 바뀌었는지에 대해 자랑하라고 우리 이화인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 이화투데이 리포터 8기한재원(불어불문학 16), 9기 백승윤(중어중문학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