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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여성인권센터>를 설립한 이화의 이름, 조진경 동문(기독교학·92년 졸)

  • 등록일2017.02.20
  • 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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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화인 여러분! 혹시 <십대여성인권센터>라고 들어보셨나요? 
<십대여성인권센터>는 10대, 여성, 인터넷 성매매 피해 지원을 비롯한 10대 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사이버또래상담사업과 서울청소년교육센터를 여성가족부로부터 수탁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아산나눔재단의 혁신리더기관으로 선정돼 성매매피해청소년 대상 전문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화투데이는 바로 이<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조진경 대표(기독교학·92년 졸)를 만나 여성 그리고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안녕하세요 대표님, 2000년 이후로 성매매(성착취) 근절을 위해 활동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설립하신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어떤 곳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가 하는 일은 총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사이버또래상담> 사업, 사업, <서울위기청소년교육센터> 연계 사업이죠. 그 첫 단계는 <사이버또래상담> 사업입니다. 업소 중심의 성매매가 2000년대 이후 가상현실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은 피시방과 같은 인터넷 카페가 알선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알선 경로가 사이버, 지금은 모바일로 들어오면서 누구나 성매매에 접촉할 수 있게 되었죠. 특히나 청소년의 경우 디바이스 변화를 빠르게 쫓아가기 때문에 성매매에 관련된 정보가 미성년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었죠. 그런데 우리 사회는 놀랍게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성매매에 이용되는 아이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요. 명목상으로 쉼터나 보호 센터가 존재하지만, 성매매 피해 아동이 쉼터나 보호 센터를 먼저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이런 피해 아동을 먼저 가서 구출하자는 생각에서 <사이버또래상담> 사업이 시작되었죠.
사실 <사이버또래상담>과 비슷한 시스템의 프로젝트는 이미 한 쉼터가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프로젝트가 큰 성과를 냈고 때문에 이를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도 하게 된 것이죠. 아동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은 사실상 자신이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요. 즉 성매매를 명확히 정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적 착취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는 뜻입니다. 보통 아동 성 착취 가해자의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면 너도 처벌받을 것’과 같은 협박으로 아이를 억압하게 됩니다. 때문에 사이버또래상담사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성매매 피해 정황이 보이는 아이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 대면상담을 유도하게 되죠. 피해 아동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아동, 청소년이 필요한 니즈(needs)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해결해주는 겁니다.
  
Q.그렇다면 사이버또래상담 이후 피해 아동, 청소년이 받게 될 도움에는 무엇이 있나요? 
법적 지원, 심리 상담 등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특히 아동, 청소년 아이들에게 심리 상담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피해 아동, 청소년은 꾸준히 본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본인을 다독여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아동 학대나 유기, 방임, 학교 폭력, 친족 성폭력 등 가정의 돌봄이 매우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기 소통에 서툰 경우도 많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심리 상담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대일 멘토링을 많이 합니다. 많은 수의 심리 상담사가 <십대여성인권센터>에 지원단으로 포진돼 있어요. 상담을 진행하다가 만약 피해 아동에게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의료 지원단을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주거가 불안정한 아이들의 경우 기존 지원 시스템과 연계해서 쉼터를 소개해주기도 하지요. 또한 학업 지원도 해주고 있어요. 이렇게 아이들이 필요한 도움을 지원단과 연결해주기 위해 SNS(Stop N Start) 팀이 활동중입니다.
이런 도움 외에도, 피해 아동들은 연령대가 어린 친구들이다보니 아이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교육 센터 또한 운영하고 있습니다. 5박6일 캠프를 통해서 아이들은 인권교육, 성교육, 성매매 바로 알기와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죠. 아이들이 특정 프로그램을 좀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어 한다면 2박3일 심화 캠프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Q.피해 아동을 만나고 또 도움을 주는 것까지,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노력하는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언제부터 성매매 피해 아동을 위해 활동하셨나요?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설립하기 전부터 성매매 피해를 다루는 분야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성매매 유입이 아동, 청소년기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이 시기에 성매매 형태에 발을 들이면 쉽게 벗어나기 힘듭니다. 가정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많고 때문에 학교 생활에서도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 학업을 중단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경제적인 상황도 매우 심각합니다. 아무런 자원 없이 성인이 되어버리니 성매매에서 벗어나기 더욱 힘들죠. 아동, 청소년 시기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변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자원을 주자, 라는 맥락에서 그동안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성 매수자, 혹은 성 착취 가해자 편으로 법이 기울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해 아동의 경우 경제적 상황에 부딪혀 대변할 사람을 찾기 매우 힘들기도 하고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값비싼 변호인을 부르지만 이 아이들을 변호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처음 피해 아동 사례를 접했을 때는 이런 세계가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때문에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는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또 일어날 성 착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법안을 발의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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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십대여성인권센터>설립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정말 바쁩니다. 많은 피해 아동, 그리고 부모들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또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피해 아동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하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가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성급한 것 같아요. 가장 많이 알려지고, 또 많은 사람들이 충격 받은 일은 ‘하은이’ 사건이지요. 다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하은이는 센터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 하나일 정도로 많은 피해 아동들이 하은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 너무나 끔찍한 상황이지요.
하은이 사건 같은 경우, 검사가 무혐의 판결을 내릴 때마다 우리는 항고를 계속 했어요. 하은이 사건에 변호사 30명 정도가 들어갔을 정도로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사건이었지요. 이처럼 이 일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면 계속해서 길을 새롭게 내야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그리고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피해 아동이 피해를 극복하게 하는 것이고 때문에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Q.‘새로운 길을 낸다’는 말이 굉장히 와 닿습니다. 그렇다면 성매매 피해 아동 사건을 접하시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 있나요?
사실 보람이라는 게 어렸을 때는 있었습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요. 제가 가장 처음 접한 사건이 한 아이를 구하려고 들어갔는데 세 명을 구출한 사건이었죠. 그때는 정말 구름을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그런 감정이 스스로 감당이 되지 않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이 성매매 업소에서 빠져나왔지만 그 당시 아이들에게 당장 아무런 자원이 없으니까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생겼고, 이러한 경험이 저에게 큰 절망으로 다가왔죠. 그런데 보통 자부심이나 기대가 크면, 대가나 보람을 바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실망도 커지고요. 그래서 더 이상 보람을 느끼지 않으려 해요.
그리고 성매매 방지법을 제안했을 때, <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실에 몇몇 업주들이 들어와서 점거농성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일을 하려면 그런 일도 견뎌내야 하는데, 사실 그 모든 일들을 견디기가 매우 힘들죠. 그래서 더욱 보람 혹은 정당성으로 일을 안 하려고 해요. ‘그냥 한다’는 마음으로 하죠. 그저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이 어디있냐’는 생각을 하려고 해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엄청 좋은 일이라고요. (웃음) 분명한 것은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일이고 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죠.
저희 센터 직원이 어느 날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세상은 안 바뀌겠죠?’ 이 질문에 저는 안 바뀐다고 대답했어요. ‘응. 안 바뀔 거야. 그런데 우리가 일을 안 하면 세상은 엄청 빠르게 변할 거야. 나쁜 쪽으로.’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티는 안 나고 매일 욕을 듣지만, 제가 살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웃음)
 
Q.각자의 이유로 성매매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매매 방지법을 발의한 후로 엄청난 공격을 받았어요. 그런데 저희의 정당성이 없어질수록 성매매 매수자, 알선자, 성 착취 가해자들의 힘이 세질 겁니다. 이미 우리나라 경제의 많은 부분이 성매매에 결부돼 있습니다. 명확히 보이지는 않더라도 나비 효과 마냥 성 산업과 관계돼있는 산업들이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것이죠. 성매매가 축소된다면 자신의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논리를 등에 업고 성매매를 찬성하고는 합니다.
일단 아동 성매매를 보자면 사실상 아동 성매매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아요. 성 착취일 뿐이죠. 아동 성 착취는 분명히 성 매수자들의 문제입니다. 전부 성인의 책임인 것이죠. 하지만 현행법에는 너무나 많은 오류가 있습니다. 매매 대상으로 아동, 청소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성매매 대상으로 아동, 청소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상 청소년’이라는 개념입니다. 피해 청소년과 대상 청소년이 나누어져 있는데, 즉 대상 청소년은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의미하죠. 이 단어부터 잘못된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계속해서 법을 발의하면서 환기시킵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계속해서 인지할 수 있도록, 그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Q.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투쟁하는 일은 이화의 기독교적 가치와 맞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화 정신이 현재 하고 계신 일을 진행하는데 도움이 되었나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정말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어요. 일단 우리 학교에는 여성만 몇 백만이 한 캠퍼스 안에 모여 있잖아요.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때문에 여성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습니다. 난 그저 한명의 학생이고, 동기이자, 사람이었죠. 누구에 의해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할 일을 찾아 맡은 바 다 하는 그 힘을 이화에서 체화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여성 신학은 기본적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신학을 이해하게 되는데 이 자체가 주류를 뒤집는 활동입니다. 때문에 길을 새로이 내는 것이 두렵지 않았죠. 이화에서 겪은 그런 경험들이 제가 사회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데 분명한 밑거름이 된 셈이죠.
  
Q.대표님께서는 지난 1월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대표님께서 앞으로 나아갈 삶의 방향이 궁금합니다.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여성의 성 평등 의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국가 간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특정 문화나 인식이 다른 국가로 넘어가기도 하는데, 아시아 안에서는 성 착취를 당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보호 체계를 함께 의논하고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제 간 네트워크를 통한 인적 교류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십 수 년 전에 성매매 법을 제정하고 인권 차원에서 성매매 문제를 네이밍하는 등 아시아권에서 선진적으로 이 일을 해낸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에 우라나라가 국가적 책임이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우리의 활동 속에서 구축될 거라는 꿈을 꿉니다. 미래를 바라보면서 우리 기관과 제가 꿈꾸는 미래인거죠.

* 이화투데이 리포터 선모은(커뮤니케이션미디어 15), 함예진(경제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