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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2014년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합격자 김은혜 동문(정치외교학·10년 졸)

  • 등록일201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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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 안전행정부는 2014년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의 최종 합격자 36명을 발표했다. 이들 중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이화인이 있다. 바로 14.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외교관의 꿈에 한발자국 더 다가간 김은혜 동문(정치외교학·10년 졸)이다. 김은혜 동문의 합격으로 이화는 지금까지 23명의 외교관 시험합격생을 낳아 국가고시 합격의 전통을 자랑했다. 12월 국립외교원 입교를 앞두고 오래간만의 휴식을 즐기고 있는 김은혜 동문을 The Ewha에서 만났다.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공부를 오래한 편이라 합격한 것에 안도감이 들고, 또 한편으론 새로운 세계를 향해 간다는 것에 기대가 많이 됩니다. 그리고 전 신앙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수험 기간 동안 포기하고 싶은 적이 많았는데, 견디고 이루고 나니 그 길었던 과정들이 값진 시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무조건 기쁘다는 것보다도 인생의 소중한 기간을 감사히 거쳐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합격자 발표는 어떻게 들었나요?

 

보통은 저녁 6시에 문자 메시지 신청 대상자들에게 문자가 옵니다. 그런데 이번엔 3분 뒤인 6시 3분에 왔어요. 그래서 합격자들이 6시에 문자를 받지 못해 떨어진 줄 알기도 했었죠. 저는 다행히 학교 고시반에서 먼저 인터넷으로 제 수험번호를 통해 확인을 하시고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2차 시험 합격 이후 학교 경력개발센터에서 제공한 면접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제 수험번호를 알려드렸었거든요. (문자 받는 순간에 기분이 어떠셨어요?) 그냥 ‘아, 감사하다’, ‘끝났다’ 그런 생각이었어요.(웃음) 학교에서 면접 준비할 때 도움을 많이 주셨고, 실제로 면접 때도 면접관 분들이나 면접장 분위기가 좋아서 끝나고 기분이 괜찮았거든요. 많이 불안해하면서 기다리지 않고 조금은 편하게 발표를 기다렸어요. 또 수험생활이 길었다보니 한편으론 초탈한 것도 있었죠.

 

-학교 경력개발센터에서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제가 학교 고시반에 속해서 공부한 건 아니지만 여러 점에서 도움을 받았어요. 일단 학교 고시반에서 교수님들을 초청해서 시험 과목과 관련한 특강을 열어서, 그 특강을 듣기도 했어요. 그리고 2차 합격 한 이후 3차 면접을 준비할 때 학교 경력개발센터에서 면접 대비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도움을 주셨어요. 면접 전문가 분들을 모셔서 모의 면접을 체험해보기도 했죠. 실제 전문가 분들과 모의 면접을 진행하다보니 실제 면접에서도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 수 있었어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정보도 많이 얻었죠. 고시반 선생님들께서도 합격생들을 관리하던 노하우를 가지고 ‘말할 땐 이렇게 해야 한다’, ‘면접관들과 눈 맞춤을 이렇게 해야 한다’ 등 세세한 부분들까지 코치해 주셨어요. 독서실에서 공부만 하느라 말을 잘 하지 못하고 서투를 수 있는데,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죠.

 

-외교관의 꿈은 언제부터 가지셨나요?

막연하게 꿈꾸던 건 초등학교 1, 2학년 때부터 에요. 저는 기억을 못하는데 엄마 말씀으론 제가 일기장에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적었대요. 어떤 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막연하게 외교관을 매력적으로 느꼈나 봐요. 그 이후로 특별히 외교관이 되려고 공부한 건 아니고, 다른 학생들처럼 그냥 학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다가 우리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왔어요. 그리고는 이 공부(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가 어렵다는 걸 많이 들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시작하면 안 되고 마음속에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나’하는 확고한 생각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4학년 2학기 때 1년간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갔습니다. 네덜란드를 선택한 이유는 네덜란드가 매우 작은 나라지만 굉장한 선진국이고, 또 국제기구가 많은 여러모로 국제화된 나라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중에 외교관이 된다면 네덜란드의 외교력을 본받아 우리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이미지2

 

-네덜란드 교환학생 때 구체적으로 어떤 걸 배우고 경험하셨나요?

 

1년 동안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모의 UN회의도 참여해보고 여러 국제기구도 방문했어요. 그리고 네덜란드의 국제화된 사회 환경을 몸소 보고 느끼면서 ‘나중에 우리나라도 이런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방학 때는 유럽 주변 국가로 여행을 맘껏 다니면서 시야도 많이 넓혔어요. 수업을 들으면서도 정해진 경제학 수업만 듣지 않고, 제가 배우고 얻어갈 수 있는 여러 과목들을 들었어요.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보려면 제2외국어 자격증이 필요한데 저는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했거든요. 근데 마침 네덜란드 교환학교에 스페인어 기초 수업이 있길래 듣게 해달라고 신청했죠. 폴란드인 교수가 영어로 가르치는 스페인어를 중국인 학생들과 함께 네덜란드에서 배웠죠.(웃음) 근데 그 때 배웠던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 외에도 제가 부전공했던 ‘유럽학’ 연계전공 관련 수업인 ‘유럽의 역사’ 같은 것도 들었죠. 참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보다 확고하게 할 수 있었죠.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요. 1차에서 PSAT(공직적격성평가), 2차에서 국제정치학, 국제법, 경제학 3과목의 학제통합논술시험, 그리고 3차 면접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일단 1차는, 컨디션이 정말 중요해요. 문제 풀이 능력만큼이나 시험 날의 컨디션이 결과를 좌우하죠. 저의 경우엔 학원 강의를 들으면서 스터디를 병행했어요. 1차 PSAT의 3과목 중 저는 ‘자료해석’ 과목을 전략 과목으로 삼고 스터디에서 계산 연습을 열심히 했어요. 자료해석의 경우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계산 연습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2차 논술시험의 경우 4학년 2학기 교환학생을 다녀온 뒤 이 시험을 봐야겠다고 본격적으로 마음을 잡은 뒤에 정치외교학과 남궁곤 교수님께서 ‘오랫동안 공부했으니까 오히려 기초가 중요하다’고 하셔서 여러 가지 개론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것이 도움이 됐어요. 방대한 양을 압축 정리해서 가르치는 학원 수업도 도움이 되지만, 아무래도 학교 수업은 교수님들이 가르치시다보니 ‘논리’가 있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위해 꼭 정치외교학을 전공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실제로 시험 합격자 중에 이과 출신 학생도 있거든요. (보통 하루 공부 시간은 어느 정도였나요?) 평균적인 고시생의 일반적 스케줄대로 아침 8시부터 시작해서 밤 11시까지 공부했어요. 이대로만 공부하면 보통 하루에 한 11~12시간 정도 공부할 수 있어요.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날도 있긴 했지만 최대한 규칙적으로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3월부터 8월까지 3차례에 걸친 6개월의 시험기간 동안 불안감 등의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셨나요?

 

어디선가 들었는데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은 쉬게 되어있대요. 저는 6일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남은 하루는 교회 가서 예배드리면서 쉬었어요. 기도하면서 일주일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죠. 그리고 산책하는 걸 좋아해서 산책을 자주 했어요. 제가 공부했던 신림동 주변에 관악산이 있는데, 그곳에서 음악 들으면서 걸었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기분도 정화되고 마음이 편안해져요.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거기에 매몰되지 말고 잠시 한발자국 떨어져 쉬면서 전체를 조망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사명감’이라고 생각해요. 외교관의 삶이 표면적으로는 화려해보이고 멋있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아요.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가정생활에 있어서도 갈등이 있을 수 있는 직업이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내게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리고 ‘이 일을 통해 사회와 국가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내가 어떤 보람을 얻는지’를 진심으로 생각해봐야 해요. 외교관이라는 직업은 우리나라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이바지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으로 사명감이 바탕이 되어야합니다.

 

-외교관의 매력, 또는 여성 외교관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외교관이란 평생 공부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부 체질이 아니라면 힘들겠지만, 공부를 진득하게 잘 할 수 있는 분이라면 추천해요.(웃음) 외교관은 일단 국제적인 시야를 가지고 도전을 추구하는 직업이기에 자기계발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메리트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또 국가를 위해 힘쓰는 일이기에 거기에서 느껴지는 보람과 사명감이 엄청나죠. 여성 외교관으로서의 메리트라면…, ‘성공한 여성 외교관’의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다른 직업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외교관의 경우 해외를 많이 다녀야 하기 때문에 가정일과 병행하는 것이 힘든데 그런 면에서 성공한 모델을 창출해가야 하는 위치죠. 여자 후배들에게 성공한 모델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것, ‘이렇게 하면 직장과 가사 일을 둘 다 성공시킬 수 있다’는 걸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이 매력인 것 같아요. 마치 개척자 같은 거죠. 아직 남들이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간 뒤, 그것이 성공하면 다른 이들에게 교훈이 되고 지침이 될 수 있는 삶, 그 자체가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나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제2외국어로 스페인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중남미 지역에서 개발협력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의 외교력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선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도 중요하지만, 또 중요하게 개척해야 할 곳이 중남미라고 생각하거든요. 중남미는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경제적 교류도 증가했고, 또 한류도 점점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곳이에요. 이 지역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개발 경험을 그 국가들에 전수하고 발전을 도우면,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이 국가들의 자원 협력도 이끌어낼 수 있죠. 이렇게 중남미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증진시키면 결국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가지는 입지와 긍정적 이미지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2월에 국립외교원 입교를 하시는데, 9월 합격 발표 이후 요즘 무엇을 하면서 지내시나요?

 

영어와 스페인어 등 외국어 공부도 하고 있고, 읽지 못한 책들도 읽고 있어요. 그리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계획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공부만 계속 하다 맞이한 휴식이라 어떻게 지내야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잘 지내려고 해요. 국립외교원 입교 이후 1년간 또 치열한 공부를 해야 하거든요.

 

-앞으로의 각오가 궁금합니다.

 

‘초심을 잃지 말자’에요. 제가 다니는 교회의 한 장로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합격한 전과 후에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이 있고, 바뀌어야 할 것이 있다.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은 마음가짐, 즉 ‘초심’이다. 내가 왜 이 공부를 했는지를 기억하고, 합격하기까지 주변에서 주신 관심과 도움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그런 분들의 마음을 잊지 말고 열심히 도전해야 한다. 바뀌어야 할 것은 ‘그릇’이다. 고시생이었던 작은 틀에 얽매여있지 말고 이론 공부에서 벗어나 실제를 봐야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더 원만하게 잘 맺고, 외교원에 들어가서도 더 활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시야를 넓히고 소통하며 공부해야 한다.’ 이처럼 초심은 변하지 않되, 그릇은 넓히는 것이 저의 각오입니다.

 

-이화에 다닐 때,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해요.

 

동아리 등의 활동은 별로 하지 않았어요. 그냥 학점관리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어요.(웃음) 딱히 외교관 시험이나 취업 때문에 학점관리를 한 건 아니고,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근데 되돌아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경험을 하는 것도 참 중요한 거 같아요. 너무 학교 성적에 매몰되지 말고, 여행도 다니고 봉사도 하고 인턴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라면 문을 두드려보는 게 중요해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먼저 문을 두드렸을 때 활짝 열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화에서 배운 것, 이화이기에 배울 수 있었던 특별한 것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화는 여성으로서의 저의 자신감을 높여주었어요. 고시촌에서 공부하다보면 우리학교 나온 사람이 눈에 딱 보여요. ‘저 사람 우리학교구나’ 하죠. 굉장히 자신감 있고,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아요. 또 어떤 일을 할 때 진취적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필요한 덕목들이죠. 이화는 ‘여자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줬어요. 여성으로서의 자긍심과 용기를 키워주었다고 생각해요.

 

-이화 후배들 및 The Ewha 독자들에게 조언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꿈이 있다면,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하고자 하는 확고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서 실력을 쌓으세요. 그리고 시험에서 떨어진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확실하다면 끝까지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학교 다닐 때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세요. 외교관후보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시험공부만 하지 말고, 그 전에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해요. 외교관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라 인간관계를 잘 다루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국제적인 경험도 꼭 해보세요. 교환학생도 좋고, 여행도 좋아요. 그러기 위해선 외국어 공부도 필요하겠죠. 학점의 경우엔, 저는 학점이 좋았지만 외교관후보자 시험에서 학점이 중요하진 않아요. 그래도 학점은 기본적인 성실성의 척도라고 생각해요. 무엇이든지 열심히,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 출처 : 이화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