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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방송계] 제15회 '올해의 이화언론인상' 수상한 이슬기 동문(정치외교·06학번)

  • 등록일2015.06.08
  • 8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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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기자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기자에게 ‘외면 받는 소시민들에게 빛을 비추어주는 사람’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많은 기자들이 이러한 역할기대를 하나의 이상으로 남겨두고 있는 것을 보면, 진정한 기자가 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송파 세모녀 사건’을 취재하며 사회 안전망의 한계와 한국 복지의 사각지대를 파헤친 이슬기 동문(정치외교·06학번)을 보면 진정한 기자의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송파 세모녀 사건을 최초 발굴, 보도하고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여러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하는 변화를 이끌어낸 이화 출신 언론인. 이화 언론인클럽에서는 언론계 각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상을 보인 이화출신 언론인을 선정해 매년 ‘올해의 이화언론인상’을 수여한다. 그리고 올해 이화언론인상의 주인공은 연합뉴스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슬기 동문이다.

이화 언론인상은 나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상

고맙습니다. 송파 세모녀 기사로 지금까지 여러 상을 받았지만 사실 이화언론인상을 받을 때가 가장 기뻤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우러러 보기만 했던 상인데 제가 상을 받게 되어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상을 받던 선배들을 존경하기만 했었는데 이런 버거운 상을 제가 받게 되니 이상에 걸맞게 치열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연에서 시작한 ‘송파 세모녀 사건’ 취재

사실 굉장히 우연히 취재를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 제가 사회부 사건팀 기자였는데,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형사가 전화를 했어요. 그러곤 “세 사람이 동반자살을 했다, 성인이다.” 라고 말했죠. 전화를 끊자마자 취재를 시작했고 알사탕같이 기사거리가 되는 팩트들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기획 기사로 구성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말이죠.

실제로 기사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등이 개정됐는데, 
기자로서 중요한 경험이었어요. 글로 세상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자가 됐는데, 내가 쓴 기사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법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며, ‘내가 그 목표를 이루었구나, 기자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제 직업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는지 깨달았어요. 글 한 줄로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힘조절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요즘은 ‘내가 모르고 지나친 일 중에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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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생활 밀착형 기사에 집중

요즘 경제부에 출입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유통 분야를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대중에게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생활 밀착형 기사를 쓰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일상의 정보들을 잘 가공해서 독자들에게 쉽고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기사를 고민하고 있어요.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는 기사를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노력과 더불어 운도 따라야 하는 문제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싶어 기자를 지망

기자는 글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올바른 생각을 가진 언론인들이 내는 자그마한 힘들이 모이면 상당히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 그것으로 기자의 꿈을 가지게 됐습니다.

국내 언론계 중 최대 규모의 기자들이 있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중립적이라는 점이 연합뉴스의 가장 큰 매력

선택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해보자면, 연합뉴스는 기본적으로 통신사이기 때문에 특정한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기자 개인이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보수적인 언론에서 일하기 힘들 수 있고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진보적인 언론사에서 일하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기본적으로 그런 성향이 없고, 팩트를 언론사에 공급하는 역할만 합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개인적인 성향에 따른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죠. 아무리 언론사라 할지라도 사기업과 같이 돈과 연관되어 있다면 소신을 굽혀야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연합뉴스는 그런 점에서 자유로워요. 공익을 위해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바로 이 점이 연합뉴스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속보 매체이기 때문에 팩트를 대중에게 가장 먼저 전하는 희열감이 매우 큽니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말이 있죠. 보는 관점마다 하나의 사건도 다 다르게 보이는데, 자신의 시점이 진리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언론사도 그런 경우가 많아요. 정파성을 뗄 수가 없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좌파든 우파든 어떤 면에서 조금 더 옳을 수 있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이 연합뉴스에서 일하며 더욱 확고해졌어요. 저희의 임무는 진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를 전달하는 것뿐이죠.

‘송파 세모녀’ 기사는 평생 자랑이자 부담
방글라데시 방문은 신선한 충격

아무래도 세 모녀 기사가 저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평생 저에게 자랑이자 짐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제가 쓴 ‘송파 세모녀 사건’ 기사로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게 정말 감사한 경험이니까요.

기억에 남는 기사를 하나 더 꼽자면 방글라데시에서 쓴 기사예요. 2년 전에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건물이 붕괴돼서 상당한 사상자가 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고 후 2년이 지나고, 당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추적하기 위해 지난 3월에 3박 5일간 현장을 방문했어요.

그 때 ‘어머니는 정말 강하고 위대한 존재’라는 걸 느꼈어요. 건물에 팔이 깔려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딸을 혼자 둘 수 없어 칼로 직접 본인의 팔을 자르고 살아나온 분이 있었어요. 나중에 다시 방문해보니 놀랍게도 둘째를 낳으셨더군요. 정말 대단하죠. 뿐만 아니라 빈민촌에 살던 그 분은 눈을 빛내면서 ‘우리 딸 의사 만들 거예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보통 빈민촌에서는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노동력으로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그 어머니는 사고 후 수입의 대부분을 딸의 교육에 투자하고, 그 빈민촌에서 유일하게 공부방을 마련해놓았어요. 극한의 상황을 거쳐도 사람은 무엇이든 극복할 정도로 강한 존재라는 점을 새삼 다시 깨달았어요.

독립적인 면모가 이화출신의 자랑

언론계에 이화출신 선배들이 많아요. 연배가 좀 있으시다 싶은 여자 선배님들은 거의 다 이화 출신이세요. 선배님들께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셔서 후배들에게 길을 많이 열어주셨고, 저도 그런 선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화 출신의 이점이라면 ‘태도’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남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지 스스로 해내는 환경에서 성장했잖아요. 이런 독립적인 면모가 언론인으로 일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제가 남자선배와 같이 밥을 먹는데 ‘이대출신이라고 명함 내미는 사람들 중에 독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라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이대출신은 항상 치열하게 본인의 업무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 해낸다는 의미였어요. 이화 출신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이화에서 공부한 것들이 기자생활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해요. 이화의 김수진 교수님 수업이 기억에 남네요. 교수님 수업은 리딩이 굉장히 많아요. 언론사 시험과 똑같은 형식이라 기자 준비 과정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대학생이 돼서 텍스트를 달달 외워 시험을 보는 것은 대학생스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원문이 주어지면 학생들 스스로 생각해보고, 소화해보고, 내 나름의 해석을 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에서 정치외교학전공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언론인의 기본은 공익에 기여하는 것

글을 잘 쓰는 것은 기술적인 부분이고 언론인으로서 가져야할 덕목의 핵심은 ‘공익에 기여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사에 공동체를 위해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기자를 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확신이 있으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대학생활은 한 번 지나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막상 본인이 겪고 있을 때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힘들죠. 이화인 여러분이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젊었을 때 하는 모든 것은 어떤 의미로든 값지기 때문에 여행, 고전 읽기 등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말이죠.


그리고 꿈이 있다면 될까 말까, 할까 말까 하는 고민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르지 마세요. 그런 고민을 하는 순간 무너집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다는 확신이 있다면 도전하세요. 나와 같은 건물, 교실에서 공부한 선배님들도 동기들도 해내는데 왜 나는 못하겠어요. 이건 선배와 동기, 후배에 대한 믿음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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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언론계로 많은 후배들이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제가 5년차인데 하면 할수록 기자는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론계에 이화인이 더 많아져서 서로 의지하고 믿으며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이화투데이 리포터 박수빈(국제·13), 김다빈(영어영문·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