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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인문학도로 전국은행연합회 첫 여성 임원이 되기까지, 김혜경 동문(국어국문·82)

  • 등록일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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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특유의 보수적인 인사관행을 뚫고, ‘전국은행연합회’에서 당당하게 첫 여성임원직을 거머쥔 이화 동문이 있다. 바로 김혜경 동문(국어국문·82)이다. 은행의 업무를 개선하고 제도를 만드는 전국은행연합회에서 30년간 재직한 김혜경 동문은 지난 1월 6일(수) 자금시장부장에서 상무이사로 승진하며 여러 언론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130년 동안 이화가 이뤄온 ‘최초의 역사’에 한 획을 더한 김혜경 동문을 만나 ‘인문학도에서 전국은행연합회 첫 여성임원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전국은행연합회 첫 여성 임원이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기쁘지만 걱정도 되고 책임감도 느낍니다. 첫 여성임원이 되고 나니, 여러 군데에서 축하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금융계에 여러 업권이 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업권과 협회 쪽에서 여성 임원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언론의 주목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았네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주변에서 의미를 부여해줘서 더 책임감을 느껴요.


2. 현재 몸담고 계시는 ‘전국은행연합회’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금융 관련 협회가 여러 가지 있어요. 은행들의 업무를 개선하고 제도를 만드는 등의 일을 하는 ‘전국은행연합회’와, 증권이나 자산같이 투자 금융업 쪽을 관리하는 ‘한국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등 여러 업권에 있습니다.


제가 종사하고 있는 전국은행연합회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은행과 관련된 여러 업무를 수신합니다. 예금, 대출, 펀드, 파생상품 등에 관한 여러 업무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면 좋을까를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 가는 거죠.


그 외에 사회공헌 활동도 많이 해요. 어린이집 설립도 지원하고 있어서, 서울에만 은행권이 지원한 곳이 4군데 정도 있어요. 대학생 기숙사 건립도 지원하고 있어서, 고양시 원당에 1000명 규모의 기숙사가 올해 말 경에 완공될 예정이에요. 다양한 봉사활동과 더불어 금융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고요. 은행 산업과 은행 업무의 발전을 위해서 은행권이 공동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하고 있습니다.


3. 흔히들 은행권은 경제학 또는 경영학의 회계를 전공한 사람들이 진출하는 분야라고 생각하는데요. 이화에서 국문학도로 인문학을 전공하신 선배님께서 전국은행연합회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직장생활을 한지 딱 30년 됐거든요. 30년 전의 입사는 지금과는 조금 달랐어요. 그 때는 특별히 학생들을 회사에 추천하는 학교 부서가 있었어요. 공채로 회사에 들어가는 직원도 있었지만, 저는 학교 추천으로 입사를 하게 됐거든요. 그 당시에는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월간지를 발간하다 보니, 인문학적인 소양을 가진 사람들도 필요로 했었어요. 지금도 입사지원자의 전공을 구분하지는 않지만, (인문학 전공생이) 입사하기 쉽지는 않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 당시에도 상경계열과는 다른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분명히 있었어요. 초반에는 다른 업무를 주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제 전공과 관련 없는 금융 쪽 업무도 해야 하는 상황이 왔거든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중간 중간 연수제도와 함께 승진을 하기 위해 치러야하는 ‘책임자시험’이라고 있었어요. 비록 제가 전공자는 아니지만 전공자만큼의 성적을 얻기 위해 당시에 많이 노력을 했죠. 열심히 공부해서 전공자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으면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4. 1984년 전국은행연합회 출범 후 최초 여성 임원으로서 상무이사직을 맡게 되셨습니다. ‘첫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선배님만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성실한 편이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혼자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기 보다는 성실하게 내 일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컸거든요. 제가 이 곳의 부장으로서, 과장으로서 맡은 일을 미흡하게 하면, 다른 은행에서 우리 전국은행연합회에 대한 평가를 달리할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했고요. 내 앞가림을 잘 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점이 크게 돌아온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책임감과 비슷하네요. 내가 부족하면 시간을 더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또 전국은행연합회 업무 중에 회의가 정말 많아요. 여러 은행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정부 당국에 우리의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서는, 문맥과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하고 그것을 회의록에 일목요연하게 담아낼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해요. 이게 바로 인문학 전공자의 능력인 것이죠. 저에게 부족한 전문 지식은 자료를 첨부하거나, 잘 아는 사람에게 확인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보완하려고 노력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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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선배님과 한 언론사의 인터뷰 내용을 읽고,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하셨을 선배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직장 생활 중에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제 전공이 인문학이다 보니, 경제학 전공과 관련된 분야의 일을 해야 할 때 걱정이 많이 됐죠.


그런데 부장으로서, 과장으로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위에서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요. 제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저는 제가 갖고 있는 능력보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하거든요. 주변 사람들의 좋은 기운을 끌어낼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죠?(웃음) 내가 갖고 있는 능력보다는 주변의 좋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6. 바늘구멍 취업난을 뚫고도, 다양한 이유들로 갓 입사한 회사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는 이화의 후배들도 많이 있을텐데요, 후배들에게 조언 또는 격려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전국은행연합회에만 몸을 담고 있었어서 다른 기업체는 잘 모르니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남자들이 군대에 갔다 와서 그런지 조직 생활 적응은 훨씬 잘하더라고요. 우리 연합회에 들어오는 남녀 수는 거의 비슷한데, 남자들이 훨씬 적응을 잘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 이유에 대해 고찰해보면서 드는 생각은, 여성들이 조금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그것을 잘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남자들은 군대에 다녀와서 그런지 이런저런 어려움에 적응이 된 것 같은데, 여자들은 아무래도 어려움을 맞닥뜨릴 기회가 좀 적어서 그런지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예의를 갖춘 당당함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출산휴직이 당연한 권리이긴 하지만, 옆 자리의 동료가 본인의 업무를 공유하고 도와주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또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실력도 배양하되, 조직의 융화나 소통과 배려와 같은 것을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직장은 조직생활이고 사회생활이다보니 어려울 수밖에 없거든요. 조직 내부의 소통과 서로 간의 배려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7. 선배님의 이화 재학 시절이 궁금합니다. 당시 이화에서 어떤 학생이셨나요?


아주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학교하고 집을 왔다갔다하는 그런 학생이었어요. 특별히 언급할 만한 것이 없는 학생이었네요.(웃음)


8. 이화에서 배운 가르침이 사회에서 활동하는 데 혹은 인생 전반에 걸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이화에서 배운 가르침이라기 보다는, 사회에 나오면 이화인이라는 자부심이 좋기는 좋죠. 이대 나왔다고 하면 반응이 우호적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얼마 전에 보니까 여성 금융계에도 이화인들이 굉장히 많다고 하더라고요. 여러 업권에 부장급 이상으로 계시는 분들도 여러 분이 계시고요. 학교에서 이런 부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동문 간의 네트워크를 활성화 시키려고 지원을 하시더라고요. 그런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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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있을 이화의 후배들 및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책임감 있게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빛을 발하거든요.


예를 들자면 제 딸에게도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시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디에서나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은 남아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것이 꼬리표가 돼서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이런 평판은 하루 이틀 만에 쌓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평판이 쌓여서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되는 것이니, 일과 함께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도 신경을 쓰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부장이었을 때 직원들을 보면, 어떤 직원은 자기 일만 하는데 어떤 직원은 다른 부서를 관망하고 타 업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있고 그래요. 본인이 어떤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이화투데이 리포터 이다솜(영어영문·13),  김다빈(영어영문·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