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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대학 이윤실·박소연 교수팀, 새로운 치료 타겟 GTSE1 매개 섬유화 발병 기전 규명

  • 작성처
  • 등록일2024.10.30
  • 26724

약학대학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MRC) 이윤실 교수팀이 폐섬유증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타깃을 개발해 치료 효능을 검증하고 임상적용 가능성을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GTSE1-driven ZEB1 stabilization promotes pulmonary fibrosis through the epithelial-to-mesenchymal transition」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Molecular Therapy (유전학 및 유전 분야 상위 2.6%)>에 9월 27일(금) 게재됐다.

(왼쪽부터) 진희 연구교수, 박소연 조교수, 이윤실 교수


장기가 딱딱해지면서 본래의 기능을 잃게 만드는 섬유화 질환은 노인에게서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질환으로,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로 인해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폐섬유증은 공기 중 미세먼지, 독성 물질,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며, 항암 치료 시 방사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거나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도 나타나곤 한다. 원인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폐세포가 손상된 후 회복 능력을 상실하여 장기가 제대로 복구되지 못하면 콜라겐과 같은 세포외기질단백질이 쌓이고 섬유증이 진행되면서 폐가 점점 단단해지고, 결국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섬유증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물이 있기는 하지만, 폐섬유증을 완치시킬 수 있는 극적인 치료제는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MRC) 센터장 이윤실 교수는 2020년 폐섬유화 질환에서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바이오마커 GTSE1(G2 and S phase-expressed protein 1)을 발견하였고, 본교 약학대학이 보유한 RNA 나노입자 전달 기술을 활용하여 GTSE1이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이혁진 교수와 공동으로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2022)에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GTSE1가 폐섬유화를 일으키는 정확한 분자 메커니즘이 불분명하였고, 실제 환자들에게서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 잠재적인 임상적 의미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후속연구로서 발표한 본 연구에서 이윤실 교수(교신저자)는 진희 연구교수(공동1저자), 박소연 조교수(공동1저자)와 함께 GTSE1이 실제 폐섬유화 환자에게서 의미 있는 치료가 될 수 있는지 밝혔다. 본 연구는 GTSE1이 폐섬유화 질환의 발병과 악성화에 기여하는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본 연구에서는 특발성 폐섬유증(IPF;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정상 폐 조직에서는 GTSE1의 발현이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IPF 환자의 폐 조직에서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따라서 IPF 환자 조직과 폐섬유증 마우스 모델을 사용하여 GTSE1의 생물학적 역할과 하위 경로를 탐구했다. 종합적인 생물정보학 분석 결과, IPF에서의 GTSE1 증가가 상피-간엽 전이(EMT; Epithelial-to-mesenchymal transition) 유전자 시그니처의 강화와 연관이 있음을 밝혔으며, 이를 기반으로 GTSE1과 EMT 전사인자 간의 잠재적 상호작용을 연구하였다. 연구 결과, EMT을 유도하는 주요 전사조절인자로 알려진 ZEB1(Zinc-finger E-box-binding homeobox 1)은 인산화를 통해 단백질의 안정성이 조절되는데, GTSE1은 안정성이 낮은 ZEB1에 선호적으로 결합하여 ZEB1의 분해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섬유화 진행 과정에서 GTSE1의 발현을 획득한 폐상피세포는 EMT를 통해 세포외기질을 과도하게 만들어 내는 세포로 변모하여 섬유화를 악화시킨다. 또한 연구팀은 이렇게 GTSE1을 발현하는 문제적 세포를 제거하면 섬유화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했다.

정상 폐의 폐포에는 상피세포가 서로 단단한 장벽을 이루면서 동시에 산소/이산화탄소 교환이 원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섬유화 과정에서 상피세포가 GTSE1 발현을 획득하게 되면, ZEB1이라는 전사조절인자의 단백질 안정도를 높여 상피간엽이행(EMT)이 일어나게 된다.
이를 통해 변모된 세포는 지속적으로, 그리고 과도하게 세포외기질 단백질을 생산하여 폐를 딱딱하게 굳게 하고 원활한 기체 교환을 방해한다.
본 연구에서는 GTSE1 매개 병리적 EMT를 타깃하면 폐섬유증을 치료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EMT는 섬유화 질환뿐만 아니라 암과 같은 질환에서도 중요한 기전이나, 이와 동시에 건강한 조직의 항상성 유지에도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EMT 자체를 치료 타겟으로 하는 것은 부작용의 위험이 큰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GTSE1을 치료 타깃으로 하는 것은, 질병에 기여하는 EMT만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크다. 


또한 IPF 환자와 폐섬유증 마우스 조직에서 ZEB1 단백질의 수준은 GTSE1 단백질 수준 및 콜라겐 축적량, 즉 섬유화의 중증도를 대변하는 바이오마커라는 것을 검증했다. 종합적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 GTSE1-ZEB1 신호축이 폐섬유증 발병 및 진행 과정에서 병리적 EMT의 특징을 주도하는 새로운 인자임을 규명하였으며, 이러한 치료 전략이 향후 폐섬유증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선도연구센터, 창의도전과제, STEAM연구사업) 및 2024년 이화여자대학교 신임교수 연구비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