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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뉴스

이배용 총장 매일경제 인터뷰

  • 작성처
  • 등록일2006.10.30
  • 14611
매일경제는 10월28일자 리더스면에 "통일 길목의 파주캠퍼스가 글로벌 여성교육 요람될것"이란
제목으로 본교 이배용 총장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매경 리더스 :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인터뷰
"통일 길목의 파주캠퍼스가 글로벌 여성교육 요람될것"


종가 맏며느리에서 2만 이대생의 어머니로 이름표를 바꿔달았다. "캠퍼스의 담장 하나, 벽돌 한 장도 내 살림 같다"는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인문주간 개최, 파주 교육연구복합단지 설립 등 총장 취임 후 그의 행보가 어느 때보다 바쁘다. 취임 후 석 달여를 보낸 이 총장을 25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아들 둘밖에 없어 딸 키우는 재미를 몰랐는데 20년 넘게 이대에서 딸들을 키우다 보니 이제 딸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럽게 말하는 이 총장 모습에서 맏며느리의 신중함이 배어 나왔다.

역사학자 출신인 그는 역사 속 위대한 지도자로 세종대왕을 꼽았다. "안질 당뇨 등 온갖 병을 앓으면서도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밤낮으로 일을 하고 시대적인 통찰력을 가졌던 인물이 세종대왕이죠."

그러면서 이 총장은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게 지도자 자리인 만큼 균형 잡힌 판단력이 중요하죠. 균형 잡힌 판단력을 갖추지 못하면 때로는 잃는 것도 많을 겁니다"라며 지도자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환갑으로 치면 2주갑인 창립 120주년이 되는 해인 올해 총장 자리에 앉은 이 총장의 부담은 크기만하다.

하지만 파주시와 교육연구단지 설립 협정을 맺은 이 총장은 벌써 크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2008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인 이대 교육연구단지는 인성ㆍ리더십ㆍ외국어 집중 교육, 외국인 교수 기숙시설, 동문 재교육장 등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파주는 율곡 이이, 황희 정승 등 조선시대 선비들이 학문을 키웠던 곳입니다 . 교육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자연환경인데 친환경적인 파주에서 이대생들이 심성ㆍ인성의 바탕을 키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며 수백 차례 유적답사를 다녔다는 역사학자 대답답다. 이 총장은 교육단지에 컨벤션홀, 전시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들도 조성해 지역주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추후 경기 북부지역에 부족한 병원 시설 등 건립도 고려하고 있다.

"도심을 떠나 정신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대학이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이 총장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인성교육이 엿보인다. 또 2008년 전철이 개통되면 파주 교육연구단지는 이대가 위치한 신촌역에서 30분 거리밖에 안 된다.

교육연구단지 입지를 파주로 정한 것은 통일 후까지 내다본 포석이기도 하다. "파주는 통일로 가는 길목이에요. 한국에서 최초로 세워진 여성 교육기관으로서 통일 후 북한 여성을 위해서도 지리적으로도 유리한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2만 이대생과 동문들은교육단지 조성에 대해 반대는커녕 파주에 미래의 꿈을 품기 시작했다.

서울 종합대학 중 인문학 전공 출신 총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9월 열린 인문주간 행사가 이대에서 개최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인문주간 행사에 대한 논의는 5월쯤 인문대학장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시작되었어요. 그때 인문학 출신 총장이 있는 대학에서 인문주간을 열기로 했는데 마침 내가 총장이 되면서 이대에서 개최하게 된 거지요. 이대로서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

이 총장은 실용적 가치가 중시되며 인문학이 경시된 것이지만 동시에 인문학 스스로 소통에 관심을 덜 기울였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인문학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 필요성을 함께 역설한 그는 "인문학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물과 공기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용적 가치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문학ㆍ역사ㆍ철학 같은 인문학이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중인 이 총장은 특히 국사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흔히들 농담으로 `팔만대장경도 모르면 빨래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는 만큼 보여요. 우리 것을 알고 지키는 가운데 여러 가지 가능성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결국 한국적인 것이더라고요."

교육연구단지 조성 외에도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주요 지역에 거점대학 선정, 이화학술원 설립 등 학교 발전 방향을 내 놓은 이 총장은 앞으로 나아갈 길이 멀다.

지난주 이대에서 특강을 했던 노벨평화상 수상자 그라민은행 총재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에게 이화학술원에 석좌교수로 오기로 약속도 받아놨다.

최근 이화여대가 예전만큼 명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자신 있다. 이 총장은 이런 때가 바로 기회라고 한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입니다 . 국가 경쟁력이 고조되면서 여성인력 개발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가 되었어요. 그런 점에서 자립적인 여성을 길러내는 데 집중적인 교육을 해온 여자대학으로서 이화의 능력이 발휘되리라 봅니다."

그는 인생 선배로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높이 올라갈수록 배려가 필요해요. 이대생들이 좀 더 사회성을 가지고 주위를 헤아릴 줄 아는 포용력을 기르길 바랍니다."

She is …
한국여성사학회를 창립한 이배용 총장은 대학총장이기 이전에 여성사학자로 더 유명하다.

이 총장은 지난 학기까지만해도 장관, 언론사 사장 등 각계각층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이대 평생교육원에서 한국역사문화 아카데미를 이끈 인기있는 강사였다.

장상 전 총장 이후로 두 번째 기혼 총장인 이 총장이야말로 120주년 이화에 딱 맞는 총장이라는 칭찬이 버겁지 않다.

- 2006년 10월 28일(토) 매일경제 안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