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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딸과 세 며느리의 어머니를 위한 아주 특별한 기부

  • Date2020.03.29
  • 4103
이숙인 동창(피아노 62졸) / 김경자 동창(식품영양 86졸)

어머니 탄생 100주년 기념 세레모니

 

멀리 하와이에서 온 시누이를 위해 숙소인 서울 모처의 호텔 로비에서 주인공들을 만나기로 했다. 환한 웃음으로 맞는 이숙인 동문(피아노 62졸)과 김경자 OCI미술관장(식품영양학 박사 86졸). 두 사람은 시누·올케 사이다. 세월의 마법인 걸까, 50년의 세월을 함께 입은 두 사람은 시누·올케라기 보다는 친자매처럼 편안하고 친근해 보였다.

 

“올해가 어머니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어머니의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여섯 남매가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서 기부하게 됐지요.” 김경자 관장 가족은 몇 해 전부터 여섯 가족이 하와이에 있는 이숙인 동문 집에서 명절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1년에 한 번 가족들이 모두 모인 이 자리에서 큰 며느리인 김경자 관장이 어머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뭔가 뜻깊은 세레모니를 하자고 제안했고, 마침 세 딸(이숙인, 이숙희(영문 63졸), 이정자(서양화 66졸))과 세 며느리(김경자, 박형인(비서76졸), 이은영(관현악 78졸))가 모두 이화 동문이어서 모교의 신축기숙사에 어머니의 이름을 남기기로 뜻을 모으게 된 것이다.

 

“큰 올케의 제안에 다들 기뻐하며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동참했지요. 여섯 가족이 마음을 모아 어머니의 백 번째 생신도 기념하고, 또 모교와 후배들을 위해서도 의미 있는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마구 설레고 기쁜 거예요.” 이숙인 동문은 그날의 기쁨이 생생한 듯 들뜬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큰며느리인 김경자 관장이 항상 가족을 잘 이끌어줘서 감사하다는 이숙인 동문은 솔선하는 큰며느리의 리더십에 나머지 가족들은 그냥 전적으로 믿고 따른다고 했다. 큰시누이의 칭찬에 김경자 관장은 “어머니가 가셨던 길을 따라갈 뿐”이라며 “어머니의 크신 사랑과 헌신에 비하면 저는 흉내도 못낸다”라며 극구 손사례를 쳤다.

 

 

근검절약과 나눔을 몸소 보여주셨던 어머니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어머니 박화실 여사는 7년 전 93세의 나이로 별세하셨다. 아버님은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유명한 고 이회림 동양제철화학 명예회장. 이회림 회장은 10대에 개성의 한 상점에서 무급 점원으로 출발해 현재 OCI그룹을 키워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어머니 박화실 여사는 이런 남편과 73년을 해로하며 오로지 남편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사셨다고 한다. “어머님은 평범하고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이셨죠. 전쟁 직후인 60년대는 모두 살기 어려운 때라 우리집에는 늘 머무는 손님들이 많아서 매일 20인분 넘는 밥상을 차리셨어요. 정말 고되고 힘드셨을 텐데 어머님께서는 항상 즐겁게, 아니 즐겁다는 표현을 넘어 정말 신명나게 여러 식구들 밥을 챙기셨지요. 잘 먹어만 주면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라고 하셨습니다.” 전쟁 후 오갈 곳 없는 고향 친척들이 성북동 집에 모여들었는데, 어머니는 불평 한마디 없이 모두를 거두셨다. 명절에는 하루에도 200인 분이 넘는 양의 조랭이 떡국을 끓이시고, 오시는 분마다 일일이 개인상을 차려내는 정성을 보이셨다. 개성상인의 아내답게 근검절약의 고수였지만, 언제나 인심만은 넉넉한 어머니이셨다.

 

김경자 관장은 “결혼하고 보니 우리 시댁에 삼촌이나 이모, 고모님이 참 많으신 거예요. 하루는 잘 몰라서 어머니께 촌수를 여쭤보면 대부분 사돈의 팔촌 뻘 되시는 고향분들이었어요.”라고 웃으며 어머니의 한없이 깊고 따뜻했던 정을 추억했다.

 

멀리보고 걸어가는 신의있는 사람

 

이런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 덕분에 육남매 모두 잘 살고 있고 우애가 좋기로도 소문났다. 해외에 살고 있는 이숙인 동문을 제외한 다섯 남매는 여전히 성북동 토박이로 한 동네에 모여 산다. “셈이 정확하고 깐깐한 개성사람이자 송상의 아내로 신의를 제일 중시하셨던 어머니는 저희들에게 늘 눈앞의 이익에 조바심내지 말고, 멀리보고 인내심을 갖고 우직하게 살아가고 가르치셨죠. 그것이 최선이라며 삶으로 몸소 모범을 보여주셨어요.” 이숙인, 김경자 동문은 성공한 사람들의 앞만 보지말고 뒤도 볼 줄 알아야 한다면서, 이화의 후배들에게 빨리 성취하려고 하기보다 성공을 멀리 보고 끈기있게 걸어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