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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조향 컨설팅 기업 SCENT BY. 대표 배규영 동문(수학과·03년졸)

  • 등록일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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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의 교정을 걷다 보면 사계절마다 다른 이화만의 향을 맡을 수 있는데요. 이처럼 모든 공간은 ‘향’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투리는 조향 컨설팅 기업 센트바이(SCENT BY.)의 대표 배규영 동문(수학과·03년졸)을 만나 ‘조향’에 관한 이야기부터 ‘이화’에서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배규영 동문 인터뷰, 바로 시작합니다!

조향 컨설팅 기업 SCENT BY. 대표 배규영 동문(수학과·03년졸)

Q.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히 자기소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배규영입니다. 센트바이(SCENTBY.)라는 조향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퍼퓸테일러이고,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조향사를 배출하고 있는 300년 전통의 프랑스 향장협회 PRODAROM 산하 조향 학교인 GIP(Grasse Institute of Perfumery)의 아시아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Q. 센트바이(Scent by.)는 조향 컨설팅 기업인데요. ‘조향 컨설팅’이란 무엇인가요?

조향컨설팅이란, 향과 관련된 다양한 활용 방법에 대한 컨설팅인데, 쉽게는 특정 브랜드나 인물, 작품 등에 맞는 ‘향기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 페인트나 컬러, 종이, 네일, 목재, 의류, 제품 용기 등에 적용될 수 있는 향료를 설계하는 ‘기술적인 과제’, 넓은 범위로는 심리, 음악, 컬러를 향과 매칭하는 ‘공감각적인 향 설계 과제’가 있습니다.


Q. 학부 전공과 별도로 조향에 대해 따로 공부하고, 조향 컨설팅 회사까지 설립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수학을 너무 좋아해서 입학했지만, 교실에서의 수업보다는 사계절 동안 예쁘고 향기롭게 피고 지는 식물들과 공원 같은 학교 교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당시 보태니컬 원료를 취급하는 상점에서 식물 원료로 비누를 만드는 광경을 보고 너무 해보고 싶은 마음에 과외비를 모아 재료를 하나씩 사기 시작했어요. 그땐 지금처럼 공방이 많지도 않고, 향과 관련해 대학생이 접할 수 있는 게 비누나 아로마 오일 정도였어요. 폐오일을 활용한 비누를 만드는 과정 같은 수업만 겨우 찾을 수 있었죠. 

졸업 후 첫 직장이 호텔이었는데, 그곳이 최초로 시그니처 향기를 갖고 있는 호텔이었던 덕분에 간접적으로 향료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 엘지전자와 제일기획에서 근무하며 학비를 마련하였고, ‘이제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향 업계의 요람이라고 하는 프랑스의 그라스라는 도시로 찾아갔고, 지금까지 그라스 지역과 가깝게 일하고 있어요. 

수학 전공이 제가 하는 일에 도움이 안 된 것은 아닙니다. 수학 전공 수업 중에 정말 심취해서 들었던 과목이 <응용수학>과 <암호학>이었는데요. 응용수학 과정에서 접했던 데이터를 컴퓨팅하는 기초적인 지식과 암호학에서 다룬 ‘기호화’의 기초적인 개념이, 지금 향기라는 미개발 영역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조향 컨설팅 기업 SCENT BY. 대표 배규영 동문(수학과·03년졸)

Q. 향기로서 공간을 표현하고, 사람의 마음까지 나타낸다는 센트바이만의 셀링 포인트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향을 맡는 감각, 즉 후각은 아직 완벽한 해석이 있는 감각은 아니지만, 우리의 뇌 안에서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부분과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고 해요. 그래서 흔히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고 부르는 후각적인 자극은 ‘기억을 부르는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하죠. "어떤 향기를 좋아하냐?"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과거 기억 속의 한 장면이나, 공간, 인물을 떠올리며 좋았던 향에 대해 나누는 것을 보고, 향기로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다시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최대한 그리웠고 행복했던 기억 속의 향기를 제품으로 연출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기존의 향기와 관련한 연구들이 모두 유럽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가운데, 센트바이가 GIP 아시아 대표부로서 아시아만의 향기를 연구하고 제작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동문님이 생각하시는 아시아 문화만의 향기는 어떤 것인가요?   

실제로 동남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가 너무 다른 느낌을 갖고 있는데요. 우리가 속한 동아시아를 생각해 본다면 차, 먹과 한지, 한옥, 쌀, 감귤류(만다린, 유자 등), 소나무, 벚꽃, 금목서, 쑥, 미나리, 돌, 그리고 묘하게 닮은 듯한 각종 들풀의 향 등이 있어요. 무엇보다 우리의 식·음 문화 안에 녹아 있는, 친근한 향 들이죠. 

최근까지 유럽이나 미주, 심지어 호주까지도, 동양의 향을 ‘오리엔탈’이라는 표현으로 향조를 구분했어요. 그들이 말하는 ‘오리엔탈’이란 것은 머스크, 앰버, 벤조인, 스파이스 등의 매혹적인 향을 표현하는 단어였고, 우리에게는 사실 인도나 중동 지역의 느낌을 담은 향들입니다. 하지만 평등의 개념과 더불어 작년부터 ‘오리엔탈(Oriental)’이라는 표현을 ‘앰버리(Ambery)’라는 명칭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조향사로 활동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혹은 보람을 느끼신 경험 있으신가요?

조향 컨설팅 기업 SCENT BY. 대표 배규영 동문(수학과·03년졸)

이화와 협업한 이화 교정의 향


사실 저를 스스로 조향사라고 표현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근현대 향수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에서 조향사, 즉 '퍼퓨머(Perfumer)'라는 명칭은 대대로 또는 적어도 20~30년 이상 평생을 조향에 쏟아부은 장인(artisan)을 부르는 명칭이고, 제겐 그런 장인들과 함께 브랜드나 특정 공간에서 필요로 하는 향을 테일러링 하는 ‘퍼퓸 테일러(Perfume tailor)’라는 명칭이 좀 더 맞는 것 같아요. 이는, 퍼퓨머들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기도 하고요. ‘퍼퓸 테일러’라는 명칭은 현재 제일기획에서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로 계시는 카피라이터 선배님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듣더니 지어주신 명칭인데, 사용할수록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잘 맞는 것 같아요!

향기를 테일러링 하는 작업은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흥미롭고 보람되지만, 가장 기뻤던 일을 하나만 뽑으라면 2019년에 이화여대 중강당에서 했던 <GIP 아시아 향 세미나>였어요. <GIP 아시아 향 세미나>는 향료의 원산지를 찾아서, 현지에서 느끼는 실제 향 원료(주로 꽃이나 나무 등 식물 원료)를, 농작에서 추출하고 조향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함께 하며 아시아의 향을 알리는 세미나입니다. 원래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가장 큰 향 원료 원산지이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에서 세미나가 주로 열리는데, 그해에는 한국에서, 그것도 모교인 이화여대에서 한국의 ‘왕벚나무’를 테마로 개최했었어요. 이화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Art & Luxury MBA'와 협약식도 맺었고요. 300년 전통의 프랑스 향장협회장님을 비롯한 GIP 학교 관계자분들과 조향사이자 조향스쿨의 수석교수님을 모시고, 한국을 대표하는 향료사 대표님들께 한국의 향기를 찾고 프로모트하자는 의견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조향 컨설팅 기업 SCENT BY. 대표 배규영 동문(수학과·03년졸)


Q. 동문 님의 학부 시절도 궁금합니다. 이화에서의 동문 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사실 학부시절 1, 2학년 때는 학업에 많이 소홀했었어요. 대신 학교 교정을 자주 걷고, 학문관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아 학교 구경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그런 학생이었어요. (웃음) 3, 4학년이 되어서 다시 정말 열심히 노력했었지만, 만회하기는 쉽지 않았었던 기억이 있네요. (웃음) 또 동아리에도 푹 빠져서 활동했기에, 꼭 학업적인 성취가 아니더라도 되돌아보면 너무 재미있게 학교생활했던 것 같아요!

학교 졸업 후에도 이화 총동창회 북경지회에서 총무 활동을 하며 이화와 가까이 지내고 있는데요. 북경지회 동문회는 해외 생활의 어려운 점을 나누고 서로 도와주는 분위기라 정말 친정 같은 모임입니다. 총무로 봉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지금 코로나로 인해 잠시 한국에 있지만 북경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동문회 톡 방에 안부인사 할 것 같아요.


Q. 앞으로 동문 님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아직 원산지가 ‘한국’인 향 원료가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있어서 아마 3년 내에는 작은 물량이라도 ‘한국산 향원료’로 프랑스 조향사들에게 수출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또 아시아 세미나도 코로나로 인해 쉬고 있지만, 빨리 다시 시작해서 아시아 특히 한국의 아름다운 향과 원료들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동문님이 생각하시는 이화의 DNA는 무엇인가요?

이화의 DNA는 ‘이화의 역사’인 것 같아요. 한 명의 여학생에서 시작된 이화 선배님들의 역사가, 후배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것 같아요. 위기의 순간이 오면 마음을 다해 함께 해결하고자 하고, 독립적이고 자주적이지만 또한 서로 돕고 위로하는 따뜻함을 지니기도 하고요. 자세하게 표현하기 참 어렵지만, 우리들이 공유하는 ‘이화인의 역사 속의 이화 정신’이 곧 우리의 DNA라고 생각해요. ‘이화의 역사’가 우리에게 말없이 심어주는 자긍심과 자부심, 또 이런 역사를 지켜야겠다는 무언의 책임감도 우리 모두에게 DNA로 남아 후배들에게 계속해서 전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학부 시절부터 졸업 후 지금까지도 이화에 대해 품고 계신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조향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끝내 퍼퓸 테일러로서의 꿈을 이루고 조향 컨설팅 전문 기업의 대표로 활동하고 계신 배규영 동문과의 인터뷰가 꿈을 찾는 이화인 여러분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4기 김채은, 홍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