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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Lunapark 홍인혜 동문

  • 등록일2022.02.22
  • 5570

여러분은 혹시 '루나파크'라는 에세이 만화를 알고 계시나요?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담은 개인 홈페이지 게재 만화로 2006년부터 오랫동안 연재되어 많이 들어보신 이름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루나파크 작가님은 카투니스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광고 카피라이터, 다양한 서적을 출간한 에세이스트 그리고 2018년에는 시인으로 등단하기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시고 있는데요. 오늘 이화투데이는 이화의 동문이신 루나파크 작가 홍인혜 동문(심리학과·04년졸)과의 만남을 전하고자 합니다. 


Q. 안녕하세요 동문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해서 카피라이터, 만화가, 에세이스트,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인혜라고 합니다. ‘루나’라는 닉네임을 쓰면서 ‘루나파크’라는 콘텐츠를 만들어온 터라 본명 홍인혜보다 루나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실지도 모르겠네요.


Q.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으로 회사를 다니시는 와중 카투니스트, 그리고 시인으로서도 활동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광고 일은 저의 첫 직업이자 저에게 많은 기쁨을 준 일이고 여전히 이 일에 애착을 갖고 있지만요. 아무래도 클라이언트가 있는 일이고 팀 작업이다 보니 답답함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좀 더 자유롭게 ‘나만의 창작’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서 직장 생활 시작하고 3년 차 되던 해에 인터넷에 만화를 그려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카피라이팅과 만화 작업을 병행하며 또 나름 행복했지만, 아무래도 ‘에세이 툰’이라는 장르가 창작에 있어 완전히 자유롭진 않더라고요. 어디까지나 ‘나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더 근원적이고, 내밀하고, 온전히 내가 원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는 장르를 찾다가 ‘시’에 몰두하게 되었답니다.


Q. 카피라이터로 활동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광고 일의 아쉬운 점 중 하나가 휘발성이라고 할까요? 많은 카피들이 세월만 조금 가도 잊히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아직도 쓰이고 있어 자랑스러운 카피는 tvN의 ‘즐거움엔 끝이 없다’가 있고요.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마음에 남은 카피는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의 ‘세상은 문밖에 있다’를 들 수 있겠네요. 제가 굉장한 집순이라 저의 천성을 거스르고 쓴 카피라서요. (하하)


Q. 다방면으로 동시에 활동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제가 하는 일이 얼핏 보면 서로 판이하게 다른 일 같지만 사실 ‘삶의 통찰을 찾아낸다’는 면에서 맥을 같이 하거든요. 광고 아이디어를 내는 일도 일상 속의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일이고, 생활만화의 정수도 그와 똑같아요. 예리한 통찰일수록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거든요. 시는 그 모든 생각들을 증류하고 또 증류하는 과정이고요. 그래서 저의 경우 다방면의 분야가 서로를 견인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카피라이터로서 획득한 통찰력을 만화에 쓰고, 만화가로서 얻은 창작 기술을 시에 쓰고, 다시 시로 획득한 문장력을 에세이에 쓰고… 이런 식인 것이죠. 그래서 ‘다방면으로 활동한다’는 어려운 점이라기보다 저에게 무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Q. 2019년 회사를 '졸업'하셨는데요. 이전과 이후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퇴사'는 모든 직장인의 꿈이자, 또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저 역시 퇴사를 계획하며 많은 번민을 하고 그 말의 무게에 짓눌리다 이를 ‘졸사’라는 단어로 바꿔 보았어요. 일을 충분히 해서 졸업한다는 의미에서요. 그 후로 다양한 창작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를 ‘창의노동자’라고 부른답니다.

프리랜서의 삶은 말 그대로 엄청난 ‘프리함’이 쏟아지는 삶이고요. 왜 유명한 말이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 그대로랍니다. 프리하기 때문에 정말 즐겁고, 자유롭고, 행복한 반면 프리하기 때문에 불안하고, 무너지기 쉽고, 스스로를 책임져야 해요. 저는 1인 기업이 되었고 여기에는 저를 백업할 인력이 아무도 없거든요! 요즘은 그 무한한 자유의 행복과 무게를 동시에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Q. 혜윰노트 칼럼 잘 읽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든 생각을 이렇게 적어보는 일은 삶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제가 신문 두 곳에 칼럼을 쓰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2주에 한 번씩 마감이 찾아온답니다. 2주에 글 한 편씩 쓰는 일이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웬걸, 사람이 2주치 사유가 쌓여도 별게 없더라고요. 생각 없이 살면 2주가 이틀처럼 휙 가버리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글 감을 위해 작은 일도 골똘히 생각하고, 이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곱씹어 보게 되었어요. 더불어 주기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쓰는 감각’을 놓치지 않는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 어떤 작자라도 마감이 없으면 글을 안 쓰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하)


Q. 블로그를 보면 강연자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강연을 하고 말미에 늘 Q&A 시간을 갖는데요.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 질문이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하면서 사세요?’랍니다. 그때 제가 늘 말하는 것이 ‘덕질불패’입니다. '덕질은 지지 않는다'는 말인데요. 제가 하는 모든 작업이 일종의 #덕질 이더라고요. 저는 광고도, 만화도, 시도 덕후처럼 좋아하거든요. 말하자면 좋아함에 진심이고, 애정에 열정적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제 삶의 방향을 바꾸고 오늘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열심히 사랑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답니다. '덕심을 소중히 하라'라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루나파크라는 필명을 사용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부터 워낙 달을 좋아해서 훗날 작가로서의 활동명을 짓는다면 달과 연관된 이름을 짓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스페인어로 달을 의미하는 ‘Luna’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루나에 어떤 단어를 붙일까 궁리하다-루나월드? 루나스페이스? 루나플레닛- 낮에는 활기 있지만 밤에는 스산한 공원의 이미지가 좋아서 ‘루나파크’라는 이름을 택했습니다.


Q. 동문님은 이화에 다니실 때 어떤 학생이셨나요?

채플 늦을까 봐 계단 뛰고, 학관의 신묘한 구조 탓에 헤매고, 야심 차게 도서관에서 책을 잔뜩 빌리고는 반납하러 꾸역꾸역 언덕을 오르던 평범한 학생이었답니다. 이화사랑 참치김밥을 백 줄은 먹은 것 같은데 몇 년 전 없어졌다지요? 후배님들 중엔 전설로만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겠어요. 저의 인생 김밥이 사라졌다니 묵념이라도…


Q. 동문님이 바라는 미래, 그리고 이화와 이화인은 어떤 모습인가요?

‘귀엽다’나 ‘사랑스럽다’는 말보다 ‘멋있다’는 말이 좋아지는 요즘입니다. 예전에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삶만 꿈꿨는데 각계에서 활동하는 멋진 사람들을 보며 저 역시 더 거물(!)이 되는 것을 꿈꾸게 되었어요. 더 큰 사람이 되어 동문들이 보기에도 ‘우리 동문 므찌다! 짜란다!’라고 손뼉을 칠만한 인물이 되고 싶습니다.


Q. 아직 자신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찾지 못한 이화인들 또는 도전하고 싶은 이화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많이들 ‘열심히’에 방점을 찍지만 실은 그에 앞선 전제가 ‘좋아하는’이잖아요. 뭔가를 싫어하기 쉬운 세상에서 뭔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기적 같은 경험이거든요. 본인이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고 마음이 간다면 그것을 소중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광고 일이든 만화 일이든 삐죽 솟아난 작은 애정의 새싹에 물을 줘서 오늘에 이르렀거든요.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내가 뭘 좋아하나? 뭘 할 때 행복한가?’를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덕질불패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는 홍인혜 동문과의 만남, 어떠셨나요?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가지면서 하루하루가 힘들고 바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삶의 통찰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모든 일이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오히려 무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동문님의 통찰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동문님의 말씀처럼 이화인 분들도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이것을 소중히 여겨 새로운 도전의 싹으로 키워보시는 건 어떨까요?


- 이화투데이 리포터 13기 곽소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