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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방송계] KBS 시사교양국 PD 이은규 동문

  • 등록일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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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특별한 스포츠 스토리가 주목을 받았는데요. 바로 여성 스포츠인 6인의 노력과 성취 그리고 스포츠계 뿌리 깊은 차별을 다룬 KBS1 다큐인사이트 <다큐멘터리 국가대표>입니다. <다큐멘터리 국가대표>는 지난 9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다큐멘터리 개그우먼> <다큐멘터리 윤여정>에 이어 <다큐멘터리 국가대표>까지 여성 아카이브 인터뷰 시리즈 다큐멘터리를 이끌어 가고 있는 KBS 시사교양국 이은규 PD 역시 자랑스러운 이화 동문입니다! 오늘 이화투데이는 이은규 동문(방송영상·10년졸)을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이화인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방송영상학을 전공하고 사회학을 복수전공한 06학번 이은규입니다. 지금은 KBS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Q. PD로서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 과하게 TV를 많이 봤고,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자연스레 저런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진지하게 진로로 고민하게 된 대학시절 즈음 예능, 드라마, 시사교양 중에서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면서 지적으로 즐거운 다큐멘터리 장르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시사교양 PD를 지망하게 됐습니다.


Q. 시사교양 PD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프로그램이랑 장르마다 조금씩 다를 것 같습니다. 제가 거쳤던 <더 라이브>같은 데일리 프로그램은 오전에 아이템을 정해서 오후에 원고 작성, 섭외, 영상편집 등을 하고, 저녁에 생방송을 하는 식으로 바쁘게 돌아가기도 하고요. <추적 60분> 같은 시의성이 중요한 탐사보도는 2달 내외, <다큐 인사이트>같은 다큐 같은 경우에는 길게는 반년 정도의 텀을 갖고 아이템을 잡고 - 사전 취재를 하고 - 섭외를 하고 - 촬영을 하고 - 편집 및 후반작업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하고 있어요.

시사교양 PD의 특징이라면, 예능이나 드라마처럼 산업적으로 영향력이 큰 게 아니다 보니 제작비도 한정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스태프도 적고, 상대적으로 A-Z까지 혼자 다 관여하는 거의 1인 시스템과 같은 모습이라는 것 정도가 차이가 있을 거 같습니다.


Q.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목소리를 대변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하셨는데, 그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평소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얻으시나요?

30대 여성으로 세상을 살면서 제가 관심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방송 제작이라는 일이 어쩔 수 없이 많은 노동과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일인데 어차피 그렇게 힘들 거면 그나마 만드는 과정에서 나라도 가슴이 뛰고 보람을 느낄 만한 주제를 잡으려고 항상 노력을 해요.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젠더 관련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2016년 직후 한국 사회를 둘러싼 젠더 관련 이슈들이 개인이자 창작자인 저 자신을 많이 변화시켰어요. 꾸준히 이슈를 ‘팔로우’ 한다고 하죠? 뉴스, 스피커, 시민사회 뉴스레터, 공청회 등도 쫓아다니면서 아이템을 찾아서 <추적 60분> 때 여성 범죄와 관련된 아이템을 3편 정도 했었고요. 동시대 여성들이 어떤 것에 민감한지 살피면서 이후에도 아이템을 정하는 편입니다. 

Q. 편견에 맞서는 내용들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기획, 방영할 때에 어려움 점은 없었나요?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인만큼 선명한 이야기를 할수록 확장성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을 해요. <다큐 인사이트> 주 시청자층이 60대 남성이거든요. 그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납득이 가능한 수준에서 기술적으로 논리를 구성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이 시대에서 공유할 법한 가치를 방송으로 만든다는 것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 아이템이 통과될 때나 시사 과정을 거칠 때도 본질은 변하지 않죠.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논리적 흠결이 없도록 더 친절하고 정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기술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선명함과 확장성 이 두 가지를 다 잡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편입니다. 다만 아예 기본 정보가 없는 사람들한테도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도록 기술적인 부분을 만지는 과정에서 좀 어려움이 있어요.


Q. TV 프로그램,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연출하면서 PD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화투데이 기사를 많이 봤는데 다른 선후배님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더라고요. 책임감, 협업 능력, 통찰력 등등… 다큐 PD로 한정 지어서 요즘 제가 많이 생각하는 걸 말하자면, "지적이거나 간절하거나" 이 둘 중 하나만 있어도 다큐 PD로서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디어산업 자체가 크게 확장했고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는데 그중에서 #시사교양 이라고 하는 영역은 유명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매운맛이 있는 것도 아닌 콘텐츠를 50분 이상 보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적으로 즐거움을 주거나, 깊은 공감대를 주거나" 둘 중 하나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후자에 가까운 거 같은데요. 사람들과 지금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까 굉장히 간절하게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타 인터뷰에서 <추적 60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셨는데 탐사보도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안희정 전 지사 1심 사건 무죄 판결 당일에 방송한 '위력의 무게'라는 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젠더 이슈를 다루고 목소리를 낼 때 따라오는 조직에 대한 실망과 믿음이 한꺼번에 경험했던 순간인데요. 방송 3주도 안 남은 시점에 이 판결의 유무죄를 넘어 사회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짚어 주시더라고요. 60분 안에 이 내용을 정리만 해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바로 팀에 방송을 하고 싶다고 말했고, 전체 방송 스케줄을 뒤흔드는 복잡한 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안희정이라는 정치인이 갖고 있는 무형의 영향력이 컸던 지라, 제작 과정에서 당시 일부 선배는 "무죄 나면 어떻게 방송을 풀어갈 것이냐"는 했지만, 또 반면 "무죄 판결이 나면 그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방송을 하는 의미가 더 있는 것이다. 더 힘내서 제작해라"라고 힘을 주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직 안에서 민감한 주제로 이야기할 때 실망스러운 지점도 있었지만 또 용기를 얻게 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판결은 무죄가 났고, 저희는 어쨌든 의미 있게 방송을 끝냈던 기억이 지금도 제가 공영방송 KBS 조직이 갖고 있는 상식을 믿고 더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Q. 이화에서의 경험 중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경험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혹은 후배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화에서 정말 많은 일을 한 것 같아요. 언홍영(현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동아리 EwhaTV에서 3주에 한편씩 영상을 만들기도 했고, 3학년 때 과대를 맡아 축제를 열기도 했고, 4학년 때부터 2년간 MCC 언론고시실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고, 철학과 역사 청강 수업도 듣기도 했고요. 그 모든 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으면서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다"라는 진로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뭔가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들었을 땐, 자신이 부족한 단점을 채우려기보다 갖고 있는 장점에 집중해서 대학생활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전 영어가 정말 부족해서 교환학생도 못 가고 토익 점수 만드는데도 너무 많은 고통이 수반되었거든요. (웃음) 그래도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까요. 만약 제가 영어에 계속 시간을 썼다면 다른 활동을 못했을 것 같아요. 단점을 채우는 데는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고통이 드니까요. 그 대신 장점에 집중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Q. 앞으로 어떤 목표의식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30대 중반이 되기 전까지는 엄청 목표지향적인 사람이었거든요. ‘방송 제목을 실시간 검색어에 올려야지!’, ‘누구를 섭외해야지!' '화제성을 만들어야지!’, '내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지’ 했었거든요. 이런 간절한 마음이 저를 빠르게 성장시켜주고 자리를 잡게 해준 건 맞는 것 같은데, 지금 보면 그런 동력은 굉장히 빨리 닳는 것 같아요. 그런 목표의식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요새 합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동력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안달 난 마음이 아니라 조금 더 편안한 마음이오. 적어도 이 방송에 참여해 준 출연자들이나 스태프들이 ‘시간 아깝지 않았다. 의미 있는 방송이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딱 그런 정도의 방송을 주기적으로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다큐를 만드는 이 일이 좋고, 오래오래 하고 싶은 터라 그런 마음이 드는 거 같아요.


Q. 선배님께서 바라는 미래, 그리고 이화와 이화인은 어떤 모습인가요?

두 가지 맥락에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선 요즘 ‘Ewha i s Everywhere’라고 이화는 어디에나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도 실감을 많이 했던 게, 이번에 다큐인사이트 <다큐멘터리 국가대표> 방송에서 2D 디자인(레터링과 모션그래픽)을 담당한 이현정 감독님도 이화여대 영상디자인학과 07학번이시거든요. 제가 정말 믿고 함께 하는데 이번 기회에 이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정말 이화는 어디에나 있구나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자부심을 갖는 것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다들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제가 06학번인데요, 돌이켜 보니 백래시가 심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나 이대 나온 여자야" 같은 대사에 움찔하고, 학교 앞에서 스타벅스 컵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 비난을 받고 눈치를 보던 시기에 학교를 다녔습니다. 분명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나 자신을 단속하고 검열하고, 끊임없이 증명하고 변명하려 애썼던 것 같아요. 다 지나고 나니, 내 잘못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인 것인데 그 당시에는 왜 위축되었는지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는 과정에서 정말 소중한 것을 많이 놓친 거 같아요. 

이화여대라는 상징적이고 특수한 조직의 일원이 되었다는 점이 어떻게든 개인을 규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이 위축되거나, 자신을 단속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잘못이니까요.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면서 이화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함에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PD를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의 안달 나고 붐비는 불쌍한 내 마음이 좋은 곳으로 나를 데려가 줄 거다."


제가 저한테 주문처럼 외쳤던 말입니다. 저는 정말 오랫동안 방송 PD를, 그것도 구체적으로 KBS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PD를 꿈꿔왔거든요. 대학시절 안 봤던 다큐멘터리가 없었고, ‘되기만 하면 진짜 잘할 수 있는데’하는 자신감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23살부터 방송사와 언론사 시험을 보기 시작했는데, 50군데쯤 탈락했어요. 면접만 20~30군데 떨어졌거든요. 결국 어쩔 수 없이 일반 직장의 홍보팀에 도망치듯 취업을 해서 2년 8개월을 다녔고, 그러다 28살에 ‘마지막이다’하는 마음으로 극적으로 4수만에 KBS에 입사했습니다. 막상 들어가니까 정말 딱 제 자리였어요. 뭘 해야 할지 너무 선명하게 보이고, 모든 일에 거침이 없었고, 일도 너무 재밌고 익숙하고요. 제가 틀리지 않았던 거죠. 이런 맥락에서, 지금 저보다 더 많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이화인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그런 안달 나고 붐비고 마음을 갖고 있다면 분명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KBS 시사교양국 이은규 PD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요. 특히 이화인들에게 건넨 따듯한 위로가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분도 PD님의 말씀처럼, 안달 나고 붐비는 마음을 분명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까지 이투리였습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2기 이지수, 13기 김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