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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회계법인 첫 여성 부대표 서지희 동문

  • 등록일2021.09.13
  • 5395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신 서지희 동문은 지난 2003년 여성 최초의 빅4 회계법인 임원으로 승진하며 많은 이화인에게 귀감이 되어왔는데요! 얼마 전 회계법인 첫 여성 부대표로 승진하며 또 한 번 기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서지희 동문님의 삼정 KPMG 부대표 승진 소식은 회계업계에 여성 지도자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시키며 수많은 이화인과 여성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이투리가 해방이화, 도약경영의 자랑스러운 서지희 부대표님의 최초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출처 : 서지희 동문 제공


Q. 안녕하세요, 동문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초의 길] 경영학과 81학번으로,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86년도에 공인회계사 2차 시험에 합격하고, 87년 2월에 대학원(재무회계 전공)을 졸업하였습니다. 이화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여 KPMG 에는 첫 여성 회계사로 입사했어요. 현재까지 KPMG에서 30년 이상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은 30% 정도인데, 제가 시험 합격했던 때는 한 해에 1~2명 합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회계업계에서 여성 회계사 1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3년에 삼정KPMG에서 첫 여성 임원이 되었는데 그것이 대형 회계법인에서 여성 임원을 배출한 첫 번째 케이스가 되었고, 이번에 부대표 승진으로 회계법인, 첫 여성 부대표가 되었습니다.


Q. 승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기쁨과 책임감] 회계업계의 첫 여성부 대표 승진 소식을 듣고 주변에서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언론 기사를 보시고 저를 기억하는 많은 분이 진심 어린 축하를 해 주셨고, 특히 업계에 있는 많은 여성 회계사들과 기업체의 여성 임원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는데,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어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셨어요. 첫 여성 파트너로 승진했을 때 보다 또 다른 무게감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Q. 지난 40년여간 무슨 일을 하셨는지, 또 가장 생각나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회계감사·품질관리·교육 총괄] 회계법인에서 일하면서 처음 5년간은 회계감사 업무를 맡았습니다. 회계감사 업무는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를 독립된 제삼자의 회계 전문가가 그 적정성을 ‘감사보고서’의 형태로 확인해 주는 업무입니다. 제가 회계감사 업무를 했던 당시에는 여성이 회계감사인으로 기업을 방문하면 신기하게 바라보던 시절이었어요. 그 이후 20여 년간은 품질관리 업무를 했습니다. 회계법인에서 진행한 회계감사 업무의 품질을 점검하고 검토하는 업무였습니다. 이 업무를 하면서 IMF 이후 회계 시장의 변화와 내부회계 관리제도 및 국제회계기준 도입기를 거치면서 회계업계의 품질관리의 역사를 함께 했다고 자부합니다. 2016년부터는 회계업계의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인 조직에서 사람의 성장을 돕는 것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회계산업 선진화 프로젝트] 제가 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을 맡던 2008년에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우리나라 회계산업 선진화를 위해 <회계 선진화 Top 10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우리나라 회계산업 선진화를 위한 Top 10 과제와 대안 제시를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회계 선진국인 미국, 영국, 캐나다 3개국의 회계사협회를 방문했는데,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규제 기관의 제도적 장치, 회계사 시험제도, 회계 전문가 육성 제도, 회계사협회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회계’를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하고 함께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이 프로젝트 보고서는 그 이후 회계업계 발전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회계사 대회 유치 및 참여]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서울 CAPA 총회에서 만났던 Olivia Kirtley 세계회계사연맹(IFAC) 회장입니다. 아시아·태평양 회계사 대회인 CAPA 총회가 2015년도에 서울에서 열렸는데요. 이 총회를 서울에서 유치하기 위해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렸던 직전 CAPA에서 치열한 유치전을 경험했던 터라 서울서 열렸던 이 행사의 의미가 남달랐어요. 서울 총회에서 Olivia 회장을 만났습니다. 전 세계 회계사들의 연맹인 세계회계사연맹의 회장이 여성인 점에 먼저 놀랐고, 그녀의 당당함과 용기에 또한 큰 감흥을 받았습니다. ‘Changing the Game; Women in Business’라는 주제로 총회에 참가한 각국의 여성 리더들과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출처 : 서지희 동문 제공


Q. 여성 리더로서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여성 역할 확대] 꾸준히 여성 리더들의 위상이 강화되고 역량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활동과 의사결정 분야의 여성 참여를 측정하는 ‘성 격차지수’(유엔개발계획)는 144개국 중 118위, 기업의 여성 임원의 비율은 4%로 OECD 국가 중 꼴찌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다시금 힘차게 재도약을 해야 할 시기를 맞이하여, 기업 내 우수한 여성 인력의 통합적 성장과 포용적 리더십 강화에 힘쓰고 이를 통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제가 현재 국내 기업의 여성 임원들의 네트워크인 WIN(위민인이노베이션) 회장을 맡고 있는데, 기업의 중간관리자를 차세대 리더로 키우기 위한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우리나라 500대 기업 중에서 ‘양성평등 우수기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7월에 제가 한국공인회계사회 비상근 부회장을 맡았는데, 제 역할 중 하나가 여성 회계사들의 권익증진과 역량 강화 부분입니다. 회계업계에서 다양성을 확대하고 포용의 문화를 다지는 데도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기업이나 회사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한 임계질량을 보통 30%라고 이야기합니다. 10명 중 3명 이상의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 위와 같은 활동들이 우리 기업들이 다양성을 통해 변화의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임계치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출처 : 서지희 동문 제공


Q. 회계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전문직·자율성·확장성] 대학 2학년 때 취업설명회에 갔다가 공인회계사(CPA)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화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시험에 최초로 합격한 선배님이 오셔서 하는 일을 설명하셨는데, ‘전문직’으로 ‘자율성’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설명에 매력을 느꼈어요. 결혼 후에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와닿았어요. 제가 회계법인에서 5년간 일하다가 남편이 지방 근무를 하러 가면서 3년간 전업주부로 아이들을 키웠는데, 그 이후 다시 회계법인으로 재취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회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Q. 학창 시절 기억에 남는 일화나 경험도 궁금합니다. 

[설악산 대청봉 폭설] 대학 4학년 겨울방학에 친구들과 설악산 대청봉을 올랐던 기억이 남습니다. 4학년 마지막 방학을 앞두고 친구들과 어떻게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면 좋을지를 얘기하다가 겨울 산을 함께 오르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12월 초 여학생 6명이 설악산에서 1박을 하고, 대청봉을 향해 설악산 등반에 나섰어요. 겁도 없이 겨울 산행에 필요한 충분한 장비도 없이요. 반나절 산을 오르는데 갑자기 폭설이 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다시 내려갈 엄두는 나질 않아서 눈을 피할 수 있는 산장을 찾아 다시 올라갔지요. 도중에 전문 산악인을 만나서 천만다행으로 산장까지 갈 수 있었어요.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천신만고 끝에 하산했어요. 간신히 숙소에 돌아와서 전날 폭설주의보가 내렸었다는 것과 숙소 주인분이 우리를 실종 신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 함께 거의 죽을 고비(?)를 넘겼던 친구들과는 끈끈한 전우애(?) 같은 것이 느껴져요.


출처 : 서지희 동문 제공


Q. 이화 DNA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전과 열정] 이화 DNA는 '첫 번째 펭귄'을 만드는 개척자 정신, 즉 도전과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땅에 많은 첫 번째 도전에 이화가 늘 함께했습니다. CEO스코어가 국내 상장법인(2,149개)의 여성 임원들의 출신학교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2020년 3월 말 기준으로, 이화여대가 26.9%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서울대(15%), 연세대(8.2%) 순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상장회사 여성 임원 비율이 4%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이화인들이 국내 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 분야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도전을 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회계사 준비생, 회계사 혹은 후배 이화인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Never ever give up!] 많은 이화인들이 공인회계사 직종에 도전하기를 권합니다. 공인회계사(CPA; Certified Public Accountant)라는 직종의 매력을 C.P.A라는 키워드로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경쟁력(Competitive)이 있습니다. 회계가 없는 조직은 없으며 회계를 알면 어떤 일을 하는데도 경쟁력이 갖추게 됩니다. 다음은 전문직(Professional)이라는 점입니다. 불확실한 시대에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은 매우 역동적(Active)인 직업이라는 점입니다. 회계감사, 세무 자문,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지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넓습니다. 회계사 시험 준비로 힘든 기간을 거칠 수 있지만, 그 대가는 매우 크게 돌아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바랍니다.

또 후배 이화인들에게는 '자신만의 속도로 우직하게 나아가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높은 계단을 오를 때, 지금 내딛는 한 계단 한 계단에 집중하며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오른 사람을 쳐다보거나 나를 앞서려는 사람을 신경 쓰다 보면, 쉽게 지치게 됩니다. 힘들 때는 호흡을 조절하며 잠시 쉬어 갈 수는 있지만, 결코 포기하지는 않기 바랍니다.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은 마라톤과 같다고 봅니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고, 결국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힘든 상황에 직면하면 멘토나 선배들에게 먼저 자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려움을 상담하다 보면, 고민의 절반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고민이거나,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고민이거나 또는 나만 겪는 것이 아닌 고민인 경우가 많아요. 이야기하다 보면 스스로 해결책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함께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네트워킹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팬데믹 이후 여러 분야에서 엄청난 속도의 변화가 일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 사회는 다양성에 대한 니즈가 한층 높아지고, 여성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크게 늘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감을 가지고 더 큰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많은 이화 선배들이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Never ever give up!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첫 번째 펭귄으로서 지금도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이신 서지희 동문님과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자신감과 더 큰 용기를 가지라는 동문님의 말씀이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자신만의 길을 향해 담담히 노력하는 모든 이화인을 이투리가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2기 정다현, 13기 이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