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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일러스트 작가 양명진 동문을 만나다

  • 등록일2021.06.04
  • 3031

봄날 같은 따뜻하고 포근한 감성을 그리다

봄들창작소 대표 일러스트 작가 양명진 동문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이화인 여러분!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이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전공 4년제 대학 교육기관이라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1945년 예림원 소속의 미술과로 출발해 최초의 역사 쓰며 최고의 인재들을 배출해온 조형예술대학! 오늘 이화투데이는 조예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순수미술과 산업미술 그리고 세밀화를 아우르며 넓은 미술 분야에서 활동 중인 양명진 동문을 만나 보았습니다. DNA 인터뷰, 바로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동문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과 97학번 양명진입니다. 현재 일러스트 작가이자 봄들창작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동문님이 운영하고 계신 1인 기업 봄들창작소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학에서 미술 전공으로 공부를 한 후 일러스트 프리랜서 작가로 상당히 오랜 기간 활동했는데요. 프리랜서 작업이라는 것이 의무감이 적은 파트타임잡 같다는 느낌도 드는 면이 있다 보니,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일을 체계적으로 하고자 2016년에 봄들창작소를 창업했습니다.

창업 당시에는 광진구에 있는 동부여성발전센터를 통해 창업 지원을 받았고, 현재는 이곳 성북구 벤처창업지원센터로 사무실을 이전해서 지원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봄들창작소에서는 감성적인 손그림에 디자인과 영상 등을 접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차별화되고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분들이 많이 만족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봄들창작소 웹사이트 바로 가기)


Q. 동물 세밀화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시는데요, 주로 어디에서 동물을 관찰하고 작업을 진행하시는지 또 어떤 기준으로 활동 장소와 작품 대상을 선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실은 동물 세밀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그림 작업을 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더 넓게 표현하자면 '일러스트 작가'라고 할 수 있죠. 

세밀화는 2016년부터 4년간 『겨레말 큰사전』이라는 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해왔는데요. 이 사업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언어 통일을 도모하는 사업입니다. 현재는 안타깝게도 남북 관계가 좋지 않아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이지만, 이 프로젝트에서 4년 연속으로 세밀화 제작을 맡았었고, 이와 연결해 세밀화를 많이 작업했습니다. 특히 동식물 분야를 많이 작업하다 보니 동물 세밀화 작가로 알려진 것 같아요.


재규어 세밀화 (출처: 봄들창작소)


작업은 보통 의뢰를 받아서 하는 편인데, 동식물을 좋아하다 보니 주로 그쪽으로 지원을 해서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동식물은 작업실 근처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직접 관찰하고 사진으로 찍은 다음 그리기도 했고, 재규어같이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동물은 직접 보고 그리기가 어려워서 화보나 도감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동물의 경우 유튜브 다큐멘터리 채널과 같은 영상매체를 보면서 동물의 자세나 동작 그리고 행동 양식, 서식지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도움이 됐던 것이 제가 반려동물인 고양이를 오랫동안 키웠기 때문에 동물 몸의 형체가 익숙해요. 그래서 라이거, 재규어와 같은 큰 고양잇과 동물을 그리는 데 유리했습니다.


Q. KBS 다큐멘터리 숨터에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있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작업하실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는지 또 동문 님의 작품이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갖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천성적으로 동물, 식물을 좋아해요. 도심지의 화려함을 동경하기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는 마당이 넓은 집에 주택을 지어서 동식물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꿈인 거죠. 그리고 자연이 많이 파괴되고 동물들이 서식지를 빼앗기는 등의 상황에 많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러던 차에 동물 세밀화를 그리기 시작해서 제가 생각하고 있던 자연의 안타까움, 소중한 마음을 그림에 담게 되었습니다. 원래 세밀화 같은 그림은 학문적인 그림이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딱딱할 수도 있는데 다행히 담당자분께서 어느 정도 자신의 색깔을 내는 것을 허락해 주셨어요. 그래서 딱딱하고 학문적이기만 한 그림이 아니라 동물들을 마치 제가 키우는 반려동물처럼 생각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진 소중한 존재구나 하는 생각을 담으며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들이 보는 이들에게 전달이 되었을 때 보람을 많이 느끼죠. 


Q. 세밀화 작가로, 1인 기업의 운영자로 활동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인력 부족이죠. 한가할 때는 괜찮은데 일이 몰릴 때는 일손이 부족해서 밤샘과 야근을 많이 하게 돼요. 운영, 홍보도 제가 맡고 있고, 실무도 실무대로 또 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이 아무래도 힘들고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 작업실에 입주하면서 근로학생을 지원받아 큰 도움을 받고 있고 많이 나아진 상황입니다. 

또 한 가지는 제가 미술 쪽에서 몇십 년을 일하다 보니 친구, 동료가 많아요. 운이 좋게 힘들 때, 바쁠 때 도움을 주는 좋은 친구를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친구와 공동작업을 하거나 외주를 주거나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은 일할 때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버팀목,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했습니다.



Q. 대학 시절 동문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활동 그리고 학교에서의 추억이 있으신가요?

학창 시절에는 좀 반항적인 편이었던 것 같아요. 정의하자면 껄렁했던 모범생이었습니다. 

저는 헤비메탈, 록 음악, 공포 영화와 같이 다소 과격하고 반항적인 서브컬처를 좋아했었어요. 이런 것들에 푹 빠져 있었는데, 또 의외로 제 전공 분야 역시 굉장히 좋아했었어요. 전공을 직업으로 이렇게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제가 전공에 애정이 있었다는 거죠. 전공에 대한 애정,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수업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들었고 과제도 잘 했어요. 개인적으로 취미 생활도 열심히 하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했는데 가끔은 차라리 학생 때 맘 놓고 푹 놀아볼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실기 수업들도 좋았고 기억에 남지만, 저는 미술사 수업을 굉장히 의미 깊게 들었어요. 강우방 교수님의 <한국미술사> 수업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하실 때 사진을 많이 보여주셨는데 책에 있는 사진들을 스캔해서 가져온 게 아니고 대부분 본인이 직접 찍으신 사진이었어요. 조명을 잘 활용해 찍으셔서 그런지, 직접 찍으신 사진인데도 하나같이 예술작품 같고 너무 멋있었어요. 큰 강당에서 사진을 크게 해서 보여주시는데 교수님의 문화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그대로 느껴져서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지금도 이야기하면서 약간 소름이 돋을 정도이니까요. 학문으로만 접한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학창 시절 추억은 좋은 것은 지나가 봐야 좋았다는 것을 안다고 하잖아요. 제일 평범하고 비루했던 순간들이 오히려 가장 찬란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아무 곳이나 운동장에 걸터앉아서 이어폰 꽂고 캔커피 마시고 작업하면서 수다 떨고 웃던 평범한 기억들이 찬란한 청춘의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Q. 동문님께서 생각하시는 이화 DNA는 무엇인가요? 

가장 좋았던 것은 제가 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동기부여를 주었던 점 같아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제가 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여러 가지 대소사를 남자가 주도하고 여자가 보조하는 역할이었는데요, 이화여대는 달랐습니다. 자신이 추진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학생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밀고 나가는 것을 많이 보고 경험했는데 이런 것들이 쌓여서 현재 제가 제 일을 하거나 삶을 살아가면서 주인으로 살 수 있는 것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순수예술 작가의 꿈을 가진 이화인들에게 선배로서 조언 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는 엄밀히 말하면 순수미술 작가가 아니라 산업미술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순수미술 작가로도 몇 년간 활동했어요. 양쪽 경험을 모두 해본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자신을 어떤 틀에 끼워 넣지 말고 경험을 많이 해보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작가'라고 하면 자신의 스타일을 찾고 길을 만들어서 쭉 나가는 게 맞긴 하지만, 젊은 시절의 작가는 다른 것 같아요. 그때부터 틀 하나를 만들어서 자신을 가두고 옥죄다 보면 더 큰 가능성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감옥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해서, 젊은 작가들은 자신을 틀에 넣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몰랐던 자신의 모습들을 알아갔으면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만의 스타일을 형성할 수 있을 거예요. 




동식물과 자연을 사랑하고 화폭에 담는 것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길 꿈꾸시는 양명진 동문님과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좋아하는 일을 하시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습니다. 자신을 틀에 가두지 말고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하신 동문님의 말씀처럼 이화인 여러분들도 항상 꿈을 꾸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꿈꾸는 이화인과 양명진 동문님을 이투리가 응원하겠습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2기 정다현, 13기 곽소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