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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 백미순 동문을 만나다

  • 등록일2020.08.14
  • 3719

다가오는 9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창업지원을 하는 스페이스 살림을 개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실질적인 성평등을 실현하고 서울여성의 사회참여와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울시 출연기관인데요. 오늘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계신 백미순 동문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백미순 대표이사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85학번 백미순입니다. 대학원에서 한국 정치사상을 전공한 이후부터 여성단체와 시민단체 등 시민사회에서 활동했습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는 지난 5월 28일부터 일하고 있는데,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어 두 번째 공직 경험입니다.


Q. 대표님의 이화 재학 시절이 궁금합니다. 학부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

재학 시절, 행동보다는 고민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민주화가 시대적 과제였던 시절에 대학에 입학하여, 박종철, 이한열을 비롯하여 수많은 열사들의 희생을 목도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독재 타도와 민주주의, 평등한 세상을 위해 송두리째 바친 많은 이들이 있었지만 저는 학생운동에 깊숙이 발을 디디지도,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못하면서 늘 빚을 지고 사는 느낌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구속이나 도피, 공권력의 폭력 등을 목도하면서 두려움도 많았던 것 같아요. 운동의 현장에 있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었는데, 그것이 여성운동에 발을 디디게 된 하나의 이유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학부생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밝게 살고 싶어요. 부지런하게 글도 쓰고 친구들과 놀러도 많이 다니고 공부도 하고요.


Q.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신 후에 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단체로 진로를 선택하셨는데,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여자대학에서 공부했고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보장하고 격려하는 분위기에서 살았기 때문에 성장하면서는 성차별을 나의 문제로 민감하게 자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대학 밖에서 여성은 각 분야에서의 참여가 낙후되고, 성차별 성폭력이 만연했지요. 지방자치제 도입으로 유권자로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시된 시기였고, 유권자로서 정치인으로서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참여하는 여성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변화를 일구는 액티브한 삶을 살고 싶어서 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백미순 대표이사


Q.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서울시민을 위한 실질적인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2002년 설립된 서울시 출연기관입니다. 서울시의 여성·가족 정책을 연구·개발하고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기관이자, 여성가족정책이 서울시에서 잘 구현될 수 있도록 위탁 받은 사업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서울시는 그동안 성평등 담론의 변화를 반영해 신속하게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하며 전국의 성평등정책을 주도해 왔습니다. 서울시가 시작한 정책이 전국으로 뻗어나가곤 했는데요. 서울시가 전국 성평등정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여성가족 정책의 싱크탱크, 사업수행, 공간운영을 통해 그 밑바탕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Q. 오는 9월 개장될 스페이스 살림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취·창업 장소는 많지만, 여성의 스타트업을 장려하는 공간은 #스페이스살림 이 처음입니다. 많은 여성이 저임금, 저평가된 일자리와 임금 차별, 성별화된 사업을 경험하고 있는데, 스페이스 살림은 여성 일자리와 창업 프레임을 전환하고자 합니다. 여성 스타트업 창업을 격려함으로써 삶에서의 필요를 여성창업으로 연결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이렇게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끌어내는 것이에요.

단적인 예로 입주 예정인 여성기업 중 콘돔회사가 있습니다. 사실 콘돔이 여성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만큼 그 선택과 사용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함에도 여성은 그 과정에서 거의 발언권을 갖지 못했습니다. 섹슈얼리티 논의에 참여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본인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서도 여성을 침묵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여성의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재료로 만드는 콘돔회사는 단순히 콘돔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성과 건강에 대한 자기결정권이라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요구하고 여성의 삶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기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실제 이윤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살림에 이러한 기업들이 입주하여 기업활동을 해나가고 저희는 이러한 기업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고 기업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스페이스 살림에는 또 한편으로 시민들이 새로운 일과 생활 방식을 실험하고 경험하는 시민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입주 기업이 시민을 만나고, 시민이 새로운 생각을 만나고, 기업이 시장과 아이디어를 만나고, 이윤이 가치를 만나고, 문화와 돌봄이 만나는, 스페이스 살림은 놀이와 배움, 돌봄이 공존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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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까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인권과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해 오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활동한 2012년부터 올해 1월까지 여성분야는 역동의 시기였습니다. 친고죄 폐지 등 성폭력 관련 법·제도의 변화에서부터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디지털성폭력, 혜화역 시위, 미투 운동, 낙태죄 폐지,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의 사건들과 세대를 불문한 다양한 페미니즘의 폭발이 서로를 견인하며 전개되었습니다. 그전에 사람들은 ‘페미니즘’ 하면 너무 극성맞고, 세상과 싸우려고 덤벼드는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성 개인들에게나 단체들에게 페미니스트의 명명은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백래시(backlash)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은 각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발화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여성 혐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가 저에게도 변화와 공부의 시기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의 사건을 꼽기는 어렵지만 그 한복판에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었고 다양한 연대를 경험할 수 있어서 감동이었습니다. 성평등에 대해 백래시가 있더라도 우리 사회가 그 이전으로 완전히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봐요. 노동현장에서의 성차별이나 공사영역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위법이고 불법이 되는 형식적 제도를 갖추게 된 우리 사회에서 이제 이것이 사회적으로 내재화되도록 변화시켜야 할 일들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또 힘을 합치면 전진할 수 있어요.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백미순 대표이사


Q. 대표님께서 앞으로 나아가실 삶의 방향이 궁금합니다.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 속해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합니다. 좀 더 성평등하고 민주주의적인 사회, 약자들이 더 살기 좋은 사회, 인권이 보장된 사회를 동료들과 함께 꿈꾸고 실천하는 일에 어떻게 헌신하고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제 기능을 다해서 서울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이화 정신이 현재 하고 계신 일을 진행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셨고, 이화 DNA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기 삶의 주체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변혁의 주체로서 살아가는 여성’이 바로 이화의 DNA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까지 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죠. 출신학교를 떠나 같은 여성으로서 후배들을 끌어주고 연대하며, 여성으로서 사회 곳곳에서 주체적이고 진취적으로 일하는 모습에서 이화인이 빛을 발하는 거 같아요.

지금까지 서울여성가족재단의 백미순 대표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삶의 주인으로서 사회적 변혁의 주체로 사는 것이 이화의 값진 DNA라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는데요.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이화의 정신을 본받아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갈 이화인들의 앞날을 저희 이투리가 응원합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2기 정경은, 정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