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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민음사 세계문학 편집자 ‘허주미’ 동문을 만나다

  • 등록일2020.03.02
  • 3256

출판 편집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한가요?

민음사 세계문학 편집자 ‘허주미’ 동문을 만나다!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데 작가와 번역가만큼이나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일까요? 바로 #편집자 입니다. 최근 출판사 및 편집자 이야기가 드라마로도 만들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여전히 이 직업이 얼마나 다양한 작업을 하는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화투데이 리포터들이 #민음사 세계문학팀장이자 편집자이신 허주미 동문(불어 불문·07년 졸)을 직접 만나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민음사에서 세계문학 편집자로 일하는 허주미라고 합니다. 2003년에 #이화여대 에 입학해 #불어불문학 과 #철학 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프랑스에서 어학 공부를 하고 돌아와 2008년에 출판사 문학동네에 입사하면서 외국문학 편집자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부터는 #민음사 로 이직해 지금까지 #세계문학 편집자로 일하고 있고, 현재는 세계문학전집 사업을 관리하고 기획하는 팀의 팀장입니다. 


Q. 출판사의 편집부에서 일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을 맡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출판사에는 분야에 따라 또 조직에 따라 다양한 책을 내는 편집자가 있지만 제가 일하는 출판사는 문학과 인문학 전문 출판사이고, 저는 그중 세계문학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영미권, 유럽어권 등의 외국문학을 서치하고 기획해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이루어 내는 프로듀서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책의 어딜 봐도 편집자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은 없어요. 편집자는 책을 기획하고, 번역가에게 번역을 의뢰하고, 도착한 원고의 원서 대조와 교정·교열, 외래어표기법 확인, 표지 글과 홍보자료 작성, 책 제작과 출판 그리고 이벤트를 위한 수많은 일 등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펼치면 어느 페이지의 어느 줄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편집자에게는 좋은 문학을 알아보는 감식안이 있어야 하는데, 이때 독자들이 원하는 바와 회사가 지켜 갈 가치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지요. 편집자가 이처럼 많은 업무를 하긴 하지만 출판은 잡지나 신문만큼 휘몰아치는 마감이 아니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만들어집니다. 저는 지금까지 수많은 번역가 그리고 디자이너, 또 출판업계 선후배 분들과 함께 작업을 해 왔는데, 그중 많은 분들이 이화여대 출신이기도 했습니다.


Q. 민음사에서 어떤 책을 출판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전공이 불문학이고 처음에 프랑스 문학 담당 편집자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여전히 프랑스 문학은 제 구심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자가 된 후엔 프랑스 현대 작가들의 작품들에 관심을 갖고 기획했고, 로맹 가리나 밀란 쿤데라, 마르그리트 뒤라스, 베르나르 키리니, 니콜라 마티외 등의 작가의 작품을 냈습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 한 사람이 한 언어권만 맡는 일은 드물어서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문학도 출간했고, 아르헨티나, 페루 같은 중남미 문학, 그리고 심지어 이집트와 나이지리아 작가의 문학작품도 출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포용력도 커졌어요. 저는 다양한 언어 문화권과 이국의 경험에 매료되는 터라, 앞으로도 지금처럼 문학작품을 통해 세상을 알아 나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Q. 이화 동문이신 조남주 작가님,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작가님 등 여성 콘텐츠를 담은 책을 많이 출판하고 있는데, 혹시 주력하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여성 작가가 쓴 여성의 이야기가 조금 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합니다. 세계문학조차 남성 작가 위주로 소개되고 평가받은 세월이 길다 보니, 여성 작가는 막상 찾으려고 하면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다행히 요새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여성 작가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작가가 2019년 8월에 국내에 방문했을 때는 민음사와 이대 #영문과 #BK사업단 과의 협력을 통해 이대에서 강연을 했었습니다. 여러 행사를 진행하던 중 한 번 정도 대학에서 강연을 하면 좋을 것 같았는데 우리 학교와 딱 맞을 것 같아서 제안을 했어요. 강연 전에 아디치에 작가님이 우리 학교에 대해 궁금해하셔서 설명을 드렸는데, 유관순의 영향이 있는 학교에서 강연을 하게 되어 영관이라는 멘트도 해 주셨죠. 아디치에는 페미니스트 작가로 저 역시 <엄마는 페미니스트>나 <보라색 히비스커스>, <아메리카나>를 작업할 때 매우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해외의 동시대 여성 작가 중에서도 한국과 동시에 호흡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시는 작가가 많아요. 앞으로 세계문학의 고전과 현대 작품을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을 더 발굴해 나가려고 합니다. 재평가 받을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왼쪽부터) 본교에서 진행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특강 포스터, 『사막』,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출처 : 네이버 책)


Q. 동문님께서 담당하신 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첫 기억을 말해 볼게요. 제가 학사 졸업논문을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로 썼는데, 입사한 바로 그 해 르 클레지오가 노벨 문학상을 타고 <사막>이라는 작품의 출간 진행을 막내 편집자로 함께했던 때예요. 책뿐만 아니라 매거진도 만들고 홍보물도 제작하면서 편집자라는 직업의 매력을 단숨에 알게 되었죠. 제가 좋아하는 작가를 누구보다 빨리 읽고 널리 소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기억에 남는 일은, 공쿠르상 수상 작가인 니콜라 마티외의 작품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을 기획하여 내고 작가가 서울국제작가축제 초대 작가로 방한까지 한 일입니다. 불문학 전공자로 공쿠르상 수상작은 학교 다닐 때 수업에서만 들었었는데, 회사에 오고 나서는 누가 매해 무슨 상을 받는지 체크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작가가 처음 한국에 오게 되어 한국을 소개할 수도 있었고, 한국 독자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Q.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세요.

문학과 책에 대한 사랑이 가장 기본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열정 없이는 일할 수 없는 분야거든요. 

그리고 아무래도 회사다 보니 조직 생활에 대한 적응력과 협동심도 필요합니다. 편집자는 각자 나름대로 추구하는 스타일과 다루는 책의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뭐라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공통적인 것은 작가나 번역가를 비롯해 미술팀, 마케팅팀, 제작팀, 홍보팀 등 여러 사람과 얽혀 일하며 공동으로 한 책을 완성해 내기 때문에, 조금만 소통이 어긋나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해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같은 내성적인 사람도 배우며 바뀐 것을 보면, 사람은 다 변하는 것 같아요. 어디든 적응력만 좋다면 업무에 문제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편집자는 늘 콘텐츠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영상으로 먼저 접하고 책을 읽는 경우 등 책이 영화나 영상 등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또한 다 같은 문화산업이다 보니 사실상 텍스트와 영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콘텐츠들을 접하지 않으면 뒤처지지 때문에 늘 흐름을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허주미 동문 기사 보기 ↓↓↓



Q. 이 일을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한 번도 기업 입사를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서류 전형을 위한 토익 시험조차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뼛속까지 인문대생이었습니다. 원래는 공부를 계속해서 연구자가 되고 싶었는데요. 당시 아는 선배 몇 분이 출판사에 계셔서 구인 공고가 나는 사이트를 알려 주셨고, 그래서 문학동네에 지원해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면접 때 무슨 책을 좋아하는지 꼼꼼히 물으시고, 프랑스어 번역 테스트뿐만 아니라 소설에 대한 서평도 여덟 편이나 써 가야 했었어요. 그런데 와서 보니 일하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고,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도 생기고, 제 인생의 관심사와 업무가 동떨어지지 않고 한데 뒤섞여 돌아갈 수 있어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Q. 출판사 편집자의 꿈을 갖고 있는 후배 벗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제가 입사할 때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한겨레 출판학교나 서울출판예비학교 등 편집자 및 마케터 예비 과정을 거쳐 입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들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입사 후를 위해서는 큰 도움이 됩니다. 출판사는 일반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보다는 다른 영역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예컨대 토익 같은 영어 인증 시험의 점수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번역의 자연스러움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번역 시험을 봅니다. 카피를 쓰는 연습도 필요하고요. 편집자에게는 독해 능력, 읽고 번역하는 능력, 맥락을 잘 파악하는 능력 등이 필요해요.

이 같은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나 혼자 골몰하지 말고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하려는 말을 처음과 끝이 있는 완전한 형식으로,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담아내는 연습이 필요해요. 포털 사이트의 출판 관련 섹션을 꼼꼼히 체크하고 온·오프라인 서점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냥 가서 쓱 구경만 하고 오는 게 아니라 어떤 책이 매대에 진열돼 있는지, 어떤 책을 광고 중인지, 어떤 책의 커버는 어떻게 디자인했는지, 카피는 무엇인지 등 온갖 것을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학교를 재학하면서는 학보사나 문학회 등 관심 있는 분야의 동아리를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Q. 동문님이 생각하는 이화 DNA는 무엇인가요?

이화에서 좋았던 점이 있다면,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여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의존적인 성격의 학생이라면 이화에서 그만큼 더욱 큰 도전과 배움의 시간이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학교로 묶여 있지만 그 안에 수많은 여성의 삶이 혼재하고, 각각 그 삶을 그대로 인정하는 느낌이었어요. 같은 시기에 공학을 다닌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많은 점에서 자유롭고 앞선 사고와 행동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전히 대학 시절을 이화에서 보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Q. 후배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진짜 살고 싶은 삶이 뭔지 깨닫는 대학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의 경우 독서, 여행, 연애 딱 이 세 개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다른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이라고 해서 꼭 그 길만 가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살면서 점점 더 느낍니다. 저는 언제나 책과 함께하는 삶이 행복했고, 지금도 그렇게 살 수 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