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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할 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김영기 조지워싱턴대학교 명예교수 영문 63졸)

  • Date2024.07.29
  • 2394
김영기 조지워싱턴대학교 명예교수(영문 63졸)

김영기 조지워싱턴대학교 명예교수(영문 63졸)가 본교에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연구와 후학 양성을 위한 발전기금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본교는 이 기금을 바탕으로 ‘김·르노(Kim·Renaud) 인문과학 연구상’을 신설하고, 매년 우수한 연구자를 선정해 시상할 예정이다. 

김영기 교수는 후원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이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가 한 일을 ‘기부’라 하기에는 조금 거창하게 느껴지고, 하나의 ‘참여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과 과학을 동시에 생각하며 함께 논의할 때 더욱 확장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선배와 후배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자는 의미로 참여했습니다. 이번 후원이 일종의 ‘종잣돈(seed money)’이 되어,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이에 어느 액수라도 더하여 함께 참여해 기금이 자라난다면 거기에 또한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동아시아어문학과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어문화 및 국제관계학 명예교수이자 한국학연구소 수석 고문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 연구 발전에 기여할 후학들에 대해 큰 기대를 드러냈다. “동양의 우주론, 음양의 원칙을 살펴보면 서로가 서로를 튼튼하게 뒷받침해주며 더욱 완전하게 만든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인문학을 오랫동안 연구하며 여러 다양한 분야와의 상호 관련성을 바탕으로 한 연구에 대해 오랫동안 흥미를 가졌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와의 융합에 대한 인식과 그 수준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김 교수의 이러한 뜻에 따라 신설된 ‘김·르노(Kim·Renaud) 인문과학 연구상’은 김영기 교수의 남편인 프랑스인 경제학자 베르트렁 르노(Bertrand Renaud) 박사의 성인 ‘르노’와 한국 성 ‘김’을 합쳐 정해졌다. 제1회 김·르노 인문과학 연구상은 내년에 이화여대에서 시상될 예정이다. 


국제 한국언어학회(International Circle of Korean Linguistics) 회장을 역임한 김 교수는 미국에서 60년 가까이 한국어와 한국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다양한 학술대회와 문화행사를 개최하여 우리말과 문화를 학문적으로, 교육적으로 세계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미국 버클리대학교와 하와이주립대학교에서 언어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1983년부터 32년간 동아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학연구소 설립을 주도하는 등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해외 전파의 개척자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공로로 2006년 한국 정부에서 옥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 10일, 본교는 김 교수를 초청해 ‘세계문화유산 훈민정음: 인문학과 과학이 만난 신비한 발명’을 주제로 특강을 개최했다. 김 교수는 백성의 근간을 위하는 인본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창제된 훈민정음을 과학적 측면에서 검토했다. 

“당시 세종은 20세기가 되어서야 연구된 초과학적인 언어학적 분석을 이미 해내었습니다. 그것을 ‘언어학적 상형’으로 표시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대단한 창의성을 보였으며, 의성‧의태어 구조나 모음조화 규칙 등 한국어 자음과 모음이 갖는 특유의 구조적 특성을 문자에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설명할 때 당시 한국인들이 가장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동아시아의 우주론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인문성과 과학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한글처럼 가장 과학적인 것은 가장 간단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어의 특성을 보이는 자연 음군의 글자적 공통성 등 세계 어느 표기에서도 볼 수 없는 우수성에 대해 참석자들과 깊이 논의하며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영어영문학부 후배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저에게 영문과는 세상을 열어주는 곳이었습니다. 영어라는 언어적 측면도 있었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문물과 문명, 문화를 모두 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후배들께도 언젠가 돌이켜보았을 때 이화에서의 대학시절이 일생 중 얼마나 중요한 시기였는지를 체감하게 되는 시기가 있을 것입니다. 캠퍼스 안팎에서의 모든 배움을 흡수하시고, 젊음을 만끽하며 여러분들 본인만의 창의성을 발휘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