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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방송계] BBC 코리아 하세린 동문(언론홍보·13년졸)

  • 등록일2022.06.24
  • 3715

오늘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또 다른 내일을 만들어 가고 있는 BBC 코리아 하세린 동문(언론홍보·13년졸)을 만나 보았습니다. 국내 언론사를 거쳐 외신기자로 11년간 커리어를 이어가고 계신 하세린 동문과의 인터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BBC 코리아 하세린 동문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과학대학 언론홍보영상학부 07학번 하세린이라고 합니다. 국내 언론 M사에서 7년 반 동안 근무했고, BBC코리아로 이직한 지는 2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Q. 기자라는 직업은 언제부터 꿈꾸셨나요?

학창 시절부터 어떤 일을 하면 삶에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었고, 그때는 막연하게 신문에 매일매일 내 이름이 나오면 살아있음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도 언론홍보영상학부를 간 거였고요. 그런데 막상 대학교에 와서는 이런저런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진로 결정에 혼란을 겪기도 했어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보다 기자 준비를 굉장히 늦게 시작했죠. 대학교 2학년 때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뭘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논설위원급 기자님들 일곱 분을 모셔서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특강을 하나 들었는데, 거기서 ‘저렇게 되고 싶다’ 하는 분을 만났어요. 그 수업의 영향이 컸던 것 같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있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러면 기자가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기자가 된 지금,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웃음)


Q. 기자 초년 시절 기억에 남는 취재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오랜 전이라 기억이 가물하긴 해요. (웃음) 저는 거의 마지막 ‘마와리 세대’예요. 마와리가 일본어로 ‘돈다’는 뜻인데, 수습들이 24시간 경찰서들을 돌면서 두세 시간마다 주워들은 정보들을 일진에게 보고하는 훈련 방식을 말해요. 저는 이런 문화 속에서 서울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경찰분들과 이야기했던 추억이 아직도 가끔씩 생각나요. 미화하고 싶진 않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은 추억으로 남더라고요. 해외에 가서 취재하고 그랬던 경험들보다도 그런 작은 기억들이 더욱 생각나는 것 같아요. 남에게 보여주는 기사를 쓰는 입장이지만, 회사 내부에서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하고, 기사를 쓰며 같이 일했던 것도 굉장한 추억이 되었어요.


Q. 기자로 근무하시면서 가장 보람찼던 점과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정치부에 있을 때 회사가 ‘정치기사’가 아닌 ‘정책기사’를 쓰겠다는 팀을 출범했었어요. 2014년 출범 당시 국회 출입 기자 수가 30명이었어요. 그때 큰 회사들이 많으면 10명을 출입시키던 때였으니, 얼마나 큰지 감이 오시죠. 각 상임위마다 기자들을 배치해서 법안들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다뤘습니다. 그때 저는 '법제사법위원회'를 담당했는데 상가권리금 법제화 논의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권리금'은 사람들이 모두 알고 통용되는 거지만 법제화가 안 되어 있었는데, 그걸 법제화하고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는 입법 과정을 굉장히 심층적으로 취재를 했었어요. 기존 언론이 잘 다루지 않았던,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했던 경험이 보람 있었어요.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이 상가권리금 관련 세입자 단체의 대표급이셨는데, 제 동료들에게 "기사 잘 보고 있다"라고 얘기해 주셨다고 들었을 때도 내심 뿌듯했습니다. 또 한 번은 망우리공원에 있는 독립지사 박찬익 선생의 비석이 깨져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는데, 관련 기사가 나간 뒤 관리하는 곳에서 바로 세웠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렇게 제 기사로 변화가 만들어질 때 '이 일이 의미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었던 기억은, 정신적으로 시달리는 건 기자에게는 늘 있는 일이라 논외로 하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취재가 떠오르는데요. 서울시장 선거에 정몽준 전 의원이 출마해 제가 마크맨으로 일정을 쫓았던 때였어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던 날 후보가 자정부터 일정을 시작해서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에서 지하철을 타서, 선로도 청소하고, 동대문 시장 등을 돌아다니면서 밤을 새웠었어요. 체력적으로 힘에 부쳤지만 그래도 재밌었던 기억이 납니다. 맨날 지하철에서 수시로 속보 쳐야 하고,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도 해서 힘든 게 일상이긴 했지만요.


Q. 일반 국내 언론 아닌 외신 분야로 가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적 외국 거주 경험이 있고, 원래부터 제 강점이 영어였던 터라 이 강점을 이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학 시절 교환학생을 갔다온 뒤 외신 기자들의 업무를 도와주는 인턴을 했었는데, 당시 제가 느끼기에는 외신들이 한국에 대해 쓰는 내용이 제한적이더라고요. 북한 기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고요. 그래서 외신도 좋지만 한국에 대한 다양한 기사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국내 언론 쪽에서 먼저 기회가 와서 내신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굉장히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내신에서 사회부, 정치부, 증권부, 국제부, 영상팀 등 다양한 분야에 있었거든요. 이때 다양하게 경험한 것이 지금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정말 단순화하자면 내신에서는 한 분야를 파서 단독을 내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영어에도 강점이 있고, 소셜미디어도 좀 하고, 이것저것에 다 관심이 많은 스타일인데, 내신 쪽에서는 이게 엄청난 강점은 아니었던 것 같았습니다. 제 스타일은 외신에서 일할 때 오히려 도움이 되더라고요.

Q. 국내 언론과 외신기자 활동을 모두 해보셨는데요. 외신기자의 업무가 국내 언론이랑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내신은 출입처 제도라는 게 있어서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는 반면, 외신은 상대적으로 인력도 적고 외국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취재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다루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내신은 속보 경쟁도 많이 하고 기사 양에 대한 압박도 받는데, 외신은 버릴 것은 버리고 정말 필요한 기사를 집중적으로 쓸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아요. 조직문화도 국내 언론사는 여전히 위계질서가 강한 편인데 비해 외신은 상대적으로 수평적이에요. 외신으로 옮기고 싶었던 이유가 더 수평적 조직문화를 경험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죠. 또, 제 강점인 영어를 살리고 싶었고요.

하지만 내신과 외신 모두 장단점이 있어요. 외신은 내가 처음부터 알아서 잘해야 하는 느낌이라면, 내신은 선배한테 얻어 갈 수 있는 게 많아요. 사실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는 것도 대부분 전 회사에서 선배들한테 배운 거예요. 그때는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괴로웠는데 지나고 보니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웃음)


Q. BBC의 기자로 활동하시며 BTS나 오징어 게임과 같은 한국의 기사를 영어로 더 많이 접하게 되셨을 것 같아요. 이러한 변화들을 보시면서 기분이 어떠셨나요? 

BBC에서도 최근에 한국과 관련한 뉴스 수요가 확실히 많아졌어요. 요즘에는 BTS와 같은 유명 가수들 이외에도 가품을 사용해서 논란이 되었던 유튜버 사태나 한국에서 벌어지는 페미니즘 이슈도 굉장히 많이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이 전 세계 뉴스의 수요에서 끼치는 영향력이 정말 많이 커졌다는 것을 느끼죠.

예전에는 외국인 특파원이나 해당 분야를 다루는 외국인 기자가 혼자 알아서 기사를 썼다면, 2017년 BBC 코리아 출범 이후엔 저희와 사전에 논의를 하고 확인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인 외신기자'로서 기사에 조금이라도 의견을 줄 수 있어서 더 ‘팩트에 근접한 기사’가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외국인의 눈으로만 본 한국이 아니라, 정말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내용이 보강되는 것 같습니다.


Q.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현재의 일을 하고 계시고, 또한 여전히 배움을 이어가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BBC로 이직한 이후에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외신에서는 아무래도 북한이라는 주제가 너무 중요하거든요. 북한의 정치와 경제 및 안보 문제, 탈북민들의 이주 문제, 그리고 북한의 여성 등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제가 북한에 대해 너무 몰랐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기사를 쓸 때 그저 표면적으로 어떠한 사건이 발생한 것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의미나 맥락을 함께 제시할 수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입니다.


Q. 이화에서 어떤 가르침이나 활동이 기자 생활에 도움이 되셨나요?

저는 학교에서 할 수 있던 모든 활동을 했었던 것 같아요. 1학년 때는 국제교류처의 근로장학생 같은 인턴도 했고, 항상 '국제'와 관련이 있는 여러 활동들을 했어요. 국제하계대학 조교 활동도 하면서 여러 외국인 교환학생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졌어요. 사실 다 이게 학교에서 제공하는 활동들이잖아요? 그런 활동들을 알기 위해서 학교 공지사항을 정말 열심히 봤어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제공해 주는 특강, 교환학생, 장학금, 연수 기회 같은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당시에 그런 기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신청하고 그랬었죠. 그리고 교수님들께도 제가 관심 있었던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분들을 따로 소개해달라고 하는 등 주도적으로 행동했던 것 같고, 이러한 경험들이 실제로 커리어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Q.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이화인들이 어떻게 준비하면 좋고, 어떤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저는 저에게 주어진 것에서 기회를 넓혀 나갔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얻은 것이 정말 많은데, 교수님들과도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지내고 아무래도 언론정보학과 출신이다 보니 주변에 기자나 PD들도 많습니다. 꼭 전공뿐만 아니라 제 멘토도 학교 수업 중에 만났었는데, 제가 지속적으로 연락을 이어나가서 인연이 이어지며 도움이 됐어요. 또 <저널리즘, 이제 글로벌로 간다>이런 주제의 특강에 참여했었는데 당시 뵈었던 외신 기자님들과도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요. 한 분은 제가 컨택을 했었고, 한 분은 BBC 코리아 선배이기도 해요. 이렇게 학교가 마련해 주는 행사나 기회에서 네트워킹을 많이 했습니다. 


Q. 후배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졸업을 하고 15년이나 지난 시점에 학부 시절을 다시 돌아 보니 추억이 굉장히 미화된 것도 같지만, 당시에는 혼란의 연속이었어요. 취업 준비에 대한 스트레스도 엄청 많았고, 제가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괴리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생 시절에는 원하는 수업과 원하는 활동들을 하고, 여러 가지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취업 준비를 하던 당시 힘들었을 때, 교수님께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세상은 넓고, 언론사는 많다."라는 말이었어요. 당시에는 ‘그래서 내가 들어갈 곳은 있는 걸까?’라는 의문도 있었죠. 저는 모두가 원하는 대형 언론사가 아니라도 먼저 기회가 주어진 곳에서 일하며 실력을 쌓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하루하루 재미있게 일하는 게 좋잖아요! 한 번은 어떤 컨퍼런스에서 교수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제가 당시 교수님께 정말 재밌게 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웃음) 대부분은 "아, 그냥 다니고 있어요."라든지 조금은 지친 티를 내기 마련인데, 제가 정말 신난 듯 대답해서 ‘얘는 되겠다!’라고 생각하셨대요. (웃음)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기자든, 누구나 본인의 자리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은 있습니다. 그런데 길게 보자면 그것을 넘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위해 에너지를 쏟고 노력하는 것이 스스로의 '프라이드'를 만드는 것 같아요. 내가 써야만 하는 기사와 쓰고 싶은 기사가 있을 때, 쓰고 싶은 기사도 소화하는 능력을 조금씩 쌓아가면 결국에는 원하는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이화 DNA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화 DNA가 유능(competence)라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 학교는 굉장히 큰 학교이고, 그만큼 사회에 나가면 동문들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19,000 이화’라고 했었거든요?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뭔가 일을 잘하고, 센스가 있다 싶으면 이화인이었던 경우도 많았어요. (웃음) 언론 분야에서도, 내신은 물론 외신에서도 이화 출신 기자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화 DNA가 유능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3기 유소영, 14기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