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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에디오피아 커피 전문가 윤오순 동문

  • 등록일2022.01.04
  • 3875

2020년 기준 대한민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 353잔으로 전 세계 3위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이화투데이는 이제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기호품인 커피의 발상국, 에티오피아 커피 전문가로 활동 중이신 윤오순 동문(철학과·98년졸)을 만나 보았습니다. 커피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20여 년간 3대륙을 오가며 커피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윤오순 동문님과의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 인문과학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에티오피아 커피 플랫폼 ㈜벨레투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윤오순입니다.


Q. ㈜벨레투는 어떠한 회사인지 또한 대표로서 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벨레투는 제가 에티오피아에서 불리던 이름을 줄인 말이에요. 제가 커피 사업을 시작했을 때 이름에 대해서 크게 고민을 하지도 않고 저를 제일 잘 나타낼 수 있는 말인 ‘벨레투’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벨레투는 에티오피아 커피 플랫폼입니다. 에티오피아 커피를 소개하기도 하고 판매하기도 하죠. 커피 콩을 볶지 않은 것을 '생두'라고 하고 볶은 것을 '원두'라고 하는데, 에티오피아로부터 생두를 수입하여 직접 볶아서 원두로도 판매하고 있고 원두를 갈아서 드립 커피로도 판매하고 있어요. 

페이스북에서 처음에 에티오피아 커피 클럽 페이지를 만들어서 여러 나라 언어로 에티오피아 커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에티오피아 커피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올리는 정보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고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지금도 에티오피아 커피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 SNS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어요.

또한 국제 개발협력과 연결된 커피 프로젝트에서 정보도 공유하고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또 에티오피아 관련된 그림 같은 디자인을 만들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도 계획하고 있어요. 


Q. 동문님께서는 철학과를 졸업하시고 공연기획자, 지리학 박사 등 여러 이력을 가지고 계신데, 현재 에티오피아 커피를 연구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학 입학 전 3년 정도 증권사 기획실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 당시 직장에서 차별을 많이 느껴서 퇴사를 결심했고, 공부를 해서 이화여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대학에 와서 그런지 취업보다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중국으로 2년간 유학을 갔다 왔는데 유학 당시 공연 관련 일을 한 것이 재미있어서 철학과는 다른 분야인 예술경영, 예술행정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또한 우연한 기회로 에티오피아에 방문했을 때 커피를 이용한 지역개발에 대해 관심이 생겨 ‘에티오피아 커피 투어리즘’을 주제로 일본에서 사회학과 석사과정을, 영국에서 지리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며 공부했습니다. 에티오피아 이곳저곳 현지조사를 다니며 자연스럽게 커피전문가가 되었고, 에티오피아 커피 공급 사슬 전문가로 여러 커피 관련 행사에서 에티오피아 커피 소개를 맡기도 했습니다. 커피를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를 알리고자 커피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었고, 현재는 에티오피아 커피 플랫폼인 ㈜벨레투 대표로 있습니다.


에디오피아에서


Q. 동문님께서 지금의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되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학교 다닐 때 별로 주목받지 못한 학생이었는데, 지금 학교 후배님이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저를 찾아와 인터뷰를 하는 게 너무 보람되고 기쁘네요. (웃음) 최근에 SNS를 통해서 저를 알게 되었다고 젊은 친구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요. 에티오피아 커피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오는 친구들도 있고, 차를 잘못 타서 우연히 들렀다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자신의 고민을 저에게 털어놓고 가는 친구들도 있어요. 지금 일을 하면서 제가 그런 친구들이 찾아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느낄 때 보람되네요.


Q.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도전하신다고 하셨는데,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의 원동력은 호기심과 설렘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학부생 시절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근로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 책을 많이 읽었어요. 책 읽다가 좋으면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고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어요. (웃음)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해결을 하려고 했죠. 그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각도로 접근해 보면서 고민하고 그 해결하는 과정 자체를 즐겼어요. 그러면서 계속 다음 단계로 넘어갔죠. 


Q. 동문님께서 지금 하시는 분야는 어찌 보면 철학과는 조금 분야가 다른데, 철학과에서 배우신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으신가요?

철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는 것은 나에 대해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동양 철학, 서양 철학 나눌 것 없이 철학을 공부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해요. 한 가지를 보더라도 깊게 생각하는 훈련을 했어요. 깊은 사유를 통해 나만의 것을 확립하고 나를 마주 볼 수 있죠. 제가 철학과에서 배운 것은 사색의 필요성, 자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의 중요함이라고 생각해요. 철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제가 주저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Q. 동문님의 학부생 시절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일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철학 공부하면서 한자를 많이 익혔어요. 그러다가 같이 교양 수업 듣던 타과 선배가 저에게 방학 동안 같이 공부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셔서 흔쾌히 같이 하겠다고 했죠. 방학 동안 국문과와 중문과 학생이랑 같이 『사서오경』 중에 「논어」와 「중용」을 읽기도 했고, 한자를 잘 모르는 학생을 위해 먼저 「천자문」을 읽기로 했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는 대신 저희는 같이 모여서 공부를 했어요. 

또한 저는 전공시험을 남들보다 일찍 보고 시험기간 10일 정도 수업이 없을 때 저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2학년 때는 40일 정도 혼자 유럽 배낭여행을 갔었고요. 여행을 혼자 다니면서 저에 대해 정말 생각을 할 시간이 많았던 거 같아요. 낯선 곳에 저를 노출시킨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없었던 거 같고요. 그렇게 시간 날 때마다 여행을 많이 갔던 게 제가 관광개발을 공부할 때 정말 많이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요.


Q. 동문님의 앞으로의 목표나 삶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에티오피아 커피로 어디까지 해볼 수 있을까 궁금해서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런 것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데까지 확장해 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저만의 속도로 저만의 길을 걸어 나가려고 해요. 제가 20대 때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절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저만의 속도로 달려오다 보니 지금 이렇게 커피 사업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저는 항상 내일이 궁금해요. 점심을 먹으면서도 오늘 저녁 뭐 먹을까 고민하죠. (웃음) 지금의 저를 과거의 많은 순간들이 합쳐져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지나간 순간들을 후회하고 아쉬워하기보다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더욱 궁금하고 기다려져요. 앞으로도 저는 저를 들여다보며 계속 전진하려고 합니다.


Q.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이화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후배들이 성공이든 실패든 많이 도전해 봤으면 좋겠어요. 저는 자기만의 속도를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봐야지 자신의 속도를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실패를 해도 그게 끝이 아니라 무언가를 했다는 증거니까요. 그러니까 실패를 하더라도 많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해요.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것 같고,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속도를 찾으면서 자기가 원하는 일들을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면 좋겠어요.


Q. 동문님께서 바라는 미래, 그리고 이화와 이화인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화인은 정말 자랑스럽다고 생각해요. 또한 이화인이라는 것에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화 밖에서도 이화는 어디서나 연결되어 있어서 손을 내밀면 항상 도와줄 선배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아요. 혹시 후배들 중에서 제가 하고 있는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신다면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드리고 싶어요. 세계를 무대로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것을, 설레는 것을 마음껏 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3기 기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