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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방송계] 채널A 보도본부장 강수진 동문

  • 등록일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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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의 동문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며 후배 이화인들에게 든든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특히나 언론계 이화 동문들의 네트워크를 정말 화려하고 탄탄한데요! 이화는 1999년 본교 출신 언론인들의 모임인 이화언론인클럽을 만들고, 이화언론인상을 제정해  동문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화투데이가 만나본 이화 동문은 지난 5월 '올해의 이화언론인상'을 수상하신 채널A 보도본부장 강수진 동문님(사회생활학과·92년졸)인데요.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채널A 개국에 참여하고 근무하며 종합편성채널 첫 여성 보도본부장에 오른 강수진 동문님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실까요?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강수진입니다. 채널A 보도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사회전공) 88학번입니다. 고등학교 때 교내 신문반 기자로 활동하면서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대학 시절 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고, 졸업하던 해인 1992년 동아일보사에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올해로 30년째 언론계에 몸담고 있습니다. 

입사 후 동아일보에서 일하다가 2010년 동아일보 방송설립추진단에서 채널A 개국을 준비하면서 방송 업무를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12월 채널A가 개국한 뒤 문화과학부장, 국제부장을 맡았습니다. 동아일보로 복귀해 문화부장을 거쳐 다시 채널A 보도본부에 파견돼 부본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신문으로 복귀해 편집국 부국장을 지낸 후 세 번째로(!) 채널A 보도본부로 옮겨 부본부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보도본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신문과 방송을 오가며 근무하는 건 극히 드문 일입니다. 동아일보가 방송에 진출하면서 신문과 방송을 모두 경험할 기회를 갖은 건 개인적으로도 무척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Q. 제20회 이화 언론인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모교에서 받는 상이라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한 지 올해로 10년인데 사상 첫 여성 보도본부장이라는 점 때문에 이 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언론계 많은 선후배들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셔서 저로서도 큰 영광이고 동시에 그동안 남성 중심 문화가 강했던 언론계에서 함께 버텨온 여성 기자들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어서 뭉클했습니다. 저는 ‘최초의 여성 보도본부장’으로 최선을 다함으로써, 언론계에 ‘여성 보도본부장’이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수 있도록, 그래서 앞으로 ‘여자사람 보도본부장’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은미 본교 총장, 강수진 동문, 장명수 이화학당 이사장, 이규원 이화언론인클럽 회장


Q. 보도본부장으로서 동문님께서는 어떤 일을 담당하고 계시나요.

보도본부장은 보도본부에서 만드는 모든 뉴스, 시사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보도본부 각 부서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합니다. 채널A 보도본부의 경우 메인뉴스인 <뉴스A>를 비롯해 주중에는 매일 4개의 데일리 뉴스 및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총 7개의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여기에 더해 특집 토론이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재난·대선 등 큰 이벤트 때는 특보 편성을 하는데, 이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또 정치부, 사회부 등 보도본부 내 9개 부서를 지휘하고 보도본부 내 인력에 대한 평가권, 인사권을 갖고 있습니다.

취재 일선에 있는 일반 기자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 또는 출입처에서 취재합니다. 가령 정치부라면 청와대 출입기자, 여당 담당, 야당 담당 등등이 있을 수 있겠고, 사회부라면 경찰 출입기자, 검찰 및 법원 출입기자, 서울시 출입기자 등등입니다. 문화나 스포츠부는 공연 담당기자라던가 야구 담당 기자처럼 분야별로 담당이 나눠지기도 합니다. 통상 기자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게 됩니다. 이렇게 기자들이 취재하고 기사로 쓴 내용을 각 부서의 데스크(차장, 부장)들이 기사화할 만한 뉴스인지, 취재해 온 팩트는 정확한지, 추가로 더 확인 취재할 부분은 없는지 등등을 살피게 됩니다. 

보도본부장은 그렇게 각 부서에서 취재해 온 기사(리포트) 중 어떤 뉴스를 그날 톱으로 할지, 순서를 어떻게 짜야 하는지, 이 사안을 어떤 방향으로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결정합니다. 일반 기자들이 취재와 보도를 한다면 보도본부장은 직접 현장을 뛰는 취재를 하는 게 아니라 뉴스, 시사 프로그램의 내용, 기자, PD, 프리랜서 인력까지 보도본부와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책임을 지는 것이죠. 올림픽이라든가 선거 등 빅 이벤트가 예정돼 있을 경우 사전에 취재 규모를 결정하고 취재팀을 꾸리거나 특파원을 파견하는 등도 보도본부장이 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Q. 종합편성채널 '첫 여성 보도본부장'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선배님만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기자로 30년을 일하면서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일한 적은 없습니다. ‘보도본부장’이라는 타이틀을 목표로 둔 적도 없고요. 기자 초년 시절에도 그랬고, 데스크가 됐을 때도 항상 그 순간에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굳이 말한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의 바운더리를 좁게 설정하지 않고, 내가 할 일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넓히면서 일했던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이라는 게 범위가 무 자르듯 선이 그어져 있지 않습니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해오는 사람이 있고, 일의 범위를 더 넓혀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동시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더 나은 지면, 더 나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자 했습니다. 

앞서 소감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최초의 여성 보도본부장’이자 마지막 ‘여성 보도본부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제 이후에는 누구나 ‘여성사람 보도본부장’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동아미디어센터


Q. 이화에서 기억나는 추억을 소개해 주세요!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들지만, 일단 채플이 생각나네요. 채플은 아침 일찍 있다 보니 제가 학교 다닐 때도 친구들 중에 채플을 빼먹거나 시간 맞추기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저는 채플 시간이 좋았습니다. (참고로 제 종교는 기독교는 아닙니다.) 

이화 채플 시간에는 종교적 색채가 짙다기보다는 연주를 들려줄 때도 있었고, 성악 공연이나 미술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다채로워서 저는 채플 시간이 종교적인 시간이라기보다는 기본 소양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는 교양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들었습니다. 제가 워낙 아침형 인간이라 이른 시간은 문제가 되진 않았고요. 

저는 대학 내내 아침에 중국어 학원을 다녔는데 아침 6시 반 수업을 듣다 보니 끝나고 학교 가면 오히려 너무 일찍 도착하곤 했답니다. 그럴 때면 아무도 없는 본관 소파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낸 기억도 잔잔한 추억입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이화 정문 앞에 기찻길이 있었는데 기차가 지나갈 때 꼬리를 밟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처럼 구전되던 얘기가 있어 친구랑 늘 ‘꼬리밟기’ 하던 생각도 납니다. 그린하우스부터(아직도 있나요?) 오리지널 떡볶이집까지 공강 시간마다 먹으러 나가던 기억은 아마 이화인이라면 누구나 잊을 수 없을 겁니다.


Q. 이화에서 배운 가르침이 사회에서 활동하는데 또는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화의 가르침’이 무엇인가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학교 다닐 때는 이화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졸업하고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화의 장점, 이화 출신이 갖는 경쟁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기자가 되고 사회에서 만났던 여성 리더들은 대부분 이화인이었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그 시절, 여성 리더로서 이화인들은 독보적이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언론사에 있는 이화 후배들과 왜 그런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결론은 이화에서의 시간이 알게 모르게 우리를 성장시켰고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화에서의 시간을 통해 ‘여자라서~’ ‘여자니까~’라는 사회적 편견이나 시각에서 벗어나 여성 리더가 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달라졌지만 80년대만 해도 남녀공학에서는 당연히 과대는 남자, 부과대는 여자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취업 추천을 할 때도 남학생이 우선인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대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돼서 처음 접하는 사회입니다. 시기에 이화인들은 남자, 여자로 평가가 달라지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대신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받으며 마음껏 달려 나갈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기자가 됐을 때는 이화에서 4년간 단단한 자아를 갖추고 사회에 발을 디디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선배님이 생각하시는 이화 DNA란 무엇인가요?

진취적인 사고, 자신에 대한 믿음,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책임감, 여성으로서 유대감.


Q. 언론인에게 꼭 필요한 자질을 한 가지 꼽으신다면 무엇인가요?

이화의 DNA도 모두 언론인에게 필요한 자질 같습니다만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의 삶이라는 건 생각보다 힘듭니다. 박수를 받기보다는 욕을 먹을 수 있고, 남이 감추고 싶은 잘못을 밝혀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남이 쉬는 공휴일에도 일을 해야 하고, 취재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일정이나 생활도 포기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책임감, 소명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쓰는 글, 내가 방송에서 하는 멘트 한 마디가 어쩌면 누군가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 ‘칼’보다 더 날카로운 ‘펜’의 무서움을 잊지 말고 늘 한 번 더 확인하고, 생각하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Q. 앞으로 선배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편이라 특별히 어떤 ‘목표’를 갖고 일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채널A가 올해로 창사 10년이 되는 만큼 보도본부장으로서 뉴스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언론인을 꿈꾸는 수많은 이화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기자는 물론 힘든 직업이지만, 그런 힘든 면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보람과 매력이 충분히 있는 직업입니다. 현장을 뛰는 기자만이 느낄 수 있는 날 것의 생생함,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변화를 이끌어냈을 때 느낄 수 있는 뿌듯함. 이 모든 일을 멋진 우리 이화 후배들과 같이하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채널A 보도본부를 이끌어가고 계시는 강수진 동문님과 만남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의 바운더리를 좁게 설정하지 않고 내가 할 일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넓혔다’라는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요. 이 글이 언론인을 준비하는, 또 자기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많은 이화인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화투데이 12기 리포터 정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