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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제18회 자랑스러운 이화인 최영애, 최영아 동창

  • 등록일2020.06.17
  • 4933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을 살아온 숭고한 이상의 이화인

인권 신장을 위해 평생을 바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좌), 노숙자들의 생존을 위해 헌신해 온 ‘서울역 슈바이처’ 최영아 내과 전문의(우)


올해 제18회 ‘자랑스러운 이화인’은 최영애 동창(기독교학 74 졸)과 최영아 동창(의학 95 졸)이 선정되었다. 최영애 동창은 현재 제8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여성 운동에 몸 담아오며 여성 인권을 위해 힘써왔다. 최영아 동창은 현재 마더하우스 대표이자 서북병원 내과 전문의로 재직중이고, ‘서울역 슈바이처’로 불릴 정도로 많은 노숙인들을 치료하며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노숙인들을 위해 헌신해 왔다. 최영애, 최영아 동창은 모두 자신의 입신양명을 뒤로 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을 살아온, 진정한 의미의 ‘자랑스러운 이화인’이다. 두 동창은 이화에서 배운 학문적 지식과 나눔의 이화정신을 바탕으로 도움과 개선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낮고 연약한 곳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사회적 약자를 타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약자는 타인이 아니에요. 내가 언젠가는 장애인,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고, 내 가족 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타인을 위한 베풂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성차별적 문화 및 표현,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 그 중에서도 10-20대의 경우 성차별은 윗세대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과거에 비해 성차별 문제가 많이 해소되었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성차별을 비롯해 차별의 문제는 개인의 경험만으로 환원하여 생각할 수 없으며 사회 구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남녀 임금격차 문제, 여성의 승진이나 공직 진출 비율, 빈곤의 여성화, ‘안전 이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데이트 폭력, 성폭력 등 성별화된 폭력 문제, 가부장적 결혼제도, 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대중문화 속에서 여성의 몸과 이미지가 소비되는 방식 등 성차별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여성 권리 확대를 위해 힘써온 여성 운동가, 최영애 동창은 처음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열고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돕는 일을 시작으로 평생 여성 인권 운동에 힘을 기울여 왔고, 현재 제8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우리 사회 약자들의 인권 신장을 위한 제도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이화에서 싹튼 인권 의식과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

최영애 동창은 학부에서 기독교학을 전공하며 신 앞에선 인간의 존재를 생각하면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격적 존재이며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이 기독교의 핵심 메시지임을 깨달았고, 대학생활에서 이를 실천하고자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인권 침해 현장에 대한 감수성과 책임 의식을 확장하게 되었다.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은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시작되었으며, 특히 미국의 역사 속에서 인종 차별 반대 운동과 흑인의 인권 운동과 더불어 여성 인권 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남미에서 비롯된 민중신학, 한국의 광주 5·18 민주화 운동 등 격동의 시대였던 80년대, 미국에서는 여성학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자연스럽게 여성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모교 이화에 여성학과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했고, 1985년 귀국해서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그해 9월 학기부터 여성학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최 동창은 “이제와 생각하면 그때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회고한다.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접하게 되었고, 막혀 있던 어떤 것이 확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여성학에서 처음으로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는데, 성이 여성에게 얼마나 억압적으로 작동하는가에 대해 공부하면서 깨우친 문제의식은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여성 인권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교육과 직업을 가질 기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존중받을 권리 등 평등한 권리를 말한다. 석사 논문의 주제는 ‘교회 내 여교역자의 차별적 지위’였는데 이는 신학적 관점과 여성학적 관점이 만난 주제였다. 논문을 쓰며 졸업 후에 여성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 실천적 현장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여성 인권 신장의 최전선에서 헌신 

최영애 동창은 1991년 한국성폭력상담소를 개소하고 성폭력 반대 운동을 시작해 한국 사회 여성 인권 신장의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2000년대 초반 성폭력특별법, 직장 내 성희롱 방지법 등 각종 성폭력 관련법들이 제정되었고, 2010년 이후 친고죄 폐지, 13세 미만의 성폭력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또한 지금은 국가에서 24시간 1366 여성긴급전화를 운영하며 전국적으로 성폭력상담소가 168개에 이르는 등 어느 정도의 사회적 인프라도 구축되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성폭력특별법제정특별추진위원회 위원장, 여성인권을지원하는사람들 대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이사,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등을 역임하며 여성 인권을 위해 한 길을 걸어 온 최 동창은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하여 혐오와 차별 해소, 양극화·사회 안전망 문제 대처, 정부·지방자치단체와의 인권 옹호 파트너십 강화, 인권·시민단체와의 소통·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영애 동창은 “이화에서 공부하고 사회 참여 활동을 하면서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깨닫고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을 보람으로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여성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차별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취약 계층 환자들을 오래 진료하면서 깨달은 것은 결국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질병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아이를 제대로 키워내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결국 한 명의 노숙자, 난민, 장애인을 인간답게 살게 해주고 재활이 되게 하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을 모두 다 돌보기는 어려워도 한 두 사람이라도 온전해지는 사회인으로 거듭나도록 함께하고 싶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건강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 사회 복지 안전망의 가장 어두운 사각지대에 처한 노숙인들을 무료로 진료해 주고 그들의 실존을 위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해 온 내과 전문의, 최영아 동창을 두고 사람들은 ‘서울역 슈바이처’라 부른다. 최 동창은 중학생 시절부터 교회를 다니는 길에 서울역 지하도를 지나면서 집 없이 지내는 노숙인과 철거 난민, 재개발 난민들을 많이 보게 되었고, 예과 2학년 때 청량리 노숙인 무료 배식 봉사를 하면서 가난한 이들의 삶과 질병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 동창은 2001년 내과전문의를 취득하자마자 영등포 요셉의원에서 故 선우경식 원장과 함께 취약 계층 환자들을 무료 진료하기 시작했다. 다일천사병원에서부터 요셉의원, 다시서기의원, 도티병원 그리고 지금의 서북병원. 최 동창이 근무하는 병원은 언제나 노숙인, 난민, 장애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치료하고 돕는,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다.

 

가난이 의식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

사회적 약자의 치료는 사실 ‘가난’이 의식주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다. 노숙인, 난민, 장애인, 고아 등 의식주와 가족이 안정적이지 않고 불안하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반복적으로 야기시킨다. 대부분 스스로 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죽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비연속적인 치료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난과 의식주의 불안 그리고 가족의 부재는 정신적인 문제와 육체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여기서 불안과 낙담으로 인해 생기는 반복적인 나쁜 습관들이 많은 질병들을 만들게 된다. 꼭 노숙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가족이 없고 일상 생활이 불규칙하고 몸에 해로운 습관을 반복하고 있다면 만성적인 병을 만들게 된다. 결국 의식주, 정신적인 문제, 반복적인 습관으로 인해 많은 질병이 반복되고 만성화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길에서 사망하는 이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병원으로 이송해 오면 대부분의 경우 살려낼 수 있다. 사망률은 많이 낮아졌지만, 끊어내지 못하는 중독의 문제로 반복적인 치료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장애 및 장기 손상을 갖게 되는 것이 문제다. 최 동창이 20년 전에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많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취약 계층을 위한 의료시스템은 크게 개선되었다. 2004년부터 노숙인은 서울역과 영등포역에 있는 노숙인 상담소에 가서 본인이 노숙인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상담하면 서울시내의 많은 시립병원에서 무료로 진단, 입원, 투약이 가능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직장의료보험을 가입하게 정책이 바뀐 것, 난민도 우리나라에 들어오자마자 지역의료보험이라도 가입하도록 만든 것은 좋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민간단체의 후원금, 시립병원, 대학병원의 사회복지과 등에서 여러 가지 예산을 끌어와서 취약계층의 진료비에 보탬이 되도록 해주는 노력도 있다. 


소외된 이들의 주치의이자 엄마이기도 한 최 동창 

최 동창은 오랜 세월 취약 계층의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단순히 아픈 곳을 치료해 주는 것으로 그들의 삶을 구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이 재활할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자 2012년부터 마더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마더하우스는 노숙인 등 취약 계층의 자활지원을 하는 곳으로 노숙인 무료 진료가 공공병원에서 가능하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2016년 공동생활 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 비영리법인 회복나눔 네트워크도 만들었다. 

최 동창에게는, 의사는 병이 많은 사람을 치료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고, 아파서 죽어가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소명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최 동창은 특히 늘 함께 동역하고 후원하고 힘이 되어 주는 이들이 다름아닌 학창 시절부터 함께해 온 동기, 선후배 이화인들이라면서 후배들에게도 “학교를 다니는 동안 공부, 자격증 이런 것들보다 많은 마음을 나누고 꿈과 비전을 같이 할 친구, 선후배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따뜻한 덕담을 전했다.


- 『이화소식』 Vol.12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