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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씨네21> 편집장 장영엽 동문 인터뷰

  • 등록일2020.04.24
  • 7342

14년 만에 최연소 여성 편집장으로 일하기까지

- <씨네21> 편집장 장영엽 동문을 만나다


오늘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영화 주간지 <씨네21> 편집장, 장영엽 동문(영어영문학부·08년졸)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미래 기자를 꿈꾸는 이화인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어영문학과 03학번 장영엽입니다. 저는 지금 영화 주간지 <씨네21>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에 ‘이화 DNA’ 인터뷰를 요청해 주셔서 굉장히 뿌듯하면서도 기뻤는데요. 저도 학교 다닐 때 #이화방송국 #EUBS 에서 보도부로 활동했어요. 취재 요청을 받으니 제가 그 당시에 보도부 일을 하면서 섭외 문의하려고 메일 보내고 전화했던 기억들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때는 섭외에 응해줬던 분들에게 감사했던 기억이 많이 남아서 언젠가 이런 요청이 저에게 들어오면 꼭 인터뷰를 해주리라 생각했어요. 


Q. <씨네21>은 어떤 곳이고 또 편집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씨네21>은 영화 주간지이자 영화 전문지에요. 1995년에 창간되어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국내 유일의 영화 주간지입니다. <씨네21>은 매주 토요일 발행되고 있어요. 편집장으로서 저의 주요 업무는 한 주 동안 가장 주목해야 할 영화계 소식을 90여 페이지 분량의 잡지에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 것인지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것입니다. 취재기자들의 기사부터 배우들의 화보, 영향력 있는 문화계 인사들의 칼럼, 평론, 만화까지 한 권의 잡지에는 수많은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어요. 그리고 잡지가 나오기까지 취재팀, 편집팀, 사진팀, 디자인팀 등 많은 이들의 노고가 존재합니다. 편집장의 역할은 이처럼 잡지 제작에 참여하는 다양한 부서 간의 협업을 관장하는 동시에 독자들이 관심 있게 읽을만한 시의적절한 영화계 소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한국 영화산업의 동향과 대중문화 트렌드를 면밀하게 관찰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최근에는 대중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며 지면뿐 아니라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포털 사이트 등의 플랫폼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기도 합니다. 


Q. <씨네 21>에서 14년 만의 여성 편집장, 그리고 최초의 80년 대생 편집장으로 뽑히신 것에 대해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편집장으로 올라가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작년 12월부터 편집장으로의 업무를 시작했어요. <씨네21>의 첫 80년 대생 편집장이자, 14년 만에 나온 여성 편집장으로 업계에서는 화제가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2008년에 입사했는데 그때부터 총 다섯 분이 편집장으로 계셨어요. 그리고 그 다섯 분 모두 남자였거든요. <씨네21>에서 영화기자로 일하며 여성으로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 적은 드물지만, 조직 내에서 오래 일하며 편집장의 자리까지 오른 여자 선배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건 저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 기자들이 향후의 커리어를 고민하는 데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업계에 비슷한 시점에 커리어를 시작한 여자 기자들이 꽤 많았는데 일정 시기가 지나면 그분들이 대개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죠. 저는 언론사라는 조직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느껴왔고, 잡지에도 애정이 컸기에 영화 주간지를 만드는 언론사 안에서 커리어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 목표에 맞는 롤 모델이 없는 거죠. 조직에서 오래 일한 여성 영화기자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회사에서 파격적으로 서열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편집장을 뽑은 거예요. 사실 업계에서는 너무 젊은 사람이 편집장이 되었다는 시선도 있고 우려도 없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편집장이 된 이후 부담감이 컸지만 한편으로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잘 해야 한다는 생각도 크고요. 제가 잘하지 못해서 ‘젊은 여성 편집장’이 좋지 않은 선례로 남아버리면 제 뒤의 여자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게 돼요. 요즘엔 자발적으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늦게까지 업무를 보곤 해요. 그만큼 편집장이란 저에게 책임감이 큰 자리지요. 

 요즘에는 일과 생활의 병행이 가능할지가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화 주간지 기자의 업무량은 적지 않아요. 매주 6000자 이상의 글을 써야 하고, 영화를 봐야 하며, 사람도 만나야 하고, 영화제에도 참석해야 하죠. 외근, 야근도 일반 회사원보다 잦은 편이에요. 하지만 근무 환경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봐요.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씨네21>도 보다 유연하게 업무 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 결혼해서도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아내의 업무량이 더 많을 때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육아를 하거나 가사를 맡는 사례도 위 세대의 경우보다 늘어난 듯해요. 저도 남편이 그런 부분에 대해 잘 이해해 주었기 때문에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이 되기 전까지는 기자로서의 커리어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가 주요 관심사였다면, 최근에는 <씨네21> 미디어부를 관장하는 부서의 장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잡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커요. <씨네21>의 타 부서, 혹은 저보다 경험 많은 여자 선배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듣고 있습니다. 저는 어떤 조직이든 여성 관리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자들이 부서 내에서 할당된 일은 똑 부러지게 잘 하는 경우가 많지만, 부서를 이끌고 운영하며 회사의 큰 방향성을 결정하는 일을 맡는 사례가 부족하잖아요. 저 역시 아직은 서툰 점이 많겠지만 관리자로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며 여자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Q. <씨네 21>의 편집장으로 일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수상과 더불어 <씨네21> 1243호를 ‘<기생충>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간한 일이에요. 거의 잡지 한 권을 <기생충> 이야기로 채운, 야심찬 기획이었는데 완판이 되고도 두 차례나 인쇄를 더 했어요. 종이 잡지의 판매 부수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잡지를 완판시킨 것은 굉장히 뿌듯하고 인상 깊은 일이었어요. 

‘<기생충> 스페셜 에디션’은 <씨네21> 구성원들이 다른 매체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기획해 탄생한 결과물이에요. 제가 12월에 편집장을 맡자마자 기획을 시작하고 기자들이 전 세계 각지에서 오스카 캠페인을 진행 중이던 <기생충> 관계자들을 섭외하며 스페셜 에디션을 준비하기 시작했죠. 봉준호 감독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 제가 현장에 있었거든요. 영화기자로서 칸을 수차례 방문했었지만, 해외 평단이 그처럼 한국 영화에 뜨거운 반응을 보인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어요. 그 이후로 <기생충>이 오스카 캠페인을 시작했고, 꾸준히 <기생충>에 대한 해외 반응을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으로 뜨거워서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2020년 초에 <기생충>이 영미권 시상식에서 뭔가 큰 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이 ‘좋은 예감’만 가지고 잡지 한 권을 한편의 영화로 채워보겠다는 모험을 해본 거죠. 결과적으로 그 모험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무척 기쁜 마음입니다. 

‘<기생충> 스페셜 에디션’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진행한 봉준호 감독과의 독점 인터뷰, 아카데미 편집상 후보에 오른 양진모 편집 감독 독점 인터뷰, 홍경표 촬영감독이 독점으로 공개한 <기생충> 흑백 스틸컷, <기생충>을 배급한 8개국(미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마케팅 담당자가 분석한 영화의 인기 요인 등이 수록되어 있어요. 아직도 구매 문의가 적지 않아 잡지 구성원 모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씨네21>은 영화 전문 잡지인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영화 관련 직업을 꿈꾸셨나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언론인, 기자가 꿈이었어요. 대학생 때도 마찬가지로 기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모든 아르바이트와 교내외 활동을 기자와 관련된 것으로만 했어요. 예를 들면, 대학 방송국에서 일했었고, <대학내일>에서 문화팀 학생리포터로 활동했고, <씨네21>의 객원 기자로도 일해봤어요. 그리고 각종 영화제에 관객 평론가, 리뷰어로 지원해 활동을 했죠. 대학생 때부터 기자가 되겠다는 마음 하나로 달려왔던 것 같아요. 

기자가 되기 위해서 언론 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제 앞날에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된 사건이 있었어요. 2004년에 열린 종로 영화제에서 왕가위 감독의 영화 세 편을 연달아 상영하는 것을 봤어요. 이전까지 영화보다 소설을 더 사랑했던 저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넋이 나간 듯한 기분을 느꼈어요. 그날의 기분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뭔지 더 알아보고 싶고,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미친 듯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어요. 공강 때마다 중앙도서관 시청각실에 가서 영화를 봤어요. 극장에서 개봉하는 작품도 챙겨봤죠. 마침 비슷한 시기에 <대학내일>에서 문화팀 학생리포터를 선발했어요. 문화팀 리포터를 하면 영화 기자들이 참석하는 언론 시사를 다 갈 수 있고, 영화 기사도 작성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운 좋게 선발되어 리포터로 활동하던 도중 우연히 <씨네21> 기자들이 참여하는 영화 특강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당시에 특강 과제로 제출한 리뷰를 당시 <씨네21> 취재 팀장이던 선배가 눈여겨봐주셔서 객원기자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씨네21>과 인연을 맺고 객원기자로 글을 기고하다가 공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Q. 주간지인 <씨네21>의 특성상 매주 새로운 아이템을 찾으셔야 할 것 같은데 콘텐츠의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기사에 대한 영감은 다양한 곳에서 얻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은 아무래도 매주 새롭게 개봉하는 상영작이죠. 최근에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극장뿐 아니라 넷플릭스 등의 OTT 플랫폼으로 확장되며 영화 주간지가 다뤄야 하는 콘텐츠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이 수많은 콘텐츠 중 어떤 작품을 어떤 기준으로 엄선해 소개할 것인지가 늘 고민입니다. 또 정치·사회·문화 분야의 주요 이슈도 늘 면밀하게 살펴봐야 해요. 총선 정국이라면 정치 영화를, 페미니즘 이슈가 부상할 때에는 대중문화가 여성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 기사를 기획해볼 수 있겠죠. 

특히 <씨네21>은 영화주간지만이 다룰 수 있는 심층 기사에 주력하고 있어요. 매일 웹상에 수많은 영화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오랜 시간 발품을 팔고 공을 들여야만 가능한 기사들이 존재하는 법이고, 국내 유일의 영화 주간지로서 <씨네21>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큽니다. 잡지 기자들 모두가 24시간 내내 영화와 드라마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심층 기사에 대한 영감 또한 영화인들과의 만남 또는 <씨네21> 구성원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기사를 예로 들면, 1990년 대생 영화인 50명을 인터뷰한 특집 기사의 경우 한국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나갈 새로운 세대들을 조명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고, ‘대한민국 10대 관객을 말하다’ 특집은 그동안 어떤 매체도 미래의 주요 관객층이 될 10대 관객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한 적이 없다는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빅데이터 기사입니다. 


Q. 동문 님의 이화 생활이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수업이 있다면? 

저는 영문과를 졸업했지만 우리 학교에 있는 각종 학과의 전공 수업을 굉장히 많이 들어봤어요. 제 대학생활의 모토가 듣고 싶은 수업 다 듣고 졸업하는 것이었거든요. 사학과, 국문과, 철학과, 사회학과 등 정말 많은 학과에서 다양한 강의를 들었는데 그게 영화기자로 활동하는 데 큰 힘이 되어준 것 같아요. 요즘은 사실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스펙을 쌓는 것을 우선시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데 만약 기자가 되고 싶은 후배라면, 다방면으로 소양을 쌓는 것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어요. 듣고 싶고 관심 있는 온갖 수업 들을 다양하게 들어보면 좋겠어요. 전 그게 너무 도움이 되었거든요.

제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들었던 과목은 ‘문화사회학’ 과목과 철학과의 ‘문학철학’이에요. 또 문학 평론가이신 #국어국문학과 김미현 교수님께 들었던 필수 교양은 제가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재능을 처음으로 발견한 수업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전공과목뿐 아니라 다양한 학과에 출몰(!)하며 강의를 들었기에 주위 친구들은 그런 저를 특이하게 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경험을 대학 시절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고 소양을 많이 쌓을 수 있던 것 같아요.


Q. 어렸을 때부터 언론인을 꿈꿨다고 하셨는데 진로에 있어 고민이나 후회가 된 적은 없으셨나요?

언론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너무 확고했어요. 그래서 준비하면서는 고민이 없었는데 오히려 10년 차쯤 되니까 고민이 시작됐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상급자가 급격하게 줄어서 제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커리어를 발전시켜나가야 할지 잘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방법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는 언론사라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일하고 커리어를 쌓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처럼 조직에서 일하고 싶은 여자 선배는 없는 걸까?’하는 고민을 했었죠. 지금은 어떻게 하다 보니 편집장이 되었는데 되게 뭉클했던 것이 제가 편집장이 되었다는 발표가 나자마자 여자 선배들 그리고 여자 후배들의 연락이 정말 많이 왔어요. 그중에는 현재 업계를 떠난 사람들도 있었는데 오랜만의 여성 편집장이다 보니 "선배가 편집장이 된 것 자체가 나에겐 너무 기쁘고 힘이 된다"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정말 책임감을 갖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Q. 영화 관련 직무를 목표로 하는 후배들이 많이 있는데 조언을 해주신다면?

제가 보기에 #영화 관련 직무는 너무 다양하고 천차만별인데 일단 영화는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집단 창작의 예술이라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해요. 영화 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아도 영화 동아리 등을 통해 알음알음 영화를 만들 수는 있어요. 하지만 영화 산업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려면 네트워킹이 필수예요. 독립영화제 등의 영화제에 출품을 해서 수상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당 영화제나 영화 관계자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아니면 한국 영화아카데미나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같은 영화 전문 교육 기관에 진학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영화계는 네트워킹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걸 통해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것이라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해요. 혼자 고군분투하기보다는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관련 기관 내에서 네트워킹을 쌓아가는 노력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영화계 진출을 꿈꾸는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도 사설 기관에서 상시로 열리고 있으니 검색해보시면 좋을 듯해요. 

영화 기자를 꿈꾼다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글쓰기 실력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기자는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특히 영화 기자는 영화에 대한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팔로우업이 있어야 해요. 지원자가 영화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가 채용 과정에서도 중요한 평가 대상입니다. 한국 영화 연간 박스오피스 톱10에 들 만한 영화와 그 영화의 감독 이름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고 최근 한 달 이내에 영화계에 어떤 이슈가 있는지도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겠죠. 영화 기자들은 밥 먹으러 가서도 영화 얘기만 하는데 그 정도로 빠져 있어야 해요. 그래서 영화에 대한 기본 소양만 가지고 <씨네21>에 지원하시는 분은 전형 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아요. 선발 과정에서 출신 학교나 전공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씨네21>만 하더라도 영화과 출신이 오히려 소수일 정도예요. 글쓰기 능력과 영화에 관한 지식, 콘텐츠 기획 능력을 종합적으로 갖춘 지원자였으면 합니다. 



Q. 동문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좋아하시는 영화 또는 이화 후배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 인생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에요. 홍콩 영화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만의 매력도 경험할 수 있어요. 기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조지 클루니가 연출한 <굿 나잇 앤 굿 럭>이라는 영화입니다. 1950년대 미국을 강타했던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 ‘매카시즘’이 성행하던 때에 위험을 무릅쓰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 언론인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저는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중요한 자질이 시대의 관찰자이자 기록자로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신념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는데요, 그가 굉장히 스마트한 콘텐츠 기획자라는 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해서, 영화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Q. 동문 님의 앞으로의 커리어적 목표 및 방향은 어떤 것인가요? 

우선은 영화산업 내에서 <씨네21> 고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 영화계에 대한 심층적인 취재 기사와 사유의 장을 제공하는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해내는 것이 향후 몇 년간 저의 가장 중요한 목표일 듯합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의 응원 부탁드려요!


Q. 동문님이 생각하시는 이화 DNA는 무엇인가요?

저에게 심어져 있는 이화 DNA는 남들이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는 용기라고 생각해요. 또 차별과 부조리의 관행에 대해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분별력 또한 이화를 통해 갖게 되었습니다. 후배 여러분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자신의 분야에 여성 롤 모델이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할 수 있고, 그 점이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화인이라면 충분히 전례가 없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시절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 어떤 방향으로든 세상을 선도하는 여성이 될 수 있고, 그렇게 살길 바란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사회 초년생 때만 해도 그 말의 의미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그 말씀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사회에 나와 여성의 비율이 굉장히 낮은 산업 군에서 일하다 보니 커리어와 역할 모델에 관해 많은 고민을 많이 하게 됐는데, 그때마다 이화에서의 시간들을 떠올리며 힘을 내곤 했답니다. 


Q. 후배들을 위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취업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들었어요. 취업이 워낙에 어렵다 보니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겠지만 후배 여러분이 대학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중 하나가 각 학과의 다양한 수업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탐색하고 각종 분야를 대리 체험해 보는 것인데요. 사회에 나가고 직장을 가지게 되면 생각보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대학 시절 다양한 학과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분야의 수업 들을 듣고 시야를 많이 넓힐 수 있었고, 제가 진정으로 관심 있어 하는 게 무엇인지를 차차 알아가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중앙도서관을 애용했으면 좋겠어요. 중앙도서관에는 굉장히 좋은 자료들이 많이 있어요. 어떤 일을 하든지 책을 많이 읽는 건 여전히 중요하고 스스로가 관심이 가는 분야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대리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책을 읽는 것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중요성을 강조해도 실제로 다독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책을 다방면으로 읽기만 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장영엽 동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영화 전문기자 및 관련 분야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인 현시대에 관련 분야에 진로를 꿈꾸는 많은 이화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와 정보들로 가득했기를 바랍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1기 박준희, 전민경